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불과 몇 분 전에 이륙한 스티브 포셋은 캔사스주 살리나에서 버진 애틀란틱 글로벌플라이어로 출발했다. 그의 다음 정착지는 캔사스주 샐리나로 기네스북에 단독 논스톱 세계일주 비행으로 기록되었다.
단독 세계일주 비행 신기록 속출
▲ 일요일 오후 6시: 이륙 24시간 전
스티브 포셋이 어떤 인물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발명가에서 탐험가로 전직한 60세의 부호인 그는 기구를 타고 전세계 일주를 혼자 해냈고, 24차례의 고난도 항해 기록을 세웠으며, 영국 해협을 수영해 횡단했고, 개썰매 경주와 24시간 르망 자동차 경주에도 출전했으며, 콜로라도에서 사막 횡단 100마일 달리기에도 참가했었다. 뿐만 아니라 소형 비행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기록(시속 69.4마일)을 기록했는데, 이제 나는 연료 탱크를 몰고 전세계를 논스톱으로 비행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그의 외모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에게서는 찰스 린드버그의 카리스마나 척 예거의 과묵한 자신감, 혹은 가장 최근 인물로 그와 견줄만한 딕 루탄의 강철같은 결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딕 루탄은 전투 경험으로 다져진 테스트 파일럿으로 1986년에 트윈 엔진에 피스톤 추진형 보이저를 몰고 끔찍한 9일간의 일정으로 전세계를 논스톱으로 비행햇는데, 당시 동료 조종사였던 지나 예거는 주로 연료 관리만 했다. 이 때문에 포셋은 거친 스포츠 제트기광인 레이 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가 세운 대부분의 비행 기록들이 2,000만 달러짜리 멋진 비즈니스 제트기인 세스나 시테이션 X로 세운 것들이라는 점도 큰 도움이 안된다. 더구나 그가 이곳 기자회견장에서 질문들에 대답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며 특별히 공을 들인 버진 애틀란틱 글로벌플라이어를 몰고 오랫동안 기다린 세계일주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한 기자가 그에게 동기가 뭔지 묻는다. 포셋은 기술적 도전이나 개인적 인내력 시험, 그리고 가장 빠르고 최초이며 최고가 될 때 맛보는 성취감에 대해 상투적인 말들을 늘어놓다가 “제 자존심에 관한 문제죠”라고 짤막하게 덧붙인다.
역시 일반 비행사들과 얘기가 다르지만 그에게는 잠시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 그는 답답할 정도로 말수가 적고 젠체하는 행동도 하지 않지만 일단 입을 열면 천재적이다. 하지만 포셋과 글로벌플라이어에 관한 진실을 밝힐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군중들 속에는 포셋이 이 까다로운 비행기를 최대 하중 상태로 조종했다는 사실을 미심쩍어하는 냉소적인 사람들도 잇었다. 그전엔 시험 비행중 아무도 이런 시도를 해보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특이한 비행기들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진짜 테스트 파일럿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플라이어를 단 여덟 차례만 조종해 보았다. 그가 활주로로 이 비행기를 가까스로 끌고 나가 1마일 정도나 진행하면 다행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 월요일 오후 1시 30분 : 이륙 4.5시간 전
포셋과 그의 팀은 캔사스 살리나에서 거의 두달동안 70여 시간이 소요될 이번 비행 준비를 해왔다. 이들은 지난 4주 동안 거의 날씨가 좀 나아지기만을 기다렸다. 활주로의 바람과 예상 비행 경로의 제트기류로부터 이륙과 착륙 이 모두 낮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낮과 밤의 타이밍을 맞추는 일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보다 안전하고 뒤따르는 비행기가 문제 발생시 보다 쉽게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변수가 한꺼번에 몰린 듯하다. 지상 요원들은 글로벌플라이어에 연료를 넣기 위해 활주로 끝까지 이동시킨 다. 연료를 다 채운 후 이륙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셋은 엔진 시동과 동시에 이륙해야만 한다.
