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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뇌 능력

2025년 6월 6일 오전 7시 30분. 알람이 울리자 난 기분이 상쾌하다. 리포시넥스 덕분에 네 시간 동안 푹 자고 났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느린 파장의 델타파 수면 상태에 빠져 버렸다. 출근길 차 안에서 액취브 라떼를 마셨다. 이 음료는 내 도파민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주고, MAO 수치를 바꿔주며, 노르아드레날린이 활발하게 분비되도록 해주기 때문에 이런 음료들을 좋아한다. 별로 초조한 일도 없는데 집중력이 극도로 높다. 사실 운전을 할 때면 다소 겁을 먹곤 했었다. 몇 년 전 안좋은 사고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의사가 외상 둔화제를 처방해 주었다. 아직도 그 사고가 생각난다. 하지만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과거의 원시적인 인간이 아니라 뇌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이기 때문이다.

2005년 6월 6일 오전 7시 30분. 라메즈 나암은 블랙잭 테이블의 초록색 천 위에 퀸과 6을 뒤집어 놓은 상태였다. 딜러가 6을 보여 준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나암은 계속 해야겠지만 그는 이번이 카지노에서의 첫 도박이라 아무것도 확실해 보이는 게 없다. 32세의 나암은 짙은 머리에 깔끔하게 다듬은 콧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는 푸른색 테의 안경알 너머로 불안하게 자기 손을 바라다보며 손톱으로 테이블을 톡톡 친다. 딜러가 카드를 뒤집는다. 잭이다. 나암이 졌다. 그는 채 10분도 안 되는 사이 40달러어치의 칩을 날렸다. 나암의 직업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것이다. 생물공학의 발달로 인간이 진화의 한계를 산산히 깰 수 있는 새로운 미래 건설이 그의 사명이다. 가속 연구 재단과 미래 전망 연구소 같은 미래학자들의 두뇌 집단의 선임 회원인 그는 기술 교류 전시회에서 정기적인 연사로 활동하고, 야심적인 신작 새로운 인간: 생물학적으로 진보된 인간의 전망을 집필하기도 했다. 카드든 유전자든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가올 것을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나암은 생물학적 게임의 제한적인 규정들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만약 알약 한 알만 먹으면 기억력과 사고력이 향상되고 더 행복해지고 성취도도 높아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뇌에 안전한 스테로이드 약물이 있다면 어떨까? 패만 잘 섞으면 엄청난 돈을 딸 수도 있다.
약물에 의한 정신 능력 향상은 미래학자의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과학자들은 컴퓨터와 뇌 조영 기술, 유전공학의 발달에 힘입어 인지와 감정을 규제하는 뇌의 생화학적 시스템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지식 덕분에 뇌의 작용을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안잔 채터지는 다가올 시기를 인조 신경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향상된 뇌에 대한 기대로 새로운 골드러쉬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그가 말한다.

내가 나암과 만난 로만 카지노는 라스베가스가 아니라 시애틀 인근의 상점가에 상당한 자금을 들여 지은 시저궁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 오자고 한 것은 나의 아이디어였다. 카지노는 빠른 사고와 뛰어난 기억력, 차분한 감정 조절이 필요한 곳이라 정신력 향상 약물의 가능성을 살펴보기에 딱 알맞은 곳 같았다. 테이블에서 별 소득도 얻지 못한 나암과 나는 술집으로 나와 럼앤코크를 시켰다.

“인간은 문명이 탄생하면서부터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켜 왔지,”라고 그가 말한다. 최근의 약품들은 우릭 지금 혈관속으로 쏟아붓고 있는 카페인과 알콜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다. 그리고 이런 신종 기능 개선제를 접하게 되는 경로도 그에 못지 않게 복잡하다.

제약회사가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할 약품을 개발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약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의사들은 이 약품을 환자들에게 식약청에서 인정한 것 이외의 용도로 “비공식 처방”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그 약을 불법으로 구한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중추신경 흥분제인 리탈린을 복용하게 된다. 콘써트 피아니스트들은 공연 전의 초조함을 줄이기 위해 긴장 및 염증 완화제인 프로프라노롤을 복용한다. 커피 중독자들은 강력하고 지속적이면서도 불안감을 없애주는 자극제인 수면장애 치료제 프로비질을 이용하게 된다.

