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기술은 이미 진공청소기나 건조식품을 만드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돼왔지만 최근 전자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칩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오염입자를 제거해야 할 필요성은 커진다. 보다 고진공상태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반도체 기판에 원하는 물질을 입히고 회로를 새기는 공정은 오염입자가 없는 진공상태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진공기술은 이미 기가급 반도체, 극미세 기술, 우주항공 등 21세기 국가 주력 과학산업의 핵심 원천기술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주력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연간 70억달러(2001년 기준, 세계시장의 8%)에 달하는 진공장비 및 부품시장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는 독자적인 신공정 개발 등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진공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진공에서 사용되는 제품이나 부품의 성능·종합특성을 알아야 하나 기존에는 국내에서 이에 대한 측정조차 불가능했다. 신뢰성 있는 기술데이터 제공이 안되므로 기술축적도 안되고 국산 진공장비가 불신까지 받는 이유가 됐다.
정 박사팀의 이번 성과는 국내 진공기술·산업 발전의 기초 토대를 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술수요가 많은 72개 항목에 대해 진공도 10파스칼 급까지의 진공 핵심부품·재료 평가 및 진공 시스템·공정 진단에 필요한 종합 평가장치를 구축하고 평가기술을 개발했다.
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4년에 걸쳐 진행된 이번 진공기술기반구축사업 결과 구축된 장비와 개발된 평가기술로는 ▲진공펌프 분야에서 도달진공도 등 18개 항목 ▲진공계측기 분야에서 잔류기체 분석기 기체별 감도 등 21개 항목 ▲진공부품 분야에서 진공밸브의 유량계수 등 14개 항목 ▲진공재료 분야에서 재료의 탈기체 등 12개 항목 ▲진공공정 분야에서 플라즈마 균일도 등 8개 항목의 특성평가가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는 오는 2007년까지를 예정으로 2단계 사업에도 착수했다. 이와 함께 시험 및 측정 데이터의 품질관리를 위해 ISO9001 인증을 획득했으며 관련 자료를 국제도량형총국(BIPM)과 아시아 태평양 측정 프로그램(APMP)의 측정능력표(CMC table)에 등재되도록 해 국제적 인정도 받았다.
개발된 기술은 학교나 기업·연구소 등에 확산되고 있다.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회 이상의 산학연 교류회와 연 2회의 기술강습회를 통해 진공기술 정보를 보급했다. 지난 한해 동안만도 670여건의 진공특성시험 데이터가 반도체 업체, 가전업체, 디스플레이 장치업체,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 진공부품 업체 등 산업체와 연구소 등에 공급됐다.
최수문 서울경제신문 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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