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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선 하찮은 벌래에게서도 배울것이 있다.

숀 로커리의 실험실에 있는 작은 장난감차는 아무리 봐도 혁신적인 물건으론 보이지 않는다.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진 이 자동차는 등에 전자부품들을 한 뭉치 싣고는 어색하게 이리저리 움직인다. 하지만 이 자동차는 결코 아이들 장난감이 아니다. 앞쪽엔 전구가 있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광전지를 달고, 뒤에는 바퀴를 구동시키는 모터를 단 이 장난감 같은 자동차는 사실은 생물체의 특성을 반영한 로보트로, 마치 먹이를 찾는 작은 벌레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 새로운 컴퓨터와 인사를 나누자.

새로운 컴퓨터라고는 해도 곧 사게 될 새 컴퓨터 얘기는 아니다. 이 로봇 벌레와 '바이오봇'류들을 통해 우리는 미지의 영역인 생물학과 컴퓨팅의 결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합은 생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가장 유사하게 모방함으로써 수퍼 컴퓨터의 능력조차도 왜소해 보이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여러 기관에서의 신경계 활동을 지도로 작성하고 이런 활동을 프로그래밍 코드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일종의 전자두뇌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컴퓨터들이 보다 폭넓게 두뇌의 힘을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 인공 디지털 컴퓨터는 수학 문제를 풀고 일련의 지시를 수행하는 데는 현저히 빠르지만 연상이나 추리를 한다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은 이들을 아주 쉽게 처리하는 자연산 컴퓨터격인 두뇌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다.

둘 다 활용가치는 상당히 높다. 일례로 생물학자들은 생물체 내에서 진행되는 현상들을 보다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종(種)을 보존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또한 많은 컴퓨터 과학자들은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아니라 하더라도 생물계에서 얻은 지식들을 기계에 응용함으로써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몇 년 앞의 날씨를 미리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두 영역의 접목은 우연한 일처럼 보인다. 로커리와 같은 생물학자들이 동물의 행동에 관한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컴퓨터 기술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들은 현미경을 통해 보이는 두뇌 활동을 분석해 이를 부분적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회로 설계에 응용한다. 한편 컴퓨터 과학자들 중에는 생물처럼 지능이 있고, 연상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적응력이 있는 컴퓨터의 제작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생물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있다.

비록 이런 성공 가능성이 두 분야간의 제휴를 촉구하고 있지 않는데도,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신세대 유기체 컴퓨터가 될 장치의 메모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자연에서 발견되는 자원과 방법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가 있다. 모터 동력으로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 벌레 로봇은 아무곳으로나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레곤 대학교의 신경과학원에 소속된 로커리와 그의 동료들은 사실상 일반 선충류인 회충(Caenorhabditis elegans)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이 로봇에 입력했다.

다른 점이라면 쉼표 정도 크기의 이 회충이 화학물질의 농도에 따라 냄새를 맡아 음식물의 위치를 알아내는(주화성이라고 한다) 데 비해, 이 로봇은 다양한 강도의 빛을 찾아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 벌레의 신경계에는 1조개에 달하는 뉴런이 있는 인간에 비해 302개의 뉴런 밖에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이 선충류의 두뇌활동을 아주 상세하게 지도로 그려 놓을 수 있었다. 로커리의 연구팀은 음식을 찾게 하는 부분을 그 지도에서 찾아내어 이 벌레와 똑같이 행동하는 전자 생물체에 이식했다.

이 벌레 로봇은 새롭게 만들어진 종류 중 하나에 불과하다.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소속 학자들은 바퀴벌레를 닮은 다리가 6개짜리 곤충의 걸음걸이를 모방하는 세 번째 로봇을 만들고 있다. 유럽 일부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매미와 개미의 행동을 흉내내는 로봇 곤충들을 만들고 있다. 이들 바이오봇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설정해 놓은 방향보다는 실제 생물과 유사하게 생물학적 대본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획기적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바이오봇을 통해 자연과 인공 생물체들을 보다 밀접하게 엮는 상호작용의 세계에 대해 명확하고 흥미로운 사례를 볼 수 있다. 로커리 팀은 원래 바이오봇을 통해 작은 벌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려 했던 것이지만 컴퓨터 작동 방식에 관한 실질적 응용 방법들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파생물"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이것들이 이젠 "사실상 생물학 못지 않은 중요성을 띠게 되었다"고 로커리는 적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들이 하찮은 벌레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상당히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선충류조차도 컴퓨터와 비교할 때 믿기 어려울 만큼 영리하다. 조그만 공간 속에 엄청난 처리 능력을 담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곤충에게는 펜티엄 II 프로세서의 약 1,000배에 달하는 처리 능력이 있다. 그 쓰임새가 수학적 연산이 아니라 단순히 먹이를 찾는 데 한정되기는 하지만, 뉴런간의 신호체계는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의 성능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 벌레는 신속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일종의 아날로그 방식의 신호체계도 사용한다. 이 점에 대해서도 디지털 연구자들은 한 수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부품 고장이나 변화하는 조건들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로커리의 실험에 따르면, 곤충의 신경활동을 복제하는 ‘신경조직’ 공식(혹은 수학적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입력할 경우 로봇은 오류에 대해 놀랄 만한 내구력을 보여 주어 오류 발생과 동시에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우아하게 서서히 성능이 저하되었다.

