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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 공상과학 소설계 거장 '아서 클라크'

‘유년기의 끝’은 영국 작가 찰스 스트로스가 집필한 것이다. 이 개념을 생각해 낸 버노 빈지(Vernor Vinge)는 컴퓨터 과학자이자 공상과학소설 작가로 현재 샌디에고 주립대학의 명예교수이다. 우리는 엄청나게 급변하는 과학기술 발전 시대에 살고 있어 조만간에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같은 분야들이 통합되면서 무리한 변화의 시대로 돌입하게 될 거라고 빈지는 말한다. 특이점에 해당하는 그 순간이 지나면 이 세계는 석기시대와 현대의 차이 만큼이나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 시대에 살고 있어 조만간에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같은 분야들이 통합되면서 무리한 변화의 시대로 돌입하게 될 거라고 빈지는 말한다. 특이점에 해당하는 그 순간이 지나면 이 세계는 석기시대와 현대의 차이 만큼이나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아서 클라크가 사는 주택 단지로 난 높고 흰 출입문은 방폭 처리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손으로 문 표면 이곳저곳을 쿡쿡 눌러보며 숨겨진 초인종이 있는지 확인했다. “여보세요? 누구 없어요?”
필자는 미리 그에게 전화를 했기 때문에 무단침입할 생각은 없었다. 클라크는 필자와 만나겠다고 동의했는데, 분명 미국인이 도대체 무슨 일로 인도 연안의 작고 문제가 많은 섬나라 스리랑카에 있는 자기집 문간까지 추적해 왔는지 호기심이 발동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겁을 먹은 스리랑카인 운전수 틸락이 둘레를 살피며 잘못 온 것 같다며 맞냐고 물었다.

화성으로부터 전송되온 사진
시나몬 가든 지구는 스리랑카의 최고급 주택지이다. 클라크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유명한 주민이다. 카스트 제도가 아직 잔존해 있는 섬에서 택시 운전수들은 성벽에 근접조차 못한다. 안쪽에서 누가 조작한 듯 출입문이 신비하게 젖히며 열리자 틸락은 휙 돌아서서 차로 가더니 운전석에 앉아 필자에게 들어가보라고 한다.
수염을 기른 시종이 나타나 필자에게 “주인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라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중앙 정원은 클라크가 이 섬에서 사는 50년 동안 길렀던 애완견들용 소형 묘석을 제외하곤 황량했다.
본저택에 딸려 있는 중앙홀은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햇빛에 바랜 스페이스 오딧세이 : 2001 영화 포스터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 황량한 집에는 주택 관리인들만이 사는가 싶었는데 앞서 가던 시종이 클라크의 서재로 난 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갑자기 쏟아져 나온다. 조명이 환한 서재 안에는 잘 정돈된 책들이 벽면을 뒤덮고 있었다.

방 가운데에는 87세의 클라크가 소아마비 후기 증상 때문에 휠체어에 의지한 채 앉아 있었는데 목소리는 원기왕성했다. “보시오!” 그가 다짜고짜 의자를 돌려 나란히 놓인 컴퓨터들을 향한 채 말했다. “댁이 꼭 봐야 할 게 있소!” 그를 둘러 싼 모니터들 중 하나엔 Independence Day DVD가 잠시 정지된 채 윌 스미스의 머그잔이 바보같은 모습으로 허공에 멈춰 있다. 다른 모니터들은 이메일이 왔음을 알리며 깜빡거린다. “보시오”라고 클라크가 다시 말하며 필자에게 가까이 와 자기 어깨 너머로 보라고 손짓했다.

그가 한 화면에 화성으로부터 전송되 온 최근 사진들을 불러내 놓았다. 그는 주황색 풍경과 산, 협곡 사진들을 돌려가며 보여주었다. 외진 섬에 있는 나무 판자로 만든 서재에 앉아 마치 마술처럼 우리는 화성의 일몰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작가이자 사상가인 클라크의 통찰력 덕분이다. “아름답죠?” 그가 말했다.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은 SF 작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H.G. 웰즈나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서 클라크가 이 정도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서사적 문체 때문이 아니라 그의 아이디어들 덕분이었다.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보통 아이들처럼 공룡이나 화학실험 세트, 공상과학 잡지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강한 호기심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세계 제2차대전에 사병으로 참전한 그는 레이더의 힘을 이용하려는 연구팀에 합류했다.

