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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the-Go Learning

청명하고 선선한 어느 날 오후, 캐티 피츠패트릭과 에린, 그리고 켈시 도노반은 매사추세츠주 허드슨에 위치한 팔리 초등학교 인근의 피클 연못에 모였다. 5학년 담당교사 켈리 로저스의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슬을 머금은 덤불 사이를 헤치며 학생들은 지난번에 왔을 때에 비해 초목들이 더 무성해졌으며, 홍차 빛을 띤 연못의 수위도 좀더 올라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학생들은 뭔가 공책에 적기도 하고, 수온을 비롯한 갖가지 상태를 예측해 보면서 연못 주변 모습을 스케치하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는 예전의 현장 학습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색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이 모든 작업은 그들이 들고 있는 스리콤사의 팜 파일럿 Ⅲ 컴퓨터를 사용하여 이루어진다는 것. 이들이 지금 입력하는 정보는 과거에 수집한 정보와 서로 비교, 분석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현장학습은 첨단 기술과 참신한 교육지침서를 접목시킨 것으로 과거 그 어느때보다도 학생들이 과학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요즘 교육 현장에서 쉽게 구경할 수 있는 모습이다. 로저스가 맡은 반들은 지난 3년간 콩코드협회에서 주최한 프로그램에 참가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교실처럼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거나 딱딱한 교과서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콩코드협회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위치한 비영리 교육 연구개발 단체로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띠고 전미과학재단과 교육부로부터 매년 4백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 협회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중에는 인터넷 수강 코스를 제공하는 가상 고등학교라는 것이 있는데, 전국에 있는 수많은 고등학교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또 교실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수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핸즈온피직스(Hands On Physics)와 바이오로지카(BioLogica)라는 쌍방향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기도 했다.
콩코드 협회에 소속된 교사나 연구원들은 학생 스스로 질문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현장 학습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과학자들의 연구 태도와 동일한 방식으로 학습에 임하게 된다. 또 옛날 방식의 과학수업을 통해서 얻을 수 없던 비판적 사고력과 이해력을 습득할 수도 있다. 콩코드협회의 교육과정 책임자 캐롤린 스타우트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교사의 역할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단지 학생들에게 답을 모두 알려주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몇 년간 미 교육부에서 행한 교육 정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온 것은 각 학교에 대한 최신기술 활용 지원책이었다. 교육부 장관 리처드 W. 릴리는 “올해 말까지 거의 모든 국내 학교들이 인터넷과 연결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비록 인터넷에 연결된다 해도 모든 교실들, 특히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지역까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데스크탑 컴퓨터 자체에도 기술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교실 안의 공간 확보도 쉽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컴퓨터 추가 구입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콩코드협회 회장이자 물리학자인 로버트 팅커도 “4학년 학생에게 400MHz의 CPU, 64MB의 램, 10GB짜리 하드디스크가 달린 컴퓨터가 꼭 필요한가”라며 의문을 표명하고 나섰다. 휴대형 컴퓨터라 하더라도 수메가 바이트의 저장 용량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학습을 수행하는데 충분하며,교실 수업이나 자료 분석시 호스트 컴퓨터에 손쉽게 연결하여 자료를 교환할 수 있고, 필기체 인식장치를 이용해 정보를 쉽게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팅커 회장은 데스크탑 컴퓨터 한 대당 가격은 최대 1,350달러이지만 팜탑의 경우는 13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팜탑 컴퓨터의 판매량은 1998년에 390만 개를 기록한 이후 계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어 팜탑이 모든 학생들의 필수품이 되어 대량 생산 시대가 도래한다면 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이라고 팅커는 예상한다.

시카고 인근 올랜드 공원에 있는 고교 통합 학군 230지구의 세 곳의 고등학교는 팅커의 예상에 발맞춰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지난 9월, 콩코드협회에서 제시한 기획안을 교육현장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3,000여 개의 팜 Ⅲ 기종을 교육 현장의 필수 도구로 이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교과과정에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이 최초의 시도에 55명의 교사들이 자원했다.

이들은 현재 해당 지구에 속한 9학년부터 12학년에 이르는 7,300명의 학생 중 3분의 1이 넘는 학생들과 실험 학습에 임하게 된다. 과학과 수학은 물론 언어, 사회, 그리고 체육 과목도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물론, 기술과 교육이 늘 찰떡궁합처럼 잘 맞아 떨어져 오기만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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