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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3and Beyond

항공 전문가들은 미 공군이 21대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 제작을 마무리짓기도 전에 경비가 삼엄한 오하이오주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에서 미국의 차세대 폭격기를 설계하고 있다. 현재는 B-2의 독주가 계속되겠지만, 이미 B-2를 무용지물로 만들 새로운 폭격기의 설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폭격기 같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는데는 보통 수십 년이 걸린다. 장거리 폭격부대를 지휘하는 공중전투사령부가 미래형폭격기(FSA: Future Strike Aircraft) 연구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FSA 연구 목적은 미국의 3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을 앞세워 2030년 이후 공군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성능을 갖춘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는 것.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의회는 향후 미국의 국방비 규모를 결정한다.

3사는 예비 개념설계도가 담긴 최종보고서를 이달 내 라이트-패터슨 항공시스템센터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쟁사 중 하나인 노스롭그루먼사는 보고서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설계진은 핵심 내용은 모두 빼고 아음속, 초음속, 극초음속이라는 차세대 중폭격기의 세 가지 시안만을 제출했다.

노스롭그루먼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극초음속기 시안에 따르면 이 폭격기는 마하 5 이상의 엄청난 속도를 낸다. 1초에 1.6km 가까이를 난다는 뜻이다. 왜 이 정도 속도가 필요할까? 그것은 미래 공격기 핵심인 스텔스 탐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만큼 속도와 고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스롭그루먼사 산하 연구단체인 공중전투체계의 FSA 프로그램 담당관인 찰스 보카도로는 “우리는 높은 아음속대, 초음속대, 극초음속대의 기체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놀라운 순항속도를 가진 폭격기는 재연소장치 없이 초음속으로 날며, 극초음속기는 마하 5에서 10의 속도로 비행한다.

현재 공군이 사용하고 있는 폭격기는 세 가지이다. 45년의 역사를 가진 B-52 스트라토포트리스와 15년 된 B-1B 랜서, 그리고 B-2다. 미국의 차세대 중폭격기는 B-3로 불리겠지만 국방부는 아직 폭격기의 모양이나 성능을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에 의하면 향후 배치될 폭격기는 노스롭이 제작한 B-2에서 얻은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아음속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차세대 폭격기는 B-2보다 스텔스 기능이 뛰어나고 탑재량과 항속거리도 한 수 위일 것이다. 어쩌면 소형 무인 “탑재” 비행기를 싣고 다닐지도 모른다. 노스롭은 초음속기와 극초음속기의 가상 기동훈련도는 공개했지만 아음속기의 개념설계도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아음속기 개발이 가장 먼저 진척돼 이미 기밀로 분류된 듯하다.

새로운 아음속기가 등장하면 노쇠한 B-52는 안심하고 퇴역할 수 있다.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1950년대 보잉사가 전술핵폭격기로 설계한 B-52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하늘을 누빌 것이다. B-52는 대다수 현직 조종사들의 나이보다도 많지만 아직도 국방부의 군용 병기고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보카도로는 “마땅한 차세대 폭격기가 나타나려면 B-52가 여든 살쯤 먹었을 때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후속 폭격기는 레이더, 적외선, 가시광선을 막론하고 다양한 주파수에 노출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열추적 미사일을 교란시키기 위한 점멸 외판(外板), 적의 눈을 속이는 적극적 위장, 제로에 가까운 레이다 반사파는 모두 미래 폭격기가 갖춰야 할 중요한 구비 요건이다.

B-2와 F-117 같은 스텔스 기종을 탐지하기 위해 개발된 체코산 바이스태틱 레이더시스템은 이미 위 두 기종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라크는 이 시스템을 구입하기 위해 교섭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의 프로젝트 1.45를 필두로 다른 나라에서도 스스로 스텔스 기종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미 국방부는 스텔스 탐지 레이더 시스템 개발에도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B-52 후속기는 스텔스 기능뿐만 아니라 다량의 폭탄 적재 능력도 보유해야 한다. 융단 폭격으로 한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는 B-52가 적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를 군사전략가들은 잘 알고 있다.

걸프전 기간중 B-52가 나타나기만 해도 이라크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탱크를 버리고 도주했다. 그래서 “B-52의 명성에 부응하는 비행기를 설계하자니 이만저만 어렵지 않다”고 보카도로는 고민을 토로한다. 아음속 폭격기가 가장 먼저 만들어지겠지만 FSA는 초음속기와 극초음속기도 설계중이다. B-1B를 대체할 노스롭의 초음속기 시안은 F-22 랩터처럼 초음속 순항속도를 낼 수 있는 삼각형 날개를 가진 비행기다.

