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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 러플린 총장 불신감 팽배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로버트 러플린) 교수협의회가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는 총장의 직무수행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벌인 배경에는 교수들의 총장에 대한 깊은 불신감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수협의회는 총회를 개최하면서 지난달 2-7일 실시한 총장 직무수행 평가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가 ‘대외적인 이미지 저하’ 등을 이유로 비공개로 전환했으나 설문조사에 응한 상당수 교수들이 총장의 계약연장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총장의 리더십 △재정확보 △사명감 및 대외이미지 제고 등에 대해 묻고 종합평가에서 직무수행에 대해 5등급(A-F) 평점에 이어 총장의 계약연장 찬반을 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교수협의회의 평가 결과는 조만간 이사회에만 제출될 예정이나 부정적 의견이 우세,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사회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연장을 희망하고 있는 러플린 총장에게는 적지 않은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7월 노벨상 수상자라는 화려한 명성과 함께 취임한 러플린 총장이 2년도 못돼 교수들로부터 외면받게 된 데는 무엇보다 독선적인 운영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작년 12월에 러플린 총장이 추진한 3인 부총장 제도에 대한 의견수렴에서 80%가 넘는 교수가 반대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지난 1월 교수협의회가 총장에 대한 평가여부를 묻는 투표를 벌인 결과 95%가 찬성한 것이 불신감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플린 총장과 교수들의 갈등은 취임 직후 불발로 끝난 ‘KAIST 사립화 구상’ 이후 사사건건 이어졌다. 특히 올들어 러플린 총장이 교수들에게 1대1 면접을 통한 연구비 인센티브제 시행의사를 밝히면서 반발이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러플린 총장의 영입은 노벨상 환상에 젖어있는 국민에게 많은 기대를 준 것은 사실이나 그 결과는 KAIST 설립취지와는 동떨어진 비전을 제시하는데 그쳤다”며 “세계석학 유치 등의 약속은 지키지 않고 KAIST 총장으로서 갖춰야할 책임감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생각은 한 두 명의 교수 개인 생각이 아니라 교내에 폭넓게 퍼져있는 공통된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에 교수협 평가 결과가 이슈화되면서 ‘좀더 시간을 주자’는 쪽과 ‘이번 기회에 객관적인 평가를 해보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러플린 총장은 오는 7월14일 2년 임기가 종료되며 임기종료 90일 전에 연임 여부에 대한 서면통보가 필요해 내달 중 KAIST 정기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계약연장에 반대하지 않으면 러플린 총장의 임기는 2년간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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