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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통신 분야, 중국시장 뚫어 수출 주역으로 자리잡는다.

거대한 잠재시장, 중국 진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중국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입찰에서 상하이(上海), 텐진(天津), 푸젠(福建), 허베이(河北) 등 4개 지역에 CDMA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번 입찰 물량은 1,300만 회선 규모(24억달러)로 삼성은 이 가운데 150만 회선을 수주했다. 일견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김대중 대통령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크게 격려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왜 그랬을까.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의 CDMA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이동전화 가입자가 7,250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67.7% 증가했다. 지난 2월에는 9,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에서 가장 큰 통신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유럽방식(GSM) 위주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해왔다. 하지만 주파수가 부족한데다 대미관계 등을 고려해 이번에 CDMA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중국이 이번 입찰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발주할 CDMA 물량은 시스템이 200~300억달러, 단말기가 250∼300억달러 등 총 5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CDMA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으로 불릴 만큼 탁월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 이번 삼성의 사업권 획득을 계기로 시스템과 단말기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의 대거 진출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포함 최소 30% 시장 확보기대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지역에서는 CDMA 단말기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2차 시스템 입찰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등 나머지 업체들도 기술력이 확실한 만큼 이후 입찰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 국가로서 기술력을 갖춘 장비분야의 중소 부품업체들도 삼성전자의 중국 진출을 발판으로 중국시장 개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말기 업체들의 기대감은 더하다. 중국 CDMA 시장이 열렸을 때 이를 가장 크게 반긴 쪽은 바로 단말기 업계다. 한국은 단말기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7,000만명의 CDMA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당장 7,000만명의 거대 시장이 생긴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업체와 중소 정보통신업체들이 최소한 30%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매년 단말기 교체 수요가 100%에 가까울 정도여서 앞으로 지속적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중국 CDMA 시장이 열린 것은 한국의 수출 전략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는 반도체와 철강 등을 위주로 수출 전략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들 전략 품목이 세계 경기 흐름의 영향을 받으며 갈수록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어 대통령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5년 이내 세계 최고 정보통신 국가로 도약
실제로 수출은 지난 두달 동안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이 위축되면서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무려 39%를 넘는 감소율을 기록한데다 철강·석유화학·섬유 등 전통 주력품목 역시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과 수요 감퇴로 부진을 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상황을 볼 때 수출은 성장의 견인차다. 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나아져야 하며 동시에 우리가 기술과 마케팅 분야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된다. 두 전제조건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CDMA라는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렸고 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지난해 74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정보통신 산업 수출 510억달러의 약 14%로 이동통신 산업이 이미 수출주도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이동통신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중이다. 정부는 CDMA를 주축으로 한 이동통신 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통해 올해 100억달러, 2002년 150억달러, 2003년 300억달러의 수출 목표를 달성, 5년 안에 우리나라를 세계 최강의 이동통신 산업국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부, 중소이동통신사업자
해외진출 뒷받침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은 중국의 이동통신 시장규모를 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로 평가된다. 중국 시장은 기존의 GSM과 앞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할 CDMA를 포함해 1,5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 같은 거대 시장을 뚫기 위해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 인력, 경험, 정보가 부족한 중소 이동통신기업의 해외진출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전문 해외시장 진출 지원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ETRI) 등과 공동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소 이동통신 해외진출협의회」의 해외시장 발굴활동 지원과 기술 및 시장개척, 합작사 설치 등에 관한 전문적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97년 780만명에 지나지 않던 세계 CDMA 가입자는 지난해 9,100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으며 CDMA 채택국가도 전세계적으로 47개국으로 증가했다. 이는 유럽 방식인 GSM과 맞서는 실질적인 양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추세라면 CDMA는 올해 1억2,000만명 가입자를 돌파하고 2004년에는 2억3,000만명에 이르는 등 해마다 평균 4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업계는 업계대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정부는 정부대로 수출 확대를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서로 관련을 맺고 있는 업체들간에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 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이번 사업권 획득을 위해 국내 업계와 정부가 유기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견지해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SK텔레콤, 차이나유니콤과 포괄적
통신협력약정 체결
SK텔레콤은 중국이 특별한 이유없이 CDMA 망 구축사업을 1년여 동안 연기해온 가운데서도 지난 2월 중국 차이나유니콤과 기술, 마케팅, 경영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의 포괄적 통신협력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이 CDMA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했다.
또 ‘SK차이나’를 통해 차이나유니콤의 CDMA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기술제공과 자문을 진행, 중국 CDMA 시장에 대한 장비업체의 진출 또한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도 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이 차이나유니콤의 CDMA네트워크 구축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이 삼성전자의 수주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도 중국에 잇따라 특사를 파견하는 등 사업권 획득을 위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표준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표준 없이는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으며 항상 시장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과 주룽지 중국 총리가 앞으로 이동통신 표준을 만들어가기로 약속한 것은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표준을 만들면 시장을 리드해갈 수 있다”며 “조만간 한중간 표준을 논의하는 협력체를 중국 북경에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임원들,
세계 표준관련 기구에서 핵심역할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표준연구팀장인 김영균 전무는 세계 최고 권위의 표준화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 산하 ‘IMT-2000 연구 모임(ITU-T SSG IMT-2000)’과 ‘태평양 표준총회(ASTAP)’의 부의장으로서 세계 이동통신 단일망 구축과 차세대 아태 단일 표준 마련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비동기식 IMT-2000 표준화 단체인 ‘3GPP’에는 삼성전자의 IMT-2000 단말기 개발팀장인 박상근 전무가 의장으로 활동중이며 동기식 IMT-2000 표준화 단체인 ‘3GPP2’에는 정상운 상무가 부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표준연구팀의 이현우 수석연구원과 박동식 책임연구원, 유준상 선임연구원, 삼성전자 미국 현지 법인의 구행서 상무 등도 동기식·비동기식 차세대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의장 및 부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표준화 기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세계의 기술흐름을 주도하고 나아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표준’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정보통신부 한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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