이 모든 것의 핵심에 해당하는 알고리즘은, 반복적인 단계별 문제 해결 프로그램이라고도 하는데, 매우 강력해서 바퀴에 먼지가 끼거나 기어에 이물질이 들어 있어도 벌레 로봇의 적응과 작동에 문제가 없었다. 이 선형동물이 어떻게 그런 강력한 알고리즘을 갖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일 것이라고 로커리는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형동물이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출처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다량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수많은 뉴런들의 연결을 통해 신속하게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아주 능란하다는 것이다. 병렬적 사고에서 비롯되는 연상력은 과거 어느 시점에 접한 적이 있는 냄새와 장소를 동시에 인식하는 것과 같은 능력으로 인간이나 동물에게는 일상적이지만, 컴퓨터에게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개개의 컴퓨터들은 빠르기는 하지만 주로 순차적으로 작동한다.



병렬처리 프로세서를 탑재한 컴퓨터나 네트웍으로 연결된 컴퓨터들이라면 이보다 성능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한 컴퓨터나 인공 신경 네트웍도 디지털 방식으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음성 인식이든 체스의 말을 옮기는 것이든 그 과정은 모든 변수들을 분류한 후 가장 논리적인 반응을 계산해내는 방식을 취한다. 동물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그런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로커리는 “동물들을 통해 우리가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전혀 다른 연산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자연 속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계산 비법들이 존재한다. 금맥을 깔고 앉아있는 셈이다”라고 말한다.생물들이 왜 우리 눈에 보이는 방식대로 행동하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될수록 이 금광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최근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로커리의 실험에 사용되었던 종류의 벌레에 대해 전체 유전자 패턴 지도를 완성했는데, 이것은 동물의 유전자 구조에 대한 지도가 완전히 해독된 최초의 사례이다. 그 덕택에 로커리 같은 학자들은 유전자와 행동간의 관계를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자연의 신비한 효율성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바이오봇 기술을 컴퓨터에 응용하게 되는 건 그다지 큰 도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공 지능을 연구하는 컴퓨터 과학자들은 이미 병렬처리 기술 및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우리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그리고 사실 우리 내부에 있는 정보처리 모델들에 대해 이해도 부족하고 중요시 하지도 않는 점이 결정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이 생물학적 모델들은 현재 우리가 컴퓨터 작업에 사용하는 모델들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분명 더 강력하고 융통성이 있다. 기초 연구를 통해 생물의 신비를 밝히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영리하고 효율적인 기계들을 만들며 알게 된 지식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엔 이것이 생물의 정보 처리 원리들을 전자 시스템에 응용한다는 의미이지만 또 다른 경우엔 이 둘 사이의 상관 관계가 문자 그대로일 수도 있다. 로커리의 연구 목표 중 하나는 회충에서 추출된 신경회로망 알고리즘을 칩에 암호화해 넣어 빠른 속도의 기계식 연산과 폭넓고 유연한 동물식 연산의 결합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물학적 돌파구가 가시화 되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사는 워싱턴 대학교와 공동으로 생물과 컴퓨터 시스템간의 공통적인 실마리를 찾기 위한 작업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최근 이 두 그룹은 수십 명의 생물학 및 컴퓨터학계 최고 권위자들을 모아놓고 지능 시스템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동시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야를 정하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사의 선임 연구원이자 이 모임의 주최자 중 한 사람인 에릭 호비츠는 이런 학문간 결합이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예를 들어, 조류의 비행에 관한 초기 연구는 공기 역학 원리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고, 결국은 비행기 제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생물체가 사용하는 전기적 신호 언어에 담긴 암호를 푸는 데 있다. 컴퓨터는 온/오프라는 단순한 스위칭 논리에 따라 전기적 충격을 전달하거나 중단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두뇌의 작동은 이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를테면 전기적 충격 자체의 빈도수에 정보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자이건 이진법 학문의 신봉자이건 모든 것이 아직은 추측 단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들 중 생물이 신호를 주고받는 데 사용하는 암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동물들이 놀라울 만큼 효율적인 신호처리 장치를 갖고 있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다”고 인공지능 전문가 호비츠는 말한다.

