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노로(무인 조종기. No Live Opera tor의 약자)기는 다시 격납고에 조용히 들어가서 다음 출격을 기다릴 뿐이었다. 노로는 영문 약자로 UCAV로 표시되는 ‘무인 전투 항공기(Unmanned Combat Air Vehicle)’로, 빠르면 2010년에 실전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보잉사와 노드롭 그루먼사는 이미 UCAV 실험용 기체를 공개했으며, 올해 시험 비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미 국방성에서는 2030년까지 UCAV가 공중전(空中戰)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로봇 전투기는 파일럿의 생명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조종하기 힘든 비행 임무까지도 수행할 수 있다. 더욱이 UCAV는 F-16과 같은 유인 전투기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적재물을 운반할 수 있지만 제작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은 1/3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미 국방성에서 UCAV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는 마이클 리어 중령은 “UCAV는 전시 상황에서 위험하고 긴박한 임무들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 비행기는 현재 군에서 직면하고 있는 지대공 공격 위협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며 인적 자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업무로 돌릴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무인 군용 비행기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파일럿이 없는 무인 비행기는 이미 정찰, 정보 수집, 목표 정찰, 시험용 비행기 등에 이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전쟁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 보스니아에서는 프레데터 감시 비행기가 군인들에게 시시각각으로 급변하고 있는 전장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 준 바 있다. 그러나 이전의 무인 비행기와는 달리 UCAV는 적을 찾아내어 공격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걸프전에서 활약했던 크루즈 미사일과 같은 지능형 무기와는 또 달리, UCAV는 임무를 완료 후 기지로 귀환한다. 또다시 새로운 임무를 위해 재무장이 가능한 것이다.
미 국방성에서는 로봇화된 비행 부대가 적 지상 병력을 확인하고 섬멸해서 일반 공격 부대의 진격로를 확보한다는 미래의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노드롭 그루먼사에서 해군 UCAV 프로그램 관리를 맡고 있는 랜디 세코어는 UCAV가 전술 정찰이나 유인 전투기를 노리는 SAM 미사일(지대공 미사일)의 위협이 산재한 해외 작전 지역 비행 등의 군사 작전에서 일명 3D임무, 즉 ‘단조롭고(Dull), 위험하고(Dangerous), 치명적인(Deadly)’ 임무를 사람 대신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고 민첩한 스텔스기인 UCAV는 작전 본부에서 제공하는 전술 데이터에 의해서 전쟁터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적 탱크 부대가 발견되면 지금처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현장까지 날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즉각 UCAV에 공격을 지시할 수 있는 것이다.
군 작전 사령부에서도 이 ‘날아다니는 전투 로봇’의 또 다른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미국 내 여론이 전투에서 죽어가는 자국민의 생명에 대해 더욱 민감해졌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UCAV가 격추되더라도 잃어버린 것은 기계일 뿐 국립 묘지에 또 다른 비석을 세워야 하는 비극은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미 국방성은 전투 파일럿 양성에 드는 예산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된다. UCAV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훈련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프로그램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인 전투기를 제작하는 것이 유인 비행기를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엔지니어들은 더 이상 생명 유지 시스템, 탈출 좌석, 제어 시스템, 심지어 비행 계기반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사실 UCAV에는 아예 조종실이 없다.
기존의 유인 전투기는 인간의 신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고려해서 설계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비행 중 조종사가 의식을 잃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중력 한계는 10G (중력의 10배)정도이다. 그러나 UCAV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기존 전투기가 15G 회전을 마음대로 구사하는 무인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인다고 가정해 보면 결과는 뻔하다.
인간과는 달리 UCAV는 싫증내거나 지치거나 겁먹지도 않고 심지어 너무 자신감에 차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없다. (미 국방성에서 떠도는 농담에 의하면 군에서 무인 전투기를 개발하려고 한 직접적인 동기가 파일럿의 머리가 점점 너무 커져서 맞는 헬멧이 없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동조정장치가 얼마나 지능적으로 비행할 수 있을까?
설계진들은 UCAV가 스마트 폭탄의 ‘영리함’을 넘어섰기 때문에 ‘총명하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라고 한다. UCAV는 이륙에서 착륙까지 거의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 이 비행기는 다양한 주파수의 전파로 지상을 탐색하게 될 센서들을 ‘눈’으로 가지고 있다. UCAV는 공격 임무를 협동해서 수행하기 위해 비행 중에 다른 UCAV와 통신 할 수 있다. 적의 공격 위험, 레이더, 목표 지역의 기상 상태, 아군 및 적군의 위치 등에 대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UCAV의 임무는 미리 프로그램 되며, 임무 수행에 대한 변경 사항이 있을 때에만 오퍼레이터가 조정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정찰 과정에서 UCAV가 출동한 지역에 더 이상 적의 대부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면 오퍼레이터가 UCAV의 새로운 좌표를 비행 도중에 다시 프로그램 할 수 있다.
