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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선정한 10대 과학자

디너파티에서 낯선 사람과 테이블에 함께 앉을 기회가 생기면 제 2회 파퓰러사이언스지 선정 ‘10대 과학자’들처럼 재미있는 사람과 만나보는 게 좋을 듯하다. 이미 독특한 경력을 쌓고는 있지만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못한 이들은 총명한 두뇌와 다양한 재능, 열정을 갖춘 과학자들로 각자 연구세계의 특성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이에 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 본지는 10대 과학자 선정을 통해 동료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주목을 받으며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인 일반 대중들에게는 이들의 연구 내용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올해 선정된 과학자들 중 한 명은 동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설득해 혈액 샘플을 채취한 뒤 이를 자신이 타고 다니는 랜드로버 차에 간이장착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연구를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과학자는 고등학교 때 친구의 목숨을 앗아간 병을 퇴치하겠다고 맹세하고 그 약속을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 올해 선정된 10개 분야의 연구들은 영역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짐에 따라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물학이 공학과 결합하고, 컴퓨터 과학이 생태학과 결합한다. 분자인류학이나 미세유체학 같은 일부 연구들은 전혀 생소한 분야다.

올해 선정된 10명의 과학자들은 세계를 바꾸어놓을 연구를 하고 있는 많은 과학자들 중 하나다.

미세 유체학 : 칼텍

스테판 퀘이크는 손가락 사이로 투명한 고무 재질의 우표크기 만한 사각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맨눈으로는 거의 알아보지도 못할 겁니다”라며 그는 빗방울의 수백만분의 일 분량의 액체가 든 초소형 미로형태의 운하들을 들여다본다. 퀘이크는 축소판 화학실험실을 들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0.5리터 들이 비이커들이 사람 머리카락 한 올 굵기의 수로들로 대체되어 있다. 이런 칩 한 개에는 배관공도 끔찍해할 만한 1천개의 관과 이를 잇는 3,500개의 밸브들이 들어 있다.

이곳에서 화학물질들을 소량씩 수많은 방식으로 조합해 보면서 과학자들은 인간 유전자 청사진을 빠르게 해독해내거나 다양한 약품 조합을 통해 여러 가지 질병치료제를 시험한다. 34세의 퀘이크는 미세 유체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중이다. 그가 만드는 칩은 생물학적 응용뿐만 아니라 컴퓨터 기능도 한다. 컴퓨터의 기본 원소는 0과 1로 이루어진 비트로, 기계로부터 변경 지시를 받으면 0과 1의 상태를 바꾼다. 지나 5월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퀘이크와 동료들은 액체들로 만들어진 1비트를 선보였다. 이 비트는 네 방향으로 교차하는 수로관들로 이루어진 셀에 저장된다.

푸른 액체에 함유된 폴리머는 교차로의 노즐을 통과할 때 늘어난다. 늘어난 폴리머들은 서로 엉겨 붙게 되고 그 결과 푸른색과 투명한 액체는 섞이지 않게 된다. 그 대신 교차지점에서 푸른 액체는 한쪽 방향, 즉 위쪽으로 이동하고 투명한 액체는 아래로 이동한다. 이런 상황은 무언가가 이 액체에 작용하면 변화되면서 비트, 즉 1을 나타낸다. 상태를 다시 0으로 바꾸기 위해 퀘이크가 압력 펄스를 가하면 푸른 액체가 아래로 움직이면서 0의 상태가 된다. 퀘이크가 훨씬 복잡한 작업들을 수행하려면 좀 더 있어야 하지만 미세 유체 회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퀘이크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 미세 유체 칩은 딱딱한 실리콘에 어렵게 새겨 넣어졌다.

그는 실험을 통해 규소 수지가 더 적절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가 새로 만든 칩에는 실리콘 모델보다 수천 개가 더 많은 수로가 있고 다른 과학자들이 만든 칩보다 밸브 수가 300~500배 더 많다. 게다가 이들의 크기는 계속 소형화되고 있다. 퀘이크는 “연구 결과들이 연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어느새 강력한 툴들을 발명하게 되었죠”라고 말한다.

