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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in & Goliath

이 기사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내용이지만 나에겐 한 열성가에 관한 얘기로 받아들여진다. 바로 지금 우리는 상공 2,100m에서 세스나 172 전세기로 측면비행을 하면서 숲과 들녘이 어우러진 사우스캐롤라이나 중앙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32세의 호리호리한 항공 엔지니어인 오스틴 메이어가 조종간을 잡고 있다. “자 준비됐나요? 3,2,1, 갑니다!” 메이어가 조종간을 확 잡아 돌리자 급격한 뱅크(경사선회)를 이루며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자세지시기가 0도를 지나 30도에 이르기까지 스톱워치로 시간을 쟀다. 급격한 뱅크로 기수가 아래로 고꾸라지면서 사활을 건 나선강하비행을 하기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갖췄다. 한 동안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지 못했던 메이어가 다행히 조종간을 되돌리기 전에 잊지 않고 날개의 수평을 유지했다. 수평선이 계기판 너머로 사라질 때 중력에 의해 좌석에 안착했다.

“시간은?” 메이어가 물었다. “1.22초에요”라고 메스꺼움을 참으며 대답했다. 메이어는 종이쪽지 위에 수치를 휘갈겨 적었다. “좋아요. 다시 한번 하죠.”
핸드 스톱워치를 사용해 50년 된 비행기의 성능을 측정하는 것은 컴퓨터 비행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효율적이고 정교한 방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일에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혼자 몸으로 세계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에 대적하려면 쉬운 게 없다.

지난 15년간 메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PC 비행 시뮬레이터를 만들기 위해 온 정열을 쏟아 부었다.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컬럼비아 근교에 있는 조그마한 방에서 작업해온 메이어는 즉흥적으로 떠오른 몇 줄의 파스칼 코드에서 출발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행 시뮬레이터인 엑스플레인(X-Plane)을 개발하였다.

현재로선 마이크로소프트-최근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04: 비행의 세기>(A Century of Flight)를 출시했다가 두려워할만한 도전 상대는 없을지 모른다-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천만장 이상이 판매된 반면 엑스플레인은 고작 십만 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엑스플레인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메이어는 광적일 만큼 열렬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조종사로서의 상상의 나래를 펴는 충실한 암체어 파일럿 (armchair pilot:조종 경험 없이 이론에만 밝은 사람)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실제 조종사들과 항공회사들도 실감나는 항공술 모델링에 엑스플레인을 사용하고 있다. 100년 전의 라이트형제들처럼, 메이어는 주류에서 동떨어져 일해 온 한 사나이가 그의 결단력과 상상력과 기술을 발휘하여 무엇을 성취하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엑스플레인은 매우 정교합니다”라고 비행사업자인 제이 카터는 말한다. 카터는 현재 개발 중인 획기적 1인승 헬리콥터인 카터콥터(CarterCopter)의 시험비행을 시연하는데 엑스플레인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 조종사들에게 항공기 조종술을 가르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컬럼비아의 메트로폴리탄 공항에서 메이어는 그의 개발방법 뒤에 숨어있는 열정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 “저는 정교함을 추구하는데 온 신경을 다 기울였습니다”라고 메이어는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람들은 정교한 비행모델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시어즈 타워를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어 되도록 많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죠. 저는 조종사이자 엔지니어입니다. 엑스플레인은 조종사와 엔지니어들에게 유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비행모델을 더욱 제대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되도록 실감나는 비행모델을 만드는 것이 저의 의무죠.”

오늘의 비행은 스톱워치로 기록된다. “비행기의 운용매뉴얼에서 상승률과 같은 수치는 알 수 있지만, 롤 회전속도(roll rate)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록들은 확인하기 힘들죠. 과거에는 세스나 172기의 롤 회전속도를 정확히 모델링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후방보조날개(flap)힌지가 중앙부가 아니라 상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공중에서 실시한 것과 동일한 테스트를 메이어의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수행했을 때 이륙거리와 상승각도 등 대부분은 일치했지만 롤 회전속도가 정상치의 두 배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요”라고 메이어는 근심스럽게 말했다.

