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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명왕성 탐사

발사 . . . . . . 11일 전

회전 운동 미항공우주국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연구원들이 균형 및 정렬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명왕성 탐사선의 회전을 시험해보고 있다. 금색으로 감싸놓은 부분은 온열 담요와 같은 역할을 한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도는 NASA의 클린 룸에 들어앉은 탐사선 뉴호라이즌(New Horizons)호는 꿈같은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평온해 보이는 알루미늄 표면 안쪽에서는 전자들이 우지직거리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20 마일이나 떨어진 연구실로 전송하고 있다.

한편 연구실에서는 방안 가득 기술진들이 모여 초초하게 전송을 기다리고 있다. 이 우주선은 역사적 비행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앞으로 이 탐사선은 얼음으로 둘러싸인 우주 저 바깥쪽을 향해 장장30억 마일을 날아가야 한다.

기간만도 9년이 넘게 걸린다. 목적지는 태양계에서 가장 춥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 바로 명왕성이다.

볼트모어 외곽, 존스 홉킨스 응용물리학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지난 3년간 뉴호라이즌호를 제작해왔다.

이 우주선은 1월 11일 발사 예정이다. 6월 말, 일요일 아침. 탐사 작업 책임자인 앨리스 바우먼과 지상관제사 몇 명이 탑재될 프로그램의 결점을 찾아내기 위해 탐사선의 명왕성 착륙을 모의실험중이다.

그녀와 팀원들이 벽에 걸린 화면을 조용히 응시하는 가운데, 화면 속에서는 삼각형의 탐사선이 거대한 유백색의 궤도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명왕성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심지어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찍어도 명왕성은 흐릿한 빛과 그림자 덩어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우먼 박사팀은 배터리 소모 테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다”고 바우먼 박사는 토로했다.

이 일은 전문가로서의 자존심 그 이상이 걸린 문제다. 이들은 탐사선의 급가속시 목성의 인력을 이용하기 위해 복잡한 비행경로를 구상하고 있다.

만약 뉴호라이즌호가 2월 2일까지 발사되지 않을 경우, 목성이 일직선상에서 벗어나 버리기 때문에 힘겹게 명왕성으로 직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 경우, 5년이라는 기간이 새로 추가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우주 탐사 계획의 경우, 연기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명왕성은 다르다.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이 행성은 248년 주기로 공전하면서 매일 조금씩 더 추워지고 어두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명왕성에 너무 늦게 도착할 경우, 행성의 절반가량이 어둠에 휩싸여버리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다.

그나마 희박한 대기마저 대부분이 얼어버리고 흩어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과학적 가치가 높은 명왕성의 신비가 앞으로도 수세대 동안 베일 속에 묻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계획대로 발사된다 하더라도 명왕성에 도착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임무가 아니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 우주선이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만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되는 최장거리 우주여행인 것이다.

그리고 장비의 항시 작동에 충분치 않은 전력 공급 문제도 과학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운항 도중, 장비가 수명을 다하는 경우 외에 발사에서 도착까지 9년이라는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핵심 인력 부족 사태도 대비해야 한다.

명왕성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광속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데이터 전송에 거의 4시간 30분이 걸린다.

결국 뉴호라이즌호는 대부분을 스스로 알아서 비행하는 수밖에 없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다.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다.” 라고 바우먼 박사는 말한다.

지난해 허블 망원경을 통해 명왕성의 위성으로 보이는 새로운 천체 두 개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명왕성과 그 위성인 카론(Charon)에 대해 수집한 정보는 아주 미미하다.

천문학자들이 아는 사실이라고는 명왕성이 기이한 모양의 작은 얼음덩어리며 크기는 달의 3분의 2에 불과하고 태양을 중심으로 한 공전 궤도가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 그 정도뿐이다.

그렇다 보니 일부 과학자들은 명왕성을 행성으로 볼 수 있느냐며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한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졌는데 명왕성 너머, 얼음 혜성들이 원반 형태로 무리지어 있는 이른바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서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가 여럿 발견된 것이다.

