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항공완제기 제작업체인 한국우주항공산업(KAI)는 국가의 핵심 방위산업이자, 미래 첨단 산업인 항공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항공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지난 1999년 10월, 대우중공업 ·삼성테크윈· 현대우주항공의 항공부분 등 국내 항공산업의 역량을 결집, 설립된 회사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설립 직후부터 회사로서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흑자기조를 정착하는 한편, 한국군의 주요 전력증강사업인 KF-16(공군 주력전투기), KT-1(기본훈련기), T-50(고등훈련기겸 경공격기)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오고 있는 등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선도해 오고 있다.
KAI는 지난 2000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하여 대규모 적자사업을 중단하는 한편, 노사합의에 의한 임금동결과 비용절감을 통해 2001년부터 흑자경영의 기반을 구축해왔다.
또한 1990년대까지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항공업계에서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해 KT-1을 양산하여 공군에 인도하고, T-50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우리나라가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기여해 왔다.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
항공산업은 기계·전자·소재 등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서 전후방 산업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끼쳐 산업구조 고도화를 견인하는 전략산업이다. 이러한 사실은 자동차의 부품이 3만여개인데 반해 항공기의 부품은 자동차의 10여배인 30만개에 달하고 요구되는 안전성도 자동차 부품보다 수십배에 이르는 점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와같은 이유로 독자적으로 항공기를 개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한 국가의 국력과 경쟁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고 일컬어지고, 국가가 항공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KAI는 미국의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을 기술도입 생산하는 과정에서 항공기 생산분야에 대한 ISO 9001 품질시스템 인증을 취득하여 항공기 생산능력을 구축했다. KAI가 개발한 T-50 항공기는 KF-16의 생산과정에서 습득한 능력을 바탕으로 개발 도전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이다. 그러나 KAI가 T-50 항공기를 개발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의 항공기 개발인력과 이를 위한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실정으로 T-50 항공기 개발의 초기단계에서는 공동개발 파트너인 미국 록히드사의 엔지니어로부터 설계기술을 전수 받으면서 T-50의 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T-50 항공기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1997년말 국가적인 경제위기 상황인 IMF 사태를 맞아 그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어 왔다.
그러나 T-50 사업을 위해 국방부, 공군 및 KAI 관계자들은 지혜를 모아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전력을 경주, 1,000여명의 엔지니어들은 CATIA(컴퓨터를 활용한 설계프로그램) 라는 첨단 S/W를 적극 활용하여 열정을 다해 연구한 결과, 최초로 도전한 초음속 항공기 개발사업에서 시제항공기 생산을 3개월이나 앞당기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 지상시험을 거쳐 같은해 8월20일 T-50 항공기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초도비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
2003년 T-50은 고도 4만피트(약 1만2천미터) 상공에서 마하 1.05(초속 360미터)의 속도로 비행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되었고, 우리나라는 자체 개발한 고유 모델의 항공기로 초음속 돌파에 성공한 세계 12번째 국가가 되는 개가를 올렸다.
KAI의 T-50 초음속 항공기 개발기술은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1위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우수 방산업체(연구개발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도 했다.
우리 공군에도 납품될 예정인 T-50은 올해 안에 아랍에미리트와 폴란드, 그리스, 이스라엘 등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
종합 항공기 제작업체로의 변신
최근 항공기의 첨단화에 따라 항공전자 장비와 이를 통합 운영하기 위한 S/W의 비중이 항공기 전체 가격의 30~50%에 달해 항공기가 IT제품화함에 따라 KAI는 S/W의 개발능력 확보에 주력해 국내 방위산업체로는 최초로 소프트웨어/시스템 개발 및 통합능력에 대한 국제적인 품질인증인 CMMI (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 Level Ⅲ를 획득했다. KAI는 이를 바탕으로 선진국이 이전을 기피하는 핵심기술인 항공기의 비행제어 S/W를 ADD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T-50을 통한 개발능력과 S/W 통합 능력을 민간 9인승 헬기인 ‘429’와 해군이 운용하는 해상초계기 P-3 성능개량사업에 적용, 발전시킴으로써 KT-1, T-50 등 고정익 항공기 뿐만 아니라 회전익, 항공기 성능개량사업 등 종합 항공기 업체로서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특히 KAI는 최근 미국의 벨, 일본의 미쓰이상사 등과 공동으로 민간용 9인승 쌍발 헬리콥터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모델명 ‘429’는 4매의 로터블레이드와 쌍발 엔진을 장착한 9인승 헬기라는 뜻이며, 기존 SB427 헬기에 비해 객실 공간이 70% 이상 확대되고 첨단 전자 항공장비가 장착될 예정이다. 이 모델은 오는 2007년까지 인증을 획득하고 개발이 완료된 후 10년간 350여대를 생산할 예정이며, KAI는 동체 생산과 한국 중국 시장에 대한 독점 생산 판매권을 갖게 된다.
KAI는 이번 공동개발 사업으로 연간 3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생산 물량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번 개발과 판매 경험을 올해 착수가 예상되는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개발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2010년 세계 10위권 진입
KAI는 T-50 개발로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 국가로 발돋움 하는 등 검증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진출과 국제적인 인지도와 원가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하고있다. KAI는 신임 정해주 사장의 취임을 계기로 2010년 세계 10위권 항공업체로 성장하는 New ‘10’10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혁신의 틀’을 경영혁신 Master Plan에 담아 임직원에게 공개하고, 전 임직원의 강력한 실천 결의를 다지는 비전경영선포식을 지난 3월 2일 본사의 사천이전과 동시에 실시했다.