메이어와 첫 대면을 하게 되면 두 가지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첫째는 그가 의욕이 왕성하고 매우 활동적이라는 것이다. 청바지에 깔끔한 나이키 운동화를 착용한 모습은 10대 소년 같아 보이지만 크고 빠르게 편집광증처럼 떠들어 대는 말투를 보면 세일즈맨처럼 보인다. 188cm 몸집으로 풀썩 책상에 걸터앉아 전화를 할 때면 20rpm으로 2~3분마다 방향을 바꾸며 빙글빙글 돈다.

또한 비행광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교외에 있는 그의 집 차고의 절반을 글래스에어(Glassair) 키트 항공기의 날개가 차지하고 있다. 거실에는 조립되지 않는 동체 한 조가 놓여있으며, 군용제트기와 실험항공기 포스터가 벽에 걸려 있다. 메이어 집안은 타고난 항공혈통인 듯하다. 그의 삼촌은 레이턴 콜린스로 잡지의 설립자이자 항공안전 분야의 대가이다. 메이어가 12살 때에 콜린스는 메이어에게 그가 노스캐롤라이나 숲 속에 있는 오두막집에 보관하고 있던 초기 기계식 비행 시뮬레이터를 선보였었다. “그 안에는 6~8개의 인스트루먼트가 내장된 패널과 그것들을 움직이고 회전시키는 자이로가 있었다”고 메이어는 말한다. “하지만 그 장치는 저에게 비행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죠.” 메이어는 15세에 첫 번째 비행수업을 받았고 17세에 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1988년 9월, 그의 나이 19세 때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컴퓨터실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가지고 놀면서 보다 정교한 프로그램이라면 훈련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조종사 면허를 유지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하고 생각했다. 그날 밤이 샐 무렵 메이어는 원시적인 엑스플레인을 뚝딱 만들어냈다. 단일 수평선이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첫날밤에 매료되어 이후 중독이 되어 버렸죠”라고 메이어는 말한다.

그의 왕성한 에너지는 출구-그가 평생 동안 고민할 만큼 복잡하고 유망한 문제-를 찾았다. 완벽한 비행 시뮬레이터를 제작하는 게 평생숙제가 됐다. 메이어의 창작의 중심에는 날개깃요소이론(blade element theory)에 기초한 강력한 테크닉이 깔려있다.

19세기에 로터와 프로펠러 역학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체계화된 이 이론은 회전 에어포일(airfoil)의 각 부분을 작은 조각으로 쪼갠 다음 각 부분에 가해지는 힘을 합산한다. 메이어는 이 이론을 확장하여 항공기 전체 표면에 적용하면서 동체, 날개, 후방보조날개, 꼬리부분, 그리고 보조날개(aileron)가 마치 천천히 회전하는 회전익깃인 듯 다룬다. 이 프로그램은 전체 기체에 가해진 순 역학적 작용을 합산하고 이 계산을 초당 100번 되풀이한다.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가상 풍동(風洞)입니다” 라고 피츠버그의 피델리티 플라이트 시뮬레이션(Fidelity Flight Simulation)의 사장인 그레이엄 호지츠는 말한다. 이 회사는 엑스플레인의 수정 버전을 전문가용 풀모션 비행 시뮬레이터의 핵심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 호지츠의 회사는 실제 조종사 교육에 자사의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도록 FAA(미 연방항공청)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상당히 정교합니다”라고 호지츠는 말한다. “누군가가 ‘저기요,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할 때의 상황을 파악할 때마다 대답은 늘 이렇죠,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의도한 바와 다른 일을 요청하니까 그런 거에요.’”

두 회사는 프로그램 방식도 판이하다. 항공기 역학을 계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경험상의 데이터를 참조한 다음 기압이나 온도 그리고 기타 조건들을 고려하여 이 수치를 수정한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또한 날개깃요소 이론의 측면을 차용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어떤 항공기가 모델링되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가 존재해야 한다. 반면 엑스플레인은 항공기의 설계에 기초한 고유의 데이터를 계산한다.



