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29일 정오가 막 지났을 때 데렉 폭스는 천체의 변화를 알리는 경보음에 잠에서 깼다. 다른 천문학자들로부터 온 주의보와 메시지들이 메일함에 넘쳐나면서 9시간 전에 탐지된 전례없는 폭발에 모두들 법석을 떨고 있었다.
궤도를 선회중인 고에너지 투과 탐사(HETE) 감마선 관측소에서 우주 역사상 가장 밝은 폭발들 중 하나로 보이는 현상을 초기에 포착했던 것이다. 이것은 우주에서 가장 강렬하면서도 베일에 쌓여 있는 감마선 폭발이었다.
폭스는 그날 저녁이 폭발 후 금방 사그러드는 후광을 포착해 천문학에서 가장 난해한 미스테리들 중 하나인 감마선 폭발 원인을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알고 있었다.
“모든 걸 쏟아부을 기회였습니다”라고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천문학자인 폭스가 회상한다. “분명 이전에 어느 누구도 갖지 못했던 기회를 얻게 됐던 겁니다.”
▲ 30년간의 애탄 기다림
폭스는 그날밤 전세계의 다른 천문학자들처럼 폭발 후광을 포착한 다음 이를 이용해 일부 감마선 폭발 원인에 관한 최근의 한 이론이 옳음을 규명했다. 운좋게도 이 이론 역시 그가 발견한 것이다. 폭발시에는 보통 고에너지의 감마선이 2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방출된 후 기껏해야 며칠간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밝은 물체로 보이다가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런 짧은 방출 기간 때문에 30년간 천문학자들이 감마선 폭발을 애타게 기다린 것이다. 과학자들은 감마선 폭발이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사건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3월 29일 폭발의 경우에는 빛이 너무나 밝아서 이를 포착해 과학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 뿐이다. 감마선 폭발은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을 골탕먹이며 미지의 섬광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과학자들의 능력을 시험해왔다.
하지만 이번달 7일 천문학자들은 이 과제에 대답을 하게 된다. 이 날 감마선 폭발과 후광 탐색용으로 설계된 인공위성 스위프트호가 발사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망원경들과 연결되어 있는 스위프트는 천문학자들에게 전례없이 풍성한 새 자료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한 방울씩 나오던 물이 소방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격이 될 겁니다”라고 폭스가 말한다.
스위프트는 24시간 천체의 광활한 지역을 모니터하면서 감마선 폭발을 탐색한다. 폭발이 감지되면 복잡한 과정의 사건들이 시작된다[반대편 페이지 그림 참조]. 폭발 후 2분간 수 백 개의 태양들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방출하는 것과 같은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다음 며칠간 지구상의 망원경들은 폭발 후광을 관측해 폭발한 별의 성분과 지구로부터의 거리를 알아낸다. 이때 시간이 생명이다. 후광은 1 2일마다 전날의 1/10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민첩하도록 설계되었다. “스위프트는 폭발 탐지 후 10초 내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라고 수석 연구원인 닐 게렐이 말해준다. “스위프트는 이 정보를 지상으로 보내고, 광학 엑스레이 망원경을 1분 내로 폭발 지점에 맞출 것이다.”
▲ 기이한 수수께끼 등장
감마선 폭발의 기이한 수수께끼는 1960년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당시 소련의 핵실험 탐지를 위해 발사된 미국의 정찰위성이 무질서한 고에너지 광자들을 포착했다. 이 최초의 자료들은 1973년 결국 기밀이 풀려 천체물리학지에 실렸다.
수십년간 감마선 폭발의 정체와 원인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1991년 한 학술발표회 후 뜨거운 욕조에 앉아 있는데 감마선 폭발 이론이 300가지가 넘는다고 누군가 말하더군요”라고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 피터 누전트가 회상한다. “그 폭발이 발생한 곳이 우리 은하계인지 더 먼 곳인지도 몰랐습니다.”
1996년 유럽우주국에서는 감마선 폭발의 개략적인 위치를 포착해 이 정보를 지상의 망원경들에 몇 시간내로 전송할 수 있는 베포색스(BeppoSAX) 위성을 발사했다.
