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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속의 자동차

By matthew Teague
Photograph by Bruno Barbey/Magnum Photos


묘하게도 우리는 몇 달이나 몇 년 후보다 먼 미래의 일을 상상하기가 더 쉬운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부터 50년 후에는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이 발달해 인공 장기는 물론 유람선이나 자동차에까지도 동력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때쯤에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해내는 방법이 이미 발견된 후일 것이다. 바람이나 태양력 같은 재생 가능 자원을 이용한 물의 전기분해나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같은 합성 연료 이용을 통해서, 또는 석탄 같은 화석 연료로부터 탄소를 추출하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마법의 가루를 이용해 이런 수소가 생산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연료전지 산업이 고도로 발달해 엄청난 에너지 밀도를 갖춘 초소형 수소 탱크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고, 중소형 차량에 알맞은 저렴한 가격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아직 받지 않은 쌀쌀한 북반구 지역 기후에 적당한 강도를 갖춘 연료 전지도 등장할 것이다.

수소 연료 전지의 가능성은 상당하다. 현재 미국의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2억3천만 대의 자동차들이 연료 전지를 동력원으로 할 경우 총 17테라와트의 전력 생산 용량이 필요하게 된다. 이 수치는 혼다 FCX 자동차의 평균 최대 전력 소비량인 75킬로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연료 전지 용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17테라와트면 현재 전력 총 생산량인 800기가와트의 21배에 달한다.

연료 전지 자동차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의 인프라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분산 동력 시대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주차시에 연료 전지를 장착한 자동차는 휴대형 발전소 기능을 하며 차와 연결된 가정과 사무실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할 때 지역별로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운전자 신경과 연결된 좌석

지금부터 50년 후에는 자동차가 교통수단의 주류를 이루면서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고 인간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핸들을 불편하게 조작하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일은 사라지고 대신 운전자의 신경과 연결된 좌석이 사람의 마음을 읽어 주행하게 된다.

GPS와 차량 추적, 자동 주행 및 제동, 기타 최첨단 기술들이 합쳐진 도로 유지 및 충돌 회피 기술들 덕분에 지금처럼 단단하지만 구부러지는 강철 구조 차량들끼리 끔찍하게 부딪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자동차 섀시는 출력을 최대로 높이고 차체 중량이 최소화되도록 분자들이 배열된 나노복합재료로 제작될 것이다. 미래 자동차들의 표면은 차체를 비단 스타킹처럼 감싸며 4명이 타면 확장되고 1명만 타면 하강중인 스키 선수의 스키복처럼 줄어들며 하중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절될 것이다.

자동차들은 "자동화된 이동성"이라는 말에 걸맞는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데이터 대량 전송 문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에 장착된 양자 컴퓨터가 운전자의 기억을 대신하는 조수이자 친한 친구 역할을 해 기능이 제한적인 요즈음의 PDA는 조롱거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인간은 자동차와 일체가 될 것이다.

더구나 미래의 자동차는 속도도 빨라진다. 속도가 증가됨에 따라 공기 터널 역할을 하는 "구멍들"이 자동차 밑에서 열리며 지면 밀착력을 높여 준다. 자동차 후미는 기류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저항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여 준다. 딱딱한 유리창도 사라지게 된다. 외부 풍경은 데이빗 겔런터가 그의 저서 Mirror Worlds에서 묘사한 것처럼 파노라마처럼 운전석 내부에 재현되면서 적외선 영상과 확대 기능, 지도 중첩 기능과 가상 게시판이나 도로가의 음식점 메뉴 같은 기계식 시야도 제공한다.

하지만 볼거리는 그지 많지 않을 것이다. 21세기 중반쯤에는 현재 부상중인 터널 굴착 공법들 덕분에 번잡한 도심 곳곳에 고속 통행용 터널들이 뚫리게 될 것이다. 북경에서의 끔찍한 교통체증 같은 힘든 시절 얘기를 부모들이 해 줘도 아이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지상의 고속도로들은 해체되어 토지가 부족한 도시들의 도로망을 확충시켜 줄 것이다. 미래의 대도시들에서 한때 고속도로가 있던 곳들은 녹음이 우거진 도로가 깔릴 것이다.

