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THE Big Dig

보스톤의 운전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하루 4시간씩 이미 최악의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2010년에는 꼬박 16시간으로 교통체증이 늘어나고 보스톤 일대의 일상활동과 상거래는 마비될 것이다.이런 상황은 이미 12년 전에 예측되었었다. 하지만 현재 보스톤 전지역에서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안전모를 쓴 5천 명의 사람들이 도로 건설 작업을 하는 가운데 노출된 대들보와 깊이 굴착된 구멍들이 도심 곳곳에서 눈에 띈다. 미국 역사상 규모와 정밀도, 비용면에서 최대인 이 프로젝트는 그냥 빅딕(the Big Dig)으로만 알려져 있다.

이 도로 및 터널 공사는 1994년에 80억 달러로 책정되었던 공사비가 현재 140억 달러로 늘어났고, 당초 공기를 15년으로 계획했었지만 2004년에는 완공 예정으로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공사관리소장인 마이클 루이스는 말한다. 빅딕 공사가 이미 2/3 정도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런 낙관적인 예상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적절한 이유는 올 봄에 가장 어려운 포트 포인트 해협의 수중횡단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기술적인 주요 난제들이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3년 전 밤을 지새며 개발한 독자적인 기술이 이제 결실을 보고 있다”고 루이스는 말한다. 프로젝트 규모를 고려해 보면 철야 작업도 감행해야 했을 만큼 어려운 이유를 납득할 만하다. 빅딕 프로젝트에는 크게 두 가지 핵심 부분이 있다. 첫째는 도심을 관통하는 6.4km의 93번 주간(州間)고가고속도로 (I-93)를 지하도로화 하면서 지역에 따라 4차선에서 최대 10차선까지 도로폭을 확장하는 것이다. 둘째는 90번 주간고속도로 (I-90)를 연장하여 5.7km 터널을 지나 로간 공항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이 공정에는 수중횡단 구간이 두 곳 있다. 이 두 가지 외에도 찰스 강 위에 광폭 교량을 건설하고 기존 낡은 교량을 철거하는 공사가 있다. 이런 대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장 경이로운 점은 단 1분도 시내 교통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건설현장이 100년 전 보스톤 내항을 매립한 지역으로 토질이 아주 무른 지역이었다. 그래서 공사초기부터 기술진들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신공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연약 지반은 해변의 모래와 같아서 구멍을 파면 측벽이 바로 무너져 내렸다. 그 해결책으로 유럽의 슬러리 공법이 사용되었다.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공법으로 우선 지면에서 약 37미터 아래의 기반암까지 깊고 좁은 도랑을 지면에서 파내려 간 다음 흙을 제거한 후 진흙과 물로 된 액상 혼합물을 펌프를통해 도랑에 채워 넣는 것이다. 이 혼합물은 벽의 함몰을 방지할 정도로 무겁다.

그런 다음 거대한 강화 강철빔을 도랑에 넣고, 벽과 철빔 사이의 틈에 콘크리트를 채워 넣어 슬러리를 대체하는 것이다. 슬러리는 제거 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벽이 굳으면 흙을 제거한 후 철제 버팀목을 수평으로 놓아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도로 상판을 만든다. 도로를 만들고 터널 모양이 잡히면 마지막으로 수평 버팀목을 제거한다.

빅딕 프로젝트 내내 슬러리 벽 공법을 사용해 왔지만 올 봄에 가장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I-93 고가고속도로의 전체 하중을 슬러리 벽 안에 설치한 철제 빔으로 이전하는 공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교통 통제를 전혀 하지 않고도 67줄의 고가교각을 제거하고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 공사가 바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알려지지 않은 불가사의한 작업이었다"라고 루이스는 말한다. 이 공사 이후 I-93 고가고속도로 아래의 터널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I-93 고속도로 수중횡단 공사도 감탄할 만한 것이었다.

첫 번째 횡단 공사는 로간 공항으로 연결되는 테드 윌리엄스 터널로 1995년에 완공되었고, 기존에 우수성이 입증된 공법을 사용한 비교적 수월한 공사였다. 길이 97m, 높이 25m, 넓이 12m, 무게 7,500톤의 강철관 10여 개를 보스톤 항구의 수중에 정확히 일렬로 내려놓고 연결하였다. 이 작업엔 컴퓨터와 GPS 네비게이션 위성, 레이저 측정기구가 동원되어 정확하게 공사가 진행되도록 세심한 주의가 기울여졌다.

반면 폭 120m의 포트 포인트 해협을 가로지르는 두 번째 수중횡단 공사는 프로젝트 전체가 거의 철회될 위기에 처했을 만큼 난공사였다. 바다로 이어지는 지역의 토질이 너무 물러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땅을 팔 수가 없었고 슬러리 공법도 이번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더군다나 서쪽 끝에서는 철도기지 역의 기차 교량 아래를 통과하면서도 절대로 철도 서비스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포트 포인트 해협은 수세기 전 영국이 선박 통행세 징수 장소로 이용했던 곳으로 전체 빅딕 프로젝트의 축소판으로 모든 문제가 노출되었다. 기존 건축공법을 사용했더라면 프로젝트 총 경비보다도 수십억 달러가 추가로 소요되고 공사기간도 몇 년 더 걸렸을 것이다. 결국 빅딕 프로젝트에 도입된 신기술들을 총동원하고서야 해협 수중횡단에 성공했다.

