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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휴먼 트랜스포터 매직

뉴햄프셔 베드포드에 있는 세그웨이 본사의 공장에 막 발을 들여놓는데 운동복 바지에 격자무늬 셔츠를 입은 엔지니어 두 명이 휴먼 트랜스포터(HT)를 타고 지나가며 필자를 보고 영문 모를 미소를 짓는다.

HT의 흥겨운 진동 소리가 멀어지자 필자는 “이곳에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나요?”라고 물었다. 세그웨이의 개발 엔지니어인 데이빗 로빈슨은 좀 다른 표정으로 대답을 하는데 방금 지나간 사람들 표정보다 더 난해해 보인다. “그러실래요?”라고 그가 묻는다.

순진한 사람 같으면 이 질문을 곧이곧대로 이해하겠지만 필자가 속을 리 없다. 물론 걸어다닐 생각은 없다. HT가 있다면 다시는 걷지 않을 생각이다. HT가 떠들썩하게 소개된지 3년 후 필자는 외부인으로는 처음으로 이곳 세그웨이 본사에 와서 후속 제품을 보게 됐는데, 개발팀에서는 이 제품에 센타우르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우리가 보행자로를 따라 1층을 가로질러 가는데 선적용 HT 완제품 박스들이 10층 높이로 쌓인 지게차가 지나간다. 이것만 봐서는 성공작인지 실패작인지 판단이 어렵다. 필자는 이전에 본 센타우르에 관한 홍보 기사들을 머리에 떠올려 보았다. HT는 회전펴형 장치를 이용한 실내외용 4륜차(ATV)로 재설정하면 두 바퀴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

HT보다 속도가 두 배지만 공해나 소음이 적다. “지금까지 보아 온 탈것들과는 전혀 다릅니다”라고 세그웨이의 수석 기술 관리인 더그 필드가 이전 전화 통화에서 말한 적이 있다. “HT가 헬리콥터라면 이건 헤리어 제트기인 셈입니다. 공중 선회도 하지만 필요시에는 고속 비행 설정이 가능합니다.”

로빈슨과 필자는 경사로와 바위들이 있는 첨단 제품 시험용 소형 장애물 코스를 지나 뒷문으로 빠져 나와 휴식용 산채과 여름 파티 장소로 이용된다고 들은 잔디 경사로로 들어섰다. 잘 살펴보니 사람들이 거닐거나 논 자리에만 잔디가 밟혀 갈색 땅이 드러나 있었다.

세그웨이사의 유니폼인 청바지와 격자무늬 셔츠를 입고 신제품을 시승중인 엔지니어 두 명이 눈에 띄였다. 센타우르는 예전에 본 적이 없는 특이한 모습이었지만 최근들어 맨해튼 지역에서 자주 눈에 띄는 아기용 보행기와 어렴풋이나마 비슷해 보였다.

음. “잔디깎기로는 정말 안성맞춤이겠는 걸요”라며 필자가 실망감을 감춘 채 말하자 필드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는 웃으면서 헬멧을 하나 건넨다.

세그웨이의 딜레마
바로 이런 점이 세그웨이의 딜레마인 것이다. 이 장치들은 디자인이 멋있고 기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탄복할 만하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다소 과장되게 말하자면 실망감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2001년 출시 전 떠들썩했던 회전균형 이용 2륜 HT에 대해 세그웨이의 자만심 강한 사장인 딘 케이먼은 이 스쿠터가 100년 전의 자동차 발명 만큼이나 엄청난 교통 혁신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장담했다. “HT를 중심으로 도시들이 건설될 것”이라고 스티브 잡스는 예언했다.

하지만 결국 공개되었을 때 굿모닝 아메리카의 다이언 소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그 뿐인가요? 그럴 리 없겠죠?” 날개나 추진 로켓도 없고, 시간 여행 같은 것도 아니다. 그냥 오트밀 색상의 굴러다니는 T자 막대일 뿐이다.

“HT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서게 하는 장치는 어디 있죠? 어떻게 움직이죠? 동력은 어디 있나요? 엔진은요?”라고 프로젝트 센타우르의 팀장인 로빈슨은 말한다.

그런데 세그웨이 직원들에게는 그 점이 바로 이 장치의 장점인 것이다. 하지만 일단 HT 발판에 올라서 보면 이 장치의 매력을 알 수 있다. 몸을 앞으로 구부려 전진하고 뒤로 젖혀 속도를 줄이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모습은 좀 우스워 보이지만 정말 재미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직관적인 체험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보았을까? 세그웨이에서는 정확한 HT 판매수량을 밝히려 하지 않지만 분명 이 탈것은 세계를 바꿀만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면 4,000달러도 쉽게 지불하는 기술애호가들이 많은 도시들에서도 이런 굴러다니는 장치를 찾아 보기 힘들다.