나암은 치료용 약품을 불법으로 이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FDA는 생물학적 기능 향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약품 개발은 금지하고 있다. 만약 제약회사들이 이런 일에 관심을 돌리게 되면 “향후 수십년 이내에 다양한 측면의 인간 행동을 창조하거나 변화시키게 될 겁니다: 이성에 대한 호감, 짝짓기, 공감하기, 식욕, 종교적 성향, 스릴 추구, 성적 흥분, 심지어는 성적 취향까지도 바뀔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이런 약물은 그냥 있어서 좋은 정도가 아니라 컴퓨터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만큼 사회 전반을 변화시켜 놓을 수도 있다고 다른 능력 강화 주창자들은 믿는다.

나암처럼 신념이 확고한 사람들은 미래의 약품 문제가 정신력을 이용해 자유롭게 원하는 일을 하는 지적 능력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 신경 조절 능력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자본력 싸움이다. 약물로 능력이 가장 많이 향상된 시민들이 이기게 된다. 이것은 생물학적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이념전이기도 하다. 과거의 기술적 혁신 덕분에 인간은 주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의약의 혁신으로 인간은 인체 내부의 세계를 정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중독 퇴치용 백신

환각상태를 없애 코카인 사용자들의 중독을 막는 새로운 주사

작동원리 이 백신을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코카인 분자를 보조 단백질에 부착한다. 일단 주입되면 이 용액은 인체를 자극해 코카인용 항체를 생성하도록 한다. 면역이 된 환자가 코카인을 흡입하면 항체가 약물에 들러붙어 크기가 커지면서 혈액을 타고 뇌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뇌에서 쾌감을 유발하는 신경전달 물질 도파민을 생성하지 못해 코카인의 효과가 사라진다.

이용가능시기 영국의 생명공학 회사인 제노바는 5년 후면 코카인과 니코틴 백신이 완성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 다음 제품은 각성제인 메탐페타민 백신이다.

주의 참기힘든 금단 현상 - 백신을 받아도 금단 증상이나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전 11시 15분. 다섯 가지 프로젝트, 마감기한 업무 10가지, 수도 없는 공학 계산들.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해야 한다. 인지 향상 약을 먹어서 그런지 기억력이 좋아진 것 같다. 두뇌 회전이 정말 빨라진다. 사장은 내가 무슨 일을 해도 고마워하지 않지만 별로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감정조절제 덕분이다. 참선하듯 평온하지만 뭔가 꼭 느끼고 싶은 것이 있다. 초조해져서 예전에 피던 담배에 손을 뻗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니코틴 백신 때문이다. 담배를 빨아대도 아무 맛이 없다.

나암의 약품 천국으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이곳이다: 현미경 아래 놓인 슬라이드에는 쥐의 해마 두 조각이 놓인 채 전극으로 자극을 받고 있다. 한쪽 조각의 뉴런들은 신경 성장 인자인 앰파킨이라는 약물 처리가 된 반면 다른 한쪽은 아무 처리도 하지 않았다. 컴퓨터가 각 조각 내에서의 전기화학적 신호 수치를 기록한다. 얼핏보면 중학교 1학년 수업시간에 하는 단순한 실험 같지만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앰파킨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지 능력 향상 및 기억력 증진 약물이 될 수도 있다.

몇 초간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실타래같은 수상돌기로 둘러싸인 연회색 세포들을 관찰한 다음 복도를 따라 게리 린치의 사무실로 갔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린치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기억과 이를 화학적으로 조작하는 방법에 관해 여러 가지 발견을 했다. 1987년 그가 공동창업한 생명공학 회사 코텍스 퍼머슈티컬스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앰파킨을 판매해왔다.

