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연구원의 심재설 박사는 “옛 제주 어부들에게 전해진 이어도가 현재의 소코트라 암초라면 수중에 잠긴 암초는 10m가 넘는 파도가 쳐야 보이기 때문에 이어도를 봤다면 분명, 최악의 기상조건에서 침몰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제주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 등과 제주해양경찰서의 러시아제 카모프헬기를 타고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찾은 심 박사는 이어도의 전설을 이처럼 과학적으로 풀이했다.
이어도는 동중국해의 한 가운데인 북위 32도07분, 동경 125도10분에 위치해 국토 최남단 마라도로부터 서남쪽으로 149㎞나 떨어져 있으며, 우리나라로 다가오는 태풍의 40%가 이곳을 지나간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작년 6월 212억원을 들여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해 최첨단 기상관측장비 13종, 해상관측장비 20종, 환경관측장비 6종, 구조물 안정성 계측장비 4종 등을 설치했다.
이밖에도 각종 장비를 운전하는데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는 태양광발전시스템과 풍력발전기, 유류발전기와 관측한 자료를 위성으로 보내는 위성시스템, 무인 통제시스템 등을 두루 갖췄다.
이곳에서 관측된 각종 자료는 무궁화위성을 통해 안산에 있는 한국해양연구원과 기상청에 실시간으로 제공되는데 이곳을 지난 태풍은 10시간 뒤 남해안에 도달하기 때문에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높여 자연재해 예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는 이어도의 수중 암반으로부터 77.5m, 수면위로부터 36.5m 높이에 400평 규모로 건설됐으며, 24.6m의 파고와 초속 50m의 강풍과 싸워 50년 이상을 견디도록 설계됐다.
심 박사는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는 세계에서 해양으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가장 악조건 속에 있는 구조물로 많은 국가의 과학자들이 이곳에서 연구를 하고 싶어한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한국해양연구원은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의 제의를 받아들여 현재 국제 공동연구를 시행중이며, 공해상인 이어도에 과학기지를 건설하는 것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했던 중국, 일본과도 공동연구를할 예정이다.
중국이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에 이의를 제기했던 이유는 이어도가 마라도로부터는 서남쪽 149㎞ 떨어져 있지만 중국 동도에서도 북동쪽으로 247㎞, 일본 조도에서도 서쪽으로 276㎞ 떨어져 있는 공해상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한국해양연구원은 제주민의 이상향인 이어도에 과학기지를 건설, 태풍 등 우리나라의 기상 및 해양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는 동중국해의 기상 및 해양 관측과 연구, 조난자 구조 등의 목적 이외에도 앞으로 중국,일본과 배타적경제수역(EEZ) 및 대륙붕 경계획정협상을 할 경우 우리의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심 박사는 “1년에 7∼8차례 연구원들이 이곳에 머무르며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데 연간 유지보수비가 6억∼7억원 가량 들어가지만 정확한 기상정보로 재난을 보다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절해고도에 건설된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는 기상 및 해양관측 등을 주로 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해양강국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도는 1900년 영국상선 소코트라(Socotra)호가 좌초되면서 발견된 뒤 소코트라 암초로 명명되었으며 1938년에는 일본이 해저전선 중계기지 건설을 위해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려 했으나 태평양전쟁으로 무산된 곳이기도 하다.
** 한수진 기자 popsc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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