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던 전직 국방과학연구소(ADD)연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하면 삼성전자 전·현직 연구원이 연루된 박막액정디스플레이(TFT LCD)핵심기술 유출사건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첨단기술을 다루는 핵심 연구영역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있어 마음이 무겁다.
이는 과학기술이 기업이나 국가 경쟁력의 척도로 인식되면서 기술이 곧 경제력이라는 기술자본시대에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연구원들의 연구성과가 돈으로 환산돼 그 값이 메겨져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유혹의 손길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등에 적발된 기술 및 기밀 유출사건은 총 29건으로 그 피해액만도 35조5000억원에 다달았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규모다. 이제 첨단과학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핵심영역의 보안의식을 새롭게 해야할 시점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현행 기술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연구인력들이 기술 보안의식을 생활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연구인력들이 외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연구환경을 대폭 개선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에 힘써야 한다.
우리가 막대한 연구비와 인력을 투입해 애써 개발한 첨단기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를 남에게 넘겨 내주는 일과 다를 게 없다. 더욱이 첨단기술 유출 수법이 날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하니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첨단기술 유출을 막는 것은 우리 과학기술 및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과학기술계 연구원들 개인도 이제는 사욕에 눈이 어두워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기술 및 기밀유출과 같은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과학기술자로서의 덕목을 가져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박 훈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hpark@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