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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번호이동성

한달 50만명이 사업자 바꾸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천국의 나라, KOREA 2004년 1월 이후, 사용중인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비스사업자를 선택해 이동할 수 있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된지 1년 4개월 동안 서비스 업체를 바꾼 가입자 수가 무려 5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의 천국이다. 2004년 1월 이후, 사용중인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비스사업자를 선택해 이동할 수 있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4개월 동안 서비스 업체를 바꾼 가입자 수가 무려 5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특수성 가장 큰 요인
이는 최단기간에 이뤄진 세계 최대 규모의 번호이동으로, 그 배경으로는 빠른 처리를 통해 번호이동이 편리했고 번호이동시 수수료 등 추가비용 부담이 적었던 점 업체간 경쟁 심화 등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특수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해석된다.

정보통신부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 운영지침에 따르면,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가 사업자를 바꾸기 위해서는 번호이동 수수료로 1000원만 내면 현장에서 `즉시 개통된다. 유일한 단서조항은 `번호 이동 후 3개월 내 재이동 금지다. 이같은 부담 없는 초스피드 번호이동 시스템이 우리나라를 이동전화 번호이동의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가 지난해 1월 1방향(1Way)방식으로부터 6월 2방향(2Way)방식에 이어, 올해 1월부터 3방향(3Way)으로 전면 시행된 이후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급증, 지난 1년 4개월 동안 그 수가 무려 49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사업자와 무관하게 모든 가입자가 이동할 수 있는 `3방향 방식이 도입된 지난 1월 이후부터는 한달 평균 50만 명의 가입자가 타 사업자로 이동함으로써, 올 들어 4월말까지 200만 명의 가입자가 서비스업체를 바꾼 것으로 집계됐다.

3방향 방식 시행후 폭발적인 증가
국내 번호이동성 제도는 세계 이통시장에서 유례가 없었던 시차적 적용을 통해, 작년 1월 SK텔레콤→KTF, SK텔레콤→LG텔레콤 등 SK텔레콤 가입자만 타 서비스로 옮길 수 있는 1방향 방식으로 시작돼 6월에는 KTF→SK텔레콤, SK텔레콤→KTF, SK텔레콤→LG텔레콤, KTF→LG텔레콤 등 2방향에 이어 올해 1월부터는 사업자와 상관없이 가입자가 이동할 수 있는 3방향으로 확대됐다.

1방향과 2방향 방식이 적용됐던 지난해의 경우, 1년 간 294만 명이 번호를 이동해 한달 평균 24만5000명이 다른 서비스 업체로 옮겨가는 수준이었으나, 올 들어 3방향 방식이 전면 시행된 이후에는 번호 이동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3방향 방식이 시행된 1월의 경우, 3개 사업자를 합쳐 모두 65만 명이 사업자를 바꾸는 등 4월까지 모두 198만여 명이 번호를 이동, 한달 평균 50만 명을 기록함으로써 전면시행 이전에 비해 한달 평균 번호이동 사례가 두 배로 껑충 뛰었다.

이동전화 시장에서 1년 4개월 동안 500만 명의 가입자가 서비스 업체를 바꾸고, 올 들어서도 한달 평균 50만 명이 번호를 이동하는 나라는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특히, 과열경쟁을 막고 후발사업자들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번호이동 업체를 제한하는 시차적 방식을 도입했는데도, 번호이동 시장이 이처럼 폭발적인 성과를 보인 것은 전 세계 통신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업체간 미묘한 경쟁양상
이처럼 국내 번호이동시장이 활성화한 것은 사실상 `즉시 개통이 가능할 정도로 번호이동 절차가 쉬웠고, 번호이동시 소요되는 추가 비용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번호이동성 제도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번호이동 절차 간소화 소비자 비용부담 축소 등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분석을 냈고, 제도 도입과 함께 이같은 걸림돌을 제거한 것이 시장 활성화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 특히 3사 경쟁체제 속에 시차적 번호이동제도를 도입, 업체간 미묘한 경쟁양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쟁촉진을 극대화한 점도 큰 요인이다.

정통부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을 통해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했고, 간접적으로는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전략도 바탕에 깔아뒀다.



일단 1년 4개월 동안 500만 가입자가 번호이동시장에 몰려든 것은 수치적인 측면에서는 ‘`대 성공’으로 평가된다. 이는 가입자 한계 상황에 직면한 이동전화 시장에서 추가적인 신규수요를 불러일으키고, 번호이동 가입자들을 통해 발생한 단말기 시장의 수요를 활성화 시켰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배 사업자 증가세 지속
하지만 유효경쟁체제의 구축에 번호이동성 제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좀더 두고 봐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 3사의 시장점유율은 번호이동성제도 도입 이전과 이후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세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지배적 사업자의 지속적인 점유율 증가세는 반전시켰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직전인 2003년 말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54.5%였으며, SK텔레콤 가입자만 타 사업자로 이동할 수 있는 1방향 번호이동제가 시행된 2004년 5월 말에는 51.6%로 2.9% 감소했다. SK텔레콤의 이같은 점유율 감소는 올 들어 3방향 방식으로 확대되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51.2%이다.

이와 함께 각 사업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는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 번호이동성 제도의 또 다른 효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의 우량가입자 상당수가 KTF나 LG텔레콤으로 이동하면서 후발업체들의 ARPU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SK텔레콤은 한때 5만원에 육박하던 ARPU가 4만3000원대로 떨어졌고, LG텔레콤의 경우는 1·4분기 ARPU가 작년 3만5024원에서 6.4% 성장한 3만7256원을 기록했다. LG텔레콤의 번호이동가입자 ARPU는 기존 가입자의 ARPU인 3만4000원보다 44% 높은 4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이통업체의 번호이동 동향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는 1997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영국·홍콩·네덜란드가 1999년, 호주·스웨덴·노르웨이가 2001년, 벨기에·이탈리아·독일이 2002년, 프랑스·핀란드·아일랜드·미국이 2003년에 도입했으며 한국은 가장 늦은 2004년에 시행했다. 이 가운데 영국의 경우 번호이동제가 도입된 1999년 한해 동안 총 이동자수는 25만5000명으로 월평균 2만명에 불과했다. 가입자의 번호이동 요청을 37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느슨한 조항과 함께 수수료를 정부가 규제하지 않고 사업자 자율에 맡김으로써, 번호이동시 소비자의 추가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반면, 홍콩의 경우 1999년 3월부터 2004년 5월까지 번호이동 실적은 총 642만명으로, 홍통의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 규모에 달했다. 통신전문가들은 홍콩의 번호이동성 제도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우리나라의 성공요인과 일치한다. 번호이동 처리속도가 빠르고, 수수료 역시 초기에 17홍콩달러에서 현재는 2.5홍콩달러로 인하된 상태이다. 다만, 홍콩의 경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제도 도입후 사업자별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변화해 후발사업자들의 점유율이 크게 확대됐고 이동전화 보급률도 1999년 1·4분기 49%에서 2003년 3·4분기 89%로 급증하는 등 경쟁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SK텔레콤 시장점유율 회복할 듯
올해부터 3방향 방식으로 번호이동성 제도가 전면 확대 시행되면서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감소현상은 일단 바닥을 치고 재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는 특정 사업자가 단말기보조금을 특별히 더 집행하지 않는다는 조건아래서, SK텔레콤이 기본적인 마케팅비용의 여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전망에 따라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는 ARPU의 평준화, 단말기 산업의 활성화, 소비자의 사업자 선택편익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후발사업자들의 점유율 확대를 통한 유효경쟁체제 구축에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 임윤규 디지털타임스 기자 y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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