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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놀라게 하는 뉴스 속의 허풍

이슈: 발렌타인 데이를 앞둔 시점에 서프라이즈 파티나 친지와의 이별로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모기 때문에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뉴욕까지 퍼졌을 때 신문지상에서는 일제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이 또 다시 도래했다고 떠들어댔다(물론 실상은 이와 달랐지만 말이다). 이 뉴스를 접한 날 마침 나는 피츠버그의 우리 집 정원에 있었는데 그때 모기 한 마리가 내 팔등에 앉았다.

모기를 때려잡은 순간 내 머릿속에는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맙소사!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야!” 나는 곧장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초등학교 시절 여름캠프 이후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했다.

살충제가 파킨슨병 유발
즉 온몸에 살충제를 뿌려댄 것이다. 그런데 살충제를 흠뻑 뒤집어쓰자마자 얼마 전에 읽은 기사내용이 떠올랐다.

살충제가 파킨슨 병을 유발한다는 기사 말이다! 인정하긴 좀 부끄러우나 나는 비명을 지르며 아이처럼 내달아 욕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물줄기를 맞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제정신을 차리게 됐다. 명색이 과학자라는 사람이 이런 류의 과장된 뉴스에 혹하다니. 내가 이런 정도라면 일반대중은 심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받을 것인가?

이에 나는 보건 관련 기사에 숨은 허위 과장성을 주제로 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만나본 전염병학 전문가 모두가 위 기사내용이 과장됐음을 인정했다. 심지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위협이 된다는 주장에 자신의 연구가 좌우되는 사람들조차 이 사실을 인정했다.

내가 조사대상으로 삼은 다른 기사들 역시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가령 ‘광우병 대란’이나 ‘한타 바이러스, 서구사회를 위협하다,’ ‘돌아온 선(腺)페스트’와 같은 기사내용도 한결같이 과학적 진실성을 결여하고 있었다.

그 이후 변한 것은 없다. 모르긴 몰라도 미국인이라면 지난 2월 중순 무렵 TV나 신문, 인터넷상에서 다음과 같은 뉴스를 접해봤으리라.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발표된 의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극적이거나 충격적 사건이 심장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밝혀졌다고 한다.”

가슴앓이 증후군 헤드라인 장식
보스턴에서 봄베이에 이르기까지 일명 ‘가슴앓이 증후군(Deadly Broken Heart syndrome)’이 온통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뉴욕 타임스 앞면에도 이 기사가 실렸다. 인터넷 역시 이 뉴스로 들끓었다.

TV뉴스에서는 앰뷸런스로 호송되는 사람들의 모습과 심장 박동이 정지됐음을 알리는 측정기 화면 영상이 잇달아 방영됐다. 존스 홉킨스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발맞춰 언론에서는 갑작스런 스트레스가 아드레날린 분비량을 급증시켜 그 결과 심근에 치명적 영향을 미쳐 심장마비와 유사한 증세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ABC의 월드 뉴스 투나잇에서는 “어떤 사람이 가슴앓이 증후군을 앓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예측할 방법은 아직 없다”며 “이 증세가 대부분의 의사들 생각보다 훨씬 보편화돼 있을지 모른다”고 평했다.

정말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일제히 “서프라이즈!”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 들어서야 할 순간이 도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로 인해 우리 모두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을 우려가 있다는 말인가?

갑작스런 스트레스 경미한 심장 증후군
그렇지는 않다. 언론에서는 아무 것도 입증된 바 없는 연구내용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가슴앓이에 대한 연구란 애초에 진행된 바 없었다. 기껏해야 “일단의 소규모 관찰 사례‘가 고작이었으며 이는 다시 말해 몇몇 과학자들의 입에서 ‘조사해볼 만한 내용’이라는 의견이 나왔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3년간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경험해봤을 수천 명의 볼티모어 주민 가운데 이 보도내용은 고작 19명만 대상으로 다뤘을 뿐이다.

한편 타임스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이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많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는 아마도 조사대상자 중 남성은 오직 1명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라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와 경미한 심장 증후군(사실상 이 정도 증세로 사망에 이른 경우는 전무했다) 사이에 모종의 연관관계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뿐이다. 그러나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조직적으로 통제된 대규모 연구도 없이 원인으로 확정 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듀크대 행동의학 연구센터의 레드포드 윌리엄스 소장과 대담 시 윌리엄스 소장은 가슴앓이 증후군에 관한 언론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극명한 반감을 표했다. “[이 증후군에 걸릴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만큼 높다고 하겠다.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발생을 피하는 것 이외에 이를 예방할 방법은 달리 없다. 허나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발생을 피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윌리엄스 소장에 의하면 이런 식의 과장 보도 때문에 만성 스트레스 같은 실질적 문제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보편적이며 값비싼 병증
만성 스트레스는 심적 부담이 큰 직무나 교통 혼잡, 가정문제 등의 원인으로 인해 유발된다.

“만성 스트레스는 공중보건상의 파급효과나 사망률, 인간의 고통 측면에서 훨씬 더 보편적이며 값비싼 병증”이라고 한다.

지난 해 세계 50만 인구를 대상으로 정식 연구를 실시한 결과 만성 스트레스가 치명적 심장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에 버금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슴앓이 증후군만큼 언론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허위과장 사례 베스트 3

▲ “초강력 신종 AIDS 바이러스 출현”
“초강력 변종” AIDS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뉴스가 전세계에 보도됐다. “비할 데 없이 공격적”이며 기존 약물로 치료 불가능하며 감염 후 수개월 내에 사망에 이른다는 전언이 잇따랐다. 그런데 이 모든 내용은 감염상태가 급진전된 어느 남성 환자의 사례를 토대로 작성됐다. 추가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이다.

▲ “비아그라가 심장질환을 치료한다”
비아그라에 심비대 증세를 예방하거나 비대해진 심장의 손상부위를 복구시키는 효능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흥미로운 주장이긴 하지만 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일 뿐이다. 인체에도 동일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 “붉은 살코기가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발표”
가능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연구 자료에 제시된 수치 대부분은 통계학적으로 설득력을 가질 만큼 현격한 수준에 달하지 못했다. 실상 발암 가능성이 40% 가량 증가했다고는 하나 고기를 대량 섭취하는 인구 중 불과 1%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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