▲ 월요일 오후 3시 : 이륙 4시간 전
바람이 계속 부는 가운데 모두들 하루종일 바람이 언제 그칠지 예측만 하고 있다. 미디어 센터에는 기자들이 버티고 있다. 포셋의 오랜 친구이자 모험가이며 버진 창업자인 리차드 브랜슨이 휴대폰으로 사업 얘기를 하고 있다. 빨간 글로벌플라이어 덮개 조끼를 입은 비행 기획관들은 버진사에서 특별히 이번 비행을 위해 공들여 제작한 관제센터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플라이어 엔지니어 팀장이자 수석 테스트 파일럿인 존 카코우는 근처 카페테리아에 앉아 시큰둥하게 과일 주스를 빨고 있다. 카코의 보스인 버트 루탄은 25년 전 보이저를 설계했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쉽원을 제작한 인물인데 특이하게도 이 자리에는 없었다. 아마도 취소하기 어려운 약속이 있는 듯 싶다. 카코로부터 멀지 않은 테이블에서 포셋이 유명한 테스트 파일럿 밥 후버와호텔 상속인이자 비행광인 배런 힐튼과 잡담을 나누고 있다. 영국 사진사들이 몰려서 지나가며, 그중 가장 경험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저 사람이 파리 힐튼의 조부야!”라고 알려준다.
▲ 월요일 오후 4시 15분 : 이륙 2.5시간 전
해가 거의 수평선 너머로 기울 무렵 포셋은 비행 허가를 얻어 활주로로 향한다. 기자들과 VIP들이 서둘러 TU틀 버스에 올라탄다. 이곳에서 비행 복장을 한 포셋은 친구들과 대원들, 부인 페기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조종실로 들어간다.
스피릿 오프 세인트루이스에 탄 린드버그처럼 포셋은 똑바로 앞쪽을 보지 못하고 작은 방울 모양의 덮개만 있을 뿐인데, 이착륙시 의자를 똑바로 세우고 엉덩이 밑에 여분의 쿠션만 몇 개 더 넣으면 아주 쓸 만하다. 비행중에 그는 누운채로 계기판의 전자 디스플레이들과 자동 조종 장치들, 수많은 스위치들을 이용해 최적의 기체 균형을 잡기 위한 복잡한 연료 시스템을 조절한다.
안쪽에는 비행 지도와 지구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영양식 슬림 패스트 쉐이크, 캐멀백 수화용 팩에 든 물, 조종실 가압 장치가 고장날 경우에 대비한 산소 마스크도 들어 있다. 그는 도관을 꽂아 소변을 비행기 밖으로 방출한다. 액체물만 소비하면 고체형 쓰레기가 생길 염려가 없어진다.
▲ 월요일 오후 6시 47분 : 이륙
해가 질 무렵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 마지막 준비에 문제가 생긴데다 세 개의 휴대형 엔진 점화기가 고장나 이륙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결국 헬리콥터들이 주변을 선회하고 비상요원들이 활주로 끝에 배치됐다.
수백 명의 구경꾼들이 진입로 담장을 따라 늘어선 가운데 포셋은 관제탑으로부터 비행 승인을 받고는 윌리엄 FJ44 제트 엔진의 출력을 100퍼센트로 올리자 특이한 곤충 모양의 글로벌플라이어가 앞으로 전진했다.
12,300피트짜리 활주로의 8,000피트 지점에서 포셋은 조종간을 서서히 뒤로 젖혀 육중한 비행기를 이륙시킨 뒤 어두운 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 월요일 오후 10시 : 이륙후 3시간째
자신감이 생긴 포셋은 캐나다로 향해 대서양을 횡단, 모로코와 알제리아,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를 거쳐 인도와 중국, 일본을 경유한 뒤 태평양을 가로질러 다시 미국으로 가는 경로를 선택했다.
그런데 비행 후 첫날 밤이 되자 GPS장치가 갑자기 위성 신호 수신을 멈췄다. “우리는 미국을 출발해 캐나다로 가는 도중 이런 고장이 생겼습니다”라고 포셋이 비행기에서 보도진들에게 말했다. “라디오 수신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GPS 없이는 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정말 큰 문제였습니다. 항공 교통 센터의 지시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포셋이 캐나다 상공을 비행하는 중 그와 카코우, 임무 수행 대장인 케빈 스타스는 물론 절친한 친구로서 포셋을 격려했던 브랜슨은 뒤따르는 비행기로부터 조종과 임무 관련 지시를 받으면서 비행을 계속할 방법에 관해 논의했다.
▲ 화요일 오전 1시 : 이륙후 6시간째
GPS가 재작동되자 카코우는 이 장치가 미국에서만 수신되는 위성 신호 WAAS를 찾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밖에서 이 장치는 표준 GPS 신호를 사용하지만 국경에서는 미약하더라도 WAAS 신호를 찾는다.