지난 해 여름에는 명왕성보다 훨씬 큰 물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만약 명왕성이 그 주변의 수많은 암석 덩어리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보기에 따라, 태양계의 행성이 8개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보다 더 많다고 새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행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 참조]

태양계에서 인간이 우주선을 보내지 않은 유일한 행성인 명왕성은 태양계와 미지의 우주 공간사이의 경계인 셈이다.

“이번 계획으로 우리는 인류 대탐사 시대를 마감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임무 하나만 남은 것이다.” 라고 바우먼 박사팀의 제프 무어는 말한다.

“알랜, 이것은 바로 자네의 운명이야”

콜로라도, 볼더(Boulder)에 위치한 사우스웨스트 연구소 내 알랜 스턴의 사무실 책장을 가만히 살펴보자.

플라스틱 모형의 뉴호라이즌스 우주선과 울쑥불쑥 플래티론 산맥(Flatiron Mountains)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창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조그만 강아지 인형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디즈니 만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플루토(Pluto)다. 스턴은 이를 자신의 플루토미터(Plutometer)라고 부른다.

지난 몇 년간, 명왕성 탐사 계획 전망이 밝아질 때면 인형은 몇 단 위로 올라간다. 그러다 다시 암울해지면 가엽게도 이 조그만 플루토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책장 저 아래 단으로 내려가야 했다.

“아예 책상 서랍 속으로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절대 내던져버리지는 않았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플루토 인형을 내던지지 못하고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것은 그 주위 사람들에게는 놀랄 일도 아니다.

명왕성 탐사선이 마침내 케이프 캐너버럴(Cape Canaveral)로 귀환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 스턴의 공(功)일 것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올해 48세의 이 행성 과학자는 7억 달러에 달하는 뉴호라이즌스 발사 프로젝트의 주관 연구자이다.

“뉴호라이즌호가 임무를 마치고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곳으로 다시 귀환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스턴 밖에 없다.” 라고 아리조나 로웰(Lowell)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천문학자 마크 뷔에는 말한다.

로웰 천문대는 1930년, 최초로 명왕성을 발견한 곳이다.달라스에서 성장한 스턴의 어릴 적 꿈은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1978년, 오스틴 텍사스 대학의 물리학과 졸업 후, 그의 인생 항로가 명왕성과 조우하게 될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텍사스 대학교의 대학원 과정에 등록했는데 그 곳에서 자신의 논문 지도교수로 유명한 천문학자인 래리 트래프톤을 선택한 것이다.

트래프톤은 명왕성을 심도 있게 연구한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명이었다.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도 1978년에서야 발견되었다. 명왕성에 대해 밝혀진 것이 너무도 없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것이라도 발견한다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스턴은 깨달았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었다.” 라고 그는 말했다. 스턴은 줄곧 명왕성에만 매달렸다.

1989년, 어느 날 저녁, 명왕성에 관심이 많은 일단의 사람들(이 모임은 나중에 ‘플루토 언더그라운드’로 불리게 된다)과 스턴은 회의를 끝낸 후 볼트모어 시내에 있는 한 작은 이탈리아 식당에 둘러 모였다.

대화의 화제는 태양계 바깥쪽에 대한 조사를 아주 성공적으로 마친 보이저 2호와 해왕성 접근으로 탐사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했다는 뉴스였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아주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9번째 행성인 명왕성에 우주 탐사선을 보낼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NASA 고위층에 다 같이 보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일을 실행해 옮겼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NASA측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스턴은 가칭, 플루토(Pluto) 350 프로젝트 계획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18개월간 아주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라고 스턴은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열기는 얼마 지속되지 못 하고 시들해져 갔다.

플루토 350 프로젝트에 뒤이어 플루토 패스트 플라이바이(Pluto Fast Flyby), 플루토 익스프레스(Pluto Express)를 비롯하여 몇몇 프로젝트가 시도되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정도로 완성 단계에 이른 적은한번도 없었다.

