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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고속도로 삼아 날아오르는 스카이카

M400 스카이카에 올라타 조종석 유리 덮개를 닫는 순간, 그 뛰어난 성능에 푹 빠지게 된다. 공중에서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조종간과 여덟 개의 점화스위치와 시동 버튼이 조종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본체에는 둥근 원통형 기구 두 개가 양쪽을 받치고 있고, 그 안에는 총 720마력을 낼 수 있는 4개의 로터리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본체가 기우는가 싶더니 공중으로 솟아올라 분당 2㎞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날아오른다. M400은 뒷마당에서도 띄울 수 있는 비행 자동차이다(물론 그러려면 마당이 꽤 커야겠지만). 그리고 교통체증 때문에 지상에 줄지어 서 있는 차들에게 보란 듯이 시속 560km의 속도로 목적지까지 빠르게 날아간다.

63세 폴 몰러의 걸작품인 M400은 원통형 관에 둘러싸인 네 개의 팬이 내는 추진력으로 떠오른다. M400은 헬리콥터보다 훨씬 조용하고, 덜 위험하다. 수평 비행시 표면 저항력이 작기 때문에 프로펠러 방식보다 두 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 헬리콥터는 고도로 숙련된 비행사만이 조종할 수 있는 데 반해, M400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다. 그러나 M400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공장에 방치돼 있어 후원자들을 좌절시켰고, 반대론자들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금까지 몰러는 자신의 재산과 후원자들이 투자한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어 반세기 동안 항공기 제작자들을 괴롭혔던 난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수직 이륙 기술의 개발은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가볍고 저렴하면서도 확실한 동력장치와 컴퓨터 조종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더욱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그러나 이런 비행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있어 기술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평범한 운전자들이 범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에 있다.

M400의 이전 모델인 M200X는 원통 팬의 조종기술을 시험하고 엔진의 추진력을 검증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150여회를 비행하는 동안 무인비행도 하고, 몰러가 직접 조종간을 잡기도 했다. 그는 “수직 이착륙기의 시험 비행에서 많은 수의 시험조종사가 사망했다”며 숙연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M200X는 지면 높이가 미치지 않는 높이인 15m 높이로 난다. 그 아래에서 기체 밑으로 팬이 공기를 압축해 기체가 위로 1~2m 정도 밀려 올라간다.
몰러에게 이상적인 비행체를 묻자, 그는 벌새를 꼽았다. 어린 시절 그는 벌새를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평범한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제껏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날아가고 싶었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 살던 그는 14살의 어린나이에 헬리콥터를 만들었고, 이 일에 온 정신을 쏟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잡동사니를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데 온통 빠져 있었기 때문에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맥길 대학의 한 교수는 나쁜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를 학교에 추천하여 입학시켰다. 몰러는 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여 1963년에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가 되었다.

몰러는 학계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도 실제적인 공학 감각을 얻으려 노력했다. 모터사이클 경주에도 경험을 조금 쌓았다. 그러나 활주로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항공기를 만들고 싶은 충동은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는 데이비스에서 수직으로 이륙해 어디든 날아다니는 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제작비는 적었지만 충분한 출력을 내는 엔진을 찾을 수 없어서 처음에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몰러는 그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던 반켈 엔진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제작하던 반켈 엔진은 기존의 피스톤, 실린더, 커넥팅로드를 사용하지 않고 삼각형 로터가 원추형 챔버(로터가 회전할 때 압축, 팽창이 반복되는 타원형 공간) 안에서 회전하여 동력을 발생시키는 타입이다.

반켈 엔진은 중심 크랭크축 주위에 세 개의 연소실이 있으며, 모터가 회전할 때 균형을 유지하는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엔진은 무게 대 출력비가 높고, 짧고 단단한 크랭크축으로 프로펠러의 토크를 조종할 수 있으며, 크기가 작기 때문에 소형 항공기 엔진으로 아주 적합하다. 사실 커티스 라이트나 존 디어도 이 방법을 연구했었다. 그러나 몰러만큼 악착같이 덤벼들진 못했다. 몰러는 이 엔진이 가스 터빈 대신 적은 비용으로 수직 이륙을 가능하게 할 중요한 열쇠라고 확신했다. 65년, 몰러는 엔진 두개를 이용해 바퀴가 지면에서 겨우 뜰 정도로 XM-2호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면효과 때문에 더 높이 뜨기에는 너무 불안정했다.



