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서 시작, 서울 한강으로 유입되는 탄천(炭川)은 지금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하천바닥 7m 아래의 깨끗한 물을 끌어올려 강물을 정화하는 수질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다.
‘하상(河床)여과방식’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탄천 바닥 밑에 파이프를 설치해 강바닥의 모래·자갈를 통과하며 여과된 강물을 집수정을 통해 모은 다음 이를 밖으로 빼내 강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탄천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평균 21.9ppm으로 5급수(10ppm)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하상여과 과정을 거친 물은 2급수(2~3 pp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상여과방식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안규홍 박사팀이 지난 4년에 걸친 연구끝에 개발한 기술이다. 유지비용이 거의 안 들고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여러 장점 때문에 하천수질 개선의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6월 수상자로 선정된 안규홍 KIST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국가성장 동력기술일 뿐만 아니라 인간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환경오염 저감 및 제거기술 분야에서 하수· 폐수 에 있는 각종 오염물 뿐만 아니라 병원성 세균까지도 제거할 수 있는 고도처리기술을 개발, 실용화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안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위에서 설명된 하상여과공법을 포함, 단일 반응조 하·폐수고도처리 공정, 나노·바이오 분리막 이용 하·폐수 처리기술, 슬러지 무배출공정 등 모두 4가지로 하수처리를 통한 하천수질 개선뿐만 아니라 상수원수의 확보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특히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먹고자 하는 욕구와 맞물려 하천 또는 호소(湖沼)의 수질보호 및 보전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상수원수의 대부분을 하천이나 호소 등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하천 수질보전은 곧바로 먹는 물의 안전을 지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과거 하수처리 시설은 주로 유기물 및 부유물의 제거를 목표로 했고 하수 중에 많이 포함됐던 영양염류, 즉 질소(N)와 인(P)의 상당부분은 미처리된 채로 방류돼 왔다. 이는 하천의 부영양화를 유발, 깨끗한 수자원 확보와 쾌적한 자연생태계 보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가 하천에서의 질소·인에 대한 배출규제를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독자적인 기술이 확립돼 있지 않아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은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곧 국내 실정에 적합하고 좁은 국토면적과 높은 토지비용을 감안해 설비 및 공정이 단순하면서도 고효율의 질소 및 인 처리가 가능한 공정의 개발이 절실해졌다.
안규홍 박사팀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단일반응조 하·폐수 고도처리공정(KIDEA·키디아)’는 이런 상황에서 개발된 국내 독자적인 하수고도처리 기술이다. 기존의 하폐수 속 질소·인의 제거 기술은 5개 이상의 반응조로 구성된 여러 단계의 처리과정을 거쳤던 반면 KIDEA 공정은 단 하나의 반응조에서 시간간격에 따라 이뤄지도록 처리했다. 이를 통해 운전조작이 간편할 뿐만 아니라 설치에 필요한 공간·설치비용과 운영비를 기존의 70~80%로 줄였다 현재 경기도 광주군 광동리하수처리장 등 11개소에서 운전하고 다른 6개소에서도 건설이 시작되는 등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상업화 작업과정에 있는 ‘나노·바이오분리막 이용 하·폐수처리기술(SAM·샘)’은 KIDEA 기술을 한단계 발달시킨 것으로 미세한 크기의 기공을 갖는 분리막을 이용, 대장균 등 병원성세균, 환경호르몬 등 나노크기의 입자성 오염물질도 걸러낼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오염된 하폐수를 BOD 1ppm(1급수)이하로 처리, 주로 상수원 지역에서 사용되며 중하류 지역의 KIDEA와 역할분담이 가능하다.
‘하상여과공법’은 서울시 상수도 치수사업 및 강남구 탄천 하천정화사업에 참여, 상용화 단계에 있다.
** 최수문 서울경제 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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