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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석학을 찾아서]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이공계 기피 현상에 따른 심각성은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게 아니라 양질의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정부의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과학자에 대한 안정된 처후가 보장되고 있지 않은데다 학생을 지도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공계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수학능력 외에 호기심과 끈기 창의력 등을 겸비해야 할 것이라며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재미와 흥미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를 갖고 임해야 창조적인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탄소나노튜브 연구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를 만나 물리학자로 살아온 그의 외길인생과 미래 나노 소재 기술 분야의 발전방향 및 기술추세 등에 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탄소나노튜브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지요.

“탄소나노튜브는 이른바 꿈의 신소재다. 원래 지구상의 탄소는 흑연이나 다이아몬드 두 가지 결정형태로 존재한다.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의 이지마 박사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전자현미경을 통해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의 탄소구조를 확인하면서 탄소나노튜브는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탄소나노튜브는 평평한 면 위에선 육각형 벌집무늬 형태인데 이게 동그랗게 말린 형태로 존재한다.

이게 어떤 각도 어떤 형태로 말리느냐에 따라 전기가 통하는 도체가 되느냐 전기가 통하지 않는 반도체가 되느냐가 결정된다.

탄소나노튜브 엘리베이터

탄소나노튜브가 중요한 이유는 이걸 반도체로 쓸 수 있다는데 있다. 지금의 반도체 칩은 실리콘 처리로 반도체 기능을 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경우는 도핑(DOPING)과정을 거친다. 마이크로 필름을 입히고 보론(boron)이나 인(phosphorus)을 묻히면 전기가 통하는 곳 통하지 않는 곳의 구분이나 통로가 생긴다. 아무튼 무진장 작은 반도체 칩이 생겨나는 것이다.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 RICE대학의 리챠드 스몰리 박사는 탄소나노듀브를 다발 모양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나노 물리학과는 정반대로 크기나 굵기를 키운거다. 이걸 탄소나노튜브 밧줄이라고 한다. 아주 강한 밧줄이다.

미국 발행 과학잡지 ‘아메리칸 사이언스’에서는 탄소나노튜브 밧줄을 매단 우주선을 표지사진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달이나 다른 행성 어디론가 우주선을 한번만 쏘아 올리면 지구와 그곳은 탄소나노튜브로 연결되고 이 통로를 통해 정보교류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른바 탄소나노튜브 엘리베이터(안)을 주장한 것이다.

미 국방성에선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

이 외에 응용 연구분야가 있다면.

“이것 말고도 실제로 탄소나노튜브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반도체로서 실리콘 도핑의 복잡한 단계가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다.

크기도 작아져서 현재의 반도체보다 1만배 이상 작은 칩이 가능하단 것이고 또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어서 열이 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생물체와의 정보교환 가능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분야는 바이오 테크놀러지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실리콘으론 불가능하던 생물체와의 정보교환이나 소통이 가능해 진다.

원래 물리학이란 완결의 학문이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발견, 새로운 정리가 의미 있는 미완의 세계이다. 한발 전진은 학문적 연구로만 이뤄지는게 아니다.

음악이나 미술 등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상한 그림을 직접 물리학 특히 나노의 세계에 도입해 보기도 한다.”

탄소 나노튜브 연구를 시작하게된 동기를 말씀해주시지요.

“지난 1996년 9월 휴가 기간중 당시 지도교수였던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의 마빈 코헨 교수를 만나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연구 가능성을 확인한게 인연이 됐다.

그뒤 미국 라이스 대학의 스몰리교수가 발견한 다발형태의 탄소나노튜브가 반도체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왜 다발형태의 탄소나노튜브가 한가닥일 때는 도체이다가 다발로 있을 때는 반도체가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면서 자동적으로 연구방향이 맞춰졌다.

탄소 나노튜브 하나는 거울대칭성을 갖고 있어 금속성질을 갖지만 다발로 있을 경우 거울대칭성이 깨지면서 반도체가 된다는 이론을 알게됐다.

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집적도가 1만배 이상 되는 새로운 반도체의 출현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2010년경 차세대반도체로 자리매김

이 연구의 진행방향과 앞으로의 기대는.

“2000년 4월 21일자 ‘사이언스’지에 미국의 연구팀과 공동으로‘최소형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제작기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반도체의 실현이 가능함을 제시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가 십자형으로 만나는 부분에서 힘이 작용해 전기가 많이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계산해 미국 버클리대 연구진에게 넘겨줬고 실험그룹에 의해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가 만들어졌다. 사실 이 보다 1년 전에는 네덜란드의 데커박사 그룹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트랜지스터를 만들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크기가 너무 커 탄소나노튜브의 장점인 소형화를 이룰 수 없었다. 앞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반도체가 실용화되려면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소자를 어떻게 집적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집적의 문제는 중요한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실리콘 반도체의 성능이 포화에 다다를 2010년경에는 탄소나노튜브가 차세대 반도체로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다.”

연구성과에 따른 산업화의 가능성은.