터널 내부에서의 속도는 현재의 초고속 열차 속도보다 빨라진다. 터널 입구에 들어서면서 자동주행으로 전환하면 자동차 속도와 차량간 간격이 자동으로 조절되며 교통 흐름이 최적화된다. 도시들간, 또는 대륙간 대형 터널들은 감압처리로 공기 저항이 줄어들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에서나 가능했던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 비용·기술투자 환경상의 문제

지금까지는 흥미진진한 얘기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런 먼 미래의 이야기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재와 유토피아 같은 미래 사이에는 수많은 비용과 기술, 환경상의 영향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는데, 이 문제들은 해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단기적으로 봤을 때 수소 에너지 개발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해 대부분의 운송수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기술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물에서 수소를 얻어내는 데 필요한 전기를 화석 연료를 태워 만들어낸다면 청정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오염을 시키는 셈이 된다.

사실 온실효과 유발 가스를 줄이는 게 목표라면 전력 생산 시설의 오염가스 배출을 확실하게 규제하는 게 가장 좋다. 미국 전체 차량과 경트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데 반해 전력 생산시설에서는 40%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결론 : 연료전지 기술은 현재는 물론 향후 상당 기간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용이 들 것이다. 현재 수소 에너지가 경제성을 갖추는 시기가 언제쯤 될지를 놓고 각종 언론에서는 엔지니어와 에너지 전문가, 정책 입안자들간에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수소를 대중화하는 데 따른 기술적 장애는 규모상으로만 봐도 맨해튼 프로젝트나 아폴로 우주 계획에 버금가지만 전기자동차를 옹호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가급적 이에 대해 거론하지 않는 게 좋다. 이들은 자동차 회사들이 하이브리드형이나 수소 자동차를 더 선호해서 전기자동차 양산을 포기했다며 화가 나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전기자동차에 매달리는 것일까? 전기 자동차 충전용 전력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화석 연료로부터 유해 가스가 방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기자동차는 가장 공해가 적은 하이브리드형 자동차 보다도 배기가스 방출량이 더 적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기자동차를 지붕 위의 광전지 판넬이나 풍력 터빈에서 얻은 전기로 충전하며 저렴하고 배기가스 방출이 없는 교통수단이라는 최종 목표에 독자적인 방식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애지중지 아끼는 GM사의 전기자동차 EV1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다.

충전단자에 설계상의 문제가 있어 화재 발생 우려가 있다면서 GM사에서 2000년에 리콜 조치를 취해 자사 차량들을 수거해 폐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도 자사에서 생산한 차량 중 소비자 수요가 330대에 불과했다고 비난하며 캘리포니아주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한 전기자동차 생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전기자동차 옹호론자들은 수소자동차와 연료전지 연구에 쓰이는 연구비 중 극히 일부만 배터리 연구에 사용해도 전기자동차의 가장 큰 단점인 주행거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모두가 옳다. 수소자동차 반대론자들은 배기가스를 줄이고 해외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수소자동차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수소자동차 옹호론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기술이 발전해 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 그렇다면 어느 주장이 맞을까? 경제 원리에 따르면 된다. 석유 회사와 자동차 회사들은 수소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 회사들은 비현실적인 연구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한 곳들이다.

- 차무게 20년간 20%증가

수소 연료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에너지 안정성 개선과 배기가스 감소, 성능 향상을 위해 엔진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가변 밸브 시스템이나 커먼레일 디젤, 직접 분사방식, 무단변속기와 같은 다양한 연료 절감 기술들이 등장했다. 복열식 제동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전기-연료 하이브리드 전동장치는 에너지 효율성이 훨씬 더 높다.

