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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으로 눈을 돌리는 양식어부

“자 미래를 구경할 준비가 되었나요?” 비니 알로카는 기분 좋게 외쳤다.

알로카의 목소리는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하와이 해수면 위에서 들려왔다. 그의 이 물음은 더할 나위없이 시의 적절했다. 우리는 32 피트 길이의 상업용 선박의 갑판 중간쯤에 걸터앉았다.

선명(船名)이 호오쿠푸(Ho'Okupu)라는 이 배는 알로카의 고용주인 랜디 케이츠 소유로 그는 어부에서 어류 양식업자로 변신했다. 알로카의 물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은 ‘그렇다’는 신호로 신고 있던 물갈퀴로 물을 철썩이는 것이었다. ▶

오늘날, 대양 수중 양식(OOA)은 수산업의 주된 화두이자 교역 외의 여타 분야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기존 양어장에서는 해안선 근처의 수심이 얕은 곳에 우리를 설치한다.

이 방식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양식장 인부들이 잔교에서 효과적으로 물고기의 먹이를 주고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양식장 물고기들을 잘못 관리할 경우 인근 해안의 수질이 오염되면서 해양 생물이 살 수 없는 이른바 ‘사각지대’(dead zone)로 변하고 만다.

결국, 야생 어류와 여타 어종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진행 단계이긴 하지만 신기술의 등장으로 양식업은 이제 대양을 향해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의 옹호자들은 이 원대한 대양 양식 계획이 기존의 오염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부시 정부는 최초로 연방 수역에서 양식을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며 대양 수중 양식을 활성화시켰다. 미국 본토에서 짧게는 3마일(4.8km), 멀게는 200마일(321.8km) 떨어진 지역에 걸쳐 있는 이 대양 양식장은 알라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본토 48개주를 합친 크기보다도 광대하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대양 수중 양식 허용 절차의 간소화를 목적으로 내건 이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근해어업의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연안 양식과 같은 실수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야생 어류가 점점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의 첨병을 자처한 미국 해양대기청(NOAA) 마이클 루비노(Michael Rubino)는 양식업이 극적인 변화의 순간에 다다랐다며 “양식업을 통해 수산물 공급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3가지 주요 사실

1. 전 세계 야생 어류의 4분의 3이 멸종 위험에 직면해 있다.
2. 80만 갤런(302만8천238리터)의 근해 양식어장 한 곳에서 일 년에 수확할 수 있는 물고기 양은 30만파운드(136톤)
3. 올해 정부는 연방 수역에서 양식을 활성화시키는 법안을 고려할 것이다.


이른 아침 불었던 돌풍에 쓸려온 모래 때문에 잔뜩 흐려있던 바닷물은 우리가 씨스테이션(SeaStation) 3000에 도착할 때쯤에는 본래의 투명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곳에는 엄청난 규모와 우아한 디자인의 거대한 양식 가두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네트시스템즈(Net Systems)의 작품인 씨스테이션은 그 외관이 상당히 미래 지향적이었다. 아니 어쩌면 ‘역미래적’(retro-futuristic)이라는 말이 더 적당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가두리의 모습이 1950년대 공상과학소설에 나왔던 비행접시와 아주 흡사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가로 직경 82피트(약 25m)의 강철 테두리가 4층 건물 높이의 중심부 활대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활대 끝부분과 강철 테두리 사이에 뻗어있는 그물은 그 간격이 1인치(2.54cm)도 안 될 정도로 촘촘했고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섬유인 다이니마(Dyneema) 원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섬유는 강철보다 10배나 강하면서도 물 위에 뜰 정도로 가볍고 칼로 쉽게 절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씨스테이션 3000은 내부 면적이 3,000평방미터라 붙여진 이름인데, 여기에 물을 채우면 무려 792,516갤런(2,998리터)이 들어간다.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펼쳐진 호화 호텔들의 수영장 물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양이다.

각각의 무게가 10톤이나 되고 비용만도 11만 달러에 이르는 이런 가두리가 텅빈 활대안을 바닷물로 채워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데 겨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닷속 40피트(12m) 심해는 선박의 통행으로 인한 위험 요소는 물론 거대한 파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네트시스템즈의 양식업 담당 책임자인 랭글리 가체에 따르면, 이 철골 구조물은 수중에서 20년 정도 버틸 수 있는데 그물의 수명을 십년 정도 더 연장한 것이라고 한다.