내장 네트워크 : UCLA

데보라 에스트린은 숲에서 나무가 쓰러질 때 반드시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무들에 소형 모니터링 장치를 장착해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4천만 달러 규모의 UCLA 내장 네트워크 감지(ENS:embedded networked sensing) 연구소 소장인 43세의 에스트린은 인터넷이 사람들을 긴밀하게 연결해 주듯 사람들과 물리적 세계를 가깝게 연결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녀는 주변 환경이 스스로 자가진단을 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녀의 꿈이 이뤄지면 기초에 센서가 달린 교량들이 구조물의 안전성을 스스로 진단하거나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감지하고, 지능형 붕대들이 환자의 상태를 측정하며, 낙농업자나 포도주 생산업자들은 선적품의 온도는 물론 위치와 상태까지도 추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NS는 성냥곽 자동차크기 만한 마이크로프로세서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적외선 카메라나 음향 화학 센서들, 움직임 감지기 같은 다양한 장치에 손쉽게 연결이 가능하다. 이 장치들은 넓은 지역에 설치되어 아무리 미세한 변화들도 모니터한다. 데이터는 프로세서들 사이를 거쳐 중앙 서버로 모이게 된다. 컴퓨터 과학자인 에스트린에게 가장 큰 과제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생성되는 정보를 관리하는 일. 현재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이 자료를 압축하고 전송 전에 중복되는 것들을 삭제하는 알고리즘을 설계중이다. 이 외에도 나뭇잎의 수분 함유량이나 공기의 온도가 예상보다 높은 경우처럼 자료가 기존에 축적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만 전송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그녀가 개발 중인 다른 프로그램도 자료가 정상치를 벗어날 경우에만 수집되도록 제한한다.

1999년 코스타리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을 때 이미 에스트린은 ENS를 안전 및 다른 용도로 연구 중이었다. 그곳의 열대우림에는 생물체가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생물학자들이 이들 모두를 추적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내장형 센서들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지난달 그녀의 연구소에서는 최초로 대규모 생태계 연구에 착수해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근처의 30에이커가 넘는 숲에 100개의 장치를 설치했다. 비디오카메라는 파랑새의 둥지를 관찰하고, 움직임 감지기들은 육식동물들을 감지하며, 땅에 매설된 이산화탄소 탐지기들은 토양의 화학변화를 모니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수집된 자료들은 웹사이트 www.jamesreserve.edu를 통해 방송된다.

피부 공학 : 보스톤 대학
테잘 데사이가 캘리포니아 대학 마우로 페라리 교수의 연구실로 걸어 들어왔을 때 너무 젊어 보여 나이가 좀 든 고등학생으로 오인을 받고 하마터면 쫓겨 날 뻔 했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데사이는 페라리 교수에게 자신이 브라운 대학에서 생물의공학을 전공했고 도전해볼 만한 박사학위용 프로젝트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페라리 교수는 그녀에게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매일 사용하는 인슐린 주사를 대신할 이식가능한 장치 개발이라는 중요한 연구를 맡겼다.

테잘의 동료들은 너무 어려운 연구 과제라며 졸업하기 힘들 거라 충고했다. 하지만 화학처리된 실리콘 표면에서 세포들이 자라도록 4년간 노력한 끝에 그녀는 드디어 성공해냈다. 당뇨병에 걸린 쥐에게 이식할 경우 지속적으로 일정량의 인슐린을 주입하는 미세장치를 개발해낸 것이다. 이 장치는 초소형 차 여과기처럼 작동했다. 속이 빈 실리콘 조각에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고, 이 안에 실제 췌장 세포가 하는 역할을 하는 인조 췌장 세포들이 인슐린을 생산한다. 이 구멍들은 인슐린이 스며 나오기에는 알맞은 크기이지만 췌장 세포들이 안에 머무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여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 세포들을 이물질로 간주하고 공격했을 실험용 쥐의 면역체가 들어가질 못한다. “아무도 네가 졸업 전에 당뇨병의 치료를 기대하진 않는다”라는 교수의 말을 테잘은 잊지 않는다. 하지마 테잘은 해냈다. 비록 쥐의 당뇨병이지만 말이다.

