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1년 3월 29일 잉글랜드 남부 윌트셔주에 있는 러저쉘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제대군인 방랑자가 군용 드럼을 휴대하고 마을에 나타나 시끄럽게 드럼을 치기 시작한 일이 있었다.
처음에 그가 드럼을 연습하는 줄 알고 상관하지 않던 주민들은 드럼 소리가 너무 요란하고 멈추지 않자 소량의 돈을 주고 다른 곳에 가서 치라고 요구하며 그를 다른 장소로 보냈다.
하지만 시끄러운 드럼 소리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문제의 드럼 소리는 러저쉘 마을을 방문해 여관에 묵고있던 테드워스 마을의 존 몸페슨 치안판사에게도 들렸다. 주민들이 드럼치는 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본 존은 러저쉘 마을의 치안관을 불러 드럼치는 사람을 부랑죄로 연행하도록 지시했다.
이름이 윌리엄 드루리로 확인된 방랑자는 자신이 나라를 위해 전투에서 열심히 싸운 용사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자신을 따뜻하게 반기지 않고 직업도 주지 않았다며 전쟁터에서 친 드럼을 마을에 울려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이들을 기억하게 하고 위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말을 들은 존은 코웃음을 치며 그의 드럼을 압수해 자물쇠가 달린 상자 안에 쳐박아 놓고 테드워스 마을로 돌아가 드루리를 잊은 채 지냈다.
며칠간 영창에 잡혀있던 드루리는 자신은 정말 제대군인이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했으나 러저쉘 치안관은 그를 석방하는 대신 외국 식민지로 추방하는 벌을 받게 했다.
드루리가 배를 타고 떠난 후 테드워스에 있는 존의 저택에는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테드워스 마을 주민들 수십여명 동원해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조사한 존은 괴드럼 소리가 집안과 밖에서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나는 것을 확인하고 귀신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믿었다.
그날 밤 말을 타고 러저쉘 마을을 찾아간 존은 드루리가 외국으로 추방됐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시끄러운 귀신의 드럼소리는 존이 가는 곳마다 쫓아다녔고 마을 주민들은 존에게 마귀가 붙었다며 모두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 후 무려 2년간 멈추지 않은 드럼소리 소식은 런던에까지 알려져 왕실 물리학자 조셉 글렌빌씨가 조사했다. 며칠간 존의 집에서 살며 집안과 밖에서 실제로 드럼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를 찰스 2세에게 보고했다.
신하들을 통해 드루리가 실제로 제대 군인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왕은 왕실 신하들을 직접 파견해 드럼치는 귀신들을 위로해 주도록 명령했다. 그후 존은 더 이상 드럼소리를 듣지 못했다.
드루리가 먼저 간 동료들의 고귀한 희생을 나라에 알리고 전쟁으로 망가진 자신의 정신과 육신을 한탄하며 마을에서 드럼을 쳤듯이 먼저간 그의 동료들도 그를 위해 드럼을 쳐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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