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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 Cowboy

1963년 미국의 어느 전문치료 병원. 6명의 환자들은 혈류를 막는 산성 물질 등의 노폐물이 몸 안에 쌓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제 환자들의 신장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인공투석을 하기엔 아직 이른 단계였고, 장기 기증이 보편화되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환자들이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죽음이 급박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당시 케이스 림츠마는 장기이식담당 집도의였다. 평소 대담한 성격으로 환자 한명 한명을 성심껏 돌보았던 그는 이 대안 치료법을 찾는데 골몰했다.
마침, 가까운 친인척간에 이루어지는 장기 이식 수술이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사이에 이루어지는 장기이식 수술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막 발표될 즈음이었다.

현재 75살인 림츠마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한다.“당시에는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환자가 매우 적었죠. 게다가 몇 명 안 되는 환자들은 가만히 앉아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침팬지 신장을 환자에게 이식해보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언뜻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그러나 침팬지의 신장이 생물학적으로 사람의 장기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들어, 동료들은 결국 림츠마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같은 해, 닥터 림츠마가 이끄는 외과 의사팀은 뉴올리언즈의 튤래인 대학 메디켈 센터에서 침팬지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다. 죽음만 기다리던 6명의 환자들은 모두 살았으며, 이 중 한 명은 다소 회복이 늦긴 했으나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이에 고무된 의사들은 다른 6명의 환자에게 개코원숭이의 신장 이식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이식 받은 12명의 환자가 2년 안에 모두 사망했다.

림츠마는 장기이식 환자가 비록 모두 사망하긴 했지만 “어떤 환자는 다른 환자에 비해 9개월이나 더 오래 사는 등 드러난 결과는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림츠마는 연구 의욕을 잃었다. “그때만 해도 사람 간에 주고받는 장기 이식 수술이 실패할 확률은 절반이 넘었어요. 그래서 동물과 인간 간에 이루어지는 장기 이식 수술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죠. 이런 이유로 임상 연구를 그만뒀습니다.”
이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사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의사들은 다시 동물의 장기 이식 쪽으로 눈을 돌린다.

좀더 발달한 사람의 면역체계 관련 연구 결과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습득한 의사들은 동물-사람 간 장기 이식 수술인‘이형이식(xenotransplantation)’이 예전보다 훨씬 성공 확률이 높다고 확신했다. 연구진은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체계가 장기 이식 수술의 실패 원인이므로 이를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 한발 더 가까이 접근했다. 60년대 의사들은 혈액 속에 든 세포 중 어떤 세포가 이식된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하는지는 알아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반면, 오늘날의 연구진들은 혈액 속을 돌아다니며 이질적인 조직을 파괴시키는 몇 가지 형태의 세포를 발견, 특정 단백질의 거부 반응을 막는 강력한 약물들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개발된 일련의 약물은 환자 치료에 매우 효과가 좋다. 실제로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시의 마요 클리닉을 포함, 상당수의 의료센터들은 장기이식 환자들의 95%가 최소 1년 동안은 정상인처럼 건강하게 살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약효는 20년 전보다도 두 배나 향상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장기 이식 수술이 점차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묘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즉, 과거에는 장기 이식 기술이 낙후돼 죽었으나 근래에는 장기를 기증할 사람에 비해 기증 받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늘어나 시기를 놓쳐 죽는 환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결국, 기술 발달과는 상관 없이 이래 저래 환자들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장기이식공동협의회’에서는 장기 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윤리적인 잣대와 논리적 근거를 들어 장기이식 대상에서 영장류를 제외시켰다. 영장류는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증가하는 장기 수요자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장 최선의 장기 기증 동물로는 돼지가 꼽히고 있다. 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장기와 거의 같은 크기로 한번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데다가 이미 식용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돼지는 영장류에 비해 사람과는 거리가 조금 멀다. 돼지 장기는 수혜자의 면역세포들이 장기를 감싸면서 혈액공급을 막기 때문에, 환자는 돼지 장기를 이식 받자마자 몇 분 안에 말 그대로 질식해 죽는다. 이를‘과도한 급성거부반응’이라 부르는데 장기이식한 지 최소 수분 이내에서 24시간 안에 발생한다. 일단 발생한 급성거부반응은 막을 길이 아직 없으므로 연구진은 현재 발병 자체를 막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사람 몸에 이식한 돼지 장기를 면역체계로부터 보호하는 방법도 강구중이다.

