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반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법의학적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법의학 의사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국과수를 떠나 사망과 관련된 검안과 부검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법의학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한 원장은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었지만 국민의 죽음을 책임져야하는 국가의 법의학 분야에 대한 관심은 아직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다.“국내에는 아직까지 거의 모든 부검을 국과수에서 처리하고 있고 법의학 전문의 제도가 없어서 법의학자의 수가 늘어나는데 한계가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법의학을 연구하고 검시(檢屍)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가 전국적으로 40명도 안 된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법의학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자연사 또는 병원에서 사망하지 않은 손상과 같은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검안 및 부검이다. 서울에서 일년에 변사로 신고되는 사망자는 약 5천명 정도, 이 중 약 1천명에 대한 부검만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나머지 4천여명은 검안만으로 행정적, 사법적 처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경찰청, 용산·서초·강남 경찰서 등에서 한 달 평균 70여건의 사건 의뢰를 받고 본격적인 사체검안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한 원장은 변사사건이 발생하면 직접 현장에 나가 사체를 보고 검안서를 작성하는데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만 직접 현장에서 사인을 규명한다는 사실에 힘이 든 줄도 모른다고….“과학의 발전과 함께 범죄도 지능화되고 있지만 과학적인 수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검사를 하려면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해와야 하는데 아직 일선 경찰들은 정확한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하는 한 원장은 현장감식반을 전문가 집단으로 육성하고 부검제도와 시스템상의 변화가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을 덧붙였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