린치는 자기 책상에 앉아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6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곱슬머리 마틴 쇼트 같은 외모에 윗입술이 넓고, 매력적인 미소에 눈은 장난기로 반짝거린다. 몇 차례 준비 과정을 거친 후 그는 자신의 관심 분야인 기억을 연구하기 시작해 곧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만약 이 약물들이 내가 기대하는 대로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준다면 사회적인 함축적 의미는 엄청나게 클 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우리 사회는 대부분 스스로가 똑똑하거나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죠. 하지만 앞으로는 알약을 먹고 ‘일용 잡부 일을 그만두고 하바드 대학교 교수가 될 거야’라고 하는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두뇌의 능력을 높이려고 시도하는 업체는 코텍스만이 아니다. 엘리 릴리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의 대기업들을 비롯해 40여 개의 업체들이 제약업계의 성배인 뇌의 비아그라 같은 기억력 향상 알약을 연구중이다. 수익율은 엄청날 전망이다. 약 450만 명의 미국인들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데, 현재 이 병은 약물 치료로 미미한 효과 밖에 볼 수 없다. 그 외에 최소한 400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의 전단계인 가벼운 인지능력 손상을 겪고 있고, 1,000만 명 이상이 나이와 관련된 기억력 손실로 해당 연령대의 평균 기억력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프로비질 같은 약물처럼 비공식적 시장도 존재한다. “제약회사들이 말은 안 하지만 사실 정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고객들의 이름을 외우려는 44세의 세일즈맨 같은 사람들이 목표입니다,”라고 버클리대학 신경과학자인 제임스 맥고우가 말했다.

코텍스는 뇌의 미묘한 전지화학적 통신 체계를 조작해 인지 능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뉴런들은 다양한 종류의 신경전달 분자들을 방출하는데, 이 분자들은 인접한 뉴런의 보조 수용체 부위에 들러붙는다. 성공적으로 “결합”한 분자들은 뉴런에 양이온을 들여보낼 수 있는 통로를 열게 해 세포가 전하를 띠도록 한다. 앰파킨은 이런 뉴런들간의 대화량을 늘려 준다. 이들은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받아들이는 앰파(AMPA) 수용체에 들러붙어 통로가 오랫동안 열려 있게 함으로써 전하량이 더 강해지도록 한다. “쥐의 뇌 한 쪽에 자극을 가하면서 다른 쪽에서 전기 신호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린치가 말한다. “앰파킨을 주입하면 신호가 세집니다.” 신호가 더 잘 전달되면 뉴런이 시들어가는 고령의 뇌에서 특히 정신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든 야구 선수들이 공을 잘 못 받아치는 이유는 시각적인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린치는 말한다. “이를 변화시킬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앰파킨을 복용하면 커브 볼도 칠 수 있을 겁니다.”

앰파킨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도 린치에게는 흥미롭다. 한 뉴런이 다른 뉴런에 신호를 전달할 때 두 뉴런간의 연결이 강해진다. 신호의 주파수와 강도는 강화라는 뉴런간의 연결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몇 일이나 몇 년간 지속되는 연결은 장기 강화(LTP)라고 하는데, LTP는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 기억 체계이다. 앰파킨은 LTP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글루타메이트가 앰파 수용체와 결합하는 시간을 확장하면 글루타메이트의 또다른 결합 부위인 주변 NMDA 수용체들이 열린다.

그러면 이 수용체들이 뉴런 안으로 칼슘을 받아들여 세포에 LTP를 형성하도록 신호를 보낸다.



앰파킨에는 그 외에 또다른 장점이 있다: 이들은 뇌내 향신경성 물질(BNDF)이 생산되도록 하는데, 많은 연구원들은 이 물질이 더 많은 수용체 부위들을 열리게 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약물은 뉴런의 결합 기간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용체 부위도 형성한다. 쥐 실험에서 린치는 이 약물을 단 한 번 투여해 중년인 쥐의 기억력을 어린 쥐의 기억력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높일 수 있었다. 린치는 앰파킨이 인간에게서도 똑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한다. “뇌를 겨울에서 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게 될까요?”라고 그가 묻는다.

코텍스는 이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효능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 이 회사는 CX717이라는 약물을 불면증에 시달리는 16명의 영국인에게 실험해 보았다. 앰파킨의 효과로 실험 대상자들은 다양한 인지 검사에서 향상된 능력을 보여주었다. 올해에는 첨단 방위 프로젝트 연구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집중력 결핍 과잉행동 성인 환자, 불면증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세 차례의 추가 실험이 미국에서 시행될 계획이다. 군인들과 조종사들은 임무 수행 도중 불면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군에서는 현재의 암페타민보다 뛰어난 인지력 개선제 개발에 관심이 많다.
다른 회사들도 여러 가지 신경 경로들을 조작하면서 흥미있는 동물 실험 결과들을 발표했고, 현재 인체 실험을 계획중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신경과학자 에릭 칸델이 공동설립한 센서리 퍼머슈티컬사와 신경과학자 팀 툴리가 설립한 헬리콘 테러퓨티스사는 쥐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개발해냈다. “기억 개선제는 ‘일상적인’ 약물이 되어 언어 학습이나 악기 연주를 배우려는 사람, 또는 시험에 대비해 공부하려는 사람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라고 툴리가 말한다.