테잘의 이식세포는 현재 한 기업에서 인체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제 겨우 31세인 그녀는 작은 반점만한 크기의 중첩형 플라스틱 장치를 개발해냈다. 이것을 삼키면 장의 벽면에 부착되어 약을 분비한다. 그녀는 다음번에는 보다 개선된 인공 혈관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의 제품은 단순한 튜브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혈관처럼 혈압 조절을 위한 수축이나 팽창을 할 수가 없다. 테잘의 목표는 환자의 신체에서 자라난 대체물이 생물분해를 한 후 새로 형성된 자연산 혈관만 남게 하는 인공 혈관을 만드는 것이다.

화학 기술자로 탈염장치 설계 회사를 운영하는 테잘의 아버지는 공학이 재미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그녀에게 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한 생물의학자의 강연을 듣고 난 후 테잘은 공학이 척수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위해 인공 장기나 신경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매력적인 학문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 테잘은 자신의 천직을 알게 되었고 태도가 많이 누그러진 아버지와 초미세 다공형 막의 상업화에 관해 얘기를 나누곤 했다. 보스톤 대학교의 생물의공학 학과장인 케네스 러첸은 “테잘이 10년만 지나면 전도양양한 ‘차세대’ 테잘 데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산형 종이접기 : MIT

에릭 디메인은 ‘보통 소년’이 아니었다. 에릭은 12세에 대학에 입학했고 14세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소재 워털루 대학의 대학원생이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특이하게도 종이로 별이나 열대어, 백조 같은 것들을 만들었지만 한 가지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즉, 종이 한 장을 마음 내키는 대로 몇 번 접은 다음 한 모서리를 가위로 잘라내고 펴면 어떤 모양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에릭은 2년간의 계산과 종이접기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어떤 모양도 만들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론상으로는 삼각형부터 뉴욕시 스카이라인까지 가위질 한 번으로 어떤 2차원 모양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멋진 정리는 1998년에 완성된 것으로 연산형 종이접기 태동에 큰 기여를 했다. 컴퓨터 과학과 수학이 결합된 이 학문은 일본의 종이접기 예술로부터 영향을 받은 복잡한 기하학적 개념들을 탐구한다. 에릭과 몇몇 동료들은 종이접기의 수학적 원리 탐색을 스케이트보드 선수들처럼 도전적으로 추구한다. 종이접기 연구는 이들에게 익스트림(extreme) 스포츠와 같아서 단순한 종이 한 장에 감춰진 미스테리들에 희열을 느낀다. “에릭은 종이접기 분야로부터 전혀 새로운 수학 문제들을 발견해냈어요”라고 뉴욕 서니 스토니 브룩의 수학자 조셉 미첼은 말한다. “이런 문제들이 우리를 자극하는 것들이죠.” 2년 전 스무살의 나이에 에릭은 MIT 조교수가 되었다.

이 연구는 실용적 가치도 있어 공학자들이 우주에서 망원경 렌즈를 훼손 없이 펼치는 방법을 알아내거나 에어백을 운전대에 가장 안전하게 넣는 방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종이접기의 복잡한 과정을 파악하면 생물학자들이 여러 가지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나 복잡하게 얽힌 분자들에 관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집에서 아버지의 지도를 받은 에릭은 공부와 놀이의 구분이 필요 없었다. 유년기에 두 부자는 미국 전역을 버스로 여행하며 마음에 드는 곳이면 아무데서나 정착해 살곤 했다. 에릭이 일곱 살 때 닌텐도 게임에 빠지자 아버지는 그에게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라고 권했고, 그는 곧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몰두했다. 대학을 다닐 때 친구들과의 나이 차는 큰 문제가 안됐다. 친구들과 술집에 갔을 때도 그는 그냥 탄산음료를 마시곤 했다.

에릭의 머리 속에서 수많은 종이접기 문제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연구 범위는 훨씬 더 폭넓게 뻗쳐 있다. 그는 데이터 구조와 생물정보학, 테트리스를 이기는 데 장애가 되는 수학적 문제들과 같은 주제에 관해 100편이 넘는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에릭은 예기치 못한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 “대수롭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그 이면에 뭔가 수학적인 것이 있지는 않을까 궁금해집니다.”