하지만 자동차 공학 기술은 장벽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미국인들이 무겁고 힘좋은 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만 살이 찌는 게 아니다. 일반 자동차 엔진의 출력이 1981년 이후 84퍼센트 증가해 개선된 엔진 효율성을 무색케 했고 미국에서의 자동차 평균 무게는 20년간 20퍼센트 증가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전체 업계에 적용되는 보다 높은 평균연비제도 기준에 대해 자동차를 더 가볍게 만들게 되면 충돌시 안전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제너럴 모터스는 어정쩡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연료전지 연구 분야에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GM사는 늦어도 2010년에는 수소자동차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가벼운 재료로 제작하지 않으면 주행거리가 충분치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감하게 이런 예측을 해 볼 수도 있다. 2010년대에 탄소섬유로 강화된 폴리머 복합재가 틈새제품으로 출현해 구조용 재료로 널리 사용될 수도 있다. 오크 리지 국립 연구소의 한 연구에 의하면 탄소복합재로 차체를 만들면 중량을 40~65퍼센트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신형 포드 GT는 차체가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이 3.3초에 불과하지만 이 2인승 자동차의 무게는 1.7톤이나 나간다. 만약 이 차가 650kg에 불과하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라.

- 탄소복합재 차량의 가능성

탄소섬유 복합재는 이미 골프용품이나 자전거, 제트라이너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을 자동차에 사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기술상의 과제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탄소섬유 복합재를 한 장씩 모아 고압솥에서 한 조각씩 처리하는 더디고 비용이 많이 드는 노동집약적 과정이 가장 어렵다.

레볼루션을 만나보자. 비영리 단체인 록키 마운틴 연구소 CEO 애모리 루빈스의 발명품인 레볼루션은 초경량 차량을 컴퓨터로 모델링한 것으로 탄소복합재 차량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루빈스는 말한다. 이 아이디어를 홍보하기 위해 이 연구소에서 독립해 나간 회사가 하이퍼카(HyperCar)이다. 레볼루션은 루빈스가 파이버포지라는 과정을 이용해 제작되는데, 이 과정에서는 탄소섬유 판을 찍어내 송진이 고속으로 분사되는 대형 금형 안에서 이들을 조립라인에서처럼 조립한다. 맥라렌이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SLR 수퍼카를 제작하고 있다.
루빈스의 연료전지형 SUV 컨셉트카는 렉서스 RX330과 유사한 크기에 똑같은 내부 공간과 안전성 및 성능을 제공하게 되지만 차체 중량은 RX330의 절반이 조금 넘는 900kg에 불과하다. 루빈스는 이 자동차의 비틀림 강성이 최고급 스포츠카보다 25퍼센트 높아 모든 연방 충돌 요건을 통과할 거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접근 방법들이 로터스 엔지니어링사가 참여한 에어로 스테이블 카본 카(Aero-Stable Carbon Car)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영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송진을 주입한 탄소섬유를 끼운 발포성 판재를 여러 장 붙여 차체 뼈대를 만드는 방법으로 특허를 받았다.

차체 중량 외에도 내연식 엔진을 단 자동차의 효율에 또 한 가지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열이다. 가솔린으로 생성된 에너지 중 20퍼센트 정도만이 구동에 사용되고 절반 이상은 엔진에서 열로 낭비된다. 이 열을 포착해 전기로 만들면 어떨까?

- 열이온 자동차 특허 획득

지브로올터에 있는 보렐리스사는 "열이온 자동차" 특허를 획득했는데, 이 자동차는 양자역학 터널링을 토대로 만든 회로판 모양의 장치들을 이용해 열을 전기로 변환한다.
꽤 멋진 아이디어이다. 한 개 살 수는 없을까? 불행하게도 이게 바로 미래의 문제이다. 꼭 필요할 때 나와 있지 않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기술이 등장하든 이미 한 가지 변한 게 있는데, 워낙 근본적인 변화라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자동차를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이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소비자들은 자동차와 환경문제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일반인들의 인식이 성숙해가는 데 반해 헐리우드 스타들은 아직도 자기 과시를 위해 도요타 프라우스를 구입하는 철부지 행동을 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연비가 갤런당 12마일, 고속도로에서는 16마일에 이르는 3톤짜리 트럭에 혼자 탄 채 6리터짜리 엔진에 점화를 하고 초대형 SUV를 몰고 아침 출근길에 오르면 죄의식에 시달리기 쉽상일 것이다. 아마 시동을 걸면서 하늘을 바라다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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