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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 추구해야할 우주개발사업

1957년 10월 러시아(옛 소련)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한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1990년대 초 냉전 종식에 이르기까지 우주패권을 노리는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이제 러시아는 궁핍한 경제력으로 우주분야에까지 투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며, 그 사이에 미국은 우주 종주국으로서 자임해 오며 미사일방어망과 같은 우주를 활용하는 국가방위망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오전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해 21시간 23분 동안 고도 343km의 궤도에서 지구를 14회 선회한 후 성공적으로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를 지구로 귀환시켰다. 중국은 앞으로 1-2년 내에 선저우 6호를 발사하고, 이어 3년 내에 달 탐사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2010년까지 달에 착륙해 달 표면을 조사하는 대형 우주개발 프로젝트룰 추진 중에 있다. 이번 유인우주선의 성공으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대한 포부도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미사일을 포함한 우주개발 사업에 약 25만명 정도가 종사하고 있으며 민간 우주분야 예산을 지난 5년 동안 배로 증가시켜 왔다.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30여기의 민간용 우주비행체를 발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과학기술발전의 이정표
이러한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발사 및 귀환은 중국 과학과 기술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1960년대 초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하던 시절도 아닌데 왜 절대 빈곤층이 1억명이 넘는 중국에서 지난 11년 동안 2조 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써가면서 유인우주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미 대륙간 탄도탄과 같은 기술은 대형 위성발사체인 ‘대장정’ 로켓의 성공적인 개발과 상업적 이용으로 어느 정도는 검증이 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또한 통신, 기상, 정찰위성 과 같은 우주비행체도 자체적으로 개발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유인우주선의 개발은 정치, 군사, 경제 및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계산이 저변에 깔려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중국은 표면상으로는 평화적인 우주이용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국가위상의 제고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통해 항공우주시장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일부 중동 지역 등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지 않을까.

경제적 상승효과 기대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우주기구, 일본 및 캐나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 사업에 참여하고자하는 의사표시를 여러번 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요 우주개발 선진국으로부터 우주개발의 후발자로 그리고 우주개발 사업을 군사화 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국제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잃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 사업에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주는 계기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발사는 중국 국민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국민적 자긍심을 고양시켜 주었고 이에 따른 경제적 상승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각국은 이번 유인우주선의 성공적인 발사에 대해 축하를 보내고 있지만 내심 군사적 목적에 활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5년과 96년 대장정 인공위성 발사체의 연이은 실패로 자사의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던 미국의 휴즈 스페이스(현재 보잉사로 편입)와 스페이스시스템 로럴사가 중국의 발사체 회사에 유도 및 제어 기술을 전수하고, 이 기술이 곧 바로 중국의 미사일 기술로 전이되었다는 이유로 아직도 미국은 중국과의 어떠한 우주기술 관련 교류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 중인 다목적실용위성 2호의 발사도 대장정 발사체에서 러시아의 “유로콧” 발사체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은 중국을 자국의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향후 21세기의 가상 적국으로 인식하고 중국의 우주개발계획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인우주선의 개발 및 발사를 두고 미국의 언론은 미사일방어망을 침투할 수 있는 고정밀의 공격용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까지 한다. 일본의 언론에서는 중국 군에서 유인우주선 발사를 주도한 만큼 군사전략적 측면을 우려하고, 우주공간의 군사적 이용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1950년대부터 시작한 중국의 우주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국력, 군사력 및 국제적인 위상 제고에 목적을 두고 정부의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지원 하에 이루어졌다. 실질적인 최종 목표가 어디에 있든 간에 분명한 것은 중국은 이러한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을 계기로 경제적으로 붕괴된 러시아를 대신할 초강대국 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이 있을 것이다.



동북아의 우주패권 경쟁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로켓 발사를 빌미로 일본도 군의 우주정보체계를 확대하기 위해 총 4기의 정찰위성을 개발하여 지난 3월 성공적으로 2기를 발사하였고 나머지 두 기도 올해 내로 발사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우주강국들의 행보는 우주 공간의 군사적 이용에 대해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중국의 미국에 대한 우주패권 경쟁은 일본으로 하여금 더욱 우주의 전략적 이용을 충동질하게 되며 이는 동북아의 안보 및 평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진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우주정책은 무엇이고, 우리의 우주개발 목표는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우주개발사업에 연간 약 2천억원 이상의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으나 우주기술개발 및 영상데이터의 제한적 활용 정도가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불행하게도 아직 우주개발을 통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향후 우리의 우주정책 목표는 국가안보와 안전, 경제적 실익 및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우주강국의 틈바구니에 있는 우리의 우주안보를 위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살펴보기로 하자.

중국과 일본은 수많은 우주자산을 이용하여 우리의 안방까지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모든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제한적으로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의 우주안보나 이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유인우주선을 개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최소한의 전략적 우주정보 획득체계를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은 21세기 우주전에 대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 나가는데 우리는 전혀 무관심해 보인다.

‘국가우주위원회’ 신설 제안
중국이나 일본이 우주분야에서 이렇게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주개발사업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하여 지원체계가 단일화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우주개발사업은 십수년이 지난 아직도 유아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통치자의 정책결정기구로서 “국가우주위원회”의 신설을 제안해 본다. 또한 국가우주위원회의 산하 집행기관으로써 “국가우주국”의 설치를 통해 범 국가차원의 초대형 우주개발사업에 대해 조직적, 체계적 지원 방안을 수립하여 한정된 국가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하겠다.

현재 과기부에서 주관하여 추진 중인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은 임무지향적 연도별, 단계별 계획으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우주개발사업을 통한 국가의 비전 제시나 산업화 전략 등이 빠져 있어 우주개발사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나 산업체의 호응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의 우주개발중장기계획을 범부처가 참여하여 우주개발을 통한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의 전향적인 변경이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결국 통합된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으로 국방부는 전략적 이득을 취하고,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우주산업화 기반을 만들며, 과학기술부는 핵심전략기술을 개발하고, 그 밖의 정부부처는 우주자산을 활용하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장영근 교수 PROFILE
2000-현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2000년 대통령 표창
1992-2000년 한국항공우주연구소 그룹장
1991년 테네시대학교 우주연구소(UT Space Institute) 박사
1988년 버지니아공대 항공우주공학 석사
1983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석사
1957년 서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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