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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한국과학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고 과학기술부와 한국방송공사(KBS)가 후원하는 4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제 49회)은 ‘당뇨병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현철(李眩澈·51)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교수에게는 상패와 트로피, 그리고 1,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세계 최초 당뇨병 완치 실마리 찾아
당뇨병은 현재 세계적으로 1억 2,0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10년 후에는 2억5,000만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당뇨병 치료에 소요되는 치료비만도 1,000억 달러. 당뇨병 치료는 환자의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 합병증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을 먹거나 인슐린 주사, 다른 사람의 췌장이식 등의 치료법이 등장했으나, 이런 치료법들은 불편한데다 부작용이 많았고 당뇨병 합병증이 나타나는 것을 늦추는 효과밖에 거둘 수가 없었다.

당뇨병성 만성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당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 이현철 교수는 혈중 포도당에 의해 인슐린유사체 (인슐린과 같은 기능을 하는 물질) 분비를 자동 조절하는 ‘인슐린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 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한번 치료로 당뇨병 완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현재 종전의 유전자치료법의 한계를 극복, 당뇨병 유전자 치료의 신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는 이 교수의 연구결과를 지난해 말 국내 의학분야에서 처음으로 비중 있는 논문(News and View)으로 다뤘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심사위원들은 이 교수가 개발한 인슐린 유전자 치료법은 학문적으로는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우리나라가 21세기 생명공학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 ‘비중있는 논문’ 평가
“환자의 아픔이 얼마나 큰가를 아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쾌거다”
이현철 교수가 세계 최초로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을 때 주위 사람들이 한결같이 그에게 건넨 말이다. 이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20년간 그것도 매일 수십 명의 환자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그에게 당뇨병은 ‘인류 최악의 질병’이었다.

“정말 가슴을 아프게 한 환자가 있었어요. 결혼을 며칠 앞둔 젊은 신부였는데 그녀가 당뇨병 환자라는 것이 시댁 식구들에게 알려져 파혼을 당했고, 결국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어요. 이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당뇨병 때문에 결혼하거나 임신하는 것조차 꺼리는 젊은 여성들이 많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환자들의 아픔은 남의 것이 아니다. 이 교수는 아픔을 함께 한다. 그는 현재 당뇨병 환자들의 모임인 ‘늘 푸른회’의 고문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돕고 있다. 얼마 전 ‘21세기 당뇨병 예방과 치료’라는 책을 펴낸 그는 수익금을 ‘늘 푸른회’에 기부키로 했다.



이현철 교수는 세계 최초로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바로 인슐린 유전자 치료법. 망가져 제 기능을 못하는 췌장을 대신해 간을 이용, 인슐린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인슐린 유도체를 분비토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획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전의 유전자 치료법과는 달리 인슐린 분비를 자동 조절한다는 점이다. 종전의 유전자 치료법으로는 인슐린 분비를 조절할 수가 없다.

“공동연구로 시너지효과”
인슐린 주사는 번거로운데다 몸에 흉터를 남긴다. 췌장 이식은 장기를 공여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든데다 평생 면역 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인슐린 유전자 치료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혈당을 스스로 감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은 개발되지 못했다. “인슐린 유도체에 신체 혈당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일종의 센서를 달았어요. 촉진인자(Promoter)가 바로 센서 역할을 하죠.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한번의 치료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췌장이식 수술과 인슐린 주사, 유전자 조작 등의 치료법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모두 해결했다고 설명한다. 당뇨병 연구의 세계적인 대가인 미국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의 제럴드 올레푸스키 교수는 “이 연구는 동물실험단계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의학의 기초 연구가 어떻게 임상으로 발전하게 되는지를 잘 알게 하는 논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교수가 이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공동 연구’때문. 같은 의과대학의 이수진 박사(당시 박사과정), 생화학교실 김경섭 교수, 내분비 연구소 신항철 교수가 힘을 모았다. 임상분야에 강한 이 교수와 유전자 조작에 능한 생화학이 만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봤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

연구인력, 장비에 투자늘려야
그는 공동 연구의 엄청난 힘을 실감했다. 그래서 현재 인슐린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과학기술자들도 선진국처럼 공동 연구그룹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과학기술은 한 명의 똑똑한 과학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한 집착과 이기심을 버리고 분야를 떠나 서로 힘을 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른 나라와 경쟁해도 승산이 있죠”

그는 우리나라가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내고도 선진국보다 늦게 실용화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특히 유명 다국적 기업에서 기술을 팔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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