케이츠 인터내셔날(Cates International)은 오아후(Oahu) 남해 연안에서 떨어진 해저(심해 120피트)에 사슬로 잡아매둔 이런 철골 구조물을 4개나 소유하고 있다. 또 향후 1~2년 내에 추가 건설에 돌입할 예정이다.

알로카가 다이버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그물 문의 지퍼를 열었고 우리는 그 중 하나의 그물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거울 속에 발을 들여놓은 앨리스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흰 토끼와 미친 괴짜들 대신 이 물속 이상한 나라는 중앙 활대의 주위를 빙빙 도는 10만여 마리의 은빛 물고기떼들로 가득했다.

이 물고기들은 태평양 날가지숭어이다. 생후 50일 동안은 육지에서 자라면서 점점 더 큰 탱크로 옮겨진다.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수정란 상태에서 2인치(5cm) 크기의 작은 물고기로 자랄 때까지 말이다. 그런 다음, 어린 물고기들을 보트에 태워 수중 가두리로 옮긴 후 커다란 튜브 속으로 물을 퍼 올린다.

활대 주위에 모여 있는 날가지숭어 각각의 무게는 0.5 파운드(226g) 정도 된다. 그러나 몇 달 후면 크기가 두배에서 세배 가까이 자란다. 그 때가 되면 이 물고기들을 거둬들여 하와이 전역의 시장 및 최고급 음식점에 내다팔 수 있다. 실제로 숭어 요리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진미에 속한다. 고대 하와이인들은 그 맛이 일품인 날가지숭어는 왕족들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여겼다고 한다.

"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은
생선을 먹길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그
물고기들을 잡아올리게 될
것이다.


물고기들로 가득한 이 거대한 양식 가두리가 알로카의 주장처럼 우리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면 이는 역으로 어두웠던 우리의 과거를 비추는 것이기도 하다. 한때 엄청난 개체수를 자랑했던 자연산 날가지숭어는 거의 멸종되었다 싶을 정도로 잡히지 않고 있다.

1967년경만 하더라도 이 황실어는 상업용 어획량이 10톤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도에는 그 수치가 겨우 740 파운드(335kg)로 급감했다. 요즘은, 음식점의 황금 시간대인 토요일 저녁 메뉴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의 양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남획은 단지 하와이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그렇다고 과거의 얘기도 아니다. 2001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국 수산청은 미국 수역내 어장 중 22%만이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대규모 남획으로 인해 전 세계 수산 자원 중 4분의 3이 고갈 위험에 처해 있거나 이미 한도를 초과한 상태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Nova Scotia) 댈하우지대학(Dalhousie University) 생물학 교수들은 전 세계 주요 어장의 이러한 어획량 감소 추세가 10년간 이어진다면 오대양에 서식하는 모든 대형 포식어류 즉, 상어, 참치, 대구, 청새치, 그루퍼 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논문을 네이처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대양에 수중 양식장을 만든다고 해서 야생 어류 개체수가 다시 복구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점점 사라져가는 거대한 포식자 어종들을 씨스테이션같이 집채만한 크기의 그물에서 양식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알로카 및 이 계획의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양식 어류가 야생 어류 포획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에 자신들이 원하는 생선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아주 간단하다.” 호오쿠푸호에 다시 올라탄 후 0.5톤의 물고기 먹이를 두 대의 깔대기에 퍼내며 알로카가 말했다. 이렇게 깔대기 속으로 들어간 물고기 먹이는 바닷물과 섞이면서 현탁액 상태로 튜브를 따라 저 아래 가두리 안으로 내려간다.

“사람들은 생선을 먹길 원하고 어디에선가 생선을 잡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물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강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그런 생선을 공급해 줄 수 있다.”