오퍼레이터는 위성이나 유인 비행기 등 여러 개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UCAV에게 데이터와 명령을 보낸다. 통신 연결이 두절되거나 전파 방해를 받으면 다른 경로를 이용해서 안정적으로 UCAV를 제어한다. 세코어는 “모든 통신 채널이 단절되면 UCAV는 미리 프로그램 된 장소에서 비행하면서 통신 재개를 기다리거나 자동으로 출격한 항공모함이나 기지로 귀환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잉사와 노드롭 그루먼사 모두 자체적으로 UCAV를 개발하고 있다. X-45로 명명된 보잉사의 실험용 UCAV는 지난 9월에 공개되었다. 이 꼬리날개 없는 비행기는 공군용으로 설계된 것으로서 ‘첨단 방위 연구 프로젝트 기관(DARPA)’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이 기사가 나갈 때쯤이면 실험 비행이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같은 시기 노드롭 그루먼사에서는 해군용 UCAV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 회사와 DARPA, 그리고 해군 사이에 체결한 계약은 설계 연구에 관한 것이었지만 회사는 비행 설계 컨셉을 증명해 보일 UCAV 실험용 기체를 만드는 데 자체 회사 자금까지 동원했다. 2월에 모습을 드러낸 이 비행기는 공식 명칭이 페가수스이지만 마름모꼴로 생긴 독특한 외형 때문에 흔히 ‘Kite(연)’이라고 불리고 있다. 처녀 비행은 올해 4사분기에 캘리포니아의 차이나 레이크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페가수스는 기체 깊숙히 장착된 제트 엔진 하나만을 가지고 있다. 공기는 V자 모양으로 생긴 흡입구를 통해 엔진으로 들어가고, 실린더 형태의 배출 노즐을 통해서 분사된다. 이 비행기는 여섯 개의 ‘제어 표면’을 가지고 있다. 즉, 승강타와 보조날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두 개의 엘리본과 네 개의 작은 제어표면인 ‘인레이드’가 그것인데, 이 접을 수 있는 ‘인레이드’는 나눠진 방향 제어판과 꼬리 부분에 위치해서 안정적인 방향 유지가 가능하게 한다. 두 개는 위쪽에 있고 나머지 두 개는 아래쪽에 장착되어 있으면서 기체에 대해 평평하게 접혀진다.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는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들 중에서 페가수스가 아마도 가장 복잡한 모습일 것이다”라고 노드롭 그루먼사의 공중 전투 시스템 부서에서 첨단 시스템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폴 K. 마이어는 말했다. 2,494kg의 무게가 나가는 페가수스기의 실험용 기체는 하중 453kg에 달하는 무기를 싣고 10.7km 고도를 비행하며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양산 모델은 보다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적재 하중도 907kg까지 가능하고 재급유받지 않고 12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겨우 3G 부하만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페가수스 실험용 기체보다 더 높은 G 부하를 견딜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 페가수스가 항공모함이나 전투함에서 출격하거나 착륙하는 일은 없지만 해군에서도 이 실험용 기체로 인해 이러한 무인 작전이 있을 경우를 대비한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주목표는 항공모함 운용에 적합한 항공역학적인 특성을 보이는 것이었다”고 노드롭 그루먼사의 UCAV 프로그램 매니저인 데이빗 G 매저는 말했다.
해군에서 언급한 문제점 중 한 가지는 어떻게 유인 비행기와 UCAV를 같이 운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해군 UCAV들의 격납, 출격, 보수 등의 작업은 사람이 직접해야 한다. 노드롭 그루먼사는 UCAV를 지상에서 이동시키는 작업에 훈련받은 인력 한 명만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휴대용 원격 조종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UCAV가 항모의 헬리콥터 착륙장에 바로 내려앉을 수 있도록 해서 항모의 나머지 부분을 기존 제트 전투기 작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직 착륙 시스템도 고려되고 있다. 또한 해군은 물 속에 잠수한 잠수함에서 바로 출격할 수 있도록 하는 로켓 추진형 UCAV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및 전세계 전문가들은 파일럿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그 날을 예측한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항상 유인 전투기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세코어는 말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UCAV는 전투 파일럿의 일을 보다 안전하고 쉽게 해주는 일만 할 것이다.”
무기를 장착한 무인 비행기(UAV)
2월에 미 공군은 무인 항공기(UAV)인 프레데터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을 세 차례에 걸쳐 시험 발사했다. 로텍스 피스톤 엔진을 장착하고 길이 14.6m, 무게 907kg인 이 비행기는 공군의 유일한 작전 정찰용 UAV이다. 1999년의 코소보전에서 몇 대의 프레데터에 실험적으로 전폭기에서 투하한 레이저 유도 폭탄의 목표물을 조준하기 위한 레이저 장비를 장착했다. 이 실험에서 전폭기와 UAV간의 공동 운영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자 공군에서는 중간 개입 과정을 제거하고 아예 UAV를 무장시키기로 했다.
헬파이어는 레이저 유도형 미사일로 주로 육군의 아파치 공격용 헬리콥터에 장착되었다. 첫 번째 시기에서의 실험 목표는 헬파이어가 UAV에서 올바로 분리되는지의 여부와 유도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것이었다. 이 실험들 중 한 실험에서 목표 탱크는 지상에 있는 관찰자에 의해서 레이저로 조준되었고 다른 실험에서는 프레데터를 조종하는 오퍼레이터가 목표물을 찾아서 장착된 레이저로 조준했다. 두 실험 모두 목표를 정확하게 폭격했다. 공군에서는 이동중인 목표물을 공격하는 실험과 4.6km 상공에서 폭격하는 실험을 포함하는 두 번째 실험들을 계획하고 있다.
프레데터와 같은 무장 정찰용 UAV는 전용 UCAV(무인 전투 항공기)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UAV는 느리고 스텔스 기능도 떨어지며 보다 가벼운 탄두만을 운반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장 UAV는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와 같은 목표물을 즉시 공격할 수 있고 유사시에 소규모 아군 지상 병력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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