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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와 첨단 항공역학의 발전 결과

2004년 에어버스사의 A3XX 여객기가 본격 취항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큰 여객기가 탄생하게 된다. A3XX기의 무게는 200톤이 넘는데, 현재 가장 무거운 민항기인 보잉 747보다도 무겁다. 날개 길이가 79.2미터, 차지하는 면적도 836평방 미터로 보잉 747보다 3분의 2 가량 더 넓은 셈이다. A3XX기는 555명에서 최대 80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어 가장 큰 보잉 747기 탑승객의 최소 4분의 1 인원을 더 실을 수 있다. A3XX기 중에서도 가장 큰 기종은 재급유 없이 16,00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 뉴욕에서 홍콩까지 직항로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항공기를 설계하고 제작하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A3XX기는 훨씬 작은 비행기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항 게이트에 맞아야 한다.

뒤에서 날아오는 작은 비행기들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거대한 항적(航跡)을 남기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탑승객을 신속하게 태우고 내릴 수 있도록 문과 계단도 충분히 넓어야 한다. A3XX기 개발에는 모두 10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며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의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하는 에어버스사가 수지 타산을 맞추려면 최소한 240대는 팔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당연히 경제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에어버스사에 있는 초현대식 격납고 안에 들어선 조립 공장엔 후끈거리는 금속 열기나 요란한 공구 소리를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비교적 조용하고 깔끔한데, 유럽 각지에서 운반되어 온 완성품에 가까운 부분품으로 조립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공장에서는 몇 년 안에 보잉사만큼이나 많은 비행기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8년 전 에어버스가 대형 여객기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 고객들은 갖가지 버거운 요구사항들을 내놓았다. 그들은 탑승석뿐만 아니라 운항거리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항로의 탑승객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새로운 여객기를 위해 공항을 개조할 용의가 있다고 나선 나라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에어버스는 날개의 최대 길이를 ‘80미터 범위’내에서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날개 길이의 상한선이 정해진 이상 A3XX기는 동체의 폭을 넓히든가, 탑승칸을 복층으로 만들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연구 결과 폭 6미터의 동체를 최대한 이용하여 복층으로 만드는 것이 실용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1층에는 이코노미 클래스의 보잉기처럼 10개의 탑승석이 나란히 놓이지만 엉덩이와 팔꿈치를 둘 공간은 늘어난다. 2층은 지금의 에어버스 A330/A340만한 폭이다. 90분 안에 승객과 짐을 모두 싣고 내리기 위해 설계자들은 문을 아주 널찍하게 내고 객실 앞쪽에 넓은‘로비’를 만들었으며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폭을 2배로 했다.

A3XX 개발 담당 부사장인 로베르 라퐁탄이 밝힌 개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항공사들은 이륙한 항공기가 아까운 연료를 소모해가면서 적란운과 경비행기 사이를 꾸물거리며 비행하기보다는 곧바로 순항고도로 상승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A3XX기의 목표는 초기 운항 고도를 10,500미터로 끌어올려 최대 운항 고도를 지금보다 1,200미터 높은 12,500미터로 상승시키는 것이다.

둘째, 에어버스는 속도를 음속의 85퍼센트로 높일 작정이다. 현재 에어버스 제트기들은 마하 0.83으로 보잉기보다 약간 느리다. 대수롭지 않은 차이인 것 같지만 장거리 운행에서는 20∼30분이 더 걸린다. 도착 시간이 빠를 수록 항공사의 컴퓨터 예약 시스템은 당장 효과를 본다.

세 번째 요구 조건은 장차 A3XX기의 변형 기종이 나올 것에 대비해 날개의 연료 비축 공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는 것. 기체 하부에 별도의 탱크를 마련할 수도 있지만 화물 적재 공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비경제적이다.