미래에 대한 강한 호기심
그는 발명가나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27세의 젊은 나이에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인 인공위성을 소개했다. 1945년 당시 전세계적 통신망 구축 방법에 관한 논의가 진행중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전국토 곳곳에 텔레비전 전송탑들을 세우자는 것이었는데, 비용 조달이 불가능한 끔찍한 생각이었다. 그때 클라크의 대담한 아이디어가 “외계 전송방식”이라는 논문에 게재되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논의에서 제시된 해결책이 너무 시대를 앞선 것이어서 진지하게 고려해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썼다. 그는 로켓으로 가벼운 장비들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리면 엄청난 고도의 전송탑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년 후 기술이 발달해 그의 생각이 실현되자 과학자들은 현재의 지구정지궤도에 클라크 궤도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맨션과 시종들, 그의 명성과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호화로운 주변 환경에도 불구하고 클라크는 대가답지 않은 초조함을 내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안경을 만지작거리고 필자의 녹음기를 가지고 놀며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쇠퇴한 것 같았는데, 본인도 알고 있는 듯 했다. SF 작가 스테판 박스터와 공동 집필한 그의 최근 저서에 관해서 묻자 그는 눈을 깔며 고분고분해진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 Time’s Eye였지. 그게 뭐에 관한 얘기였었죠?”

잠시동안 그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하려 하지 않으면서 스리랑카인 조수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 친구라면 그런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겠지만 난 말 못하겠는걸”이라고 클라크가 말했다. 나중에 큰 소리로 말하는 대신 클라크는 그의 오래된 책들을 뒤적이며 우리 대화에 적절한 글귀들을 찾았다.

새 아이디어의 본산 미래
“이것 좀 읽어보시오”라고 그는 말하곤 했다. “모두 여기 적혀 있어요.” 그는 자기 기억보다 예전에 써놓은 기록들을 더 믿는 것 같았다. 필자는 좀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럼 필요한 생각들을 모두 기록해 두셔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으시다는 얘긴가요?” 이런 자극적 질문에 그는 활기를 띠었다. 이 질문으로 우리의 대화는 80줄에 접어든 노인에게는 회상하기가 버거운 과거의 얘기로부터 벗어나 미래에 관한 얘기로 바뀌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본산인 미래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워했다. “당신 질문을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소.” 그가 말했다. “얼마나 많은 책이 집필될 수 있을 것 같소?”“얼마나 많은 곡을 작곡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이시군요?”



그는 거의 휠체어에서 일어설 듯 말했다. “맞아요! 언젠가 게산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무척 큰 수였지. 10의 100제곱의 10제곱 정도는 됐을 걸.” 필자가 할 말을 잃고 있자 그가 친절하게 부연 설명을 해줬다.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죠.”그런 식으로 우리 대화는 게임처럼 일정한 규칙성을 띠기 시작해 필자가 질문을 하면 그는 전혀 엉뚱한 얘기를 꺼내 대답을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그의 그런 대답이 노망 탓이려니 생각하는 순간 그는 정확하게 우리가 나누던 화제로 되돌아오곤 했다. 필자는 클라크가 썼던 적이 있는 복제에 관해 언급했다. 반쯤 질문을 끝냈을 때 그가 손을 들어올리며 조용히 하라고 하더니 조수에게 뭐라고 중얼거리자 조수가 그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 “난 아직도 눈물이 난다우.” 클라크가 사진을 건네고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말했다. “지난주에 죽었지.”

사진에는 치와와 강아지가 있었는데 이름이 펩시였다고 한다. “오늘 또 한 마리 살 작정이요.” 그가 말한다.
“또 치와와로요?”“그럼요, 물론이지. 똑같은 거로 사야지.”클라크와 얘기를 하는 동안 마치 예언자와 함께 한 것 같았다. 쉬운 대답이 없었고, 간혹 있다하더라도 우화식의 대답이었다. 복제의 윤리성이나 안전성 같은 복잡한 논쟁을 하는 대신 그는 그냥 자기가 좋아하던 치와와의 사진을 건넸다. 치와와도 복제의 대상으로 언급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다속의 우주 무중력 체험
젊었을 때 클라크는 영국에서 급부상중인 소설가들 중 C.S. 루이스와 J.R.R. 톨킨 등과 친하게 지냈었지만 1953년 유년기의 끝(Childhood’s End)으로 명성을 얻고 인도양의 산호초에 푹 빠지기 전 이야기이다. “바다에 잠수하러 이곳에 왔어요”라고 그가 1953년에 스리랑카로 건너 온 이유를 설명한다. “우주의 무중력을 체험하기에 바다속만한 곳이 없죠.” 대화 도중에 그는 런던에서의 생활에 관해 생각해 낸 듯하다. 그는 최근에 집필한 자기 저서에 대해서는 잘 기억을 못해도 수십 년 전의 대화에 관해서는 또렷이 기억한다. “C.S. 루이스! 그 친구와 작별하며 한 말이 생각났어”라고 그가 말했다.