“일단 탄소나노튜브의 산업화는 실제적으로 응용되는 디스플레이에 집중해 있다.

브라운관에서 시작한 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패널(PDP)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LCD 모니터는 시 야각이 좁고 해상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고, PDP는 전력소모가 많고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이런 것에 비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디스플레이(전계방출 디스플레이, Field Emission Display: FED)는 소비전력과 제작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질도 기존의 브라운관 이상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캐논 도시바 올 제품생산 돌입

탄소나노튜브는 약간의 전압을 가해도 안정적으로 전자가 방출돼 전자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모양이 전자총이 되기에 딱 좋은 형태여서 화면 뒤에 있는 수십억개의 나노튜브가 전자총이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응용기술은 이미 TV생산기술에 적용, 국내 삼성SDI를 비롯, 일본 캐논도시바에서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캐논 도시바의 경우 이미 양산공장을 건설중이며 올해안에 탄소나노듀브를 이용한 초박형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의 기술수준은 기존 제품에 비해 소비전력을 50%이상 났췄다는데 있다. 사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술도 세계적이다.

원천기술에서부터 응용기술까지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관련 제품을 생산하게되면 국가적으로도 유일하게 자체기술을 기반으로한 세계적인 상품으로 인정받을 국내유일한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나노 바이오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대한 발전 가능성을 짚어 주시지요.

“지난 2000년 미국 코넬 대학은 나노 바이오 기술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머리카락 두께 1/1000 크기의 바이오 모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반현미경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오 모터는 향후 몸 속에서 암치료를 담당할 로봇의 동력원이 되고 나아가 약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미세 모터를 몸 모세혈관에 주입하거나 먹으면 모터는 앞에 달린 니켈 프로펠러를 1초에 8회전시키며 피를 헤치고 잠수함같이 전진한다.

여기에 향후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주머니 등을 달면 암 치료도 가능하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로봇

사실 기존의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수술 이외 화학약물요법이나 방사선을 쪼이는 법이 있다.

화학약물요법은 부작용이 심해 머리카락이 빠지고, 방사선은 암세포 주위의 정상세포도 죽인다.

사실 암세포를 죽이자면 얼마든지 강한 성분이 있다. 그러나 그 약을 투입하면 사람도 같이 죽기 때문에 못 쓰는 것이다.

영화로만 보던 이 치료로봇이 개발되면 암세포나 병원체를 선택적으로 죽여 암 정복은 물론 몸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치료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연구진은 이런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어 2020년-2030년경 실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교수님이 관심을 갖고있는 분야는 어떤 것인지요.

“생체 나노분야를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DNA 생체분자가 전기적 반응에 규칙적으로 모양을 바꾸는 것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특성이 밝혀지면 반도체 소자를 생체분자로 대체할 수 있는 혁명적인 현상을 기대할 수 있게된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이나 생체분자가 생명체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볼수 있다.”

진득하게 혼자 생각하기

물리학자의 길을 선택하게된 동기를 들려주시지요.

“내가 물리학이라는 것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우주나 천체, 기계와 운동 같은 과학의 원리에 관심이 많이 쏠렸다.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의 지적인 희열감을 물리과목에서 많이 느꼈다. 진득하게 혼자서 생각하기를 즐기는 성격도 물리학이라는 학문과는 맞는 듯 했다.

다른 공부도 그렇지만 물리학은 즐거워서 하고 늘 끈기있게 해야 하는 것이지 성과를 빨리 기대하면 잘 해내기가 힘들다.

대학에 가서 전공 공부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조급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70년대초 독재에 저항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물리학의 명문 중 하나인 미국의 버클리 대학에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버클리는 주립대학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이들에게 맞춰서 기초부터 배울 수 있었다.

첨단과학일수록 그동안 축적된 학문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상력을 갖고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혼자서 질기게 생각하는 것이 과학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이같은 점이 물리학과 나를 맺어준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사회를 떠나 존립할수 없다

물리학자로서 살아온 보람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자로서 즐거운 것은 그것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이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과학적 연구이든 그것이 사회를 떠나서는 존립할 수도 없고 존립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인류를 위해, 세상을 위해 보탬이 되는 학문이기에 학문은 학문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내가 연구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도 지금 하는 연구가 마음에 든다.”

한수진 기자 popsci@sed.co.kr

임지순 교수 프로필

학력_ 1951년 서울 출생,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경기중, 경기고 졸업 | 1974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 1977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물리학 석사 | 1980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물리학 박사

경력_ 1980년-1982년 MIT 대학교 물리학과 박사후 연구원 | 1982년-1984년 AT&T 벨연구소 고체 이론실 박사후 연구원 | 1984년-1986년 Bellcore 반도체 연구실 상임 연구원 | 1986년-현재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상훈_ 1991년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최우수논문상 수상 | 1995년 제5회 대한민국과학상 수상| 1999년 한국 물리학회 학술상 · 제5회 운경상 · 제1회 관악대상(서울대) | 2002년 제1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자 | 2004년 제18회 인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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