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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과학용어, 그 웃음의 미학

대중문화에서 행해지는 과학의 오용 및 마케팅
by gregory mone

이슈: 만화를 원전으로 한 신작 영화들은 장면마다 최신과학용어를 구사하기 바쁘다. 엉터리 용어에 불과하긴 하나 웃음을 선사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600파운드짜리 생물체가 옆 사람 덩치만큼이나 거한 어깨로 돌진해오는 대형 트레일러를 막아내는 장면을 재미있게 봤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하지만 7월 8일 시사회를 가질 “판타스틱 포(The Fantastic Four)”같은 영화에 있어 내 흥미를 끄는 것은 이런 액션장면이 아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신작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나는 영화제작진들이 과학을 어떻게 다뤄내는지 관찰하며 짜릿한 흥분을 맛보곤 한다. 원작만화에서는 주인공의 능력이 광선이나 외계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간단히 처리하는 반면 최근 제작된 리메이크 영화에서는 희한하거나 최소한 복잡해 보이는 과학을 여기저기 끼워 넣지 않고는 못 배기는 듯하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스토리 자체가 더욱 그럴 듯 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스꽝스러운 요소도 배가될 뿐이다. 너무 특정 장르에만 집착하는 게 문제가 될 진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여름철 코미디물에 나오는 진부한 농담보다는 앞서 말한 영화들에서 쏟아내는 사이비과학적인 횡설수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런 영화들이야말로 신종 장르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영화 속에 과학용어가 난무하는 이유는 뭘까? 바이오테크계의 획기적 성과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만능이론식 저서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선도하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로봇과학 운운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나 우리는 여전히 더 기발한 용어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다.

‘판타스틱 포’를 보다 보면 제작진이 이런 좌우명을 가지고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을 농단하려거든 육감(六感)을 발휘하라’ 내가 읽어본 대본의 앞 장면에는 리더 격인 리드 리처즈가 이런 고민을 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즉 자신의 투입식 시각화 기술을 아(亞)분자열 이론과 결합시켜 빅뱅의 시공간을 보다 정확히 바로잡을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문제로 말이다. (호킹 박사는 대체 왜 이런 생각을 못하고 있는 걸까?)

리드의 이런 엄청난 발상은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만다. 리드는 자신의 이론 한 가지를 테스트할 목적으로 예전 여자친구인 수 스톰과 그녀의 남동생 자니, 벤 그림이라는 우주비행사를 우주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이곳에서 그들은 우주광선을 맞게 되는데 여기서 우주광선이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는 하전입자를 일컫는다. 집에 돌아온 리드는 시내의 한 블록을 감쌀 만큼 팔이 자유자재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수는 투명인간으로, 벤은 앞서 말한 이상한 '생물체'로, 자니는 화가 날 때마다 불꽃인간으로 변신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NASA에서는 이러한 우주광선이 우주비행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노출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감퇴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암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광선을 쐼으로써 초능력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지금쯤 물불 안 가리는 야구 구단주의 손에 떠밀려 몇몇 선수들은 봄 시즌 전 막간의 훈련기간을 틈타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판타스틱 포”의 숙적인 닥터 둠이야말로 이를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 닥터 둠은 1963년 판에서 “과학에 대한 약간의 말장난으로도 거의 누구든 우롱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내가 불평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는 자리에 앉아 팝콘이나 먹으며 액션으로 가득 찬 오락물로 보이는 영화를 즐길 생각이다. 영화관에 앉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영 적절치 않은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린다고 해도 그러려니 여기기 바란다. 아마 당신도 나와 함께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까?

▲ 이달의 과학과 대중문화간 충돌사례
섬 링컨 식스-에코라는 이름의 남자는 자신이 클론이며 부위별로 교체 가능한 신체구조를 가졌음을 알게 된다. 7월 22일 개봉 예정.

스텔스 번개로 인해 로봇 전투기의 "뇌"에 변화가 생긴다. 이에 인간 조종사들이 구조를 위해 나선다. 7월 29일 개봉 예정.

마스터 블래스터즈 7월 27일 Sci-Fi 채널에서 공개 예정: 버트 루탄과 잭캐스의 조우. 아마추어들이 La-Z Boys와 기타 기형물을 발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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