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죽이는 치명적 독성
오늘날에는 누구나 방사능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다 알고 있다. 심지어 암을 치료할 때도 일반세포보다 비율이 약간 높은 암세포를 죽이는 그 치명적인 독성이 바로 방사능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방사선치료나 기타 방사능의 해악을 발견하기 전인 100년 전에 살고 있었다고 상상해 보아라. 사실 전기도 적당량을 사용할 때는 매우 안전하다는 사실도 비교적 최근에야 발견됐다. 그렇다면 방사능이라고 다를 것이 있겠는가?
사실 초기 방사능에 관해 알아낸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꽤나 똑똑하다는 사람들조차도 방사능을 이롭다고 착각할 만하다. 알다시피 천연 온천은 수천 년 동안 건강에 좋은 스파로 이용되어왔으며 오늘날에도 휴가철이 되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온천을 찾는다. 그런데 당시 방사능 탐사기로 온천을 조사한 과학자들이 꽤 유명한 온천에 포함된 성분이 방사능에도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이는 지하 깊숙한 곳에 있던 토륨과 우라늄의 자연붕괴로 생성된 라듐가스가 천연 온천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사실 정확히 온천의 어떤 성분이 건강에 좋은지 모르던 상황에서는 온천의 방사능 성분이 꽤 유력한 증거가 될만하다. 그리고 장사꾼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라돈수”라는 이름을 붙인 물을 병에 넣어 팔기 시작했 다.
그러나 이들의 경쟁자들이 곧 라돈수의 문제를 지적해냈다. 라돈의 반감기는 3.82일에 불과해서 고객이 라돈수를 받았을 때는 이미 대부분의 방사능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라돈수로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라듐광석 레비게이터사는 자사의 소위 “더욱 과학적인” 제품을 판매하면서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상당량의 우라늄과 라듐 광석으로 안을 댄 냉수기가 방사능 붕괴 및 라돈 가스 변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즉 어떤 물이라도 이 물탱크에 하룻밤 넣어두면 이튿날 아침에는 신선하고 강력한 라돈수로 변했다. 불행히도 라돈수를 마신 이들에게 작용한 그 효과는 뚜렷했다(물론 오늘날에는 라돈이라는 말만 들어도 멀리 달아나기 바쁘지만). 당시에는 방사능 물질을 함유한 우라늄 담요 같은 방사능 제품이 시장에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 함유량이 극히 미미해서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이를 동종요법이라고 하는데 오늘날에도 그 인기는 높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러한 제품의 광고 문구는 항상 똑같다. 우선 1928년 라듐 오레 레비게이터 브로셔에 실린 다음 문구를 살펴보자. 방사능이 위험하다고?
그것은 방사능을 약품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방사능은 약품이 아니라 자연성분일 뿐이다. 실제로도 음용이 가능한 천연 온천이나 우물에도 방사능이라는 효과적인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원래 물에 함유되어 있던 성분을 복원시킨 것은 공기가 탁한 방의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 주는 것과 똑같다.
미국 정부도 천연수에 함유된 방사능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간단히 말하면 ①우리 제품은 의사가 처방해주는 독한 약과는 달리 자연물이다. ②음식으로는 이 천연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다. ③ 정부도 우리를 막지 않았다.(아직까지는) 하지만 이것이 치명적인 라돈가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잊지 말라. 오늘날에도 우리는 건강식품 판매점에서 이와 매우 유사한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 이제 웹사이트에 실린 광고를 살펴보자. 음...정력강화제이다.님포맥스는 안전한가? 님포맥스는 100% 식물성 천연영향보조제이기 때문에 직접 복용해도 전혀 해가 없다. 님포맥스는 의약품이 아니며 처방약에서 발견되는 합성화합물은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님포맥스는 때때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오는 제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보조제이다. 물론 허브약품이 방사능처럼 위험하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100% 천연이라는 말이 제품의 효과나 안전성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의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출신이 아니라 바로 성분 그 자체이다. 설혹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난 허브 제품을 모두 모아 놓더라도, 정부나 업체에서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 알려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믿기 힘들지만 현대 연방법(건강기능식품법 1994년 제정)에서는 FDA가 특히 모든 허브제품에서 실질적으로 손을 뗄 것을 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FDA에서는 이러한 조제와 관련된 클레임, 성분, 안전성을 규제할 수 없으며 또한 허브 약품으로 야기되는 부작용과 사망사건의 조사 추적 요구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확실히 마황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몇 건 발생하면서 마황이 금지되긴 했지만 FDA가 다른 위험약품에 대해서도 이처럼 동일한 권한을 갖기 전까지는 아직도 이러한 비극이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당시 라돈수는 아무 성분도 함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체에 해는 없었다. 고객까지 도착하기 전에 방사능 성분이 모두 사라졌던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점도 현재의 동종요법과 유사하다. 동종요법에 있어서 희석은 필수다. 제조과정에서 강력한 원료는 계속해서 희석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판매되는 ‘약품’에는 오리지널 성분의 분자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이들 약은 마치 오리지널 성분을 계속 함유하고 있는 것처럼 표시해서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다. 결론은, 100년 전 라듐을 먹었던 바보들보다 우리가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말자는 얘기다. 오늘날에도 동종요법 시장은 거대하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화려한 수식 어구를 뽐내고 있다. 일단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판단력을 상실하기 시작하면, 이처럼 위험하고 어리석은 제약 시장은 계속 성행하게 될 것이다.
완벽한 방사능의 세계로 초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업체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라듐의 함량을 높여 점점 강력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들 제품 중 가장 심각했던 것은 라디엔도크리에이터사에서 제작한 가로 세로 5x7.5cm의 상자로 라듐 250 마이크로큐리를 방출할 수 있다. 이는 근처에 놓인 형광막을 조명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게다가 이 상자를 내분비선 바로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라고 했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방사능 산업이 커갈수록 이를 둘러싼 업계의 부정행위도 심해져 정해진 분량 이상을 함유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로 인해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우선 완벽한 방사능의 세계로 초대하겠다는 제품 광고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광고대로 정말 치명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실은 매우 안전한 가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을 폐쇄시켰다.
예를 들어, 뉴저지 이스트오렌지의 베일리 라듐 연구실에서는 “방사능이 함유됐다고 공증된 물” 라디더(Radithor)에 대량의 라듐과 토륨이 함유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내는 사람에게는 상금 1,000달러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라디더는 진짜였다. 당연히 상금을 획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제품은 실업가이자 플레이보이이며 하루에 라디더를 3병씩 마시던 에벤 바이어스라는 사람의 목숨을 확실히 앗아갔다. 1932년 찾아온 이 무시무시한 죽음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라듐수 문제없다.
목이 떨어져 나가기 전에는”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또한 그의 사망을 계기로 갓 신설된 FDA에서는 관련 업체들에게 방사능 관련 제품의 안전성 및 효력을 입증하라고 압력을 가하면서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방사능의 효력을 입증할 수 없었던 제조업체들은 하나둘씩 시장에서 퇴출됐다. 비록 저 방사능 제품들이 단속을 피해 1960년대까지 이어져 내려와 피해자가 속출했지만 말이다. 라듐 매니아층의 이야기가 조금은 어이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리 특이한 것도 아니다.
장사꾼들의 무분별한 시장형성
예부터 통증과 고통을 치료하려는 환자들과 이를 이용하려는 장사꾼들이 어울려 무분별한 시장을 형성해왔다.사실 사기꾼이나 무책임한 상인들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이용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완치라는 희망에 부푼 환자들은 평범한 물조차 뛰어난 치료약으로 둔갑시키는 힘이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