우주학 : 투산 소재 애리조나 대학



샤오이 팬의 천문학 분야 경력은 오염된 북경 중심가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그는 고등학교 지붕에 있는 망원경을 이용해 혜성과 깜빡이는 변성들을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그는 무한한 우주와 교신을 하며 낭만적으로 별을 바라보는 타입은 아니었다. 단지 먼, 아주 먼 곳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15년 후 지구 반대편에서 31세의 나이에 애리조나 대학 천문학자가 된 그는 세계 최고의 망원경을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 소속 동료들은 이미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10가지 물체들을 발견했는데, 이들 가운데 샤오이가 포착한 최고의 물체로 꼽히는 것은 빅뱅으로부터 8억년 후에 생겨나 지구로 빛을 보낸 지 거의 130조년이나 되는 은하였다.

95년 북경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끝마칠 무렵 사오이는 아주 먼 곳의 퀘이사들을 탐사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퀘이사는 중심부에 엄청난 질량의 블랙홀이 있어 매우 밝고 역동적인 은하들이다. 당시 중국내 시설들은 그다지 훌륭하지 못해 그는 프린스턴 대학 슬론 본부에 지원했다. 그는 연구 계획을 제시하며 더 나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슬론 본부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곧 그는 다른 수백 명의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게 되었다.

하늘의 아무 지점을 향해 망원경을 들이댄다고 해서 120조년이 더 된 은하를 찾을 수는 없다. 바로 그 때문에 샤오이의 목표는 슬론 연구소의 목표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우주의 4분의 1을 지도로 제작하려는 힘겨운 시도를 했다. 직경 2.5m의 슬론 망원경은 세부적인 것들의 포착에는 취약하지만 관측 범위는 상당히 넓다. 샤오이는 슬론 망원경의 데이터를 뒤져 먼 퀘이사에 해당하는 붉은 빛을 찾아 수백만 개의 물체들 중 수백 개로 탐색 범위를 좁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샤오이의 오래된 퀘이사와 보다 후에 형성된 퀘이사의 비교를 통해 우주학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블랙홀도 진화하는지 여부를 알아내려고 한다.

먼 퀘이사의 연구로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즉 블랙홀이 우주 형성의 전제조건이었는지 부산물이었는지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샤오이는 현재 이론 연구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그의 장기 비전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아주 먼 곳을 보고 싶어 해 130조년 된 퀘이사로도 만족을 못하고 있다. “제 목표는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바로 최초의 은하를 발견하는 겁니다”라고 사오이는 말한다.

유전체학 : 존스 홉킨스 대학

33세의 빅터 벨쿠레스쿠는 인간 유전학 박사학위와 의학박사 학위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는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기 보다는 암 발병 원인 규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암은 단 한 개의 세포내에서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발병한다. 그의 임무는 이 결함 유전자를 발견해내는 것이었다.

유전자들을 찾아내는 한 가지 방법은 세포에서 DNA를 모두 추출한 다음, 이 안에 포함된 개별 유전자들을 모두 식별해내는 것인데 화제가 되고 있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사용되는 게 바로 이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한 세포 내의 유전자들을 모두 식별해낼 수는 있지만 각 유전자가 하는 역할이나 언제 활성화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빅터는 유전자를 식별해 각 유전자의 역할을 알아내기보다는 활동 중인 암유전자를 포착해 이를 분석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한 세포내의 모든 활성화된 유전자들은 RNA 분자들로 복제가 되므로 복제된 RNA가 많을수록 유전자는 더 활발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과학자들이 암 세포에서 떠다니는 RNA 분자들을 모두 추출해 정상 세포에서 추출한 것들과 비교할 수만 있다면 암 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전자들을 식별해낼 수 있다. 하지만 RNA를 이용한 작업은 속도가 너무 느렸다. 빅터는 RNA 분자들을 최소 쌍으로 나눈 다음 이 조각들을 다시 결합하면 각 RNA 분자들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이론을 세웠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이론이였죠.” 그는 당시를 회상한다.