마지막으로는 항적을 어떻게 해서든 줄이는 문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와류를 만들어 작은 비행기들의 균형을 잃게 만드는 대형 항공기를 공항들이 달가워할 리 없다. 그런 비행기가 나타나면 관제사들은 착륙 간격을 더 길게 잡아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공항의 수용 능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크고 가벼운 날개를 만드는 것이었다. 1평방 미터 당 요구되는 양력이 보잉 747의 경우 781kg인 반면 A3XX는 635kg에서 684kg 사이다. 날개의 앞 가장자리와 뒷 가장자리를 잇는 익현(翼弦)의 길이도 길다. 즉, 동체와 연결되는 날개 밑둥의 폭이 넓다. 아울러 날개의 종단면도 양력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날개 밑둥부터 끝까지 계속 변한다(에어버스측은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영업상의 기밀’이라며 밝히길 꺼려했다).

기관실과 파일론(연료탱크부착대)은 항력을 줄여 약하고 불안정하게 와류를 만들어 항적을 감소시킬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에어버스사는 와류의 문제는 단순히 중량의 문제만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라퐁탄은 말한다. “문제는 항공기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관한 것인데, 그러자면 와류가 어떻게 소멸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우리는 하향익, 조종실, 엔진의 이상적인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 사출 장치로 모형기를 자유 비행시키는 실험을 포함, 다양한 이론 및 실험 연구를 실시했다.”

보잉 747기의 날개에는 하향익이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 다시 슬롯날개가 박혀 있지만 A3XX의 커다란 날개에는 단순한 구조의 하향익이 하나 달려 있을 뿐이다. 덕분에 무게와 비용이 줄어들고 항적 와류도 감소되며 소음도 적다. 사실 엔진 자체의 소음은 크게 줄어 들어든 요즘에도 착륙시 들리는 굉음은 주로 기체로 쇄도하는 공기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에어버스는 또 첨단 소재를 써서 무게를 줄이려고 한다. 여객기로서는 처음으로 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부분을 탄소섬유 합성소재로 제작, 무게를 820kg이나 줄였다. 날개 내부는 엔진, 하향익, 착륙장치의 점하중을 구조적으로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금속을 채택한다. 하지만 날개 외부는 탄소섬유를 쓰든가 금속을 쓰더라도 리벳 없이 접착시킬 것이다.

기체 상부의 표면에는 얇은 유리섬유와 알루미늄 판을 번갈아 가며 깐 새로운 박판 소재가 쓰인다. 이 유리 보강판, 일명 글래어판은 알루미늄보다 25%나 가볍고 피로와 균열에 강하며 비용도 저렴하다.
에어버스는 보강재를 기체 하부의 표면에 고정시킬 때 연속레이저 용접술이라는 항공업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기술을 쓸 작정이다. 이 방법을 쓰면 수천 개의 죔쇠가 없어도 되고 보강재가 기체 표면에 밀착되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 염려가 없다.
A3XX는 에어버스가 자랑하는 ‘전자 비행제어’ 시스템을 도입한다. 대부분의 제트기는 비행조종장치와 착륙장치를 움직이는 3~4개의 독립된 유압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A3XX의 유압시스템은 단 2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5000psi(제곱인치당 파운드)이라는 높은 압력을 낸다. 각 조종장치의 표면에는 전기로 돌아가는 독립된 유압작동장치가 있어서 유압시스템을 지원한다. 유압시스템의 일부를 전기력으로 대체한 최초의 시스템이 될 것이다. 차세대 항공기들은 엄청난 부피를 차지하는 유압시스템을 아예 없앨 가능성이 높다.
555명의 승객에게 고장으로 인한 결항을 통보하고 싶어하는 항공사는 없다. A3XX는 ‘허용오차’ 안에서라면 고장이 탐지된 다음에도 비행기가 출발할 수 있게 하는 백업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에어버스는 ‘사전탐지’ 유지를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 예컨대 비행기 안에는 일부 유압시스템의 압력이 정상보다 높을 때 승무원에게 경고를 발하는 각종 센서가 가득 차 있다. A3XX에서는 이 센서 자료를 기록하고 정보센터로 전송하여 추세를 분석한다. 이 경우 매번 비행을 할 때마다 꾸준히 압력이 올라간다고 치자. 이 추세는 모든 A3XX기의 비행 기록 데이터베이스와 비교되며 여기서 앞으로 5~10회의 비행 뒤에는 압력이 허용 수치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정보센터에서는 항공사로 자동 전자우편을 보내 앞으로 3회의 비행을 하는 동안 시스템 점검을 하라고 경고한다.
에어버스가 A3XX에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엔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너럴일렉트릭사와 프랫앤휘트니사가 공동 개발한 얼라이언스 GP7200이고 다른 하나는 롤스로이스사의 트렌트 900이다. 엔진 제작사들은 소음 문제를 해결하느라 고충을 겪었다. 현재의 소음규제법은 보잉 747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덩치가 큰 A3XX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두 엔진 제작사는 현재 비슷한 출력을 내는 다른 엔진보다 직경이 더 큰 280cm의 팬블레이드를 사용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에어버스는 지난 6월 전세계 항공사들에게 A3XX를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에어버스측은 앞으로 20년 동안 A3XX 크기의 여객기가 1,200대 가량 팔릴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UAE 항공사가 7대를 주문했고 에어프랑스도 10대를 주문하겠다고 발표했다. 에어버스는 본격 생산에 들어가기 전까지 50대의 주문은 무난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초대형 제트기를 만드는데는 수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에어버스는 특수 제작한 벨루가 수송비행기로 유럽 전역에 있는 공장들로부터 날개와 몸체 부분들을 최종 조립 공장으로 수송한다. 하지만 벨루가 수송기도 A3XX의 몸체와 날개를 실어나르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화물칸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할 판이다. 또 하나의 대안은 A3XX가 생산에 들어갈 즈음이면 완성될, 현재 독일이 개발중인 거대한 비행선 카고리프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항공 수송을 처음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던 비행선 제작기술이 21세기 항공산업기술의 총아를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지 모른다.