일반 유저들이 이 두 프로그램의 계산방식의 차이점을 인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관상의 차이가 대단히 크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인쇄된 박스에 매뉴얼이 들어있다. 그리고 비디오 튜터리얼과 비행 계획 패키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유저가 “황혼녘의 홍콩”을 클릭하면 아름답게 묘사된 산으로 뒤덮인 홍콩으로 들어가게 된다.

엑스플레인의 패키지는 훨씬 더 간단하다. 박스나 매뉴얼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엑스플레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항공기 컨트롤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보다 사실적이며 그래픽도 실물과 같은 정교함을 자랑한다(두 프로그램 모두 정확한 지리 지형적 데이터를 구현하고 있다). 엑스플레인은 또한 좀더 근사하다. 날개깃요소 이론을 응용-모든 종류의 항공기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에서보다 보다 정교하게 모델링된다-한 덕분에 엑스플레인은 몇 가지 특별한 비행경험을 만끽하게 해 준다. 예를 들면, B-52의 날개 밑면에서 X-15를 우주 밖으로 발사하거나 우주왕복선을 궤도에서 송환하여 착지시키거나 로켓을 타고 디지털로 구현된 화성의 창공위로 비행할 수가 있다. 또는 F-35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를 타고 항공모함에서 발진하거나 수직이륙을 할 수도 있다.

메이어의 프로그램은 엑스플레인 경험의 시작에 불과하다. 플레인-메이커(Plane-Maker)라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비행기를 창조하여 비행할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유저들이 제작한 항공기의 거래가 X-Plane.org와 같은 웹 사이트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 웹 사이트에서는 상용여객기와 군용제트기에서 초창기 비행기와 공상과학 비행체, 그리고 버트 루탄(Burt Rutan)의 신형 화이트 나이트와 같은 실험기에 이르는 1만7천여 대의 비행기를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루탄은 화이트 나이트에 실려 운반되는 준 궤도 로켓 항공기인 스페이스쉽원(SpaceShipOne)을 위해 제작된 풀사이즈 시뮬레이터에 엑스플레인의 그래픽을 사용한다). “엑스플레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일종의 항공장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비행 시뮬레이션 웹 사이트인 Avism.com의 평론담당자인 마크 로버츠는 말한다.

사실, 엑스플레인의 열성 팬들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팬들을 단순한 게임 유저들이라고 비웃곤 한다. “엑스플레인을 사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에 대해 적대적이며, 마찬가지로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엑스플레인에 적대적입니다. 두 종족이 화합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라고 로버츠는 말한다.

외관상 엑스플레인은 비행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진짜 경쟁력은 날개나 기타 양력장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실제 엑스플레인의 성공을 이끈 것은 인터넷이다. 웹을 통해 메이어는 어떤 마케팅이나 홍보도 없이 전 세계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알릴 수 있었으며 전 세계 5천여 열성 팬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포럼을 제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메이어의 비즈니스는 인터넷 황금기에서 기원한 환타지 비지니스 모델-비공식적이고 독립된 유기적 기능을 하는 가상기업-처럼 보인다. 레미나르 리서치(Leminar Research)라는 이름과 상관없이 이 회사의 유일한 실체는 메이어 자신이다. 메이어 말고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쿠웨이트의 한 친구는 새 항공기에 사용될 기하학적 구조를 코드화하고 이탈리아의 또 다른 친구는 외판을 설계하며 캘리포니아의 한 친구는 공항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한다. “저는 엑스플레인의 대부죠”라며 메이어는 말한다. “이 친구들과 서면접촉은 하지 않아요. 다만 저에게 뭔가를-예를 들면 1천달러 정도 하는 신형 G4 랩탑-요청하면 그것을 제공하는 식이죠.”

전 세계 동호회의 신경계 역할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일일 근무시간은 정오부터 새벽 4시까지이다. 메이어의 침실 건너편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그의 집 한 켠에 마련된 방이다. 책상 위에 놓여진 23인치 평면스크린 플라즈마 모니터를 통해 엑스플레인을 가동하고 이메일에 답하며 소프트웨어를 편집하는 일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가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라이브러리에서 C++ 코드를 불러낸 다음 미조정을 거쳐 기계언어로 번역한 다음 결과를 수행한다. 그러고 나서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코드를 다시 미조정한다. 그는 한창 코딩 작업에 몰두할 때면 아이스티와 시끄러운 테크노 음악을 벗 삼아 밤을 꼬박 새기도 한다. “전 일과 결혼했어요.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안하죠”라며 메이어는 말한다.