SAGE로 알려져 있는 그의 이론은 제대로 작동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방식보다 30배나 빨랐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의 암 유전학자인 샌포드 말코위츠도 SAGE에 대해 정말 ‘혁신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암과 다른 질병에 관여하는 10여 종의 유전자들이 밝혀졌다. 한편 SAGE 방식에 따르면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밝힌 인간의 유전자 수가 너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빅터는 의견차로 시끄럽게 할 생각은 없다. 그는 “제 목표는 이 정보를 번역해 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양자 암호학 : 국립 표준기술연구소

양자역학이 발견된 지 100년이 지난 현재 물리학자들은 아직 제대로 파악이 안 된 이 이론을 이용해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고 있다. 이 장치들은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상태로 존재하는 입자들의 특이한 능력과 관찰을 시도하면 단 한 가지 상태로 고정되어 버리는 습성을 이용한다. 33세의 물리학자인 새우 남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광자 탐지기를 만들었다. 양자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 장치는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

산업계나 정부 관리들이 사적인 이메일을 보낼 때 이 장치에서는 메일을 1과 0들로 이루어진 띠를 만들어 난수들로 된 띠와 결합한다. 그 결과는 너무 복잡해서 난수 띠를 가진 사람만이 해독할 수 있다. 이런 난수 띠를 ‘키(key)’라고 한다. 먼저 이 키는 완벽한 보안 하에 전송이 이루어진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광자를 이용해 비밀 키를 전송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이 기술은 정확성이 떨어진다. 이론상으로는 키 안에 든 각각의 1과 0을 단일 광자에 암호화해 넣은 다음, 수직 위나 아래, 수평 등 임의의 각도로 극성을 부여할 수 있다. 해킹을 하려면 이 광자들을 가로채 복사를 한 다음 원래대로 보내야 한다. 양자역학 때문에 한 양자의 극성을 완벽하게 측정하기가 불가능해 해커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양자들의 원래 상태를 모르는 해커는 이들을 재전송할 때 추측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실수로 메시지 수신자가 해킹 당했음을 눈치 챌 수도 있지만 받은 광자들을 측정할 방법이 없는 수신자가 결국 아무것도 모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우 남은 자신이 만든 장치를 이용해 절대 0도보다 0.1도 높은 온도로 냉각된 초전도 텅스텐에서 각 광자들이 발산하는 희미한 열 펄스를 판독해 해킹 여부를 탐지한다. 사람들은 이런 정밀한 장치를 만든 그가 조심성 많은 스타일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새우 남은 머리를 특이한 색으로 염색하길 좋아하고 순간적인 충동으로 300km가 넘는 자전거 경주에 참가했던 적도 있다. 그의 지도교수였던 스탠포드대 물리학자 블래스 카브레라는 새우 남의 원기왕성함 때문에 그가 세 사람 몫의 연구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새운 남은 “저는 내키는 대로 생각하는 걸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분자 의학 : 댈러스 소재 텍사스 대학

위스콘신에서 성장하던 중 베티 페이스의 친한 친구가 겸상 적혈구 빈혈로 죽었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베티는 치료법을 찾는 데 일생을 바치리라고 결심했다.
겸상 적혈구 빈혈은 적혈구 내의 산소 전달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을 생산하는 유전자의 결함으로 발생한다. 결함 있는 헤모글로빈 분자들은 길고 끈끈한 폴리머를 형성해 혈구가 동그라미 대신 초승달 모양이 되게 한다.

이런 기형 세포들이 혈관 내 곳곳에 엉겨 붙어 결국 주요 기관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게 된다. 단 한 개의 결함 유전자로 인해 발생한 병들이 유전자 치료법의 주요 대상. 결함 있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하기만 하면 질병이 치료된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이 치료법은 보통 기능이 억제된 바이러스 껍질 속에 치료용 DNA를 삽입한 후 환자 몸 내부에서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유전자가 환자의 유전자 체계에 제대로 삽입되도록 하기는 쉽지 않다. 30년 동안 유전자 치료로 부분적이나마 치유가 된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작년에는 이 치료법을 적용한 아이들 중 두 명이 부작용으로 백혈병에 걸렸다. 지난 1월 FDA는 인체 대상의 유전자 임상 치료를 중단시킴으로써 베티와 같은 헌신적인 연구자들에게는 상황이 불리해졌다.