41,000피트 상공의 유람선
하늘을 나는 카지노? 기내에 있는 비즈니스 센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오락실?
A3XX에 이런 시설을 설치할 것인지 여부는 에어버스가 아니라 항공사들이 결정할 소지가 크다. 에어버스는 이를 위해 충분한 공간과 설계 기술을 마련해 둔 상태며, 항공사들이 ‘유람선’ 같은 느낌을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놓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요즘 항공업계에서는 특히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1등석은 단순한 탑승석이라기보다는 쾌적한 생활 공간이다. 완전히 드러누울 수도 있고 사생활도 보장된다.
에어버스는 장거리 비행에서 1등석 하나를 유지하는 데 180kg 이상의 각종 설비가 필요할 것이라 내다본다.
요즘의 비즈니스석은 1980년대의 1등석에 버금간다. 일부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신설, 발을 둘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A3XX는 시원한 라운지, 기내에서 전자우편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으로 승객들을 고급 좌석으로 유혹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여 무료한 승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지하 공간은 승무원의 휴게실, 요리실, 화장실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에어버스는 취침실까지 제시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도 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잉의 대응책
보잉은 A3XX를 직접 겨냥한 경쟁기종은 만들지 않고 있다. 지난 4∼5년 동안 보잉은 자사의 747-400기보다 더 큰 여객기를 필요로 하는 항공사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보잉의 논리는 간단하다. 아시아를 기착지로 하는 장거리 노선은 잘개 쪼개질 것이며,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기를 구입하기보다는 더 많은 도시들 사이에 직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중형 항공기를 도입하리라는 것이다. 보잉은 앞으로 20년 동안 가장 각광을 받을 기종은 300명을 태우고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보잉 777 같은 기종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A3XX의 생산은 기정사실화 되었기 때문에 보잉은 A3XX와 비슷한 엔진을 단 747X로 대응할 계획이다. 747X는 최대 505명까지 태울 수 있는데 보잉 기종으로는 그것이 최대 상한선이다. 그렇게 해봐야 A3XX보다 150명이나 떨어진다. A3XX의 운항거리도 747은 따라오지 못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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