그렇다고 그가 반사회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루에 여러 시간을 팬들과 대화하는데 보낸다. 받은 편지함에는 불평과 칭찬과 조언과 질문으로 넘쳐난다. 그는 능숙한 타이프 실력으로 내용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한다. 화났을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소문자로 답장을 쓴다. 이러한 손쉬운 접근성은 엑스플레인의 가장 큰 판매 포인트 중 하나다. 각각의 엑스플레인 제품 뒷면에는 메이어의 이메일 주소와 집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사람들이 ‘엑스플레인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편지를 쓰면 메이어는 다음 번에 그것을 반영하여 업데이트시키곤 하죠”라고 로버츠는 말한다. “메이어는 엑스플레인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전화를 걸어 불평을 늘어놓을 순 없어요. 하지만, 오스틴에게 전화를 걸면 2분 안에 그와 통화할 수가 있죠.”

지난 수년 동안 메이어는 이 프로그램을 과감히 수정하여 약 140여개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냈다. 그의 이러한 집착이 경쟁력을 갖게 했다. ‘프로파일럿’, ‘플라이트 언리미티드’ 그리고 ‘플라이’ 등 몇 개의 라이벌 시뮬레이션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그늘에 가려 시들어 간 반면 메이어는 꾸준히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원맨쇼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몇 년 전 메이어가 했던 것처럼 파티에서 술에 취해 돌아와 전체 소스코드를 업 로드하는 일은 없다. “다음 날 아침에 깨어보니 한 친구가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경고하는 메일을 보냈더군요. 그 순간 저는 심장이 멈춘 듯했어요. 사실상 12년 동안의 노력이 허망하게 무너진 셈이었죠. 모든 게 끝난 것만 같았어요.” 다행히 파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되기 전에 삭제할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총알을 간신히 피한 느낌은 떨칠 수가 없다. “그 이후 술은 입에도 안 되죠”라고 메이어는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린다.

1987년형 코베트의 기어를 4단으로 넣은 다음 속도를 내어 교외의 커브 길을 달렸다. 메이어는 그의 말투처럼 빠르고 과격하게 운전한다. 그는 몇 주 후에 출시할 최신버전의 문제점을 해결하느라 밤을 꼬박 새워 눈이 피로로 가득했다. 최신버전의 멋진 특징들을 살펴보면, 이착륙 시 활주로를 실감나게 비춰줄 착륙등이 있고, 항공기 앞 유리창에 응결되는 얼음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이 작업을 하느라 아침 6시30분까지 밤을 새웠다.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는 신생기업을 거대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면 이처럼 미친 듯이 일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메이어는 그런 야망이 없다. 향후 5년 동안 회사를 얼마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코드작업을 도와줄 한두 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일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오히려 프로그램이 얼마나 좋은가가 중요하죠”라고 메이어는 말한다.

몇 년 뒤면 가정용 컴퓨터가 실질적인 대기 모델링을 허용할 정도로 성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그는 흥분하고 있다. “다이내믹한 3D 하늘을 모델링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은 엄청나게 거대하죠. 거대한 만큼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죠. 하지만 훌륭한 기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만 노력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거죠”라고 메이어는 말한다.

그의 이러한 맹목적인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메이어가 엑스플레인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지, 아니면 그 프로그램과 너무 뒤얽혀서 마치 기상천외한 사이버존재의 양 측면이 되어버리지나 않는지 궁금했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말하자면 ‘이제 끝났어,’하고 물러나올 때가 있을까요?”하고 물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뿐이죠. 내가 살아가는 동안 컴퓨터의 속도가 더 빨라져 제가 더 나은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그래서 고객들은 또 다시 흥분하게 되길 바랍니다. 그런 과정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렇게 되면 전 어떡하죠? 휴 헤프너나 마크 해밀처럼 될까요? 하루 종일 무슨 일로 보내라는 말이에요?”라고 답한다.
제프 와이즈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지(誌)의 기고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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