한편, 일부 생물학자들은 컴퓨터 회로나 측정 기법 지식 등의 컴퓨터 과학에 의존, 동물 연구로 알게 된 내용을 해석하려 시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워싱턴 대학의 공동 프로젝트 중에는 해삼의 행동 연구가 있는데, 워싱턴 대학교 소속 프라이데이 하버 연구소라는 해양 연구센터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이들 해양연구자들은 해삼 신경계의 화학적, 전기적 활동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탐침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데이터의 기록이나 해독, 혹은 신호와 행위 사이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작업에는 컴퓨터학계 동료들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디지털 기술 자체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해삼의 뇌에 작은 컴퓨터 칩을 심어 자유로이 활동하는 해삼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장기간에 걸쳐 기록하고자 한다. 이 칩을 통해 학자들은 신호와 행동을 비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동물계의 한 종(種)이 지닌 비밀 암호를 풀 가능성도 있다. “결국 우리 스스로가 관음증(觀淫症) 환자가 되는 셈”이라고 프라이데이 하버 연구소의 소장인 데니스 윌로스는 표현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교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사에서 연구를 하는 윌로스와 동료들은 앞으로 수년 안에 그런 두뇌 이식이 행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과 해삼간의 까다로운 인터페이스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윌로스는 향후 10년 이내에 이것이 실현될 것 같다고 한다.
자연물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다고 해서 모든 생물들에 보다 지능적인 연산장치 모델을 넣겠다는 건 아니다. 자연을 컴퓨터 속에 집어넣은 경우도 일부 있었다. 시라큐스 대학교의 W.M. 켁 분자전자공학 센터의 연구팀이 바로 그런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짠물에 사는 보통의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광활성 단백질을 사용하여 기존의 자성체 디스크 드라이브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보다 작은 공간에 저장하는 컴퓨터에서 사용할 3-D 광학 메모리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이 극소형 플라스틱 데이터 큐브(약 1~3cm의 크기)에 든 단백질은 레이저와 같은 것이 빛을 흡수하는 경우 광주기 상태를 변화시킨다. 이러한 상태는 디지털 메모리의 1과 0을 나타내는 데 쓰이는데, 평면 구조가 아니라 입체 구조를 사용함으로써 장치 속에 저장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을 늘린다. 그런 데이터 큐브 하나에 10기가바이트 이상의 자료를 저장할 수 있으므로, 대기업이나 군에서 요구되는 대용량의 저장 시스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 큐브는 방사선에 강한 성질을 띠고 있으므로 우주에서 이루어지는 컴퓨터 작업에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유익한 것은 이 단백질 큐브가 내구성은 강한 반면 값은 저렴하다는 점이다. 발효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플라스틱 폴리머 케이스 사용으로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메모리보다는 속도가 떨어지지만 대부분의 디스크 드라이브들보다는 훨씬 빠르다.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켁 센터의 소장인 로버트 버지가 밝히고 있는데, 앞으로 3-5년 안에는 상업용 목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또 다른 종류의 자연 발생적 연산 과정에 대한 연구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대학의 화학과 교수인 죤 로스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 화학적인 반응을 이용하여 논리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기능에 그치진 않았다. 한 실험에서 로스는 16개의 연결된 비이커와 청색 혹은 무색의 반응 용액을 이용한 시스템을 설계했다. 비이커들이 처음에 연결되면 청색과 백색 패턴을 보이는데 혼합해 넣은 용액들을 고려해보면 모든 색깔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스템은 오류들을 바로 잡아나가기 시작한다. 이 실험은 화학적인 연쇄반응이 무늬 인식과 같은 복잡한 두뇌의 논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리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뭔가 화학적인 것이다. 디지털 방식은 분명 아니다”라고 로스는 말한다.
실제로 화학적 반응이 속도가 빠르고 병렬식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DNA라는 생명의 기본 구성물을 이용한 컴퓨터 연산 실험이 이어졌다. 0과 1이 아니라 DNA의 화학적 단위를 사용하는 DNA 컴퓨터는 DNA 배열 순서를 합성하고 이를 서로 반응시킴으로써 연산을 수행케 할 수 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이는 DNA 컴퓨터가 분자 단위로 세어야 할 정도로 크기를 극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십 억에서 수 조에 달하는 분자들이 병렬식으로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자식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낼 수 있다. 단 하나의 DNA 컴퓨터가 전세계 모든 컴퓨터를 연결시킨 것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 능력을 가진 DNA 컴퓨터는 아직 이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과 동물들이 궁극적으로 컴퓨터라면, 보다 영리한 기계를 만들기 위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살아있는 피조물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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