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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과학계 논문 ‘허위 논란’사례

쇤 사건 등 "사이언스, 네이처도 속았다"

2005년 사이언스 줄기세포 논문 '허위'… 과학계 유사사례에 관심집중


황우석 서울대석좌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줄기세포 논문 내용이 ‘허위’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과학계의 유사 사례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배아줄기세포 논문의 자진 철회를 통보하고, 사이언스도 이에 따른 논문철회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황우석 논문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개된 ‘황우석 파문’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2005년 논문은 애초 출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황 교수팀은 수립하지도 않은 맞춤형 줄기세포를 마치 있는 것처럼 위장해 테라토마 검사를 하고, DNA지문분석을 하고, 줄기세포 사진을 찍는 등 가공의 데이터를 만들어 허위 논문을 썼다.

당연히 논문은 온통 오류 투성이 일 수 밖에 없다.

황 교수 자신의 주장대로 애초부터 바꿔치기가 됐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결국 허위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했기 때문에 어디가 어떻게 조작됐는지 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됐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논문의 문제는 PD수첩이 10월20일 미국 피츠버그대 현지에서 김선종 연구원으로부터 확보한 ‘중대 증언’에서 먼저 불거져 나왔다.

“2개의 줄기세포로 10장의 사진을 찍어 부풀렸다”는 이 중대 증언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실로 확인됐다. 황 교수팀은 감추기에 급급했으나 진실을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2월5일부터 생물학연구정보센터 소리마당 등 젊은 생명과학자들의 토론마당에서 잇따라 중복 사진 의혹이 제기되고, DNA지문분석 결과에서도 조작의 흔적들이 발견됐다.

검증을 위해 PD수첩에 건넨 줄기세포 5개의 DNA지문분석 결과에서도 2번 줄기세포의 경우 논문의 환자 체세포 DNA지문이 일치하는 않는 등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는 등 논문의 허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이와관련 사이언스지는 최근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논문에 대한 신뢰성이 상실됐다고 보고 이를 곧 전면 취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지가 서울대측과 함께 황교수팀의 2004년 2월 논문에 대한 문제점 조사도 추진키로 함에 따라 황 교수 자신은 물론 국내 과학도들의 국제무대 진출에 자칫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8년간 논문 게재후 30-40건 취소

결과적으로 황교수팀의 줄기세포논문은 게재후 취소라는 불명예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그 파장은 우리 과학계의 대외 신인도 하락과 논문조작이라는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년간 사이언스에 게재후 취소된 논문은 30∼4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례 중 황 교수팀과 가장 유사한 것은 미국 벨 연구소의 얀헨드릭 쇤 박사 사건을 들수 있다.

쇤 박사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평균 8일에 한 번 꼴로 나노 트랜지스터 관련 논문을 쏟아냈고 이 중 무려 17편이 세계적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무더기로 게재되며 세계 물리학계의 신성(新星)으로 떠올랐다.

유력한 노벨상 수상후보로 부상한 쇤 박사에게 의문부호가 제기된 것은 그가 서로 다른 두 편의 논문에 실은 별개의 실험 그래프의 노이즈가 일치하는 것을 다른 과학자가 발견하면서부터.

지난 8년간 사이언스에 게재후 취소된 논문은
30~40건, 이 가운데 황 교수팀과 가장 유사한 건은 미국
벨 연구소의 안헨드릭 쇤 박사 사건을 들 수 있다.




벨 연구소 조사위, 부정확인

데이터 조작 의혹이 일었고 다른 과학자들이 논문대로 재연을 시도했지만 쇤 박사와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자 논문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결국 벨 연구소가 2002년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쇤 박사는 실험을 20명의 공동저자들을 배제한 채 혼자 진행했으며 실험 노트를 보관하지 않았고 모든 원 데이터 파일이 컴퓨터에서 지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벨 연구소의 조사위원회는 4개월간의 검증을 거쳐 24개의 의혹 중 최소한 16개에서 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쇤은 연구소에서 해고됐고 박사학위마저 박탈당했으며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학술지에 게재된 모든 논문은 취소돼 쇤의 화려한 ‘연구성과’는 희대의 사기행각으로 끝났다.

일본 도쿄대 다이라 가즈나리 교수의 경우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리보핵산(RNA) 관련 중요 논문 12편을 발표해 네이처 등에 게재했으나 실험 결과가 재연되지 않아 사실 여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도쿄대 조사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한 결과 실험 데이터를 상세히 밝힌 실험노트가 없어 신뢰성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위는 논문 4편에 대해 결과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다이라 교수에게 재실험을 실시하고 상세한 결과를 제출할 것을 요청해 재실험 결과에 따라 사기 여부가 최종적으로 규명될 전망이다.

핵융합 상온서 융합, 근거 없다 결론

1989년에는 미국 유타대학의 스탠리 폰즈(Stanley Pons) 교수와 마틴 플라이시먼(Martin Fleischmann)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고 상온에서 핵융합을 성공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핵융합을 실용화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완전 해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등 세계 각지의 유명 학자들이 실험을 재현한 결과 그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고 유타대의 발표로부터 두 달 뒤 미국 물리학회는 유타대의 상온핵융합이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1903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물리학자 르네 블론로(Rene Blondlot) 교수가 새로운 광선인 N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고 1906년까지 40여명의 다른 과학자들이 N선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보고했으며 총 300편의 논문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이듬해 미국인 학자가 블론로를 찾아가 확인한 결과 N선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다수의 과학자들이 블론로의 유명세에 홀려 ‘집단환각’에 빠졌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사기 사건과는 다소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2001년 한국 교수 3명이 공동집필해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산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캐나다 교수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인 재료공학자 표절논문 8건

또 2004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한국인 재료공학자가 무려 8건의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네이처에 의해 밝혀져 세계 학계에서 한국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

게다가 황 교수의 논문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이들 표절 논문 사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한국 학계의 대외신인도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진 기자 popsc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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