68년, 엔진을 조종사 바닥 밑에 달아 거대한 터빈을 사용하여 아래 방향으로 분사하는 XM-3호가 만들어졌다. 74년에 제작된 XM-4호는 최초로 반켈 엔진을 썼지만 추진력이 조금도 개선되지 못했다. 이가운데 제어 기술이 가장 심각한 난제였다. 추진력으로 뜨는 항공기는 원래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분사방향을 조절해 기체의 균형을 잡기 때문에 한쪽 엔진이 멈춰버리면 그대로 뒤집어진다. 몰러는 오랜 연구 끝에 컴퓨터로 엔진 분사를 조종하고 균형을 맞추는 전자 조종 장치와 아날로그 제어기를 개발했다. 그는 1989년 M200X로 자유비행을 선보였는데, XM-2호를 처음으로 띄운지 20년만이었다.

90년에 그는 다인승의 고성능 비행자동차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수평비행능력을 추가하려 했다. 그 결과, 수평 방향 원통형 팬에 베니션 블라인드처럼 생긴 변류장치를 달아 분사 방향을 밑으로 바꿔 이륙하는 데 필요한 추진력을 얻도록 설계했다.

M400 스카이카는 91년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날렵한 자태 때문에 1~2년 내에 비행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현재, 몰러는 개발비나 추진력, 개발 시간과 같은 문제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는 “이제야 필요한 만큼 기술이 쫓아왔습니다”라고 말한다. 몰러가 최초로 XM-2호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는 안정제어에 필수적인 디지털 기술이 널리 사용되기 훨씬 이전이었다.

반켈 엔진을 사용해 안정적으로 높은 출력을 얻기 위해서는 수년의 연구기간이 필요했다. 복합 재료나 다른 경량소재도 이제야 겨우 적용이 가능해졌다.
90년대에는 엔진에 관련된 기술이 주로 개발되었다. 로터를 재설계하고 시스템을 밀봉, 냉각기능을 향상시켜 출력을 반 이상 높일 수 있었다. 하나의 로터로 구성된 시스템을 개발해서 여러 개의 로터를 달아 다중 엔진이 되는 모듈을 만들었다. 또한 디지털 제어기술도 채택했다.

후방날개는 시속 240km의 속도로 비행할 때 25퍼센트의 양력을 낸다. 이 속도는 보통 항공기가 내는 속도에 해당한다. 엔진부는 실린더형 에어포일의 역할을 한다. 원통형 팬에 달린 변류장치의 날개 외에 움직일 수 있는 에어포일은 없다. 고도는 팬의 추진력을 조정해서 변경한다. 안전을 위해 두 개의 엔진부에 각각 다른 팬을 구동시켰다. 고정된 원통형 팬은 많은 엔지니어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륙시 분사방향을 밑으로 바꾸면서 추진력이 많이 손실된다는 지적이었다. 그 대안으로 필요에 따라 수직 수평으로 방향을 바꾸는 팬이 있었지만, 실속(失速)이 발생하여 추락할 위험이 있어 제외되었다.

몰러는 98년 후반부터 본격적인 M400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월 최초의 시험 비행이 계획될 때까지 99년 한 해 동안은 전자 제어 장비와 팬의 공기역학 문제로 연기가 거듭되었다. 몰러는 엔진 내부에 있는 팬 사이의 공기 유동에 의한 유도 진동 같은 몇 가지 복잡한 문제를 간과했다고 한다.

12월에는 70마력의 단일 로터 엔진을 대신 달았다. 120마력의 이중 로터 엔진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성능을 얻기 위해 더 큰 엔진이 필요했지만 출력이 낮아도 수직 이착륙 성능을 충분히 보일 수 있었다.
M400의 첫 발표회는 수직 이륙과 기동성을 시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더 까다로운 수평 비행은 다음 시험 비행에나 선보일 것이다. 하지만 첫 발표회가 끝난 뒤에도, 엔지니어들은 수직 이착륙기에 대해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 중 분사 추진으로 이륙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출력과 작은 하중을 요구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륙시의 과도한 수직 추력은 수평 비행으로 전환한 후에까지 남아 있다.

그 결과 연료 소모량이 늘어나고 비행거리가 짧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저렴하면서, 짧은 순간 강하게 출력을 내다가 수평 비행시 다시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로터리 엔진의 개발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스카이카가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엔진과 차체가 대량 생산되어 단가가 떨어져야 한다. 또한 일반 사람들도 운전할 수 있도록 대중화도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십 년 전에 아주 멀리 느껴지던 일들이 이제 이론상으로나마 실현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 커다란 소득이다.
몰러는 GPS 기술로 각각의 항공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항로인 이른바 ‘스카이 하이웨이’를 구축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항로의 개념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비행 리무진’이나 ‘군용 비행 지프’ 등이 오히려 먼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몰러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에게는 성공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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