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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컴퓨터 최대 활용법

아래층 빈 방에는 필자가 애칭하는 ‘프랭크’라는 컴퓨터가 있다. 1997년도 맥킨토시 제품의 케이스와 마더보드가 달린 이 컴퓨터에는 원 모델보다 속도가 6배나 빠르게 업그레이드된 신형 RAM과 CPU가 장착되어 있다. 비디오보드와 이더넷 카드는 두 번째 교체한 상태이고 프랭크가 출시됐을 당시에는 발명도 되지 않았던 USB 어댑터와 60GB짜리 새 디스크도 들어 있다.

최신형 맥 OS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필자는 프랭크에 리눅스를 탑재했다. 책상에서 식사하는 필자의 습관 때문에 그동안 프랭크의 키보드가 몇 개나 바뀌었는지도 잊어버렸다. 흔히 제조 연도로 표시되는 골동품에 가까운 컴퓨터들 세계에서 프랭크는 ‘유아’에 해당한다. 대규모 PC 소비시대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현재 얼마나 많은 구형 데스크탑 컴퓨터들이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인터넷에 올라있는 자료에는 애플 II와 코모도어 64s, 1세대 IBM PC와 계열 제품들, 그리고 1983년 처음 선보였을 때 냉소적인 반응을 받았던 크기가 작아진 고가의 PC계열 제품의 구형 IBM PCjr조차도 아직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런 구형 컴퓨터 선호 현상을 주도하는 층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필자는 이들을 향수주의자, 실용주의자, 적응주의자로 생각하고 싶다. 향수주의자들은 오래된 기계들을 임시 박물관 소장품으로 모은다. 일례로 베테랑 프로그래머인 브루스 대머가 운영하는 디지반(digibarn.com)에는 1970년대 컴퓨터까지 포함해 수백 대의 컴퓨터가 수집되어 있다. 그가 낡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계속 애용하는 이유는 단순한 박물관식의 전시만으로는 작은 테이프 드라이브가 달린 ‘라디오RS-80’이나 스티브 잡스의 원본 넥스트 큐브들 중 하나를 직접 사용하는데서 오는 실제 경험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머는 컴퓨터 설계자들과 사용자들이 최신 부품을 만들어 내도록 자극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실용주의자들은 일상 업무들을 구형 PC로 해나가고 있다고 골동품 컴퓨터 페스티벌 기획자인 셀람 이스마일은 말한다. 델은 1999년 당시 사용 중이었던 가장 오래된 PC 콘테스트를 개최하면서 1등을 한 컴퓨터 외에 200종이 넘는 컴퓨터들의 목록을 공표했는데, 이중에는 1976년 10월부터 워드프로세싱 용도로 사용되던 알테어 8800b도 포함되어 있었다. 산업체나 실험실 장비에 연결된 제어용 컴퓨터들은 대개 실험실 장비가 못쓰게 될 때까지는 교체되지 않는다. 한 구형컴퓨터 애호가는 자신의 질량분석기를 20년간 애플 II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적응주의자들은 개조한 구형 컴퓨터들로 편지나 소설, 이메일 작성과 코딩을 한다. 영국 전자제품 디자이너이자 전직 입자 물리학자인 토니 듀엘의 경우 1986년부터 줄곧 AT급 PC를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해왔다. 그의 집에서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들 가운데는 31년 된 PDP-11 미니컴퓨터도 있다.

필자의 내면에서는 “왜?!”라는 의문이 생겨났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누를 때마다 CD 수준의 스테레오 사운드가 들리는 총천연색 버튼들을 눌러대며 웹서핑을 하면서 3차원 윈도우로 방송 수준의 동영상 클립을 돌려볼 컴퓨터가 필요한 게 아닌 바에야 굳이 지난 10년 내에 생산된 최신 컴퓨터는 필요 없다.

듀엘은 같은 컴퓨터를 계속 사용하면 이점도 있다고 말한다. 옛날 소프트웨어를 버릴 필요도 없고, 새 컴퓨터로 바꾸어 업그레이드하면서 자주 발생하듯 중요한 파일 위치가 바뀔 리도 없다. “저는 새 컴퓨터로 모든 파일을 옮겨주겠다는 사람들 말은 안 믿죠”라고 듀엘은 탄식한다. “결코 그렇게 해주는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 5년쯤 지난 후 저처럼 불쌍한 사람들만 공연히 불려 들어가서 알지도 못하는 디스켓의 파일을 복구시켜 놓으라는 지시를 받지요”. 만약 산업계 표준으로 통하는 비대한 운용체계 대신 리눅스나 무료 BSD 같은 OS를 탑재할 생각이 있다면 16내지 32MB의 RAM을 가진 386이나 486 컴퓨터면 일상적 업무를 처리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 윈도와 마우스에 중독된 경우라도 전체 프로그램이 근사한 상자에 든 대여섯 개 아이콘보다도 적은 RAM을 차지하는 낮은 버전의 윈도도 있다. 검색엔진인 구글에서는 ‘최소형 윈도우즈 시스템’을 검색하면 여러 가지 옵션들이 뜬다.

