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전년대비 16.3% 늘어난 것으로, 연구개발 투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한 연구기자재의 구입 및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체 연구비의 10%가 연구기자재 구입 및 활용비용에 소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 2조원 가량의 연구개발예산이 연구장비 구입 및 활용에 쓰여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이 많은 예산을 들여 구입한 연구장비 및 기자재에 대한 공동활용이 미흡해 해당 연구가 끝나면 폐기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많아 적지않은 예산낭비의 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초과학자원연구원(기초과학연)이 지난해 말 국내 401개 대학 및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보유장비를 조사한 결과 모두 12만4591종으로 5조391억원어치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공동으로 활용된 연구장비는 1만7030종으로 전체의 13.7%에 불과했다. 나머지 86.3%의 장비는 과제 종료 후 다른 연구개발 과제에 사용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어렵사리 도입한 연구장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장비의 공동활용을 위해 DB구축 주관기관으로 지정된 기초과학연의 연구장비 데이터베이스(DB) 구축률이 30%선에 그치고 있는데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 등 19개 부처·청 산하 106개 연구과제 관리기관의 DB가 기관별로 별도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연구장비 DB가 구축돼 있지 않은 대학이나 연구소, 혹은 기관별로 보유한 국가 프로젝트용 연구장비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파악이 미진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앞으로 각급 연구소나 대학 등이 보유한 전체 장비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입단계에서부터 사용 그리고 공동 활용 이후 폐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각 부처 기관별로 분산 관리되고 있는 연구장비의 통합관리는 물론 민간 연구소와도 연계된 범국가적인 연구장비 공동 활용방안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첨단과학기술의 연구결과물은 어떤 장비를 얼마나 잘 활용했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리는 예가 많다.
고가장비의 공동 활용률을 높이고, 절감된 연구예산이 또 다른 새로운 첨단장비 구입에 사용될 수 있도록 장비 공동활용의 시스템화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박 훈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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