우선 해협과 연결된 지역의 토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진들은 매립지 건축에 오랜 경험을 축적한 일본의 토양혼합기술을 도입해 변형하기로 했다. 염화칼슘이 함유된 해수와 물을 흙에 섞어 토질 강도를 높였다. 이 기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아무도 낙관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토양혼합공법은 미국에서는 아직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결과 실제 측정된 강도는 기대치 보다 훨씬 높았다”고 루이스는 회고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철도기지역과 그 교량 밑을 지나는 터널을 뚫는 일이었다. 이번에도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 냈는데 유럽에서 도입한 이 공법은 길이 22.5m의 파이프를 대량으로 늘어놓는 방법이었다.

터널 재킹이라는 기술은 넓이 24m, 높이 9m로 앞이 터진 거대한 콘크리트 슈박스(shoebox)를 진흙 속으로 밀어 넣고 이 슈박스 앞에 토질이 불안정하면 즉시 그 부분을 위에서부터 냉각제로 얼려 버린 다음 광산용 로드 헤더(road header)라는 드릴로 1.5m 전방의 흙을 잘라내는 방법이다.

로드 헤더 작업이 끝나면 즉시 슈박스의 반대편 끝에서의 작업이 시작된다. 버팀목으로 콘크리트 벽을 지지하면서 슈박스를 1.5m 전방으로 전진시킨 후 간격재를 새로 생긴 공간에 채운다. 이런 공정을 반복해 철도기지역과 교량 아래를 통과했다.
한편, 포트 포인트 해협 바닥을 지나는 공사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1916년에 건설된 지하철 노선인 레드 라인이 해협 밑을 통과하면서 매일 10만 명의 승객을 수송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수중 유개교량을 만든 것이다”라고 I-90 고속도로 건설 담당자이자 이 해협횡단공사 감독인 마이클 버투린이 말한다.

포트 포인트 해협 수중 터널 공사는 터널을 받쳐 줄 110개의 콘크리트 기둥을 레드 라인 터널 부근의 기반암에 박아 넣으면서 시작되었다. 전체 터널은 여러 개의 터널 부분(터널 섹션)으로 나뉘어 제작되었는데 각 섹션들은 사우스 보스톤 쪽의 작업 현장에 있는 주조소 (casting basin)에서 제작되었다. 이 주조소 규모는 항공모함이 정박할 정도의 대형 규모로 사우스 보스톤 쪽 해협에 설립되었다. 전체 터널 건설에는 모두 6개의 터널 섹션이 필요했지만 한 번에 4개까지만 만들 수 있었다. 4 개의 터널 섹션이 먼저 완성되자 주조소를 물로 채워 띄운 후 해협 쪽으로 운반했다. 용적 톤수로 보면 네모난 섹션을 물에 띄우는 일은 선박을 진수하는 것과 같다. 가장 큰 터널 섹션은 길이 124 m, 높이 8.1m, 무게 5만 톤으로 6개의 섹션을 모두 합하면 9차선 도로가 생기는 것이다.

초봄까지 나머지 두 섹션도 완성되어 해협에 진수가 되었다. 각 섹션을 조정하여 레드 라인 터널의 1.8m 위에 지정된 기둥에 정확히 내려놓았다. 이렇게 포트 포인트 해협 횡단 공사는 빅딕의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횡단공사가 완료되면서 빅딕 프로젝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준공식 준비가 시작되었다. 찰스 리버 강에 놓일 레오나르드 P. 재킴 벙커 힐 대교는 보스톤의 상징 건축물이 될 것이다. 이 다리는 세계 최대의 비대칭 사장교로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 ("빅딕의 상징" 참조).

앞으로도 몇 년 간은 힘든 터널 공사를 계속해야 한다. 현재는 보스톤 사우스 스트리트의 철도역과 역사, 철로용 지하 터널 공사 동안만 지주로 받치고 있는 상태다. I-93과 I-95 고속도로의 낡은 인터체인지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지하에 정교한 원형 인터체인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듯 여전히 과제가 많이 있지만 포트 포인트 해협 횡단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빅딕을 완수할 공법과 기술은 이미 완전히 확보된 상태이다. 완공 후 중앙 간선도로와 터널은 현재 일일 차량 수용 능력이 19만 대에서 약 34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30억 달러의 예산을 대중교통개선에 투입하면 통근상황도 개선될 것이다. 물론 이런 조치들로 보스톤 지역의 교통체증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앞으로도 2시간 정도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이라고 루이스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워 동안 교통 흐름은 시속 약 50km 정도는 될 것이다.

비디오 카메라와 도로 센서를 총 35,000개 지점에 설치하여 데이터 네트워크를 가동하면 교통장애 요인을 파악한 즉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운영센터에서는 교통의 흐름을 모니터하게 된다. 이 운영센터에는 5대의 워크스테이션이 두 줄로 나란히 있어서 벽면만한 리어 프로젝션(후방투사 방식) 스크린과 54대의 컬러 모니터로 지켜본다. 요약하자면 앞으로는 보스톤에서 교통체증은 매우 드문 일이 되리라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