“우린 플릿가 이스트게이트에 있는 술집에 앉아 있었지.” 그가 의자에서 몸을 뒤로 젖히며 추억속에서 그 거리를 따라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간다. “맞아. 우리가 비틀거리며 거리로 나오자 루이스가 우리한테 돌아서서 이렇게 말했지. ‘자네들 모두 사악한 친구들이지만 누구나 다 선하면 이 세상이 너무 재미없지 않겠어?’”클라크는 이런 비난에 호탕하게 웃으며 책상을 치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루이스는 사도 바울 이후 가장 널리 읽히는 기독교 변증서의 작가이고, 클라크는 무신론을 주장하는 대표적 작가이다. “종교는 모든 정신적 바이러스들 중 가장 나쁩니다”라고 클라크가 흥분해 말했다.
“저런, 종교에 관해선 그다지 관대하지 않으시네요.” 필자가 대꾸했다.
“종교는 가장 유해하고 지속적인 정신 바이러스예요. 가급적 빨리 없애버려야 해요.”
“그렇다면 종교도 바이러스처럼 결국 사라져버리게 될까요? 종교 퇴치용 백신이랄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는데요.”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이 컨셉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듯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대답했다.
“지금 그런 소설을 집필중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밤에 그런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면 예전에 사용했던 게 아닐까 싶어 되돌이켜 보고는 그랬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차세대 통신, 뇌-뇌간의 교신
클라크의 1951년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된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 : 2001로 스탠리 큐브릭과 함께 아카데미상을 공동수상하면서 클라크는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소설에는 그는 놀라울 정도의 예지력으로 화상전화기와 달 착륙, 인터넷 같은 미래의 모습들을 묘사했다. 곧 클라크는 월터 크론카이트와 공동으로 아폴로 탐사 임무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제 그가 스페이스 오딧세이 : 2001에서 예측한 것처럼 컴퓨터 지능이 언젠가는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게 될지 물었다. “아직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하는 얘기죠?”라고 그가 웃으며 물었다.
필자는 조심스럽게 클라크가 미래에 관해 몇 가지 예측을 하도록 유도했다. “선생님은 인공위성 궤도에 대해 미리 예견을 하셨는데, 그렀다면 다음 세대의 통신은 어떻게 변할까요?”

“뇌와 뇌가 직접 교신을 할 겁니다.” 그는 사람들이 공중으로 생각을 교환하는 “브레인 캡”이라는 물건에 대해 묘사했다. 공항에서 배우자에게 키스를 불어 날리는 대신 사진과 오디오 클립까지 첨부된 장문의 작별 편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는 브레인 캡을 이용해 지루한 일을 없앨 수도 있을 거라고 설명한다. “머지 않아 브레인 캡으로 전등 스위치나 에어콘을 켜거나 차 시동을 걸 수도 있게 될 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언제쯤 브레인 캡이 구체적인 구체적 도구로 등장할까? “그거야 어떤 대역폭으로 얘기를 하는 가에 달려 있죠!”라고 그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는 또다른 혁신적 아이디어의 도래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두 개의 정신이 완전히 합쳐지는 셈이니까 여러분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게 됩니다. 한 10년쯤 후면 그렇게 되겠죠.”여러 가지 예측을 하는 중에 클라크는 대략 20년쯤 후에 등장할 것들에 관해 재미있는 농담을 생각해냈다. 극저온 냉동 보관? 그런 걸 누가 원할까? 20년쯤 후에는 신체를 벗어나 영혼만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년후 우주 엘리베이터 가능
머지 않아 엘리베이터로 우주에 올라가게 될 거라고 그가 말했다. 그는 이 예측을 수년간 자랑스럽게 밝히고 다녔다. 언제쯤 가능하겠냐고 묻자 20년 후쯤 되리라고 한다. 그때쯤 되면 나노기술이 발달해 보통 납의 원자 구조를 조작해 금으로 변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납이 금보다 더 유용하기 때문에 값이 더 비싸질 것이다. 이런 급격한 가치 변화로 현재의 화폐는 사라지고, 대신 사람들 사이에 메가와트가 통화로 이용될 것이다. 행성간 여행은 어떻게 될까? 물론 20년 후에는 가능하다. “정말 긴 시간이죠”라고 그가 씩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그쯤에는 세상의 종말도 닥쳐올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듯한 예측이다. 이 이국적인 곳에서 이 불안해하는 남자와 앉아있다 보니 마지막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인류가 그런 극한 상황까지 간다면 아서 클라크로부터 어떤 조언의 메시지를 구해야 할까? 클라크는 잠시 웃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앞으로도 20년 동안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문을 들으러 오리라는 생각을 음미하고 있는 듯 했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자. 벌써 해질녁이 되어 그가 간단히 대답하기로 한 것 같으니까. “당황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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