하지만 결국 세그웨이는 이 제품의 대단히 실험적인 매력을 좀더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최근까지 HT를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회사의 웹사이트나 아마존에서 무턱대고 사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세그웨이는 전국에서 60개의 대리점에 판매권을 주었다. 이제 브룩스톤 같은 곳에 들어가 직접 타 보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세그웨이는 3년간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HT와 케이먼이 자기 재산 수백만 달러를 투입한 새 기계를 생산하기 위한 벤처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일 거라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필드의 말에 의하면 아직까지 어떤 외부인도 내부 시설을 보지 못했지만 세그웨이는 집중적인 혁신 과정에 몰입한 채 매년 수백 가지 컨셉을 쏟아내며 사장이 시장에 판매할 제품으로 선정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수십 번 실패한 후에 비로소 성공작이 몇 가지 나온다는 생각입니다.”

집중적인 혁신기간 동안 세그웨이사 핵심 설계 및 엔지니어링 팀의 팀원 7명은 보안이 철저한 연구실에서 보통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며 신제품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냈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더라도 제안이 즉석에서 거부당하는 일은 없었다. 필드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디어는 배양이 필요합니다.

씨를 심고 이내 몇 분마다 파보며 어떻게 변하는지 살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주택용품점에서 파는 PVC 파이프나 합판으로부터 쓰레기장의 고철에 이르기까지 온갖 재료들을 이용해 이 팀은 실험실에서 직접 제품 원형을 만들어본다. 이런 기계장치들은 대부분 선반에 보관되었다가 다음에 좀더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곳에 이용된다.

바로서기 위해 초당 100회씩 조종
필자가 잔디밭에서 본 것은 바로 이런 혁신의 결과인 세그웨이의 신형 4륜차였는데, 꽤 자연스런 생산라인 확장 제품처럼 보였다. 필드는 처음으로 센타우르가 HT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고 인정했다. 기울기 센서와 균형을 잡도록 해 주는 자이로스코프로 채워진 전체 바닥은 HT와 같지만 바퀴 두 개를 추가하는 게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다고 그가 이어 말한다.

예를 들어 방향 전환 장치의 경우 일부는 기계식, 일부는 전기식이다. 방향 조절 막대에 든 두 개의 센서들이 배기구로부터 속도와 손잡이로부터 회전각을 계산해 이 데이터를 바닥의 컴퓨터들에 보낸다. 이런 기울기 센서와 자이로스코프로부터 읽어 들인 정보를 통합해 조종판이 뒷바퀴 모터의 속도를 각각 1초당 100회씩 조정하며 이 장치가 똑바로 서있도록 한다.

네 바퀴로 달리거나 스스로 재설정해 두 바퀴로만 달리는 기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HT 출시 이후 이곳 실험실에서 계속 논의되어 왔다. H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이 팀은 기동성이 매우 뛰어나고 속도도 빠르면서 두 바퀴를 들어 장애물을 올라갈 수 있는 ATV 모양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엔지니어링 팀에서 합판 모형을 HT 전력부에 동여매고 아래로 밀어내리면 레버처럼 앞바퀴들이 바닥 위로 들어올려지도록 빗자루를 달았다. 꼬마 악동들을 연상시키는 한 비디오는 초기 성공의 증거였다; 처녀 주행에서 기울기 센서와 바닥판의 자이로스코프들은 제 기능을 다 해내 최초의 원형 차량은 균형을 잘 잡았다.



수개월간 필드의 표현대로 “매우 불안정하고 위험스런 컨셉 차량”을 타고 돌아다닌 결과 이 팀은 단 4주만에 최종 제품 원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센타우르가 꼭 소비재 상품이 될 필요는 없지만 더 이상 기획 단계의 제품도 아니다.

케이먼은 직접 한 바퀴 타고 돌더니 가능성이 있겠다고 평가했다. 만약 세그웨이의 시장 분석가들이 동의하면 센타우르는 코드명을 버리고 내년 말쯤 실제 제품이 될 수도 있다.

“저희는 이 차가 작동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제 사업적 결정만 남은 겁니다”라고 필드가 말한다. “지금으로서는 구체적 생산 계획이 없지만 만약 회사에서 생산을 원한다면 매우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세그웨이사 입장에서 보면 판돈이 크긴 하지만 베팅하는 게 다소 무리가 될 수 있다. HT도 아직 본격적인 붐이 안 일었는데 또 다른 제품을 선보일 필요가 있을까? 더구나 잠재 시장 규모가 HT보다도 더 작아 ATV 애호가들이나 공해와 소음이 적고 기동성이 뛰어난 차량을 원하는 산업체 근로자들에게나 적절할 만한데 말이다.