B-1B의 후속기는 핵무기를 적재할 수 있는 폭격기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신속하게 가동할 수 있으면서도 언제든지 공격 취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핵무기 공격시스템은 인도, 북한, 파키스탄을 비롯하여 핵보유국 대열에 새롭게 낀 많은 나라들에게 강한 견제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초음속 폭격기도 군사전략가들이 눈독들이는 기종이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갖지 못한 공격 취소, 목표 수정, 재사용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보카도로는 “공군은 폭격기와 ICBM의 혼성 편제를 항상 선호해왔다. 극초음속 폭격기는 미국 기지에서 안전하게 대기하다가 핵무기와 재래식무기를 싣고 불과 몇 시간 안에 세계 어느 지역으로든 출동하여 공습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에 미 공군은 전례없는 힘을 갖게 된다. 이 점은 전쟁 억지력으로 크게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국방부 전략가들은 2037년까지는 극초음속 폭격기를 배치하고 싶어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점장이들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항공기 제작사와 국방부 산하 연구소들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소재, 추진 장치 및 무기가 앞으로 20년 안에는 개발되리라는 전제 아래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 해 발표된 SR-71 블랙버드 경우처럼 극초음속기에 들어가는 요소의 상당 부분은 아직 발명조차 되지 않은 것들이다. 또 기존에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극초음속 폭격기의 설계 제작은 벅차긴 해도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NASA의 연구 덕분에 극초음속 비행 기술은 이미 장족의 발전을 했다.

노스롭이 내놓은 극초음속 폭격기 시안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공기 흡입식 설계 방식을 가지고 있다. 공군은 이런 초고속 폭격기로 전세계 어느 곳이든 몇 시간 안에 공격할 수 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해외 기지에 폭탄, 인력, 물자를 배치하지 않아도 된다.

거대한 서핑보드를 뒤집어놓은 듯한 모습을 지닌 노스롭 극초음속기는 ‘파도타기’ 개념을 적용했다. 파도타기란, 음속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모든 비행체가 유발하는 압축 공기의 충격파에 올라타는 것을 말한다. 노스롭 극초음속기는 날개 앞 가장자리로부터 아래 방향으로 충격파가 나올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비행체 하부에만 높은 압력이 가해진다. 극초음속기는 날개 밑 충격파를 누르면서 파도에 올라탄다. 항력에 비해 양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 극초음속기에는 램제트 엔진이나 스크램제트 엔진을 단다. 램제트 엔진은 비행기의 전진 속도에 의해 압축된 공기 속에서 연료를 연소시킨다(일반 제트 엔진의 경우 회전날개가 공기를 압축한다). 램제트 엔진은 마하 2에서 5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스크램제트(초음속 연소 램제트) 엔진은 엔진을 통과하는 기류가 초음속인 램제트 엔진이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마하 5에서 10까지 속도를 낸다.

이 두 엔진을 쓸 수 있으려면 극초음속 폭격기가 아주 높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종래에 쓰던 엔진을 이용해 적정 속도와 고도까지 도달한 다음 램제트나 스크램제트 엔진을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SR-71이나 XB-70 같은 초고속 기종처럼 파도타기 폭격기의 성패는 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하 5 이상으로 날면 엄청난 공기 마찰로 인해 동체가 가열된다. 추진 및 유도시스템, 무기시스템, 유압 및 연료시스템, 생명유지시스템 모두 수천도에 가까운 고온에서 원활하게 가동해야 한다. SR-71 설계진은 열흡수 역할을 하는 고인화점 연료를 개발해 열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다.

블랙버드 표피의 주름진 부분은 열에 의해 유발된 팽창에 대처할 수 있도록 약 30cm 정도의 수축과 팽창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설계진은 아울러 섭씨 320도가 넘는 순항속도 온도에서도 각 부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섭씨 4도의 저온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윤활유를 개발했다.

극초음속 폭격기의 열 관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액체 수소나 메탄처럼 영하 수천도까지 냉각시킬 수 있는 새로운 특수 연료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극초음속 폭격기는 우주왕복선과 벤처스타 프로그램에 쓰였던 특이한 세라믹 복합소재처럼 열에 잘 견디는 유연한 외피로 감싸야 한다. 조종실 창이 크면 발산된 열이 조종실 안으로 침투하므로 노스롭 극초음속기에는 이착륙시에만 사용되는 작은 기창만 뚫려 있다. 조종사는 외부 센서와 연결된 비디오 표시장치에 의존한다.

수소 연료를 쓰는 비행기는 오래 전부터 검토되었다. 1950년대 후반 록히드사는 수소 연료를 쓰는 스파이기(일명 선탠)의 개발 가능성을 극비리에 검토하다가 액체 수소를 처리하고 수송하며 관리하는데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포기했다.

