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말이었다. 공중 습격팀이 3층에서 줄 타고 내려오자 우리는 섬광탄의 굉음과 연무 속으로 돌진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J블록으로 진입하는데 걸린 2초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맬로니는 출입문 근처에서 죽은 채 누워있었고 나머지 14명의 죄수들은 맬로니 근처에서 엎드려 있었다. 이번 폭동진압은 탁월한 기술 및 전술의 성과였다. 이번 시연은 너무나도 진짜같아 맬로니가 벌떡 일어나 웃으면서 “모두들 수고했어!”라고 말할 때 비로소 이것이 훈련이었음을 상기했다.
아니면 제품 테스트라고 해야 할까? 매년 봄 전국 각지에서 천 명 이상의 교도관들이 여기(이전의 웨스트버지니아 교도소-잔혹한 처벌로 여겨진 비좁은 독방 탓에 1992년에 폐쇄)에 모여 최신 교도 및 폭동진압기술을 테스트한다. 올해 7주년을 맞는 교도소폭동진압시연회(Mock Prison Riot:이하 MPR)에서는 개보수 작업을 거친 북쪽 마당의 교도소에서 전시된 84개 품목의 첨단 제품-휴대용 핸즈프리 금속 탐지기에서 소형 로봇 감시헬리콥터 에 이르기까지-을 선보였다.
다음 3일 동안 18개의 전술팀이 J블록의 인질상황극과 같은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이 제품들을 테스트하게 된다. 난 조지아주 귀네트 카운티의 신속대응팀에 배속됐다. 그리고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거의 3분의 1이 폭동을 일으키는 재소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은 그를 제압한 사람들과 약수를 나누고 있는 맬로니처럼 말이다.
1997년에 4가지 기술과 50여명의 교도관이 참여하면서 시작된 MPR의 폭발적인 성장은 재소자의 엄청난 증가세와 보조를 나란히 했다. 1982년 미국의 재소자 수는 61만 272명이었으나 2002년에는 3배 이상으로 늘어나 20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교도관의 업무량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입니다”라고 MPR를 주관하고 있는 미 법무연구원의 치안기술상용화국의 프로젝트 담당관인 웨인 바르트는 전한다.
“기술은 재소자 통제를 원활히 하여 우리가 물리력을 행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엄 상태:1971-1986 미국 교도소폭동>(States of Siege: U.S. Prison Riots 1971-1986) 의 공동저자인 버트 우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실제 폭동이 1년에 12번 정도밖에 발생하지 않으며 교도관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더 많은 재소자 위협은 집에서 만든 무기를 수반한 개인적 공격에서 나온다. J블록에서 맬로니를 저격했던 해병대출신의 데이비드 로클리어는 담배꽁초로 만든 칼(콘크리트 바닥에 갈아서 만듬)과 비유지방 크림으로 만든 폭발물과 화장지로 만든 송곳(물에 적시고 또 적시면 날카롭고 단단하게 할 수 있단다)을 보았다고 한다. “뛰어난 기술과 전술을 지속적으로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라고 심스는 말한다.
J블록 시나리오에서 사용된 기법은 폭동이 일어난 독방동에 진입하지 않고 코너, 독방 안, 침대 밑 등을 들여다봄으로써 시야를 넓히는 것, 재소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일상적인 통신장치에 내장된 초소형 스파이 카메라 그리고 물리력으로 폭동자들을 제압할 때 필요한 혼란조성용 섬광탄 등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이틀째에 내가 귀네트 팀의 두 번째 훈련 시나리오에서 인질주동자 역할을 할 때 사뭇 나를 걱정스럽게 했다. 나는 땀을 흘리며 위기상황에 대해 공모자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한 명의 교도관을 살해했고 다른 한명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
탈주용 밴을 가져오라는 우리의 요구에 신속대응팀이 응해주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입구 쪽에 숨어있다. 밴이 도착하면 저격수들이 인질을 담보로 우리를 저격하지 못하도록 담요를 뒤집어쓴 채 교도소 뜰을 가로질러 밴에 다다를 예정이다.
그런 다음 정문으로 돌진한다. 밴이 도착했다. 나는 가짜 총을 인질의 관자놀이에 들이대고는 담요 아래 몸을 숙인 채 동료들과 서둘러 마당을 가로질렀다. 협상자인 데이비드 손더스는 커다란 이동식 방탄 쉴드 뒤에 숨은 채 나를 설득시키려고 애쓰면서 뒤쫓아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귀네트 카운티 팀이 제자리를 잡을 때를 벌기 위해 획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밴이 보이자 그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무시무시한 말인 “서둘러요! 지금이에요”라고 내뱉는다.
모든 게 동시에 이루어졌다. 깜짝 수류탄이 우리 발아래에서 폭발되어 담요가 찢겨져 나가고 귀네트 카운티 팀이 불과 10야드도 채 안되는 거리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로클리어가 24방의 공포탄으로 나를 죽인다. 나는 땅바닥에 쓰러져 별다른 경고도 없는 신속 정확한 진압에 놀랐다. 이제 모든 걸 잘 알게 되었다. 내게는 아무런 기회가 없었다는 것도...
교도관용 첨단장비
공군 특수작전대원출신의 교도소 전술팀 지휘관인 칼 심스 경감에 따르면, 폭동을 진압하는 최선의 방법은 빠르고 맹렬하게 기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작전이 전개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물리력을 사용하지 않고 진압한 횟수에 의해 성공을 가늠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번 MPR에서 시연된 84가지 기술 대부분이 그런 원칙-압도적인 힘을 선취하는 것-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그 중 특출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Frisker Pro(제조사:Paradigm Tactical Products).
공항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Wand 금속탐지기는 교도소에서는 별 소용이 없다. 교도관들은 양손이 모두 자유로워야 한다. 9V 배터리와 소형 자기계로 구성된 이 장치는 휴대용으로 죄수의 양말 위쪽이나 입안에 감추어진 안전핀과 같은 금속이 근접하면 진동한다. 골전도 방식 전술 헤드셋(제조사:Sensory Devices). 소란이 끊이지 않는 독방동은 무선 통신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 헤드셋은 광대뼈에 진동패드를 대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한다. 통화모드에서 이 패드는 두개골을 통해 울리는 음파를 기록한다. 청취모드에서는 광대뼈를 진동시켜 음성신호를 중이(中耳)로 전달한다.
음성 반응 번역기(제조사: Integrated Wave Technology).
많은 재소자들에게 영어는 제1외국어다. 이 장치는 마이크에 부착되어 “방으로 돌아가”나 “멈춰! 그러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하겠다“와 같은 1천여개 문장을 최대 50개 언어로 번역해준다. SA200 반자동 라이플(제조사:PepperBall Technologies). 인질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지 않는 상황이라면 교도관들은 “치명적이지 않은” 물리력을 사용하고자 한다. 이 33인치 권총은 압축공기를 이용하여 초속 114m로 페퍼 볼을 발사한다. 이 정도면 피부에 깊은 상처를 가하지 않은 채 목표를 제압할 수 있다. 이 페퍼 볼은 페퍼 파우더를 내보내 구역질과 눈물을 나게 한다.
WRSX-Stream(제조사: Hydro-Force).
죄수들이 난폭해질 때 폭동으로 번지기 전에 소요를 진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3m 높이의 이 박스는 소화전을 페퍼 스프레이 물대포로 변신시켜 다수의 난동자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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