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황 교수는 연구원의 난자가 사용된 사실을 작년 5월 알았으나 연구원이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고 해서 그 사실을 숨겨 왔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에서 받은 난자가 기증자에게 실비를 제공하고 채취한 것이라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황 교수의 설명처럼 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한 것은 자발적이고 순수한 생각에서 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에게 얼마간 보상금이 지급되기는 했지만 당시는 그걸 금지하는 법이 없던 때다.
사실 윤리 논란은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에 있었던 일로 실정법 위반 등 중대 하자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황 교수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순수한 과학도로서 백의종군 하겠다고까지 밝힌 이상, 생명공학 연구분야의 각국 경쟁이 치열해지는 엄중한 현실을 감안하면 더 이상 그의 업적까지 매도하거나 줄기세포 연구에 지장을 주는 일이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윤리논란’이 황 교수의 자아비판과 국민들의 포용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자칫 대한민국이 국수주의나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다는 인상을 국제사회가 받지 않도록, 또 황우석 교수와 같은 연구자가 순수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이번 기회에 더욱 철저한 생명윤리 기준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황 교수 말대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모처럼 기회를 잡은 한국이 이번 일로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난자 기증 모임을 만들어 적극 후원하는 국민은 물론 그간 지원에 소홀했던 정부도 이들 과학자가 그간의 부담을 털고 연구에 정진하도록 성원해야 한다. 세기적인 업적을 이룩한 황 교수의 프런티어 정신이 좌절되도록 해서도 안 된다. 그의 연구는 지속되고, 또 뒷받침돼야 한다.
박 훈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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