현재는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에서 행성 과학자로 활동 중인 스턴은 그 당시 매번희망에 부풀었다가 결국에는 그런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스턴은 당시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꼭 중국식 물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2000년, 예산이 급감하자, NASA는 플루토-카이퍼 익스프레스(Pluto-Kuiper Express) 프로젝트를 중단하기에 된다.

명왕성 탐사는 완전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측이 어려울 정도로 추워지고 어두워지기 전에 명왕성에 탐사선을 보내기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NASA가 명왕성 탐사를 공개경쟁 입찰에 붙였다. 5개의 입찰이 들어왔다.

그 중에는 스턴과 응용물리학연구소의 공동 입찰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스턴팀의 입찰안이 최종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던 날, MIT 대학 항공학과의 리차드 빈젤 교수는 스턴과 함께 프랑스에 있었다.

“나는 최대한 스타워즈 목소리를 흉내 내며 이렇게 말했다. “알랜, 이건 자네의 운명이야.” 빈젤 교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999년, 스턴은 자신의 저서 <명왕성과 카론>에서 지구에 앉아 명왕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3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호두나무의 열매 주름을 세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몇 가지 사실만은 알고 있다. 명왕성과 그 위성이 서로 뒤엉켜 움직이는 모습을 분석한 결과, 명왕성의 직경이 약1,475 마일로 대략 미국 너비의 절반 정도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명왕성 표면에서 반사되어 나온 희미한 빛을 분석하여 명왕성이 메탄, 일산화탄소, 질소 등 외계 얼음으로 뒤덮여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표면 온도가 섭씨 영하 238도까지 떨어지는 등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행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허블 망원경을 통해 본 영상에는 표면 군데군데가 빛과 어둠으로 얼룩져 있다. “그런 곳에 가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생각만 해도 으시시하다.” 라고 미국 볼더(Boulder)에 소재한 콜라라도 대학의 교수이자 행성 과학자인 프랜 바제날은 말한다.

‘명왕성도 주위에 띠가 있는가? 지난 5월, 허블 망원경에 잡힌 다른 두 위성의 정체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의 해답은 뉴호라이즌호가 풀어줄 것으로 스턴은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명왕성의 희박한 대기는 왜 우주로 빠져나가는가?’ 등 의문점은 많다. “우리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

지구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알아낸 상태이기 때문이다.” 라고 스턴은 말한다.

뉴호라이즌호에는 명왕성의 대기를 분석하고 카론에서 대기의 흔적을 추적할 자외선 영상 분광계를 비롯하여 7가지의 장비들이 탑재될 예정이다.

가시광선과 자외선 분광계는 명왕성과 카론의 얼음을 조사하는데 사용되며 최초로 명왕성 표면의 구성과 온도를 표시한 고해상 지도를 제작하게 된다.

가장 극적인 발견은 장거리탐사 영상장치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장치는 뉴호라이즌호가 6.200 마일에 달하는 명왕성 표면을 훑고 지나갈 때, 직경 50야드에 이르는 작은 물체까지도 촬영이 가능하다.

우주 환경 시뮬레이터

매릴랜드주 그린벨트(Greenbelt)의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 있는 우주 환경 시뮬레이터는 금속으로 만든 동물의 배처럼 생겼다.

3층 높이에 폭 27피트의 방에는 여기 저기 계량기들이 가득하고 하얀 배출가스를 푹푹 뿜어대고 있는 파이프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한켠에서는 칙칙 폭폭 소리를 내며 8개의 저온 펌프가 시뮬레이터의 벽을 통해 초저온 질소를 순환시키고 있다.

시뮬레이터 내부는 거의 영하 184도에 이를 정도로 춥다. 또 다른 펌프에서는 진공 상태를 만들기 위해 공기 입자를 급속히 빨아내고 있다.

이곳은 마술을 부리듯 머나먼 우주 저쪽의 지옥 같은 상태를 만들어낼 있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8월, 뉴호라이즌호는 수주간의 열진공 테스트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만 한다.

NASA 연구원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를 가리켜 “요동치며 구워진다”고 표현한다.