인터넷에 최적화된 펜티엄급 컴퓨터 열풍 속에서도 전세계의 386, 486 컴퓨터들은 방화벽과 라우터, 이메일과 웹서버 역할을 하면서 인터넷상의 패킷들이 가정과 소형 사무실의 목적지로 바로 찾아가도록 안내를 해준다. 결국 초당 수천만 번의 32비트 연산을 할 수 있는 컴퓨터라면 같은 시간에 수백만 비트의 새로운 데이터 전송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논리인 것이다.



끝으로 개인이 첨단 하드웨어에 1~2년마다 수천 달러씩 쏟아 부어야 하는 반면 구형 컴퓨터에 지불하는 비용은 작다. 중고 컴퓨터 딜러들은 괜찮아 보이는 컴퓨터를 50~100달러에 판매한다. 신형 컴퓨터를 사거나 부품 업그레이드를 위해 가욋돈을 지불하는 구형 컴퓨터 이용자들도 큰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듀엘의 경우에도 1995년 이후 새 컴퓨터를 산 적이 없다. 컴퓨터 산업 전반에 대한 생각을 하면 착잡하다. 한편으로는 늘 최신, 최고 성능의 하드웨어를 찾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쓰던 것을 쉽게 버리지도 못한다. 아마 프랭크는 웹서버나 이미지 처리 엔진, 또는 엉뚱한 소프트웨어를 시험하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프랭크에게 정말 끔직한 실수를 하더라도 다소 낭만적이진 못하지만 여전히 필자의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둔 채 계속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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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PC 새것으로 만들기
집안에 버려둔 구형 컴퓨터가 없다면 친구한테서 얻거나 구형 PC를 판매하는 중고 컴퓨터 판매점에 찾아가 봐야 한다. 필자의 동네 반대편에 있는 한 중고 판매점에서는 128MB RAM과 4GB 하드디스크가 달린 300MHz 컴퓨터를 95달러에, 48MB RAM과 2GB 하드디스크가 달린 200MHz 펜티엄 1 컴퓨터를 50달러에 각각 판매한다. 필자가 486 컴퓨터가 박스 채 있냐고 물었더니 한 기술자가 뒤쪽의 고물더미를 가리키며 “받침대가 몇 개나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다.

쇼핑몰인 이베이(eBay)에서도 구형 컴퓨터를 구할 수 있지만 30~40파운드짜리 고철덩이를 대륙을 횡단해 운송하는 비용이 만만찮아 가격상의 이점이 사라진다.
일단 컴퓨터를 구했으면 쓸모없는 윈도 시스템을 삭제하고 프리BSD와 리눅스 중 어느 OS를 탑재할 것인지 결정한 다음 다운로드를 시작한다.

프리BSD는 작업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리눅스는 사양이 약간 더 높아야 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linuxiso.org에서 구할 수 있다. CD ROM 레코더가 달린 컴퓨터가 있으면 세 장의 설치 CD를 만들고, 만약 없다면 사이트를 뒤져 찾거나 50달러 정도를 내고 온라인 주문을 해도 된다. 플로피 디스크로부터 설치 방법을 읽을 수도 있다. 베어본 설치를 위해서는 이더넷 연결을 통해 디스켓 몇 장이면 충분히 받을 수 있고, 이더넷 카드가 없으면 아무 카드나 10달러면 살 수 있다. 카드를 살 때 60달러 정도에 30GB짜리 하드디스크 추가 구입도 고려해 보는 게 좋다.

설치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요즈음엔 플러그들이 한쪽 방향으로만 맞게 되어 있어 설치가 간단하다.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확인, 파일 전송, 라우터나 방화벽 기능 등 구형 컴퓨터로 작업하기에 맞는 운영체제와 알맞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데는 반나절 정도 걸릴 수도 있다. 프랑켄 맥킨토시의 경우 모질라와 오픈 오피스, 포터블 알레그로서브를 깔았다. 총 비용 200달러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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