▲ 화요일 오전 8시 : 이륙후 13시간째
포셋이 아프리카 서부에서 45,000피트 고도에 도달했다. 카코우가 전날 저녁에 글로벌플라이어가 비행 초기에 도달할 수 있는 최고 고도가 39,000피트라고 했던 점에 비추어보면 이 고도는 대단한 것이다. 연료를 상당 부분 소비한 뒤 기체가 가벼워져 사우디 아라비아 근처에서야 이 정도 고도에 도달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카코우는 이를 “예상보다 나은 성능”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포셋은 비행을 즐기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경치들을 보고 잇습니다”라고 그가 위성전화기로 말했다. “말데이라; 모로코 해안. 아틀라스 산맥을 넘으면서 보니 장관이군요.” 그리고는 “버진 추적기와 방금 만났는데 다시 보게 되서 너무 기뻤죠.”
이렇게 가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추적기들과 접촉을 하면 조종실에서의 무료함을 덜 수가 있다. 계기판과 머리 위 가까이서 윙윙거리는 제트 엔진만이 포셋이 계속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밖은 거의 비행 내내 어둡다. 지구 자전과 반대 방향인 동쪽으로 비행하는데다 겨울에는 대체로 밤에 비행을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틀째 밤이 되니 좀 피곤하더군요”라고 포셋이 이날 늦은 시각에 말했다. “하지만 전에도 이런 일을 했었죠.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이 밀크쉐이크를 벌써 세 개째나 먹었으니 좀 나아지겠죠.”
▲ 수요일 오전 8시 : 이륙후 37시간째
기자회견이 시작되려는데 밤새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각에서는 포셋이 날씨와 비행기 문제 때문에 당초의 비행 계획을 변경해야만 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이런 경로 변경은 스위스 소재 세계 에어스포츠 관장 기관인 페더레이션 에어로노티크 인터내셔널의 관리들에게는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이 기관은 기록 수립가들이 당구 선수들처럼 애초에 설정된 비행 계획을 고수하도록 요구한다. 그런데 기이하게 연료가 소실됐음이 밝혀졌다. 18,194파운드의 JP4 군용 제트기 연료중 약 2,600파운드가 사라져버렸다. 관제실에서는 화요일 이른 시각에 연료 탱크의 센서들과 예상 연소율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발견했다. “문제가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카코우가 후회한다. 하지만 포셋이 비행중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플라이어의 중량을 측정할 수 있을 때까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 수요일 오후 1시 : 이륙후 42시간째
연료 손실 때문에 포셋은 평균 58노트의 순풍이 불어주어야 살리나로 되돌아갈 수 있었는데 기상대에서는 바람이 불지 명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바람이 안 불면 그는 어쩔 수 없이 하와이 정도에 일찍 착륙해야만 했다. 관제실에서 포셋을 위성전화로 호출했다. “비행을 완료할 연료가 없다면 정말 큰 문제인걸요”라고 그가 말했다. “풍향 예보에 따라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현재로선 확신하기가 어렵겠는데요.” 머리 위의 비디오 카메라에 비친 그는 굳은 표정 위로 일순간 피로와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는데, 아마 포셋이 동시에 겪고 있는 지독한 두통거리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관제실 통제관은 탈수제 과용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그에게 물을 좀 더 마시고 산소를 들이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비행이 끝난 뒤 그는 낮은 곳에 놓인 산소통 노즐에 뭔가를 놓아 산소가 빠져나가는 바람에 비상용 산소를 모두 날려버렸었다고 밝혔다.
연료 소실은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카코우가 말한다. 연료가 연료 탱크내의 압력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다중 벤트 라인에서 새어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연료가 단시간내에 그렇게 많이 누출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포셋이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45,000피트나 되는 고도에 도달한 점은 연료 소실로 설명할 수가 있다. 글로벌플라이어가 비행중에 상당히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관제실 내부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팀원들은 포셋이 비행을 완수하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 수요일 오후 10시 : 이륙후 51시간째
순풍이 지속적으로 불자 사기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순풍이 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라고 프로젝트 매니저인 폴 무어가 말한다. “100노트가 넘는 바람이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안심할 수는 없엇습니다. 연료만으로는 캔사스까지 돌아오지 못하는데다 하와이를 하와이를 지난 후의 풍속은 40노트가 채 안됐거든요.” 전화상으로 포셋은 열정을 토해냈다. “자신감이라고 하기는 어렵죠. 그냥 소망할 뿐입니다.” 그날 밤 늦은 시각 51시간째 비행에 접어들고 하와이 북부 400마일 지점에 다다른 그는 최고의 기분이었다. “제트류를 잘 타서 연료가 많이 절감되었어요”라고 그가 겸손해하면서 말했다. “내일이면 살리나까지 갈 수 있기만을 바래야죠.”
▲ 목요일 오전 8시 : 이륙후 61시간째
목요일 살리나의 날씨는 월요일 출발때의 날씨와 완전히 달라져서 화창하고 30도를 웃돌았다. 포셋은 산타 카탈리나 섬에서 캘리포니아 해안을 가로질렀다. 캔사스에는 20,000명의 관객들이 그의 귀환을 보러 몰려들었다.