씨스테이션 (The SEASTATION)
심해 어류 탱크 형태의 양식장


해수면에서 40피트(12m) 깊이의 심해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제작된 씨스테이션 양식 가두리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양식장이다. 4층 건물 높이의 중심부 활대에 물이 차면서 우리가 가라앉게 되는데, 이렇게 한번 들어가면 수중에서 몇 달간 그 상태를 유지한다. 어린 물고기들을 그물에 넣은 후 먹이를 현탁액으로 만들어 배위에서 호스를 이용하여 뿌려준다.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물고기들이 다 자라면 다시 그물을 들어올리게 된다.

보급선 물고기 먹이는 바지선이나 관광용 보트를 수면 위에 정박시킨 후 준다.
잠수부 출입구 잠수부들이 가두리 안에 들어갈 때에는 그물에 만들어놓은 기다란 구멍을 지퍼로 여닫는다.
중심부 활대 움푹 파인 돛대안으로 물이 들고 나게 하는 방식을호 씨스테이션은 부력을 조절한다.
양식어류 수확 80만 갤런(328만2천리터)이 들어가는 그물에서 한 번에 기를 수 있는 물고기는 최대 10만마리 정도다.
벨러스트(바닥짐) 그물 밑바닥에 달아놓은 무거운 원반이 안정성을 높여준다.
고정 장치 서로 분리된 여러 개의 쇠사슬을 대양저(ocean floor)에 잡아매둔다.

1999년, 하와이 주정부가 케이츠 인터내셔날에 하와이주 수역에서의 양식장 사업 허가를 내줌으로써 이 업체는 미국내에서 민간 대양 수중 양식장 채비를 갖춘 최초의 민간 기업이 되었다.

랜디 케이츠는 현재 매주 8천파운드(3천628kg)의 날가지숭어를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총 16개의 가두리를 만들 계획이며 새로운 부화장 공사도 이미 돌입한 상태이므로 향후 2년 내에 연간 4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어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랜디 케이츠는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 반세기동안 하와이에서 잡힌 총 어획량보다 많은 수치다.

가장 먼저 이 업계에 뛰어든 케이츠의 뒤를 이어 다른 업체들도 시장 진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의 스내퍼팜(Snapperfarm Inc.)사는 날쌔기를 양식하여, 아직까지는 적은 양이지만 마이애미와 뉴욕에 있는 음식점에 판매하고 있다. 바하마 공화국에도 또 다른 신생 양식업체가 생겼고 하와이 빅 아일랜드 근해에는 코나 블루라는 업체가 씨스테이션 가두리 안에서 회감용 방어를 양식중이다.

현재는 미국이 근해 수중 양식장 설계 및 건설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세계 여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어류 양식업 이 외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 한참 뒤져 있다.” 라고 주장하며 케이츠는 상품 가능성이 높은 어종에 대한 기본적인 생물학 연구, 보다 효율적인 부화기술 개발, 어류 양식업의 국제 경쟁력 개발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씨스테이션의 고안자인 게리 로베리치는 이와 유사한 고민에 빠져있다. 1996년, 처음으로 필리핀의 한 회사에 2개를 판매한 이후, 지금까지 제작한 가두리가 총 36개에 이르는데 그 중 절반이 외국 수역에 설치되어 있다. 현재 대양 수중 양식장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 칠레, 중국,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한국, 멕시코, 노르웨이, 포르투갈, 러시아, 스페인 등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아직도 양식업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며 로베리치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차이에는 문화적 요인도 일부분 작용한다고 네트 시스템즈의 랭글리 가체는 말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에게는 양식 어류가 비교적 낯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은 수천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이런 양식어류가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시장의 수요 역시 이를 설명하는데 한몫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면, 전형적인 미국인이 소비하는 수산물의 양은 일본인의 3분의 1 정도라는 것이다. 가체는 마지막으로 “일부 환경론자들이 이러한 양식업의 성행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수확 시작
10년만에 근해 수중 양식업의 세계적인 대세로 발돋움했다.


현재, 모래톱 후면이나 만이 아닌 드넓은 대양 한복판에 설치하는 해양 수중 양식업을 실시하는 데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여 곳 정도다. 그리고 올해 안에 가동을 시작할 계획인 업체도 여러 곳 있다.

미국이 기존 해안 및 연안 양식업에 의한 수산물 수확량 면에서 다른 나라에 뒤쳐져(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경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있는 상황하에서도, 미국의 네트 시스템즈는 근해 양식업에 필요한 가두리 설치 업계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한편, 관련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국의 수역 내에서 근해 양식업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안이 현재 미 의회에 상정되어 있다.