KAI는 혁신의 1단계로 국내 대기업 최초로 본사를 경상남도 사천공장으로 이전하여 전사 조직을 4실 2공장 1센터 체제에서 4본부 2실 체제로 개편하고 120여개에 달하는 팀조직을 80여개로 통폐합하여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본격적인 리스트럭처링을 실시했다. 또한 혁신의 2단계로 시스템 혁신을 통해 인사시스템, 평가 및 보상시스템 등 전사차원의 경영시스템을 변화된 조직 환경과 혁신방향에 맞도록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1, 2단계 혁신활동의 성공적 수행 후에는 3단계로 국제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KAI식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인사, 관리, 영업, 생산, 개발을 총 망라하여 조직단위별로 원가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과제(KPI :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선정하여 고객만족, 가치제고 및 경영성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회사 전 부문에 걸쳐 전 임직원의 마인드 변화에서 시작하여 ‘Bottom-Up 방식’의 전사 혁신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KAI 관계자는 “New ‘10’10은 경역혁신 활동을 통한 내적 경쟁력 강화로 2010년 세계 10위권 항공우주업체로 성장한다”라는 비전 달성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T-50(고등훈련기)사업
국내 항공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
T-50(고등훈련기)은 T-37, TF-5B 등 공군의 노후 훈련기를 대체, 공군의 전력을 증강하고 국내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1992년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인 탐색개발을 시작하여 1997년부터 한국 공군의 사업관리하에 KAI와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가 공동으로 본격 개발한 고등훈련기이자 무장을 장착하고 폭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공격기로서, 최대속도 M 1.5 최대항속거리 1,400NM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첨단 항공전자 장비를 채택하고 있어 F-15, 라팔, F-22 등 차세대 전투기의 조종훈련을 위한 최적의 훈련기로 평가되고 있다.
T-50은 CATIA(컴퓨터를 활용한 설계 프로그램)를 사용하여 항공기의 설계와 동시에 제작과 시험평가를 동시에 병행하여 설계하는 최첨단 동시공학적 설계기법(Concurrent Engineering)을 적용한 최초의 훈련기로서 개발과정에서 사소한 문제로 인한 일정 지연 및 비용의 증가를 억제했다.
이를 통해 T-50 항공기는 공군의 경전투기인 F-5의 성능을 능가함은 물론 무장능력을 제외한 기동, 항공전자장비 등에 있어서는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KF-16과 대등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일정과 비용범위를 준수하고 있는 보기 드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KAI의 이러한 능력에 대해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사는 항공기 설계 능력이 독자 설계가 가능한 수준이며, 설계 인프라는 보잉을 능가한다는 극찬을 하고 있다. 또한 T-50 개발을 통해 확보한 초음속 항공기의 개발능력은 2015년 개발목표인 KF-X (한국형 차기전투기)의 기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내 항공산업 측면에서는 면허생산단계에서 탈피해 독자 항공기의 개발 수준으로 진일보하고, 1,000여명의 엔지니어와 각종 설계, 시험평가사업을 구비하여 국내 항공산업 발전을 이끈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정해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완제기 주력, 민수사업 확대
“KAI는 올해 T-50 양산 1호기를 공군에 인도하는 한편, KT-1을 해외에 수출하고, 한국형 헬기 사업(KHP), 대형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사업에 착수, 오는 2010년까지 2조 5천억원을 수주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0월 국내 유일의 항공완제기업체인 KAI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은 정해주 사장은 회사의 장기 미래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KAI는 현재 KT-1, T-50 등 고정익기와 SB427(7인승), 429(9인승) 민수헬기, 해상초계기인 P-3 성능개량사업 등 완제기사업과 Boeing, Airbus 등 민항기의 기체구조물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등 국내 항공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다.
정 사장은 국내 항공산업이 독자 항공기 개발에 착수한지 10여년만에 초음속 항공기 개발능력을 구축한 것은 항공산업 역사상 유례가 없는 놀라운 발전이라고 평하며 특히, T-50의 경우에는 훈련기 역사상 최초로 CATIA와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을 완벽하게 적용한 세계 최초의 훈련기로서, 항공기 개발 성과를 측정하는 ‘성능, 비용, 일정’ 등을 충족했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내 항공산업은 KT-1과 T-50을 통해 초음속 항공기 개발역량을 구비하였지만, 국내 방산시장에 안주해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원가경쟁력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말하며 2010년 세계 10위권 항공업체 진입을 위해서는 원가경쟁력을 제고해 완제기 수출과 민수사업을 확대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본격적으로 단행한 본사의 사천 이전을 통해 제 2창업 수준의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CEO의 현장밀착 경영을 통해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높여 경쟁력을 제고하고, 정부의 시책인 국가의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2010년까지 세계 10대 항공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 완제기 수출과 민수사업의 비중을 현재의 20%에서 40%로 확대할 계획” 이라며, “KT-1의 경우 올해안에 5대를 추가로 수주할 예정이며, T-50의 경우도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 국가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2월 세계 최대 헬기업체인 벨과 체결한 429 민간헬기사업 역시 현재까지 110대 이상을 수주하여 판매전망이 밝은 상황으로, 민항기제작업체들과도 대형 국제공동개발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은 국민소득 2만불 달성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제나 인구규모 등을 감안할 때 자동차, 조선 등을 이을 차세대 제조업의 육성이 시급한 형편이라고 지적하며 항공산업은 국가의 핵심 방위산업이고, 산업파급효과가 큰 전략산업이며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아,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을 위해 필히 육성해야 할 것 이라고 말하며 KAI의 발전이 곧 한국 항공산업 발전의 척도라는 책임의식을 갖고 산업 경쟁력 강화에 앞장 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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