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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모자브 사막에 울려 퍼지는 우렁찬 굉음이 마치 1950년대와 60년대를 연상시킨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보잉, 록히드마틴 두 회사의 시제기(試製機)가 에드워드 공군 기지에서 나란히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두 비행기들이 달고 있는 명칭은 바로 누구나 탐내는 X 시리즈. 바로 최초의 초음속기였던 척예거의 X-1과 로켓 엔진을 달고 시속 7,200km의 속도를 냈던 X-15 같은 자랑스러운 선조의 후광 때문이다.

NASA와 미 공군,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오는 2003년 말까지 7대의 신형 X기를 하늘에 띄울 예정이다. 1944년 이후 ‘실험(experiment)’을 뜻하는 X라는 기호를 달았던 비행기의 3분의 1이 현재 비행중이거나 제작 중에 있다.

X기의 제작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X-1과 X-15은 누구나 알지만 벨 X-2나 X-19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벨 X-2는 2대가 제작됐는데 모두 치명적 고장을 일으켜 추락했다. 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특이한 모양의 X-19는 육중한 무게를 극복할 만한 양력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해 이륙 한번 못해보고 제작이 중단되었다.

그래도 이런 실패는 감수할 만하다. 본격 개발이 시작된 지 5년 뒤에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발견되어 폐기 처분해야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보잉의 X-32와 록히드마틴의 X-35는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두 건의 대형 차세대 X기 개발 사업이다. 두 회사는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 거기다가 영국 해군도 공유하게 될 합동공격전투기(JSF)의 시제기를 미 국방부의 발주로 제작하고 있다. X-32와 X-35는 이미 작년 가을 1차 비행을 마친 상태.

전투기 시제기는 보통 X기로 부르지 않지만 X-32와 X-35는 단거리이륙 및 수직착륙, 일명 ‘STOVL(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이라는 기능을 초음속기에 구현하는 위험 부담이 큰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해병대는 아음속기 AV-8 해리어처럼 소형 함정이나 360m밖에 안 되는 도로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전투기를 원한다.

전투기가 정지 비행과 수직 착륙을 할 수 있으려면 엔진 추력을 90° 꺾어 비행기의 무게 중심을 관통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전투기는 엔진 배기관이 무게 중심과는 거리가 먼 꼬리부분에 달려 있다. 따라서 수직 추력의 중심을 앞으로 옮겨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추력을 증폭시키는 재연소장치는 쓸 수가 없다. 고온, 고속의 배기 가스가 콘크리트를 파괴하고 아스팔트를 녹이기 때문. 더욱이 고온의 가스가 엔진 흡기구로 들어가면 엔진이 과열되어 제 힘을 못 낸다.

또 전투기의 일반 조종장치는 정지 비행에서는 무용지물이어서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려면 별개의 조종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하면서도 일반 공군 기지에서 JSF를 운행할 공군과 항공모함에서 운행할 해군의 구미에 맞게끔 전투기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X-32와 X-35의 설계 방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보잉의 X-32는 모양은 특이하게 생겼지만 단순한 제트-리프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록히드마틴의 X-35는 겉만 봐서는 이 회사가 만든 F-22 랩터와 흡사하다. 하지만 기체 내부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X-32는 엔진 후미에 한 쌍의 회전식 제트-리프트 노즐이 부착되어 있다. 따라서 엔진을 기체 전방에 설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1940년대 이후로 엔진을 전방에 단 전투기는 한 대도 없었다.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전투기 엔진(F-22에 장착된 프랫앤휘트니사의 F119의 변종)을 단다 하더라도 960km의 전투 반경에 필요한 연료와 무기를 잔뜩 싣고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든다는 것은 이만저만 까다롭지 않다.

그래서 보잉의 X-32는 구조 하중의 대부분을 감당하면서 9,000kg의 연료를 실을 수 있는 두꺼운 일체형 날개를 도입했다. 조종실과 짧은 기수 밑에는 초당 180kg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엔진 흡기구가 달려 있다. 날개 하단의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동체에는 엔진과 무기실이 얹혀 있다. STOVL 비행 상태에서 날개는 동체 밖으로 3m밖에 튀어나오지 않기 때문에 영국 해군의 소형 항공모함에도 이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다.