지상의 망원경들은 폭발이 발생한 곳을 조준한 다음 폭발 후광을 연구해 이 폭발이 관측가능한 우주의 가장자리인 100~12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음을 밝혀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감마선 방출을 야기한 폭발이 수백 개의 초신성이 폭발한 것보다도 밝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아무리 간단하게 계산을 해보아도 어떤 물체가 그만한 에너지를 방출하려면 현재 알려진 물리 법칙을 깨야만 했다. 이렇게 되자 당연히 이론 물리학자들은 당혹스러워 했다. 이들은 자료가 더 필요했다.
엄청나게 밝은 폭발이 발생해 천문학자들이 폭발 후광에 숨겨져 있는 원소 구성을 파악해 폭발의 구성 성분과 폭발을 일으킨 물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3월 29일 태평양 표준시로 오전 3시 37분 HETE가 충격을 포착했는데 강도가 너무 높아 위성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기계 고장으로 착각해 전체 데이터의 다운로드가 지연됐다. 폭발이 발생한 지 73분 후 인터넷에 이 뉴스가 보도되었다. 전세계의 망원경들이 차례로 폭발 지점을 향했다.
그날 밤 샌디에고에서 가까운 팔로마 관측소에서 폭스는 해질녁 비좁은 통제실에 자리잡고 앉았다. 관측소 중앙에 있는 관측실에서 200인치짜리 거울을 떠받치는 육중한 회색 강철 지지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리를 잡았다.
들뜬 기분이 피부에 와 닿았다. “밝은 후광을 포착하는 일은 늘 신이 납니다”라고 폭스가 말한다. “그 맛에 산답니다.” 어둠이 깔리고 몇 분 후 눈동자 모양의 망원경 덮개가 열리며 빛을 포착한다.
▲ 사실상 100년만의 광경
그날 밤으로부터 몇 주 후 폭스와 동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네이처지에 게재한 측정치에 따르면 이처럼 밝은 감마선 폭발은 10년에 한 번 꼴로 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HETE가 하늘을 한 번에 탐색하는 영역이 1/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사실상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광경을 목격한 셈이다.
이 폭발에 가장 흥분했던 사람은 아마도 뉴저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앤드류 맥페드옌과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크루즈 분교의 스탠포드 우슬리였을 것이다.
4년 전 두 사람은 독특한 감마선 모델을 제시해 우주의 나머지 부분들 전부보다 더 밝게 빛날 정도로 강력한 물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문제를 해결했다. 맥페드옌과 우슬리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빛보다는 초점이 맞춰진 에너지 빔이 훨씬 더 잘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은 이런 감마선 폭발을 일으키는 특별한 모양의 초신성을 상상했는데, 이 초신성은 두 개의 얇은 광선에 에너지를 집중했다.
이들은 이 새로운 초신성을 블랙홀이라고 불렀다. 거대한 별의 핵이 회전하는 블랙홀로 붕괴되면서 감마선 폭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블랙홀은 별을 고밀도의 소용돌이 원반 안으로 무자비하게 빨아들인다. 이 원판에 의해 발생된 자기장이 대전된 입자들을 별 외곽으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방출하면서 좁고, 강력한 감마선 빔이 형성된다.
이 데이터는 맥페드옌과 우슬리의 이론을 입증해 주었다. “3월 29일의 사건은 최소한 감마선 폭발이 핵이 붕괴하면서 상대론적 제트류를 생성하는 초신성과 관계가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라고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 초신성 연구 그룹의 팀장인 크레이그 휠러가 단언한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감마선 폭발의 심층 분석을 통해 폭발 지점 주변의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가시 우주 외곽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더구나 이 외에도 전혀 다른 감마선 폭발이 최소한 한 개 이상 있다.
▲ 블랙홀간의 충돌로 가능
모든 감마선 폭발의 1/4을 차지하는 “짧은” 감마선 폭발은 2초 이내에 사라진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습니다”라고 휠러가 말한다. 중성자별 붕괴[왼쪽 그림 참조]나 중성자별과 블랙홀간의 충돌로도 이런 짧은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
빠른 속도와 정확성 덕분에 스위프트는 이 분야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에 해답을 줄 것이다. “감마선 폭발이 거대한 별에서 발생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현상이 진행중인 것일까요?”라고 버지니아 대학 이론 천체물리학자인 로저 쉐발리에가 묻는다. “현재까지의 관측으로는 자세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연보다는 든든한 장비에 의존할 수 있게 된 천문학자들은 확실한 대답을 기대해 볼 만하다.
제프 와이즈는 독보적인 비행 시뮬레이터 오스틴 메이어와 X-Plane 프로그램 관련 기사를 본지 2003년 8월호에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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