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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개념의 빈부 격차

황우석 교수팀이 얼마 전 세계 최초로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켰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배아줄기세포연구에 이은 또 한번의 개가다. 0.1%도 안 되는 개 복제 성공률을 감안하면 그동안 묵묵히 노력해온 연구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특히 개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 인간질병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동물복제의 성공이 ‘인간복제’가 가능한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는가 하면 이같이 빠른 복제기술의 발전은 머지않아 생태계의 비밀코드를 풀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와 연결된 연기의 법칙까지도 계량화, 정보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을 정도다.

이와 때를 같이해 요즘 시중에서 상영중인 공상과학영화 ‘아일랜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봉 1개월 만에 벌써 350만 명을 돌파했다니 대단하다. 미국 현지에서 실패한 영화가 국내에서 히트하고 있는 것은 ‘황우석 효과’ 때문일 것이다.

영화 줄거리를 보면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미래인 2019년, 사람들은 최첨단설비가 갖춰진 건물에서 저마다 최적의 영양과 건강상태를 체크하며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이들은 복제인간으로 철저한 통제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모르는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추첨을 통해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다. 그 곳은 오염되지 않은 지상유일의 낙원이다. 지구는 오염되었고 자신들은 거기서 살아남은 특별한 존재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추첨티켓은 지옥행 티켓일 뿐이다. 이들은 모두 장기공급을 위한 상품인 것이다. 인간복제회사가 이들을 사육해 불로장생을 노리는 부자들에게 비싼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인간복제를 다룬 이 영화는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빈부의 개념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가난한 자와 부자, 부국과 빈국을 가르는 선은 물질적 경제적 능력을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 였다. 단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차이는 돈을 얼마나 풍성하게 쓸 수 있는가 라는 면에서의 차이였지 키, 외모, 신체적 기능, 암에 걸릴 확률, 지능 등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가난한 자와 부자는 물질소유라는 면에서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특성 면에서도 빈부의 격차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어쨌든 황우석 교수팀의 이번 연구성과가 이같은 또 다른 개념의 빈부격차를 앞당기를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박 훈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h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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