보잉 설계진이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은 무게와 성능을 조화시키는 작업. 비행기의 중량이 너무 무겁거나 제트 조종 시스템이 예상보다 더 큰 힘을 요구하거나 또는 추력 편향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는 수직 착륙이 어려워진다.

록히드마틴 X-35의 엔진은 일반 전투기처럼 꼬리부분에 달려 있다. STOVL 비행 상태에서는 조종실 뒤의 이중 회전문이 커다란 리프트 팬을 가리게된다. 축과 클러치, 기어시스템은 팬을 엔진의 저압 축으로 연결시킨다. 엔진에는 러시아 기술을 토대로 설계한 편향 노즐과 팬 공기를 날개의 포트로 유입시키는 한 쌍의 롤-제어 관이 부착되어 있다. 축에 의해 회전하는 팬은 정지 비행 상태에서 동력의 절반 가량을 전방으로 보낸다. 그러면 엔진으로 흘러드는 공기가 갑절로 늘면서 수직 추력은 44% 증가하는 반면 배기 가스의 속도와 온도는 떨어진다. 양력 시스템의 성능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데, 엔진과 팬 사이의 동력전달장치는 무려 27,000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이는 이지스급 미사일 순양함의 추진력과 맞먹는 힘이다.

X-32와 X-35 모두 전진 비행에서 정지 비행으로 전환할 때 열리고 닫히는 도어를 갖고 있다. 도어가 완벽하게 닫히지 않아 틈새가 생기면 전투기의 스텔스 기능에 차질이 빚어지지만 조종사는 이것을 알 도리가 없다. 함정으로 귀환할 때 STOVL 시스템 중 어느 일부분이라도 고장나거나 문이 말을 안 듣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인근 지역에 마땅히 착륙할 만한 육상 기지가 없을 경우 조종사는 비상 탈출할 수밖에 없다.

이 전투기 선정 사업에 두 항공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국방부는 오는 2008년부터 모두 3천대의 전투기를 구입할 예정이며 이와는 별도로 2천대의 해외 수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이 개발 계획 말고는 새로운 전투기 사업으로 가시화된 것은 아직 없다. 승자는 장기 부품 지원비를 포함하여 최대 1조 달러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패자는 전투기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다.X-32와 X-35의 시험 비행은 기종 선정을 위한 ‘성능 비교 비행’이 아니다. 비행 속도와 급회전 성능이 뛰어나다고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보잉은 X-32의 초음속 비행 가능성조차 밝히지 않았다. 대신 두 회사는 자사 전투기의 성능 스펙을 밀봉한 봉투에 담아 국방부에 제출했다. 국방부는 두 회사의 전투기가 컴퓨터 모델이 예측한 대로 비행하는지만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국방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해당 전투기가 과연 선전한 대로 작동하는지에 있다.

JSF 시제기는 작년 11월 말 처음으로 한자리에 공개되었다. 보잉은 에드워드 공군기지의 22번 활주로에 항공모함의 갑판 모양으로 선을 그려놓고 잇따라 실시한 모의 착륙 비행을 거의 마친 상태였다. 록히드마틴은 첫 비행에서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냈고 다음날에는 음속을 돌파했다. 비행을 마치고 내려온 조종사들은 손을 흔들며 비행기의 성능을 격찬했다. 그러나 11월 말의 시험 비행은 앞으로 실시될 STOVL 시험 비행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였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다.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시제기는 비틀즈가 함부르크의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던 시절에 제작된 해리어 STOVL 전투기와 기술적으로 현격하게 다르다. 해리어 조종사는 스틱과 방향타 페달, 스로틀, 제트-노즐-각도 조절장치를 가지고 혼자 힘으로 비행기를 몰아야 했다. JSF에서는 조종사가 목적지를 컴퓨터에 지시하면 컴퓨터가 추력과 노즐 편향 각도, 제트 및 공력제어장치를 적절히 배합하여 임무를 수행한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한 설계자는 비행 결과가 ‘예측불허’라고 고백한다. 아무리 시험 비행을 하고 모의 비행을 해도 결국 실제 상황에서는 비행기가 감속에 들어가 공기역학이론의 적용이 불가능한 정지 비행상태로 들어간다. 이 상태가 되면 매초 1톤에 가까운 뜨거운 배기 가스를 내뿜으면서 지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비행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어떤 비행기도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며 고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일단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수습이 불가능하다.

