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CEO포럼(회장 정근모 前과기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배온희 한국지진대비연구소장초청 조찬회를 개최했다. 배 소장은‘국내 지진ㆍ해일 가능성과 국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우리나라 재난대비의 문제점과 지진대비를 위해 앞으로 개선ㆍ추진해나갈 방향을 제시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독일 뮌헨리가 발표한 ‘거대 도시-거대 위험’이란 재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도권은 지진해일(쓰나미) 발생 가능성은 없다. 지진·겨울폭우· 우박· 돌풍으로 인한 피해 위험은 낮다. 열대성 폭우 홍수가 덮칠 위험성은 중간 정도다. 그러나 인구집중도(㎢당 4400명)가 높고 수도권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고 있어 재해를 당하면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 지진주기는 200-300년 사이이며 지난 280여년간 큰 지진이 없었다. 북쪽 2.3cm이동, 남쪽 1.5cm이동으로 0.8cm의 왜곡현상이 280년 축적된 상태다.
대형 재난 서울ㆍ인천 세계14위
역사지진에 대해 살펴보면 계기지진이 시작된 1905년 이전까지의 지진을 역사지진이라 하는데 삼국사기, 승정원 일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헌을 통해 현재까지 밝혀진 역사 기록상의 유감지진은 약 1800회에 달하며, 규모 5.0이상의 지진도약 400회 정도 발생했다.
또한 인명 및 재산피해의 기록이 있는 지진이 약 40회 이상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15∼17세기 동안에 가장 활발하였고, 그 중 16세기에 지진의 발생빈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1681년 6월 26일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내용으로 강원감사의 서면보고에 의하면, 5월2일 도내 모두 지진이 있은 후 강릉, 양양, 삼척 즉 11내지 12일간 연이어 지난 4월 지진 발생시 양양, 삼 척 등의 읍은 바다의 파도가 끓어오르는 탕과 같았으며 암석이 무너져 떨어지고 바다가 물러간 상태가 해변이 조그맣게 줄어든 것 같았다며 해일을 묘사하고 있다.
그 외에도“민가가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있었다.”“성문, 성 각, 담장, 가옥이 무너졌다.”“땅이 갈라지고 샘물이 솟았다.”“연일 계속해서 지진이 발생하였다.”“지진으로 지진해일이 발생하였다.”등의 기록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들어 건물구조가 취약한 우리나라에 진도 5이상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78년 9월 16일 속리산 부근에 5.2의 지진과 78년 10월 7일 홍성의 5.0지진과 2004년 울진 앞바다의 5.2지진은 이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6.5도 이상의 지진이 서울을 강타할 확률이 높다는 학자들의 의견이다.
1978년 10월 7일 오후 6시 21분 12초부터 3분 9초 동안 충청남도 홍성 일대에서 일어난 강진(强震)으로, 규모 5.2를 기록하였다. 이 지진으로 인해 2명이 부상하고, 홍성군청을 중심으로 100여 채의 건물이 파손되었으며, 1,000여 채의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 또 홍성의 성곽이 무너지고, 일시 정전과 전화 불통 현상이 발생했으며, 지면(地面)에 균열 현상이 관찰되는 등 4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일으켰다.
재난대비 문제점 사례분석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면 현장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다. 분장업무가 불분명했으며 언론사 과열취재, 신속한 의사결정 등 종합대책미흡, 교통통제 현장주변 통제미흡, 소방, 군, 경찰, 자원봉사 등 통합체계 문제, 각자 독자적인 행동, 전문기술 지원 팀 확보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현장통제에도 실패했다. 민간인, 취재기자 등 무분별한 현장출입, 시설물 훼손, 구조장비 분실, 현장구조활동 장애현금 고가상품 등 도난사고가 발생했었다. 인명구조 및 사상자후송에서도 구조작업 지연, 장비부족, 화재, 유독가스, 철근 구조물, 추가붕괴위험성이 있었고 구조작업에서도 도면확보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응급의료체계 구축도 미비했다. 현장응급진료소 없어 마구잡이 후송, 대부분의 구급차가 의료진 및 의료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고가사다리 차, 에어매트 등 25종의 장비를 확보, 관리하였지만 전기드릴, 산소용접기, 절단기 등 백화점 붕괴사고 수습에 절대 필요한 장비와 원격조정탐지기, 음성탐지기 같은 첨단 장비는 절대 부족하였고 민간자원봉사자의 장비지원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 통신체계상의 문제도 있었다. 참여기관의 공조체계 및 통합지휘체계구축이 큰 문제점이었는데 소방, 군, 경찰은 서로 다른 주파수대 사용으로 통신이 되지 않고 병원 사이도 통신이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삼풍사건과는 달리 1970년 발생한 미국 남가주 대화재는 대조된다. 미국은 ICS(Incident Command System)를 제정해 단체간의 공조를 했다. 하나의 지휘기관 아래 2,3개에서 8개까지 변동 하부조직을 두어 효율적인 지휘체계로 대처했고 상황에 따른 탄력적 인원 동원으로 탄력적인 조직이 돋보였다. 공통언어를 사용해 16개 기본 장비와 13개 보조장비의 명칭을 통일했다. 공동기구의 명칭과 역할 규정을 하여 현장지휘본부, 현장베이스 등 공동 기구 명칭 및 역할을 했으며 공동자원관리에 있어서도 현장의 문제점인 과잉, 과소동원, 소재파악 불능, 비효율적 이용 등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진 발생시 대응방법