▲ 목요일 오후 1시 : 이륙후 66시간째
관객들이 글로벌플라이어를 보려고 하늘로 눈을 돌리자 살리나는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포셋이 도착할 시간이 거의 됐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20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또다른 문제가 생겨 선회중이었다. 착륙용 앞바퀴가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작은 수력 액추에이터의 유동액이 3일간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중 얼어버려 이를 덥혀서 제자리로 들어가도록 하려면 몇 분간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가 해결되자 그는 살리나로 향했다.
포셋은 66시간 이상동안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 그가 이제 깃털처럼 가벼워진 비행기를 몰고 위험하고도 집중력이 필요한 마지막 착륙을 해낼 수 있을까? 그의 몸은 흥분되었지만 피로와 산만함으로 인해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한 문제가 생길 경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드디어 폭은 넓지만 얇은 글로벌플라이어의 모습이 북쪽 수평선 위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17번 활주로 위에 기체를 맞춘 후 두 개의 낙하산을 펴 비행기 속도를 줄였다. 엔진이 꺼진 채 거의 300마일을 비행한 글로벌플라이어는 콜로라도를 지난 후 할공을 해왔다.
공회전하는 엔진과 비행기의 우아한 유선형 모양 때문에 또렷하게 들리는 소음과 함께 포셋은 활주로 옆에 서서 지켜보는 취재진을 지나 오후 1시 50분 67시간 1분 46초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활주로에 착륙했다. 그는 19,880마일을 비행햇는데, 17마일만 더 날았으면 신기록을 수립했었을 것이다.
글로벌플라이어의 무게는 5,326파운드로, 이중 1,515파운드가 남은 연료 무게인데, 이 정도면 2,990마일을 더 비행할 수 있었다. 포셋은 글로벌플라이어를 격납고로 몰고 갔는데, 이곳에서 카코우와 브랜슨이 선 채 커다란 체크 무늬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팬들이 환호를 했고, 국내외 취재진들이 자리를 잡으려 모려 왔다. 포셋은 비행기에서 손을 흔들며 내려왔다. 그는 확성기로 관중들에게 짤막하게 소감을 말했다. “전 운이 좋은가 봅니다. 이렇게 꿈을 이뤘으니까요”라고 말하며 그가 동료들과 후원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
커다란 샴페인 병을 건네 받은 그는 상쾌한 소리를 내며 마개를 따서 단숨에 한 잔을 들이켰다. 포셋에게서 병을 나꿔챈 브랜슨이 병을 흔들어 포셋을 따라다니며 샴페인을 뿌려대자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라 웃으면서 포셋은 싫지 않은 듯 거품 세례를 즐겼다. 몇분 후 기자회견을 하러 가다가 포셋은 샴페인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올리고는 3일간 덥수룩해진 수염을 긁었다. 핼쓱하고 지친 그의 얼굴은 예전과 다소 달라진 것 같았다. 제트기를 몰고 혼자서 세계일주를 하며 고된 역경을 겪은 후 이제 쾌활하게 그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남자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다시금 동기에 관한 집요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이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직접 조종사가 되보아야 하겠지만 조종사는 비행을 좋아하죠”라고 포셋이 말하면서 24시간 동안 더 비행을 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아주 먼 거리를 여러 밤낮에 걸쳐 혼자 비행하면서 바다와 대륙들을 횡단하는 일은 정말 웅대한 모험입니다.”
에릭 아담스는 파퓰러사이언스 비행 및 자동차 분야 편집자이다.
포셋의 연료에 발생한 문제
글로벌플라이어의 엔지니어인 존 카코우는 비행 3시간만에 원래 예상했던 2,600파운드보다 많은 3,100파운드의 연료가 글로벌플라이어에서 빠져나갔다고 말한다. 2개의 주연료 탱크에서 분사에 문제가 생겨 공기가 팽창하며 연료를 날개 탱크로 밀어내 분무기에서 빠져나가게 했다.
그전에는 연료를 가득 채운 채 이륙하는 모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이런 문제를 좀 더 일찍 발견해내지 못했다. 포셋이 낮에 이륙을 했더라면 뒤따르는 비행기에서 연료가 새는 걸 알아챘을 것이고, 그랬다면 비행을 중단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연료 누출로 글로벌플라이어의 무게가 가벼워져 효율성이 상당히 높아짐으로써 여분의 연료로 비행을 완수할 수 있었으니 굳이 비행을 중단시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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