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와 과학기술부 쪾 한국과학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2월 수상자로 권식철 한국기계연구원 표면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을 선정했다.
권 연구원은 첨단 정밀기술로 꼽히는 장축 고압 실린더의 코팅 기술을 국산화하고 원천기술과 실용화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공로가 인정됐다.
권 연구원의 코팅 기술은 그동안 해외에 의존해오던 것으로 대포 포신 등 방산장비뿐 아니라 고온 쪾 고압의 산업용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적지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도로 포장(일종의 코팅)의 두께가 일정치 않고 잘 깨지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마치 울퉁불퉁한 비 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과 흡사할 것이다. 아울러 코팅(포장) 불량으로 자동차 수명의 단축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엄청난 속도와 높은 열을 내뿜는 고압 쪾 고온 기기의 실린더 코팅이 도로 포장과 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2월 과학기술자상 수상자인 권식철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장축 고압 실린더 내면의 내마모 코팅기술 개발’은 바로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권 연구원의 이번 성과는 극한 환경 조건에서 작동되는 기기의 코팅 기술을 국산화한 뛰어난 연구 성과다.
3,000도의 고온과 1만 기압의 고압도 견디는 코팅기술
고온 쪾 고압 기기의 코팅 기술, 그것도 10m 급의 장축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그간 국내에서 엄두도 내지 못해 왔던 분야다.
방산기기·車·플라스틱 사출금형 등 응용분야 넓어
고도의 정밀을 요하다 보니 시도 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코팅의 생명은 고른 균일 유지와 강한 흡착력이 관건인 데 장축에 이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포 포신이다. 포신은 길이가 10m로 긴 데다 포탄 발사 시 엄청난 파괴력으로 인해 3,000도의 고온과 1만 기압의 고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장축 코팅 기술은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해 왔다.
권 연구원은 우선 도금 재료로 크롬산을 이용했다. 크롬은 경도가 높은 것이 장점. 동시에 충격에도 잘 깨지는 단점이 있다.
결국 안 깨지면서 잘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웨이브 등 특수 기법을 통해 계면의 면적을 최대한 넓혀 흡착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3,000도의 고온에도 코팅층의 탈락을 방지했다.
코팅을 고르게 입히기 위해서는 코팅액(크롬)에 전기를 균일하게 통과시켜 줘야 된다. 장축을 대상으로 전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권 연구원은 도금욕의 온도의 차이를 최소화 해 0.1mm 두께의 +/- 5% 이하의 균일성을 유지해 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세계 최고 미국 기술 보다 1.5배 뛰어나
장축 고압 실린더 코팅 기술은 현재 미국이 최고다. 권 연구원이 고안해 낸 이번 코팅 기술은 기술 선진국인 미국 보다 성능이 1.5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한 예로 대포 포신의 경우 미국 코팅 기술은 500~1,000회 정도 포를 발사할 때 코팅을 다시 입혀줘야 된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1,000회 이상 포를 발사해도 코팅을 입히지 않아도 돼 국내 방위력 증가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 받고 있다.
특히 고온 쪾 고압 실린더 코팅 기술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산업용으로 수요가 많은 유공압기기, 자동차, 플라스틱 사출금형을 비롯한 각종 기계의 핵심 요소 부품에 이를 적용하면 수명 연장은 물론 품질 고급화도 가능하다.
고압 쪾 고온 기기의 코팅 기술은 외국에 의존해 왔는 데 이번 기술 개발로 수입대체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종배 서울경제신문 기자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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