“진정한 돌파구는 결코 시장 반응이나 사업설명회로부터 생겨나지 않습니다”라고 세그웨이의 정책을 일러주며 필드가 말한다. “진정한 돌파구는 항상 기술적 탐험과 자신들이 어떤 문제를 왜 해결하려고 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롯됩니다.

알 수 없는 기술적용 부위
저희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업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시도를 하다 보면 우연히 성공적인 제품이 나오는데, 결국 그렇게 해서 빛을 보게 되는 겁니다.”

5분간 주의사항을 들은 후 헬맷을 착용하고 기계에 올라 탄 다음 발을 걸쇠에 건 필자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이제 자세를 바꾸어 본다. 몸을 뒤로 젖힌 채 출력을 높여 언덕 위로 올라간다. 갑자기 언덕 꼭대기에서 나도 모르게 뒷바퀴만으로 균형을 잡고 있다. 기계가 필자의 마음을 분명 읽는 듯 했다. 몸을 앞으로 구부리자 센타우르가 앞쪽으로 나아간다.

몸을 뒤로 젖히자 후진한다. 손잡이를 돌리자 방향을 조절하는 앞바퀴들이 지면에서 90센티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도 센타우르가 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속도를 줄이자 앞바퀴가 땅에 떨어져 닿으면서 저절로 정렬된다. 어딜 봐도 기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이 기계를 움직이며 균형을 잡느라 온몸을 써보니 기분이 좋다. 뭔가 불법적인 걸 갖고 도망치는 것 같다. 내릴 시간이 되니 아쉬워져 잔디밭을 마지막으로 한 바퀴 더 돌았다. 한참 흥분해 허벅지 안쪽이 멍든 것 같았다. 기계에서 내린 다음 쓸만한 용도를 다시 정리해 보았다. 공원 순회용 차량이나 신사들의 ATV, 확실한 잔디깎기 혹은 나같은 사람을 위한 재미있는 놀이기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니 에버렛은 파퓰러사이언스 편집고문이다. 그녀가 쓴 “마약하는 내 남동생” 기사가 4월호에 게재된 바 있다.

인상적인 외관

“사람 최대, 기계 최소”라고 산업디자인 매니저인 스콧 워터스가 혼다의 캐치프레이즈를 암송한다. 이 설계 법칙을 고수하며 워터스는 기술팀과 함께 센타우르의 중아으로 들어가 바퀴들로 빠져 나가는 조향장치를 제작했다.

이렇게 하면 기계 연결장치가 감춰지며 날렵한 X자 모양의 몸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탐승자의 시야에서 복잡한 기게장치들이 사라져 센타우르가 두 바퀴로 섰을 때 시야가 혼란스럽지 않게 된다. “모든 부품과 모든 각은 분명한 용도가 있습니다”라고 워터스가 말한다.

센타우르는 흔들리기는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는다.

두 바퀴 주행법
네 바퀴를 모두 바닥에 대고 오른쪽 엄지 손가락으로 출력 스위치를 최대로 민 채 몸을 뒤로 약간 젖힌다. 센타우르의 뒷바퀴가 가속되면서 앞바퀴들이 들린다. 일단 앞바퀴가 들린 상태에서 몸 기울기로 속도를 조절하거나 출력을 낮춰 다시 네 바퀴로 달릴 수 있다.

균형
탑승자가 몸을 기울이면 전해질액에 설치된 기울기 센서들[1]이 어느 방향이 내려갔는지 추적한다.

그동안 5개의 전기식 자이로스코프들 [2]이 움직임 변화를 감지한다. 자석이 계속 진동하며 유도 링을 늘렸다가 줄인다.

탑승자가 앞뒤로 몸을 기울이는 경우와 같은 외부 움직임이 링의 패턴 형성을 방해한다.

센서들이 이 간섭 무늬를 포착해 탑승자가 몸을 기울인 방향을 측정한다. 콘트롤러 보드들[3]이 이 데이터와 기울기 센서로부터 읽어들인 자료를 통합해 바퀴 속도를 유지해 균형을 잡는다.

방향 조정
손잡이를 돌리면 수동식과 전기식 조향장치가 작동된다. 기계식 연결부가 손잡이와 앞바퀴를 연결한다.

뒷바퀴는 전기로 방향이 조정된다. 손잡이에 있는 센서들이 회전각과 출력 세기를 측정한다.

콘트롤 보드들이 이 데이터를 받아 안쪽 바퀴에 비해 바깥쪽 바퀴들을 얼마나 더 빨리 회전시킬지 계산한다. 뒷바퀴로 균형을 잡은 상태에서도 탑승자는 손잡이로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이 전기식 장치만이 센타우르를 추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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