극초음속 폭격기가 탄생되려면 이런 기본적인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또 하나 난관은 극초음속에서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무기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기존에 있던 폭탄투하실은 동체 하부가 상승면 역할을 하는 극초음속기에서 제 구실을 못한다. 노스롭그루먼사 설계진은 기체 후방의 긴 레일에서 폭탄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기투하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이것은 해군 함정에서 투하하는 폭뢰를 연상하면 된다.

무기 자체도 지금의 스마트폭탄보다 훨씬 ‘똑똑해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극초음속에서 스스로 표적을 정할 수 있는 능력, 표적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한다. 또한,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면서 이동 표적을 요리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시스템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과연 극초음속 폭격기에 소요되는 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차세대 폭격기를 개발한다면 어차피 천문학적으로 드는 비용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미 의회가 국민이 내는 혈세를 각각 10억달러씩 잡아먹는 F-22 랩터 프로그램과 B-2 폭격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속에서 극초음속 폭격기를 새로 개발한다는 것은 어쩌면 군사전략가들의 한낱 몽상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지 않은 미래에 B-52의 업그레이드 비용이 신형 폭격기 건조비에 육박할 듯하다. 잦은 고장으로 말썽을 일으켰던 B-1B는 공군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 폭격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B-2도 한물 가버린 스텔스 기술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래서 미국과학자연맹 존 파이크는 “기존에 있던 폭격기들이 모두 노후화 될 2030년 이후에는 새로운 폭격기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새로운 폭격기를 반드시 극초음속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극초음속 군용기의 현실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극초음속 폭격기 필요성도 증명되지 않았다. 전에도 B-58이나 B-70 같은 초고속 폭격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디자인이 세련된 것만 빼고는 결과는 실망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비용을 덜 잡아먹는 잠정적 대안도 검토중이다. 가령 새로 폭격기를 만들기보다는 보잉 747을 크루즈미사일 수송기로 전환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 달 말에 완성되는 미래형 폭격기 연구보고서가 새로운 폭격기의 전반적 틀을 잡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미래의 폭격기를 경제적으로 만들려면 지금 우리가 어떤 기술에 투자해야 할지 알아내는 게 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보카도로는 말한다.

미래에 나올 폭격기에는 조종사가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노스럽그루먼의 시안 중에는 무인글로벌타격기로 알려진 4대의 무인 아음속 폭격기도 들어가 있다. 이 폭격기들은 모기(母機)에 탑승한 조종사가 조종한다. 이 각본에 따르면 원격 조종되는 일련의 폭격기들이 탄탄한 방어망을 갖춘 적의 심장부를 단 한 명의 조종사 희생없이도 강타할 수 있다.

무인 폭격기라는 발상은 조종사 부족으로 애를 먹는 미 공군과 사상자 발생에 점점 과민해지는 미국 국민으로서는 귀가 번쩍 트이는 반가운 소리다. 그렇다면 실제로 B-3가 단독 폭격기 방식이 아닌 편대를 이루어 출격하게 될까? 이 물음 또한 앞으로 계속될 연구를 통해 공군이 해결해야 할 숱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유인 폭격기 개발 방안과 무인 폭격기 개발 방안을 동시에 모색하려고 한다. 앞으로 어떤 방안을 채택할지 아직 미지수”라고 미래공격기 프로그램 담당관 레이타 게이허트는 말한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FSA 연구의 일환으로 제출된 설계안을 급변하는 과학기술에 발맞추어 매년 평가하고 갱신할 예정이다.

개봉 박두 : 하이퍼-엑스
NASA의 하이퍼-엑스 프로그램 일환으로 개발된 기술이 극초음속 폭격기의 개발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이미 스크램제트 엔진에 대한 풍동(風洞) 시험을 마쳤으며, 지난 5월에는 3대의 시제기에 대한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

이 시제기 가운데 X-43A는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에 있는 NASA 드라이든 비행연구센터로 넘겨졌다. 3.6미터 크기의 무인기인 X-43A는 페가수스 보조추진로켓 위에 실리며, 페가수스는 다시 B-52로부터 공중 발사된다.

로켓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X-43A는 마하 7 속도로 공기역학 및 추진 실험을 한 다음 태평양에 떨어진다. 각각 마하 7과 10의 속도에서 실시되는 두 번의 실험도 나중에 추가될 것이다.

X-43A는 로켓 엔진을 장착하지 않고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에 도달하는 최초의 비행기가 될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기 흡입식 비행기는 NASA의 SR-71로 마하 3이 약간 넘는다.

하이퍼-엑스 시험 비행이 성공을 거두면 여기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극초음속 폭격기나 우주선 발사체와 같은 대형 엔진을 단 회수 가능한 비행체를 만들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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