지진발생시 대응방법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지진이 발생한 순간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일례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시청자가 1천500명 목숨을 건진 사례가 있다. “자연재해 방송이 1천500명의 목숨을 구했다.” 지난해 12월26일 발생한 지진 해일(쓰나미) 피해의 한 가운데에 있던 5개 마을 주민 1천500명이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시청해온 한 주민의 빛나는 기지로 긴급 대피,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도양에 위치한 테레사 군도에 사는 압둘 라작. 이번 피해 지역 정부들이 쓰나미의 위험을 시민들에게 알리는데 실패했지만 라작은 심각한 파도가 지진 발생 후 따라온다는 사실을 텔레비전을 통해 터득했고 지진발생 직후 주민들을 대피시켜 화를 면케 했다는 것. 사고 당시 섬의 전망대에서 잠들어있던 라작은 “전망대가 크게 흔들리면서 나와 2명의 동료들은 잠에서 깼다. 그리고는 매주 금요일 저녁 방영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기억하면서 위험을 예감했다”고 설명했다.
심해지진, 바닷속 화산활동, 초대형 암석추락 등 3가지 쓰나미 발생요인들을 알고 있던 라작은 곧바로 동료에게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각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을 서둘러 대피토록 당부했고 자신은 수상 제트스키를 이용, “언덕으로 뛰라”고 외쳤다.
라작의 경고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첫번째 큰 파도가 덮쳐 작은 피해들이 발생했고 다시 10분 뒤 2번째 파도가 쳤으며 3번째 파도는 높이가 6m이상이었다. 언덕에서 해일이 휩쓸고 가는 참상을 지켜본 마을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라작의 놀라운 행동에 감사했는데, 이 마을 쓰나미의 희생자는 여성 2명과 한 소녀 등 3명에 그쳤다. 한편 대재앙으로 5일간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1500여 주민들은 젖은 쌀을 널려 말리면서 코코넛으로 연명했다.
10살 소녀 1백여명 목숨 구해
또한 10살 난 영국의 한 소녀가 쓰나미 피해 지역의 관광객 100여명을 구해낸 사실이 알려져 영국 전역에 큰 화제를 모았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푸켓 현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틸리 스미스라는 소녀가 수업시간에 쓰나미에 대해 배운 사전지식으로 큰 해일이 해안을 덮치기 전 100여명의 관광객들을 대피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틸리 스미스는 지난 주말 영국의 대중지 ‘더 선(The Sun)’과 인터뷰에서 “그 날 해변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물살이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거품이 일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큰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쓰나미가 닥칠 거라는 직감이 와 엄마에게 말했다” 다른 관광객들이 그저 멍하니 서서 배와 물고기가 해변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이 소녀는 이것이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신호임을 알아차렸다고. 그러나 10살 난 소녀가 쓰나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순전히 직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2주전 수업시간에 해수면 아래 지진으로 인해 발생되는 거대한 파도에 대한 프로젝트를 마쳤기 때문이다.
틸리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은 엄마와 인근에 있던 타이 호텔 직원들은 재빨리 마카오 해변에 있던 관광객들을 대피시켰고 몇분 뒤 해안에는 거짓말처럼 큰 해일이 휩쓸고 지나갔다. 해당 해변은 푸켓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극히 드문 지역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틸리의 학교 교사인 앤드류 키어니는 “틸리는 똑똑하고 학업성취도 역시 뛰어나다. 지진해일로 큰 피해가 닥치기 2주전에 쓰나미에 대한 수업을 한 것은 믿을 수 없는 우연”이라며 제자의 순발력을 칭찬했다.
우리나라의 지진대비 방안
전쟁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대비하지만 지진은 국가와 국민이 공동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지진대비의 문제점은 지진의 경험이 없고 지진의 공포를 모르며 생명보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건축물 취약한 것도 큰 문제다. 내진설계를 철저히 해야한다. 국민적 차원에서는 생필품을 준비해야하며 지진대비 훈련을 해야한다. 리더(특히 정치지도자)는 미래에 대비해야한다.
우리나라 지진대비의 중요 문제점은 가까이 와 있는 지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들이 재난의 절박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대 국민 홍보와 훈련이 취약하다. 국민은 지진에 대해 가정차원의 대비가 없다. 지진 발생을 대비한 지자체 예산이 거의 없고 지자체 장의 재난대비 의식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 정리=한수진 기자popsc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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