하지만 베티의 접근 방식은 기존의 유전자 치료법과 다르다. 그녀의 연구방식은 새로운 DNA를 세포에 주입하지 않고 인체가 스스로 치유하도록 한다. 겸상 적혈구 빈혈을 퇴치하기 위해 그녀는 인체에서 발생 헤모글로빈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게 한다. 이 유전자는 자라나는 태아가 필요한 산소를 엄마의 혈류로부터 빨아들이도록 도와주는 단백질 생산을 담당하는데 출생 시에는 활동을 멈춘다. 이 유전자에는 질병 유발 돌연변이가 전혀 없다. 따라서 만약 성인의 혈액에 충분한 발생 헤모글로빈이 존재하면 성인 겸상 적혈구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돌연변이 단백질이 혈액 내에 있더라도 끈끈한 폴리머가 절대로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점에 베티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베티는 발생 헤모글로빈 유전자에 붙어 이를 활성화시키는 단백질 전사 인자들을 찾던 중, 올해 비록 세포배양액 내에서이긴 하지만 발생 헤모글로빈 생산량을 확실하게 높여주는 전사 인자를 하나 발견해내는 개가를 올렸다. 현재 49세인 베티는 다음 단계로 이를 쥐에게 실험해 볼 계획이다. 인체 실험은 아직 몇 년 더 있어야 하지만 만약 그녀의 실험이 성공하면 의사들은 결국 환자의 골수로부터 줄기 세포를 떼어내 유전자를 활성화시킨 후, 세포들을 환자에게 되심어주어 활성화된 유전자에서 치료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것이다.

지구물리학 : UC 버클리

마이클 맹거는 행성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 싶지만 수 백 만년 동안 앉아서 관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는 UC 버클리의 동료들과 함께 손수 지구 표면을 몇 개 만들었다. 냉장고크기 만한 기름 탱크로부터 350갤런짜리 옥수수 시럽통에 이르기까지 마이클의 모델 행성들은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니지만 지질학적 변천 과정은 잘 드러내 보여준다. 최근의 한 실험에서 그와 동료 마크 젤리넥은 지구 용암층의 라이프 사이클을 시연해 보았는데, 이 지층에서는 지구 표면에 가까워질수록 뜨거운 바위덩어리들이 녹아내리며 화산 분출을 일으킨다. 마이클과 마크는 작은 수조에 일종의 자동차 오일을 넣고 수조 밑바닥 파이프로 밀도가 더 높은 얇은 층의 콩기름을 주입했다. 이 혼합물을 가열하자 콩기름이 얇은 막을 형성하며 표면으로 솟아오른 뒤 흩어졌다. 마이클과 마크는 10억년의 과정을 한 시간으로 압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이클은 다재다능해 지질학의 한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에서 앞서간다는 것이 그의 지도교수였던 하버드대 지구과학 교수 릭 오코넬의 평가다. 최근 마이클과 대학원생인 헬지 곤너맨은 용융 암석, 혹은 마그마가 빠르게 상승해 여러 조각으로 분리될 때 폭발적인 화산 분출을 야기시킨다는 개념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해냈다. 즉, 표면으로 분출되면서 갈라지는 마그마가 오히려 폭발적인 분출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그마가 급속히 상승하면 주변의 압력이 떨어지면서 마그마에 갇힌 가스가 이제 막 딴 탄산음료 깡통에서 흘러나오는 이산화탄소처럼 팽창해 마그마를 분산시킨다. 마이클과 헬지는 가끔 가스가 마그마 조각들 사이로부터 빠져 나와 흩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화산 폭발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 모델은 마운트 세인트 헬렌스 분출 같은 최근의 화산 활동들에 의해 확인이 되었다.

마이클은 화성과 금성을 관찰하면서 향후 이 행성들로의 탐사를 통해 지구에만 움직이는 구조판들이 있는 이유 등과 같은 지구 관련 미스테리들 중 일부가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옥수수 시럽 실험에도 좀 더 많은 시간을 쏟을 계획이다. 이제 35세에 불과한 그에게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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