프랫앤휘트니의 프로그램 매니저 밥 시는 두 시제기의 엔진 추진 시험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막대한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는 “소프트웨어의 모듈 하나 하나를 점검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경로를 확인하는 등 모든 작업에 신중을 기했다”고 말했다. 두 대의 X기는 STOVL 모드로 비행에 들어가기 전 다양한 지상 시험을 거치게 된다. 자유비행 조건에 근접시키기 위해 뜨거운 가스가 퍼부어질 깊은 구덩이를 판 다음 강철 격자를 얹고 그 위에 비행기를 놓는 실험도 있다. 시험 결과는 정교한 비행 시뮬레이터로 입력된다. 두 JSF 팀에는 각각 3명의 STOVL 조종사가 있다. 그들은 시뮬레이터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보잉은 시험을 위해 STOVL 시제기를 매릴랜드주 퍼턱슨트 리버에 있는 해군 비행시험센터로 보낼 예정이다. 에드워드 공군기지와는 달리 이곳의 고도는 해발 0m에 가깝다. 덕분에 보잉은 수백-수천 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감속 전환’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정도 높이면 엔진이 비행기의 중량을 견딜 수 있는 추력을 낼만큼 공기 밀도가 높다. 뿐만 아니라 불상사가 생겨도 만회할 수 있는 고도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시험에서도 배기 가스와 지상면의 상호 작용을 모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JSF 설계진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모두 강구했다. 그러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또다른 시제기를 준비해왔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 두 항공기 제작사 모두 약간의 수정을 거쳐 STOVL 기능을 장착할 수 있는 일반 시제기와 STOVL 전문 시제기를 동시에 제작했다. 앞날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수: 한국 항공대학교 장영근 교수>

미래의 전투영역 - 우주
미 공군의 군사 우주비행기 개발 계획은 하나의 모델을 놓고 세 가지 종류의 X기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두 가지는 비밀에 싸여 있는 반면, 우주작전기(SMV)라고 불리는 가장 복잡한 프로젝트는 공개되어 있다. SMV는 첩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신속대응 정찰기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 작전에 위협을 가하는 우주선을 탐색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파괴할 수도 있다.

SMV는 자체 로켓 엔진으로 비행 궤도로 올라간다. 여분의 연료를 싣고 가기 때문에 나중에 궤도의 높이와 경로를 바꿀 수도 있다. SMV는 또 태양발전시스템도 장착하고 있다. 따라서 최대 1년까지 우주 궤도에 머무를 수 있다. 임무가 끝나면 비행기처럼 지상으로 착륙한다. 1997년 보잉은 X-40A라 불리는 소형 SMV 시험기를 제작한 뒤 헬리콥터에서 투하하여 자동착륙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실험했다. 1998년 NASA는 SMV를 차세대 X기로 선정하고 X-37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무게 5,400kg, 길이 8m가 조금 넘는 X-37은 올 가을 첫 시험 비행에 들어간다. 2002년에는 지구 저궤도 상에서 우주왕복선으로부터 발사한다는 계획도 있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X-41과 X-42은 공군이 별도로 추진하는 우주기 개발 사업에 배정됐다. X-41은 극초음속 정밀 유도 활공 무기, 일명 공통공중기(CAV)다. 우주기나 미니트맨 로켓으로 발사되는 CAV는 중량 450kg에 19,200km의 항속거리를 자랑하며 90분 안에 세계 어느 지역에든 도착할 수 있다. X-42는 궤도진입기라는 저예산 사업이며 무게 900∼1,800kg 사이의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비행기다.

차세대 우주왕복선
NASA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아주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재사용 가능한 우주 발사체로 제작된 록히드마틴의 X-33은 1999년 시험 비행을 마치고 금년부터는 록히드마틴이 협력사들과 함께 ‘벤처스타’라는 정식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기로 본래 계획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X-33은 아직 지상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 구조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액화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쓰는 1단 발사체의 무게는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무게의 10분의 1을 넘으면 안 된다. 그래야 탑재체를 궤도까지 진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게가 10kg인 자전거에 체중이 100kg인 사람이 올라탄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X-33은 액화수소 연료 탱크에 가벼운 복합재료를 사용하여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이 복합재료 탱크는 막상 시험 단계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NASA와 록히드마틴은 작년 9월 알루미늄 탱크로 바꾸기로 결정했으며 오는 2003년에야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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