실제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대양 수중 양식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론자, 첨단기술 문외한, 상업용 어선 종사자 및 해양 생물학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반대 이유도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비타협적 자세에서부터 과학에 깊이 뿌리내린 회의론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대양에 수중 양식장을 만든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환경 보호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가를 내주었다는 점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비영리 환경단체인 엔바이런멘탈 디펜스(Environmental Defense)의 수석 과학자인 베키 골드버그의 말이다.

바로 이 점이 어류 양식에 연방 수역을 개방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법안에 대한 골드버그 및 여타 반대론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주된 골자라고 할 수 있다.

그 법안에 따르면, 대양 수중 양식업의 개시를 상무부 장관이 단독 결정하여 허가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이 입법 확정된 후에야 미환경보호청은 환경보호조치를 명문화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양식업에 대한 반응이 냉소적인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며 로베리치도 이 점에 동의했다. 퓨자선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독립적 민간 전문가 패널인 퓨 해양심의회의 2003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십년간, 외래종인 대서양 연어가 무려 1백만 마리나 이런 양식장에서 빠져나와 북미태평양 북서안지역의 개울가 등지에 자리잡고 서식한다”는 것이다.

결국 토착 연어들과 먹이 및 산란지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관련 문제점의 상당수가 1970년대, 양식업이 시작된 이래 정부의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로베리치는 주장한다.

질병이나 치명적인 기생충이 과포화상태의 가두리를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양식장 전체가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 야생 어류로까지 그 피해가 확대되었다.

아마 가장 보편적인 문제점은 잘못된 장소에 양식 가두리 설치를 허용한데서 시작되었을 수 있다. “만 한 곳에 양식장 한 개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양식장이 성공을 거두면 다른 양식업체들도 앞다퉈 달려들고 결국 동일 지역에 양식장 설치 허가를 받게 된다. 한 집에 한 가지 방역 시스템을 설치하면 제대로 작동된다. 하지만 여기에 두세 가지의 방역 시스템을 추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고 모두 엉망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라고 로베리치는 설명한다.

대양 수중 양식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식장 물고기들의 배설물들이 거대한 해류에 휩쓸려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존재했나 싶을 정도로 맑게 희석시킨다는 것이다. “밀가루를 살짝 집어 선풍기 앞에 뿌리면 금새 날아가듯 그렇게 사라져버린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이클 웨버는 불만이다. 미수산청장의 특별 보좌관 출신인 그는 “이런 것은 영화에서도 보아왔듯이, 결말이 멋있게 끝나지 않는다.” 우리 미국의 수산업 역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오로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원대한 어업 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어떠한 문제점이나 착오도 모두 광대한 바다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양식업과 관련하여 수없이 쏟아지는 찬사들을 듣고 있자면 1960년대가 떠오른다. 그 당시 과학자들은 대양에서 우리가 매해 5억 톤의 물고기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따라서 어업 관련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웨버는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양에서 우리가 걷어올린 것은 이 수치의 20% 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 어업의 현실이 그러한 실수의 결과인 것이다.” 그 여파로 어업은 물론 어촌 경제도 파탄나고 말았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부영양화 문제를 처리한다 하더라도 양식 어류에서 야생 어류로 질병이 전염되고 양식장에 빠져나간 물고기들과 토종 어류들과 이종 교배로 인해 유전자가 오염되는 등의 여타 문제점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고 웨버는 주장한다.

처음에는 깊숙이 고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고정 장치를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케이츠는 이러한 반대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에게 질병은 그다지 큰 문젯거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오아후 근해는 물살이 강하기 때문에 정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양식 가두리는 과포화 상태도 아니고 한 지역에 밀집(집단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조건)되어 있지도 않다.

뿐만 아니라 지역 토착 어종인 날가지숭어를 기르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오염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케이츠와 함께 조금만 시간을 보내도 그가 환경에 민감한 대양 수중 양식업을 아주 성공적으로 발족시킨 상징적 인물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것이 비영리 압력 단체인 오세아나(Oceana)의 최고 연구원인 마이클 허쉬필드의 주장이다.

