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체공 시간이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2차 무인 비행도 임박했다. 중국의 우주계획 관계자들은 유인 탐사선을 쏘아 올리기 전까지는 적어도 2번의 무인 우주선 발사 시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아직 중국 측에서 발표한 공식 일정은 없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2002년까지는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이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그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중국은 그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우주 탐사 부문의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해왔으며, 이에 상응한 이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인 우주비행 계획은 과학 연구에도 도움이 되지만 상업 및 군사 목적의 지구 관측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우주정거장들에 대한 정보를 독자적으로 입수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담한 크기의 자체 우주정거장을 세우는데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로켓만 준비되면 중국은 달로 우주비행사를 보낼지 모른다. 이번 선저우의 성공적인 시험 비행으로 인해 중국인이 느끼는 국가적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제 중국은 독자적으로 유인 우주 탐사선을 쏘아 올린 유일한 두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에 필적 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대표적 정부 기관지는 “역사적인 발사로 세계를 뒤흔들 것!”이라고 자신있게 목청을 높였다. 또 “우주비행에 매진하여 국가적 명예를 드높이자!”고 역설한 신문도 있었다.
선저우(神舟) 우주선은 고비 사막의 저우취엔(酒泉) 미사일 기지에서 미국의 타이탄 4호와 비슷한 로켓에 탑재되어 동쪽으로 발사된다. 선저우호는 전방의 선실, 중앙의 조종실, 후미의 로켓 엔진이 달린 기관실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3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조종실은 지구로 귀환하여 낙하산으로 착지한다.
선저우의 착륙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과 너무나 흡사하다. 실제로 중국은 1990년대 초반 소유즈 착륙선을 구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또 과거 궤도를 이탈하여 중국 영토에 불시착한 소유즈 착륙선을 적어도 한 대 이상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저우가 소유즈와 워낙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에 소유즈의 싸구려 복제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짓기도 한다. 시험 비행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중국의 첩보 위협 실태를 분석한 미 의회의 ‘콕스 보고서’는 중국의 유인 우주비행 계획은 러시아의 판박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미국의 항공공학자 앤드루 르페이지는 사실과 다르다며, “핵심 시스템 전부와 주요 하드웨어는 중국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의견에 대다수 전문가들도 비슷한 판단을 내린다. 일설에 따르면 중국이 소유즈 우주선 정품을 연구용으로 구입하려 했으나 러시아가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고 한다. 중국이 구입한 캡슐에는 핵심 장비가 모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 우주 전문가들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세 가지 기술 덕분에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첫째는 과학 위성과 상업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 사용되었던 것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장청(長征) 2F 추진 로켓이다.
추진 로켓은 4개의 보조 로켓 구역을 거느린 4개 엔진으로 된 주단계와 상승단계로 구성된다. 보통, 엔진은 추진력이 강하지만 곧잘 말썽을 일으키는 액화수소 연료를 쓰는데, 여기서는 사산화질소와 히드라진을 추진제로 사용한다.
둘째는 대기권으로 되돌아오는 우주선의 편각을 정확히 계산하여 대기권 진입시의 감속과 고열을 이겨낼 수 있는 회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1970년대에 위성 발사를 통해 회수 기술을 축적했으며, 이렇게 회수한 위성을 성공적으로 재 사용해 왔다.
셋째는 믿을 만한 생명 유지 장치의 확보다. 이 분야에서도 중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작은 우주 발사체에 동물과 다양한 생물학 표본을 실어 보내왔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우주비행 연구와 훈련을 위한 시설을 크게 보강했다. 베이징 남서쪽의 교외에 있는 중국우주센터에는 여압실, 우주선 모의비행장치, 원심분리기, 낙하훈련탑을 비롯, 중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각종 교육 시설과 의료 시설이 들어서 있다.
몇 해 전 러시아의 가가린 우주비행훈련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2명의 중국 공군 조종사가 현재 중국 우주비행사 훈련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주비행사에 대한 정식 호칭을 두고 아직은 이견이 분분하다. ‘외계 우주’를 뜻하는 중국어‘타이콩’(太空)과 우주인을 뜻하는 영어‘애스트로너트’를 합성한‘타이코너트’라는 말을 지어낸 사람도 있지만 중국 관리와 언론에서는‘위항위엔’(宇航員)이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이제 해외 관측통들은 921 계획의 추진 ‘과정’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921 계획의 추진‘동기’가 아닐 수 없다. 1차 시험 비행이 성공한 뒤 중국 언론은 자화자찬성 기사를 요란하게 쏟아냈지만 국민들에게 그 엄청난 비용을 납득시키려면 좀더 현실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중국은 유인 우주비행계획을 성공으로 이끌어 자신의 국제적 지위는 물론 중국 첨단 과학 제품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외교력과 통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중국 체제의 안정성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과학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유인 우주비행은 중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통신, 기상, 지구관측 위성 발사 기술을 보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우주정거장 개발에서 중국이 떠맡을 수 있는 역할이다. 가령 중국이 수송 및 재보급 능력까지 제공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 필요한 서비스와 하드웨어 공급 약속을 여러 번 어겼으며 우주정거장 개발 참여 대가로 많은 액수를 요구하고 있었다.
몇몇 나라도 러시아의 이러한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끼어 들면 러시아의 협상력은 줄어들게 뻔하다. 또, 국제우주정거장에 참여한 모든 나라가 공조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6월의 중국공학원 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우주정거장을 독자적으로 건설할 생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전에 유인 비행, 우주 유영, 도킹 시험을 차근차근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공식적으로 이런 단계적 계획이 발표된 적은 아직 없고 지금으로서는 위항위엔에게 우주 유영을 시킨다는 계획도 없다. 우주비행사 후보들은 여압복만 입고 훈련을 받고 있다. 우주 유영에 필요한 값비싼 첨단 우주복이 중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쏘아 올릴 다음 번 무인 우주선은 언제 발사될까? 서방 관측통들은 발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그 시기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중국은 최첨단 시설을 갖춘 추적선 4척을 전세계에 배치했다. 그것은 발사가 임박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그리고 선저우가 발사된 다음 우주비행 전문가들은 우주발사체의 수정 목록에서‘위성 1999-61A’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장 주목했다. 그래서 우주선이 착륙할 때까지 중국 당국이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비행에 관한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퍼졌다. 선저우의 다음 번 비행도 머지않아 인터넷을 통해 발표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