하지만 약물 연구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제약업계에는 동물 실험에서 인체 실험으로까지 확장되지 못하고 끝나는 임상 약물들이 수없이 많다. 코텍스는 자사에서 개발한 가장 유망한 앰파킨 약물이나 LTP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 중 일부가 쥐에게서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앰파킨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이 약의 주요 장점인 기억력 향상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기억도 중요하지만 망각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망각하지 않으면 뇌가 사소한 일들에 대한 기억으로 넘쳐날 것이다. “이미 기억된 사실을 잘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약물을 복용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린치가 말한다.

하지만 대체로 그는 낙관적이다. 사무실 벽에 걸린 뇌 포스터를 보며 린치는 사고의 본질은 소통중인 뉴런의 임시 네트워크라고 말한다. 엠파킨은 이런 소통 능력을 향상시켜 더 큰 네트워크, 혹은 보다 넓은 사고가 가능해지도록 한다. “엠파킨의 가장 큰 잠재력은 50살이 된 사람도 성 능력이 왕성하고, 기억이 또렷한 상태로 나이에 관해 잊은 채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일 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엠파킨을 복용하다고 해서 생각해 낼 수 있을까요? 결국 인간 능력의 한계를 알게 될 겁니다.”

오후 5시 50분. 차를 몰고 집에 가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상원의원 데이빗슨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녀가 추진중인 정신의약품 폭로 법안을 지지한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선출한 지도자가 원래 복용하도록 되어 있는 감정 조절제와 탐욕 감퇴제를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지 않을까? 아내가 밤늦게까지 일을 해 내가 아이들과 함께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감정 조절제를 복용해 화를 내지 않게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는 기도를 한다. 사실 난 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흰색 엔테오젠 알약을 한 개 복용하면 나도 모르게 신의 존재를 느끼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


물론 똑똑해진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능력 개선 전에 하는 선서인 쾌락주의적 규범에서 트랜스 휴머니스트이자 철학자인 데이빗 피어스는 인간의 자연적인 생화학 특성, 즉 “우리의 유전적 과거로 점철된 불완전한 정신화학적 빈곤 상태”로부터 벗어나 “낙원 공학”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물의 도움으로 인간은 현재 인체의 화학적 기능이 향상되어 “깨어있거나 잠들어있는 매 시간마다 넘쳐나는 행복감을 만끽하게 될 겁니다,”라고 그는 적고 있다.

멋진 얘기지만 익히 들어본 듯 하다. 하지만 20년 전 프로작과 팍실 및 기타 항우울제(SSRI)와 관련해 나돌던 얘기보다는 다소 신중하게 들린다. 이 약품들은 사실 효과도 있고 인기도 높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 약품들이 기능 개선제로 널리 사용되지 못했던 이유는 초조감과 사고력 저하, 성욕 감퇴 같은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정신과 의사이자 프로작을 능가하는 새 세대 정신의약품 개발의 저자인 새뮤엘 바론데스가 말한다. “사람들은 부작용이 없고,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기적의 약품을 아직도 찾고 있습니다.”

20세기에는 대부분 약품 개발이 운에 의존해 기존 물질에 또다른 긍정적인 효능이 있음을 우연히 발견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1950년대에 처음으로 대성공을 거둔 정신 의약품 밀타운은 원래 항생제였고, 1972년에 개발된 프로작은 일상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항히스타민제의 후속 제품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약품 개발이 운에 의존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실험실에서의 유전자 조작 동물 연구 결과 감정을 지배하는 유전적, 생화학적 메커니즘에 관한 중요한 사실들이 밝혀졌다. 콜로라도 대학의 행동 유전학자인 존 디프라이스는 수십 세대에 걸쳐 쥐를 교배시킨 결과 공포 검사 측정치 기준으로 알비노 쥐보다 30배나 용감한 검은 털 변종 쥐를 만들어냈다.