탐사선은 흔들고 빙빙 돌리는 진동 테스트 단계를 잘 견뎌냈다. 그 다음은 방음 처리된 공간에서 스피커 소리를 140 데시벨까지 올린 상태에서 우주로 진입하기까지 온몸이 쭈뼛해지는 극도의 비행을 견뎌내는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크리스 허스만과 마이크 콜비, 이 두 명의 엔지니어들이 거대한 방 바깥을 돌며 뉴호라이즌호가 냉동 공간에서 온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민감한 디지털 전자장치들이 얼음에 뒤덮이는 것을 막기 위해 탐사선을 “보온병”처럼 제작했다고 테스트 팀장인 콜비가 설명한다.

그러나 벌써 실험실 내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두 대의 데이터 기록장치중 하나를 제어하는 회로기판이 추위에 들떠버린 것이다.



이를 교체할 경우, 광범위한 테스트 작업을 새로이 해야 하고 일정이 늦춰질 수 있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태가 명왕성에서 발생하는 것보다는 지금 일어나는 게 낫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왕성까지 왕진은 안 갑니다.” 라고 콜비가 장난스레 말했다.

회로기판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탐사선 수석 엔지니어인 허스만과 팀원들은 명왕성 도착 후, 뉴호라이즌호의 전력이 충분할지를 놓고 몇 달간 씨름을 하기도 했다.

태양열판은 화성 바깥쪽에서는 전혀 효과가 없기 때문에 탐사선은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장치로 전력을 조달하게 된다.

이것은 플루토늄-238이 부식하면서 발산하는 열을 전기로 전환하는 장치다. 그러나 2004년, 국립로스알라모스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의 안전 시스템 고장으로 뉴호라이즌호의 플루토늄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 사고가 있은 후 얼마 안 있어, 미 에너지부는 탐사선의 원자력 전지 성능이 어쩌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명왕성에 도착하여 220와트 정도의 전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에너지부 관계자들은 180와트 이하로 거론하고 있었다.

이런 소식이 허스만에게 전해졌고 그는 전력 소모를 대폭 줄일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어떤 것의 전력을 계속 공급하고 또 어떤 것의 전력은 차단해야 할지를 밝혀내야 한다.” 라고 허스만은 말한다.

목성과 명왕성 사이를 비행하는 동안 탐사선은 전력 동면 상태에 들어간 후, 몇 가지 테스트와 궤도 수정을 위해 일 년에 한번 정도만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지상 통제사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탐사선은 성능 양호 상태를 알리기 위해 8분의 1톤가량의 데이터를 일주일에 한 번씩 전송할 것이다.

뉴호라이즌호는 세계 최대의 상업용 발사 로켓인 록히드마틴의 아틀라스 5 꼭대기에서 궤도 진입을 시도할 계획이다.

아틀라스 5에 뉴호라이즌호가 얹혀있는 모습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몇몇 엔지니어들은 이렇게 말하며 실실 웃었다.

무게 1,050 파운드에 연료를 가득 실은 뉴호라이즌호는 역사적인 대장정을 떠나는 탐사선이라기보다는 아틀라스 5의 덮개 장식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탐사선 수석 디자이너인 얀핑 구오(Yanping Guo)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발사 속도를 선사할 것이다.

지구에서 시속 3만7천 마일의 초고속으로 날아가 9시간 만에 달을 지나 13달 후에는 목성에 도착하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중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엔지니어들의 고뇌의 희생양은 바로 탐사선의 길다란 위성 안테나였는데, 결국 83인치로 줄어들어야 했다.

그결과, 고해상도 영상 하나를 지구로 전송하는데 거의 12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저공비행을 하며 촬영한 모든 데이터를 받으려면 9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뉴호라이즌호는 운항 중 메인 장치가 고장 나는 사태에 대비하여 백업용 데이터 기록 장치와 비행 컴퓨터가 장착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간은 복제할 수가 없다. 탐사선이 명왕성에 도착할 때쯤이면 팀원들도 나이를 많이 먹게 될 것이다. “우리 중 일부는 은퇴할 나이가 되고 또 일부는 저 세상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라고 말하며 올해 73세의 탐사 프로젝트 총 감독인 밥 파콰는 슬쩍 웃어 보인다.

