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들이 찾은 또 하나의 경쟁 방식
동물들은 자신의 유전자가 다음 대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눈에 확 띄는 몸 색깔에서 뛰어난 페로몬 냄새, 교미 직후 암컷의 배란을 유도하는 정액 등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놀라운 전술을 발달시켜왔다.
그러나 인간은 생화학적 기술 측면에서 볼 때 결코 동물보다 상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정자도 경쟁 상황에 처했을 때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은 포르노그래피의 성별 차이가 정자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실험을 진행하는 도중, 하루는 실험 참가자인 이성애자 남성들이 여자 세 명이 등장하는 포르노영화를 시청한 후 정액 샘플을 기부했다.
그리고 다른 날, 역시 같은 참가자들이 이번에는 여자 1명과 남자 2명이 나온 X등급 포르노 영화를 시청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실험 대상자들이 다른 남성의 성행위 장면을 시청한 후에 얻은 정자들의 활동이 보다 활발한 양상을 보였으며 또한 번식 능력도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책임 연구원 리 시몬즈는 “남녀가 같이 등장하는 포르노를 본 남성들의 마스터베이션을 통해 채취한 정자가 훨씬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성적인 장면에 남자가 등장할 때, 이를 본 남자 이성애자의 정자 운동이 더 증가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시몬즈 연구원은 그 이유를 정자 경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옛날 옛적에는 여자 한 명이 한 번에 여러 명의 남자 구애자를 소유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 결과 여성의 난자를 향해 헤엄쳐 가는 여러 남자들의 정자들 중에서 가장 빠른 정자만이 번식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자들이 이런 종류의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자의 속도가 더 빨라지도록 진화했을 것이라는 게 연구원들의 추측이다.
그래서 실험 대상자들이 다른 남성이 섹스를 하는 것을 보면 경쟁 상황임을 인식하게 되고 따라서 정자들이 바삐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도 동물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른 동물도 대부분 경쟁자가 있을 경우 정자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지만 난자로 골인해야 하는 경주는 단순히 속도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게임이다. 속임수도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잠자리의 성기는 거친 털이 난 국자처럼 생겼는데, 이를 이용해 짝짓기 상대인 암컷 잠자리의 난자에 다른 수컷 잠자리의 정액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쓸어버리고 자신의 정자들이 유리하게 빨리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침팬지는 게임의 후반부에 속임수를 쓰는데 다른 수컷을 통해 태어난 새끼들을 죽이고, 새끼를 잃은 암컷이 다른 짝을 찾기 전에 자기 씨를 심어 자손을 확보한다.
심지어 바다에 사는 우렁이도 아비가 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수컷들을 먼저 속인다. 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우렁이는 암컷의 난자를 놓고 경쟁을 벌일 때 자기의 정자들을 물 속에 퍼뜨려 다른 정자를 견제한다.
자신이 서식하는 바위 근처에 다른 수컷의 정자들이 적을수록, 직계 자손들에게 터전을 물려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이런 전술이 교활해 보일지 모르지만, 인간 역시 그리 고상한 편은 못된다. 난자를 향한 경주에서 인간의 정자가 속임수를 안 쓴다지만, 인터넷으로 산 페로몬 향수를 사용해서 알게 모르게 교란 작전을 펼치는 사람들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우주
ISS 발사, 우주복 위성
이번 달 말쯤에 화염에 휩싸인 사람이 지구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다고 해도 놀라지 마시길. 전 세계 수천 명의 아마추어 무선통신 애호가들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해도 될 것이다.
사실 화염에 휩싸인 건 사람이 아니라 ‘SuitSat(우주복으로 만든 위성)’으로, 국제우주정거장 아마추어 무선 단체(ARISS)에서 학생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실시하는 프로젝트다.
ISS에 승선한 우주인들은 러시아의 오르말 우주복 잉여분을 우주로 방출해 보내는 해체작업에 곧 착수할 계획이다. ARISS는 8월 말 휴대용 켄우드 송신기를 러시아의 프로그레스 보급용 로켓 편에 우주 정거장으로 보내도 된다는 허가를 받은 상태다.
우주 정거장 승무원들은 이 송신기를 최초로 발사하는 우주복 내부에 설치할 것이다.
내부 배터리 동력으로 구동하는 이 송신기의 수명은 약 3-4주로 그 동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각 국가들의 메시지를 전송하게 된다.
ARISS의 로빈 헤이튼에 따르면 이 메시지는 동일한 주파수에서 음성 녹음과 교대로 나가게 된다.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우주복 외부 상황을 이 음성 녹음을 통해 보고함으로써 무선 통신 기사들은 ‘우주복 위성’의 상태를 계속해서 알 수 있다.
이들은 또한 전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미술 작품들이 담겨있는 CD도 우주로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위성이 몇 주간 궤도에 머무르다가 지구의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분해되면, 위성 안에 있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예술작품들도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생화학
헬륨가스를 마시면 왜 목소리가 변하나요
헬륨 가스를 마시고 말을 하면 왜 목소리가 바뀔까. 흔히 헬륨‘도날드 덕’효과라 불리는 이 현상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우선 목소리의 발생과정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목소리는 폐(肺)에서 나오는 공기가 목 아랫부분에 있는 성대 중앙을 통과한 다음 발성 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오면서 만들어진다.
성대의 긴장으로 인해 공기압력이 변화되고 성대와 그 사이의 공기가 진동해서 소리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게 된다.
이때 소리 진동수가 목소리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평균 성인의 목소리는 남자의 경우 1백30Hz, 여자의 경우 2백5Hz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목소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입안에 있는 공기의 종류이다. 사람이 말을 하게 되면 폐에서 나온 공기가 발성통로를 지나면서 발생되는 소리는 입안에서 공명을 하게 된다.
이 때 입안에서 울리는 소리의 속도는 입안에 있는 공기의 밀도에 따라 변하게 되고, 이에 따라 소리가 다른 진동수를 갖게 돼 목소리가 변하는 것이다.
보통공기의 경우 약 29g/㎤의 밀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때 이 공기를 통과하는 소리의 속도는 0℃에서 약 3백31m/초이다.
동일한 온도에서 헬륨의 밀도는 4g/㎤으로 밀도가 공기보다 낮기 때문에 헬륨을 통과하는 소리의 속도는 음속의 3배 정도인 8백91m/초가 된다.
그러므로 입안에 헬륨이 있는 상태에서 말을 하게 되는 경우 이 소리의 주파수는 보통 공기의 경우보다 2.7배정도 높게 돼 이 때의 목소리는 평상시보다 2.7 옥타브 높게 된다. 마치 도날드덕의 목소리처럼 말이다.
또 다른 가스도 목소리가 변한다. 예를 들면 수소가스를 사용하면 헬륨처럼 높은 소리가 나온다. 수소가스는 공기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반대로 밀도가 높은 가스를 사용하면 낮은 목소리가 나온다. 헬륨가스가 목소리를 바꾸는 데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헬륨가스는 다른 물질과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안정된 가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량 마시는 정도로는 건강에도 문제없다. 예전엔 뜨는 풍선을 만드는 데 수소가스를 사용했다.
수소가스가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가스를 채운 풍선은 담배 불 등에 닿으면 폭발한다. 그래서 이제는 수소는 금지되었고 헬륨가스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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