현재까지 가장 진전된 방법은‘유전자 조작’이다.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기업인 넥스트란의 연구원들은 이식한 돼지 장기를 인간의 면역체계로부터 보호하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돼지를 유전자 조작 과정을 통해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몸 안에 생성된 단백질은 인체 안에 이식한 장기 표면에 자리잡고 인간세포의 인식표로 작용한다. 이 인식표를 ‘인식’한 면역세포들은 이식된 조직을‘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 넥스트란사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인간 유전자를 보유한 돼지를 만들도록 허가 받은 유일한 회사다. 이 회사 연구원들은 돼지나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장기가 영장류에게 이식했을 때 곧바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유전자 조작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일부분의 문제만 해결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영장류가 유전적으로 조작한 돼지 장기에 의존할 수 있었던 기간은 최장 70일 정도다. 그 후에는 과도한 급성거부반응이라 하기에는 형태가 다른 세포 구조를 포함한 급성장기거부반응이 일어났다. 현재 급성거부반응을 막는 여러 종류의 약이 나와 있으나 돼지 장기에도 효력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식된 장기를 체내에 보유하고 좀더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마요 클리닉의 장기 이식담당의인 제프리 플랫은 “사람의 혈액에서 돼지의 조직을 공격하는 특정 단백질이 발견됐다”며, “현재 이 단백질을 장기 수혜자의 혈액에서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은 돼지 장기를 이식 받은 사람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생명을 과연 얼마까지 연장시켜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람에게 이식 받은 장기조차도 이식한 후 빠르게는 최초 1년 안에 기능이 멈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오마하 주에 있는 네브라스카 대학병원 장기이식 센터의 윌리암 비쇼너는 면역체계가 형성될 즈음의 돼지 몸 안에 있는 태아에게 환자가 지닌 골수세포를 주입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새끼 돼지가 태어나면 새끼의 세포 일부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할 예정인데, 돼지와 환자의 장기는 똑같은 세포를 갖게 돼 환자의 면역체계가 이식된 장기를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이를‘내성(耐性)’이라 하며 내성을 통해 면역체계는 다시 반복 교육되는 것이다.

닥터 비쇼너는“돼지에서 양에게 이식한 심장의 초기 연구는 희망적”이라 말한다. 비쇼너가 하고 있는 비슷한 연구를 메사추세츠 주의 찰스타운에 있는 바이오 트랜스플랜트사도 진행중이다. 이 회사는 환자가 이식 받은 돼지 장기가 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환자와 돼지 골수의 혼합물로 환자의 전체 면역체계를 대치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돼지의 장기이식수술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연구진들은 2∼3년 후면 가능할 것이라 예상한다.

일단 돼지 장기는 적합한 장기가 나타날 때까지 수혜를 기다리는 환자에게 임시 방편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면된 문제는 이것이다. 즉, 수혜자인 환자가 장기를 이식 받은 후 과연 건강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는가. 1997년 연구진은 돼지 장기에서‘PERV(porcine endogenous retrovirus: 돼지의 내생적인 역바이러스)’라 불리는 병원체를 발견한 적이 있다. 이 병원체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조건에서는 인간의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형이식이 유행병의 유발하는지에 관해 조사하면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이 병원체의 실험을 금지시켰다. 다만 FDA는 살아남을 가망이 거의 없는 극소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형이식을 받을 수 있게 허가했다. 사람에게 주입한 돼지의 태아세포는 파킨슨씨병 치료를 위한 것으로, 돼지의 간은 사람의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체외에서 혈액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는 어느 누구도 PERV나 다른 돼지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 감염여부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모든 연구결과가 희망적임에도 불구, 장기이식 담당의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의사들은 이형이식이 실용화하기 전에 폐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네소타주 마요 클리닉의 장기이식과장인 닥터 뮬리건은 “돼지의 간은 사람의 단백질 중 일부를 신진대사로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유전자 조작과 내성을 유발하는 기술로도 문제의 해결이 되는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처음에 돼지 장기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사람이 두번째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도 없다.

의사들은 인간의 장기만으로도 수요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뮬리건은 실제로“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의 모든 장기이식이 가능할 것”이라 밝혔다. 지금은 장기기증자의 나이와 질병 조건 때문에 그대로 버려지는 장기들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뮬리건은 장기이식공동협의회가 앞으로 “교육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아직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장기 기증을 부탁 받은 사람 중 49%만이 긍정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도 뮬리건의 견해에 일부 동의한다. 플랫은 “장기가 필요한 모든 환자가 가까운 친척으로부터 장기 기증을 받는다거나 거부반응을 줄이며 장기를 보호하는 약이 나온다면 현재보다 30%까지 장기조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이식문제는 미국이외의 나라들에서 더 심각하다. 일본이나 인도에서는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장기이식률이 상당히 저조하다.

림츠마는 그러나 “심장 등의 경우 기계적인 장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활발한 장기기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림츠마는 장기이식이 성공하면서 장기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림츠마는 한국전쟁 당시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많은 수술을 하면서 장기이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래로 장기이식의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는 이 분야의 개척자가 되었다. 한때 유명했던 TV시리즈물 ‘MASH’의 호크아이 피어스라는 인물은 림츠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현재 그는 뉴욕 장로교회 병원의 콜럼비아 장로센터에서 장기이식분야를 연구하고 보건위생정책에 대한 연구도 겸하고 있다. 그는“장기이식 대상이 돼지가 될 지 아니면 다른 동물이 될 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전망한다. 장기이식 분야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로 연구진들은 그동안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어왔다. 그러나 림츠마는 처음에 장기이식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현재까지 이형간의 이식이 효과적이라 주장한다.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해줄 장기이식. 지금 장기이식은 어딘지 모를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 목적지가 분명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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