탐사선의 급변에 관한 중요 정보가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꼼꼼하게 정리된 내용을 방화 금고 속에 보관할 생각이다.

또 뉴호라이즌의 실험실 모형을 계속 보존하기 위해 여분의 부품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실제 탐사선과 똑 같은 이 모형은 기체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이 잘못 될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라고 스턴은 말한다.

플루토미터의 상승

9월 24일, 새벽 1시가 조금 못 된 시각. 스턴과 몇 명의 엔지니어들은 워싱턴 DC 외곽의 앤드류 공군기지의 어두컴컴한 활주로를 건너 C-17 글로브매스터 3(Globemaster III)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 화물 창고 안에는 자신들이 제작한 2억 달러짜리 탐사선이 특별 수송 컨테이너에 싸여 있었다.

컨테이너 속에서는 질소 가스가 내부를 순환하며 우주선의 건조와 청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뇌우와 난기류를 피하기 위해 비행시각도 어쩔 수 없이 이런 한밤중으로 잡은 것이다.

스턴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그래도 들뜨는 기분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주 초, 그와 팀원들은 장장 11시간에 걸친 NASA의 기술 점검을 받았다.

최종 발사대로 향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기쁜 소식은 그 뿐만이 아니다.

명왕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뉴호라이즌호의 원자력 전지의 전력이 200 와트에 이를 것이라고 현재 에너지부 기술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뉴호라이즌의 임무가 명왕성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NASA가 계속 진행을 승인할 경우, 탐사선은 카이퍼 벨트까지도 갈 수 있다. 스턴은 카이퍼 벨트를 가리켜 태양계의 원시적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 지역의 명왕성 및 다른 ‘얼음 난장이 별들’은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약 50억 년 전, 카이퍼 벨트 바깥 행성들도 사실은 이렇게 탄생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곳은 태양계의 극한(極寒) 경계 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빨리 노쇠해지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지구와 여타 행성들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이번 탐사활동은 명왕성과 카이퍼 벨트상의 여타 천체들(잠재적인 행성 후보들임)도 지구와 같은 암석덩어리거나 거대한 가스 덩어리인 토성, 목성처럼 행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두고 “행성의 형성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파헤치는 것과 같다.” 라고 스턴은 말한다.

그러나 그는 예정보다 앞서 나가고 있었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앨리스 바우먼과 지상 통제사들은 일련의 세부 탐사 시뮬레이션을 새로이 준비 중이다.

그런 다음, 발사 수주 전, 뉴호라이즌호와 아틀라스 5가 합체되고 탐사선의 원자력 전지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설치될 것이다.

원자력 전지를 장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사하려면 백악관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턴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이 명왕성 탐사계획을 위해 가족 휴가여행은 물론, 생일 파티까지 포기해야 했던 그다.

C-17의 피랫 & 휘트니(Pratt & Whitney) 엔진 소리가 서늘한 아침 공기를 가르는 가운데 스턴이 점검을 위해 조종석-스턴은 상업용 항공기 운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음-에 탑승하자 탐사선을 실은 수송기가 플로리다를 향해 이륙했다.

새벽 3시경, 뉴호라이즌호는 무사히 케네디우주센터에 착륙했다.

같은 시각, 볼더에 있는 스턴의 사무실. 스턴의 플루토 인형이 커다란 책장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 지난 17년 동안 이렇게 높이 올라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05-2006 Knight Science Journalism Fellow를 수학중인 마이클 스토로는 파퓰러사이언스지에 글을 자주 기고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경량 우주선

탑재 장비들

중량은 1천 파운드에 불과하지만 뉴호라이즌호에는 아래 7가지의 핵심 과학 장비 외에 백업용 전자 기기들과 자이로스코프(9년간의 비행도중 메인 컴퓨터들이 고장날 경우에 대비한 것임)가 탑재될 예정이다.

가시광선/적외선 분광계(1)는 명왕성 표면의 칼라 열지도를 작성하게 된다.

자외선 분광계(2)와 수동 복사계(3)는 명왕성의 대기를 분석한다.

