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북스 刊┃예병일 著┃1만5천원
20세기 현대 의학의 역사는 ‘과학화’의 역사였다. 전통적인 치료법이나 민간 요법, 떠돌이 약장수의 약방문에 의존해야 했던 19세기에 고도로 발전한 물리학, 화학,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의 도움을 받아 인류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죽음을 관장하는 영광스러운 학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과학화에 따른 부작용이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환자의 인격과 생명의 대상화, 전통 치료법에 대한 맹목적인 부정,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붕괴, 빈부 격차에 따른 치료의 양극화 등 의학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모든 질병을 정복하겠다는 20세기 초반 의학자·과학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선언과 달리 현대 의학은 21세기에도 그 정체조차 파악이 안 되는 병마들과 투쟁하고 있다.
‘현대 의학, 그 위대한 도전의 역사’는 새로운 질병에 대한 도전과 응전으로 이루어진 현대 의학의 그 영광스러운 발전의 순간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분자생물학과 유전자 치료 연구를 강의하고 있는 예병일 교수는 ‘현대 의학 발전의 역사적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중심으로 의학사의 구체적 사실뿐만 아니라, 그 의학사적 사건이 문명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풀어 설명함으로써 현대 의학 100년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운이 나빠 노벨상 수상 기회를 놓친 사람들과 행운의 여신의 도움으로 노벨상을 타게 된 사람들 등 역사속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도 소개한다.
▲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과학
들녘 刊┃존 그리빈 著┃강윤재 譯┃3만5천원
지금까지 ‘과학’이라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로, 몇몇 전문가나 전공자들을 위한 특수한 지식의 한 분야로 경원시되어 왔다.
이는 곧 과학의 언어인 수식과 공식, 어려운 용어로 이루어진 이론 위주의 전통적인 접근방식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쉬운 과학’을 모토로 한 시도들이 다양하게 시도됐으나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과학을 소프트하게 다루기 위해 ‘쇼’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스토리’안에서 과학적 지식들을 제시하려는 시도들은 필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고, 한정된 분야만이 반복적으로 다루어져 결국 과학 전반에 대한 몰이해를 가져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에 출간된 ‘사람이 알아야할 모든 것, 과학’은 실제로 과학연구에 종사하는 전문 과학자가 쓴 과학서이지만, 중·고등학교 학생부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낮춘, 과학에 대한 전통적 접근법이 지닌 한계와 대중적 접근이 지닌 한계를 동시에 극복한 책이다.
과학이 교양의 한 분야에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말에 약간의 이의를 갖는다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말에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즉 ‘현대사회에서는 과학이 이뤄낸 것에 대한 지적 개념을 모르는 한, 어느 누구도 진실로 편안함을 느낄 수 없으며, 그 문제들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예전에는 과학이 교양이 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과학이 교양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어, 과학도가 아니어도 과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들을 습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슈퍼영웅의 과학
한승 刊┃로버트 와인버그 著┃이한음 譯┃1만2천원
많은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힘이나 마법을 기반으로 한 슈퍼영웅에 열광하지만 이 책에서는 논리와 과학적 탐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는 SF에 기반을 둔 만화 영웅을 다루고 있다.
즉 슈퍼영웅을 과학과 기술을 통해 상세하게 연구하고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능력과 탄생, 모험을 현재 가능한 것, 앞으로 가능해질 수 있는 것, 가능할 리가 없는 것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그레시와 와인버그는 슈퍼영웅 뒤에 어떤 과학 원리들이 숨어 있는지 말해준다. 하지만 영웅들을 현실적으로 즉 믿을만한 존재로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다면 저자들은 슈퍼영웅을 묘사하면서 과학을 다루는 데 있어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솔직하고 교육적이면서 짜릿하고 재미있게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만화에 등장하는 슈퍼영웅은 재즈, 감자, 칩,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과 마찬가지로 미국 문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슈퍼영웅에 대한 가장 명쾌한 정의는 ‘미국인들이 꿈꾸는 영웅’이다. 자연의 힘, 부패한 정부, 외계 침략자 같은 적과 맞서 싸우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헐크 같은 만화의 주인공들은 엉클 샘이 그랬듯이 미국인의 모습을 새롭게 반영한 산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만화 속 슈퍼영웅은 과학 세계를 여러모로 탐구하도록 해줄 이상적인 도약대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또한 만화 속 세계와 과학이 토대가 되는 현실 세계의 차이를 보여주면 현실과 만화의 차이와 어떤 것이 만화 속 세계이고 만화 속 세계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온 편지
예지 刊┃제리 리넨저 著┃남경태 譯┃9,900원
우주는 신비롭고도 두려운 미지의 세계였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난해한 이론으로 가득찬 과학책 속의 셰계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우주는 우리의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와 버렸다.
우주에 몇 개월씩 체류할 수 있는 정거장은 더 이상 신기한 존재도 아니고, 우주 여행이 경품으로 걸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게다가 2007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우주인이 탄생할 전망이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온통 우주 여행의 열기에 휩싸일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 보인다.
우주에서 5개월이나 체류했던 제리 리넨저 박사가 어린 아들에게 보낸 편지 속의 이야기는 그런 현실을 더욱 실감케 한다.
아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는 우주정거장 미르에서의 하루 일과를 보면 지구에서 장기 중장 중인 여느 아버지의 일상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걷는 대신 날아다니고, 침대 대신 벽에 몸을 묶고 자며, 숙식, 일, 여가활동 등 출장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우주정거장이라는 조그만 공간에 전부 갖춰져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 평범한 일상은 레닌저 박사에게는 위험하고 고독한 것이었다.
화재, 전력 마비 등 죽을 뻔했던 위기의 연속 그리고 막막한 고립감, 그 속에서 리넨저 박사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해둬야 할 말들을 하나 둘 편지에 담아 보냈다. 때론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로, 때론 우주 여행에 대한 익살맞은 충고로 전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따뜻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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