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부터 국내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에 들어가 SK케미칼의 선플라, 대웅제약의 EGF외용액, 동화약품의 밀리칸, 중외제약의 큐록신, LG생명과학의 팩티브, 동아제약의 스티렌, CJ의 슈도박신, 종근당의 캄토벨 등 8개 국산신약이 탄생했다.
문제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국산 신약들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는 것. 99년 9월 식약청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선플라는 백금착화합물 항암제인데 해마다 매출액이 줄고 있다.
2001년 30억원에 달했던 매출이 2002년에는 23억원으로 줄었다. 선플라는 현재 적응증이 수술 후 재발성 위암으로 한정돼 있고, 작년에 보험급여까지 제한돼 매출이 줄어들게 된 것. 이 때문에 적응증을 간암과 두경부암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2001년 5월 희귀의약품으로 임상2상을 끝내고 시판허가된 2호 신약 EGF외용액도 시장성이 없기는 마찬가지. 다만 연구개발 과정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관련된 노하우를 쌓았다는 위안을 삼을 정도다. EGF외용액도 시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당뇨성족부궤양 적응증 외에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1년 7월 세계 첫 방사성 의약품으로서 국산 신약3호로 등록된 동화약품의 간암치료제 밀리칸도 시장 사정은 열악하다.
암세포만을 효과적으로 파괴한다는 이 약물은 특정 대학병원에서만 임상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초기간암 적응증에 이어 전립선암과 진행성 간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산신약의 시장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우선 신약을 개발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시장성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 열악한 자금사정 때문에 획기적 신약보다는 적응증이 한정되더라도 허가가 가능한 용도의 신약을 개발한 것도 원인이다.
일례로 다국적 제약사들은 1개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10~15년간 3천억~1조원 정도를 투자한다. 반면 국내제약사들은 연구개발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1조원 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탄생된 국산신약들은 정부당국으로부터 허가취득시 적응증을 제한 받게 되고, 시판된 이후 임상의들로부터는 효과가 기존 오리지널이나 제네릭에 비해 못하다는 평을 받아 고전하고 있는 것.
따라서 향후 신약개발은 허가 획득에 급급하기보다는 출시 이후 시장을 겨냥한 효과가 우수한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티렌 성공가능성 입증
이런 가운데 동아제약이 개발한 국산 천연물신약 1호 스티렌이 발매 1년만에 매출 70억원을 돌파, 국산 신약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증명, 한가닥 희망을 안겨 주고 있다. 동아제약이 2002년 12월1일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천연물신약 1호 스티렌은 효과가 우수하고 시장성도 넓은 위염치료제로 발매돼 1년만에 매출이 70억원을 넘어섰으며, 내년에는 18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스티렌의 경우처럼 발매 1년만에 70억원대를 돌파하는 대성공을 거둔 예는 국산신약에서는 없었기 때문에 스티렌의 성공요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아제약 박찬일 이사는 “스티렌의 성공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우수한 약효와 풍부한 시장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이 자연스럽게 충족됐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신약의 성공이 예상치 못한데서 온다는 제약업계의 속설이 맞아떨어진 순간이기도 하다. 스티렌은 지난 95년 동아제약과 이은방 교수(서울대 천연물신약연구소)가 산학공동으로 개발하게 된 물질이다.
동의보감 등 한의서에서 애엽(쑥)이 염증치료에 유효하다고 기록한 점에 착안, 애엽의 추출물인 유파틸린을 위염치료제(방어인자증강제)로 개발한 것. 약효에 자신감을 가진 동아제약은 작년말 70주년을 기념해 스티렌을 발매하면서 서울, 인천 등 10개지역 순회심포지엄을 통해 임상의들에게 약을 소개했으며, 반신반의하던 의사들도 우수한 약효를 인정, 처방을 내놓기 시작했다.
위염치료제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매출도 부쩍부쩍 늘었다. 발매초기 매출은 수억원에 불과했으나, 효과를 믿게된 임상의들의 처방이 확대됨에 따라 최근들어서는 월평균 1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향후 동아제약은 스티렌을 200억대 이상 대형품목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1일3회에서 1일1회 복용으로 제제기술을 개발하고 △애엽의 주성분인 유파틸린유도체연구회를 발족하고 △해외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이사는 “연구개발 초기엔 국내 시장을 겨냥했으나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동남아지역은 물론이고, 천연물신약을 장려하는 중국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스티렌의 예처럼 국내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신약이 효과도 좋고 시장성도 있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데 이어 해외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는 점은 향후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 모델로서도 연구해 볼만한 사례다.
유망한 임상단계 신약후보
이제는 시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내년에는 부광약품의 B형 간염치료제와 LG생명과학의 서방형 인성장호르몬이 이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양증권은 최근 ‘제약산업 2004년 전망’에서 임상 2상 중이거나 개발완료 후 적응증 확대 단계에 있는 약물군 중심으로 분석하면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클레부딘과 소아임상 2상 후기 중인 서방형 인성장호르몬의 허가를 좌우할 임상 결과가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어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클레부딘은 국내에서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4개국 다국임상을 실시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개발을 위한 해외파트너였던 트라이앵글이 길리어드사이언스에 피인수 된 이후 새로운 해외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클레부딘은 기존제품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 치료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현재 B형 간염치료제 시장은 GSK의 제픽스와 인터페론 등이 선점하고 있으며, 작년 10월 미 FDA의 승인을 받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아데포비르가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이들 제품과 경쟁이 가능하다.
LG생명과학의 서방형 인성장호르몬은 현재 성인대상 임상 3상, 소아는 후기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LG생명과학의 서방형 인성장호르몬은 기존 제품에 비해 탁월한 방출 특성과 제형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 제넨텍의 서방형 인성장호르몬이 출시돼 있으나, 기존 인성장호르몬 시장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LG생명과학의 서방형 인성장호르몬은 1주제형으로서 환자의 사용편리성을 도모하고 있어 시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대웅제약의 당뇨성족부궤양치료제,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유한양행의 위궤양치료제 등이 내년에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김선호 의학신문 제약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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