우주선에 부딪히는 우주 잔해물 조각의 크기와 갯수는 센서(4)가 자동으로 측정하게 된다.

망원 카메라(5)는 명왕성 표면의 특징을 촬영한다.

분광계(6) 하나는 명왕성의 대기가 얼마나 빨리 새어나가는지를 조사한다. 그리고 또 다른 분광계(7)는 빠르게 움직이는 이온의 농도를 측정하게 된다.

3가지 핵심사실

1.명왕성은 인간이 우주선을 보내지 않은 태양계의 유일한 행성이다.

2.명왕성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허블 우주 망원경을 동원해 아무리 선명하게 찍어도 흐릿한 광선과 그림자 밖에 볼 수 없다.

3.명왕성 탐사로 얻은 정보는 최근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들이 발견되는 가운데 불거진 명왕성의 행성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제작하고 그녀는 탐사활동을 진행시킨다. 탐사선 수석 엔지니어인 크리스 허스만(맨 위)의 임무는 뉴호라이즌의 제작과 테스트를 감독하는 일이다.

탐사 운영 책임자인 앨리스 바우먼은 기나긴 비행동안 이 명왕성 탐사선의 작동 상황을 계속 지켜보게 될 것이다.

간추린 사실

명왕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최초 발견1930년 2월 18일
발견자 아리조나, 플래그스태프에 있는 로웰 천문대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
직경 1,475 마일
궤도 기울기 17.1도
하루 지구를 기준으로 6.4일
일년 지구를 기준으로 248년
태양과의 거리 28억~46억 마일로 수시 변경됨
평균 표면 온도 영하 226도
위성 수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한 개(카론). 그러나 위성으로 추정되는 것이 두 개 더 있음.
대기 질소, 메탄, 일산화탄소가 혼합되어 있음.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

명왕성은 아주 작고(달 크기의 3분에 2에 불과함) 아주 멀리 떨어져(30억 마일)있기 때문에 그저 어떻게 생겼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1994년 촬영한 왼쪽 상단사진에서 보다시피, 최고 성능의 허블우주망원경으로도 희미한 영상밖에 잡히지 않는다.

오른쪽은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토대로 명왕성의 표면을 재구성한 것이다.

명왕성까지 직행. 도착시간 : 2015년

1) 2006년 1월

발사가능 시간대가 열린다. 뉴호라이즌호가 2월 2일까지 발사되지 않는다면, 목성의 인력에 힘입어 시속 9,000 마일로 초고속 비행한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럴 경우, 명왕성 도착 시간은 1918년이나 그 이후로 늦춰지게 된다.

2) 2007년 2월

목성 근접 비행. 뉴호라이즌호는 2000년 카시니호보다 4배나 가까이서 목성을 훑고 지나가게 된다. 목성 위성의 먼지 샘플 채취나 대기 관측도 가능하다.

3) 2007년 3월~2015년 대초

행성간 순항. 마모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뉴호라이즌호는 이 기간의대부분을 동면 상태로 지내며 점검 작업과 궤도 수정 작업을 위해 일 년에 한번 정도만 깨어나게 된다.명왕성까지 직행. 도착 시간 : 2015년

4) 2015년 4월

탐사 활동 개시. 명왕성까지 아직 6천 5백 마일이나 더 날아가야 하지만 뉴호라이즌호는 탑재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목성 지도 작성을 시작하게 된다.

5) 2015년 7월

대발견의 순간! 뉴호라이즌호가 명왕성과는 6,200 마일, 카론과는 17,000 마일 이내를 근접 비행하며 직경 50 야드 정도로 작은 표면의 특징까지 포착하게 된다.

6) 2016년~ 2020년

추가 임무. 뉴호라이즌호가 카이퍼 벨트를 향해 항해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해왕성 바깥쪽에 펼쳐진 이 곳은 이상한 얼음 덩어리로 가득 차 있으며 이 중 어떤 것은 명왕성과 아주 비슷해서 행성으로 승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천문학자들이 명왕성의 행성 자격을 박탈하는 원인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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