쥐의 두려움을 관장하는 변종 유전자가 인간의 유전자와 다른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지만 디프라이스의 발견은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유전학적 요인을 밝혀내는 데 일조해 새로운 약품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2003년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DNA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는 비용이 급속히 낮아져 약품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형제들 중 우울증인 사람과 낙천적인 사람간에 차이가 나게 하는 유전자 변종을 조사해 연구원들은 보다 효과적인 기분 증진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

정신유전학이라는 이 초기 분야는 논란이 분분하다. 특정 측면의 성격이나 행동, 기분은 열두어 가지가 넘는 유전자들 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학자들은 이런 유전학 분야의 발전을 환영하는데, 일부 약품 개발자들도 다소 신중하기는 하지만 마찬가지 입장이다. 2001년에 에모리 대학 신경생물학자인 래리 영은 수컷 초원 들쥐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바소프레신 호르몬용 수용체를 추가로 만들어냈다.

유전자 조작된 수컷 쥐들은 교미를 히지 않고도 다른 정상 쥐들보다 더 빨리 암컷 쥐들과 가까워졌다. 미래학자들은 이런 지식을 이용해 남자 죄수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들 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국립 암 연구소의 유전 구조 및 조절 분야 책임자인 딘 해머는 신경화학물 모노아민의 운송에 영향을 미치는 VMAT2 유전자 변종을 보유한 사람들은 인간을 초월한 영적 경험을 체험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알약으로 신을 믿게 할 수도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다. 쌍둥이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근본적인 기질은 40~50퍼센트가 유전적 특징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미래학자 제임스 휴스는 인조인간 시민: 재설계된 미래 인류에게 민주 사회가 필요한 이유에서 이렇게 썼다. “행복이 유전된다는 것은 미래의 약물과 유전자 치료가 부정적인 부작용 없이 언제든 행복감을 최대로 높여 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025년 6월 7일 오전 8시. 아내와 외식을 하러 나온 나는 기분이 더할 나위없이 좋다. 둘이 이혼 직전까지 갔었던 게 믿기지 않는다. 성가신 부부 상담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간단한 옥시토신 치료법이 있었다. 몇 번 치료를 받은 후 놀랍게도 우리는 다시 연애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세 번째 와인 병을 비우고 있는 지금 우리 몸의 세로토닌 수치는 높아지고, 코티코스테로이드 수치는 낮아진다. 물론 이 약이 없이도 친밀한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이 약이 있으면 훨씬 쉽다. 조금 후에 춤추러 갈 생각이다. 춤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스테피넥스를 좀 복용하면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 집으로 운전해 가기 직전에 항스텝제를 먹으면 금방 정신이 맑아진다.

낙관주의자들의 말이 맞아 강력한 신종 기능 개선제를 만들 수 있다고 치자. 꼭 그래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 비평가이자 인간 이후의 미래 저자인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약물로 개선된 인류의 불안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둔감한 사람들은 활발해지고,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수요일과 주말에 각기 다른 성격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썼다. 후쿠야마는 본질적인 인간성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부시 대통령의 생명윤리 위원회 회장을 지낸 생의학 철학자 레온 카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지금까지 훈련과 노력에 의해서만 달성할 수 있었던 인간 능력들을 약물의 힘으로 갖게 될 수 있다면 ‘기만당하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그는 능력 개선이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자연스럽지도 않다. “세상을 접하는 방식이 조절되고, 여과되며, 변경될 것입니다.” 인간 이상이라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다시 카지노로 돌아가, 나암과 나는 다시 한 번 테이블로 가보기로 한다. 그는 유심히 지켜보며 딜러와 플레이어들로부터 정보를 흡수한다.

곧 그는 걸어야 할 때와 그만두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알아내며 베팅 금액을 두 배로 높인다. 그는 120달러까지 딴 후 테이블에서 나와 웃으면서 딜러에게 팁을 건넨다. 이렇게 빨리 배우는 건 아주 드물다. 하지만 나암이 인지 개선제를 복용했더라면 훨씬 더 빨리 배우고 이전에 돈도 덜 잃었을 것이다. 그게 부자연스러운 일일까? 불공정한 것일까?

“난 마이클 조단이 나보다 더 우수한 농구 소질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요,”라고 그가 말한다. “만약 누군가가 나보다 더 똑똑한 기질이나 좋은 기억력을 갖고 있다 해도 약으로 만회할 수도 있을 겁니다.” 나암은 기능 개선제가 부자연스럽다는 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을 더 낫게 만들려는 욕망은 오랜 옛날부터 존재해 왔었죠.” 그가 문쪽으로 향하며 말한다. “자신을 개선하려는 욕구를 포용한다고 인간성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인간다운 일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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