오션 드리프터(The Ocean Drifter)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 이주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세대 대양 수중 양식 관련 이 조감도는 고정 시스템을 제외하면 현재의 수중 양식장과 흡사하다.

미래의 양식장에는 어떠한 고정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물고기떼로 가득한 이 대양 표류물은 해류를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것이다.

현재의 씨스테이션보다 3배나 더 큰 드리프터에는 승무원 숙소가 마련될 수도 있고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기다란 관을 통해 먹이를 공급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양 수중 양식업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20톤의 물고기 먹이를 운반하는 바지선은 최근 케이트의 날가지숭어 가두리로 처녀 운항을 시작했다. 정해진 장소에 정박한 후 먹이 운반 호스만 연결해주면 더 이상 사람의 손길이 필요치 않다.

해변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케이츠는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바지선의 컴퓨터와 연결하여 정해진 시각에 적정한 양의 먹이를 방출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케이츠는 바지선과 가두리내에 설치해놓은 카메라에서 비추는 영상을 통해 작업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다른 점들도 적어도 개념상으로는 크나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MIT내 수산공학연구센타의 클리프 고디 소장은 대양 수중 양식장이 천해(淺海)에서 심해(深海)로 옮아간 것을 아주 좋은 시발점으로 보았다.

다음 단계는 고정 장치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단 고정장치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모든 것을 대자연의 섭리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는 대양의 흐름을 거부하기보다 이용해야 한다.”

고디 소장은 씨스테이션보다 직경이 세배나 크고 사슬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대양 해류 속에서도 작동 가능한 원격 조종 제어장치를 갖춘 거대한 양식 가두리인 오션 드리프터의 연구개발 작업에 수년째 매달리고 있다.

고디 소장이 구상하고 있는 것은 플로리다 근해에서 수십만 마리의 작은 물고기들로 가득 들어찬 양식 가두리가 멕시코 만류와 만나 자유로이 유영하는 오션 드리프터 선단이다. 바다 속 강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따뜻한 카리브 해류가 양식 가두리를 북대서양으로 몰고 가고 그 때쯤이면 성어로 자랐을 물고기들을 유럽 시장으로 운반해주는 것이다.

때론 과거가 미래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 나는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1천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양어지를 둘러보았다. 히에이아(He'eia) 호수라고 불리는 이 양어지는 케이츠 인터내셔날의 날가지숭어 가두리에서 겨우 14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하와이인들이 최초로 양어장을 만든 것은 2천년 전으로, 마르케스 제도에서 이주해온지 얼마 되지 않은 때다. 1778년,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 360여개의 양어장을 발견했는데 그 곳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거의 1백만 파운드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한 양어장은 위대한 공학적 쾌거로, 해양 생물학과 첨단기술의 행복한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양어장들은 수심이 얕고 어린 물고기들이 먹는 녹초들이 자라는데 최적의 일조량을 제공한다.

또한 보문도 갖추고 있는데 어린 물고기들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어들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뿐만 아니라 거대 포식어들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이 보문 뒤에는 견고한 문을 설치해 놓았다.

이렇게 해 놓음으로써 인부들은 밀물때 물을 가두어놓고 양어장 청소를 한 다음, 썰물 때 그 물을 방출할 수 있었다. 둘레가 거의 1마일에 이르는 88 에이커 상당의 히에이아 양어장은 지속가능한 양어장의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자동차를 몰고 다가갔을 때 개들과 함께 산책 중이던 하와이 원주민 윌 호오피이(Will Ho'o'pi'i)는 히에이아 호수를 내려다보며 “과거의 방식에서 배울 것이 아주 많다. 고대 하와인들 역시 이 곳에 날가지숭어를 양식했다.”고 말했다.

10만 마리의 날가지숭어 떼들이 노닐고 일각에서는 수산업의 미래라고까지 말하는 수중 가두리에 대해 혹시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들어보지 못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미래에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군요. 옛날 사람들이 했던 대로만 한다면 말이죠.”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라는 듯 일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그 옛날 호수를 향하며 말했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죠.”

오샤 그레이 데이비슨은 Fire in the Turtle House(공공 문제)의 저자로, 이 글은 파퓰러사이언스에 게재한 첫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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