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에 따른 공해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산소(O₂)의 효능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수년전부터 산소캔, 산소발생기, 산소음료, 산소카페, 산소아파트 등 산소 관련 제품들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돈을 주고 산소를 사서 마시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와관련 수험생들을 타켓으로 한 휴대형산소호흡기 ‘오투포유(O24U)’를 생산·판매중인 (주)버추얼메디는 이미 지난 2001년 2월 국내 산소시장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어디서나 간편하게 산소를 구입해 마실 수 있는 ‘산소자동판매기’에 대해 특허를 출원, 같은 해 5월 특허권을 획득했다.
이 아이디어는 집중력강화, 스트레스해소, 숙취해소 등에서 상당한 효능이 입증된 산소를 일반인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백화점, 호텔, 공원, 기차역, 쇼핑몰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산소자판기를 설치하게 된다.
산소는 자판기 내부의 고압산소용기에서 공급되며 구매자는 별도의 스위치를 통해 산소농도와 공급량 등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사용편의성 증대를 위해 동전이나 지폐는 물론 카드를 활용해서도 산소의 구입이 가능하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앞으로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커피자판기가 아닌 산소자판기 앞에 모여 잡담을 즐기는 직장인들을 보게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공중에 떠있는 고무공
지난 2003년 8월 밀폐된 고무공 속에 헬륨을 넣어 일정한 높이에 떠있을 수 있는 '헬륨고무공'이 특허청에 의해 실용신안 등록됐다. 이 헬륨고무공은 고가의 가스인 헬륨의 누출을 가능한 오랫동안 막기 위해 내부를 이중으로 은박코팅 처리했으며 헬륨누출로 부양(浮揚)효과가 떨어지면 재충전하여 사용가능하도록 고안됐다.
헬륨의 주입량은 1㎥의 헬륨이 약 1.12㎏의 중량을 들어올릴 수 있음을 기준으로 하여 공의 재질과 중량, 원하는 부양높이 등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출원인은 공이 공중에 떠있다는 점을 활용, 공을 잡고 특정지역으로 달려가 터치하는 운동 등 다양한 놀이에 이 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의 문제는 실온상태에서 헬륨의 부피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구공 크기의 고무공 무게를 약 200그램으로 가정할 때 이를 헬륨으로 띄우기 위해선 헬륨의 부피가 최소한 풍선 10여개를 모아놓은 것 정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공의 크기가 운동경기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으려면 공의 중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초경량 특수소재가 필요하고 일반 고무재질의 공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공의 크기가 애드벌룬 이상으로 너무 커져 버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불에 타지 않는 신분증
3년전 전국민을 경악케 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당시 많은 희생자들이 1000°C 에 가까운 고열에 노출되면서 DNA 검사로도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발견돼 정확한 신원확인에 큰 어려움을 겪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 화재사고 사망자의 신원확인이 가능하도록 고열에서도 타지 않는 신분증에 대한 실용신안이 지난해초 출원되어 4월경 등록 완료됐다.
이는 크롬, 니켈크롬 등과 같이 700~1,000°C 의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불연성 합금조각(불연편(不燃片))에 주민등록번호, 이름 등을 각인하여 신분증 내부에 삽입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불연편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학생증, 신용카드, 할인카드 등 모든 종류의 휴대용 카드에 삽입할 수 있으며 화재사고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더라도 불연편을 수거하는 것으로 사망자의 신분을 정확히 밝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출원인은 위조지폐 식별장치 처럼 별도의 장비를 통해 불연편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신분증 위·변조 방지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향후 정부나 학교, 신용카드사 등에서 신분증 제작시 불연편 삽입을 정례화한다면 화재사고 사망자의 신분확인이 좀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불연편이 필요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출원인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귀결임은 당연하다.
발냄새 제거용 수소가스 신발
지난 84년 특허출원된 '발냄새 제거용 수소 신발'은 아래에 기술될 전쟁로봇 이상으로 독특하고도 당혹스런 제품이다.
이 신발은 고무재질의 신발 밑창 속에 수소(H2)가스를 주입한 깔창형태의 튜브식 신발창을 삽입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를통해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고 곰팡이균의 증식을 억제해 발냄새 제거, 위생성 향상, 내구성 증진 등의 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세한 이론적 설명이 없어 곰팡이균 증식을 억제시키는 수소가스의 매카니즘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수소를 주입할 신발창에 스폰지를 넣어 탄력성을 배가시켰고 신발 뒤꿈치 부분에 500~700가우스의 자력을 지닌 자석을 장착하는 등 건강을 위한 꼼꼼한 배려(?)로 잊지 않았다.
충격흡수의 측면에서만 보면 90년대말 미국 나이키社가 히트시킨 에어펌프 농구화나 현재 판매되고 있는 공기튜브 장착 운동화의 원조격으로 당시 출원자가 조금만 생각의 폭을 넓혔더라면 국내에서 세계최초의 에어펌프 운동화가 선을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수소가스가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가연성가스임을 감안하면 발냄새 제거를 위해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소신발을 신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상업화 가능성은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이 수소신발은 지난 88년 4월경 특허출원 거절 판결을 받았다.
목소리가 변하는 헬륨 음료수
지난 99년 특허 출원되어 현재까지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헬륨 음료수’는 사람이 헬륨가스(He)를 흡입하고 말을 하면 목소리가 이상하게 변성된다는 사실에 착안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이 제품은 보통의 음료수에 인체에 무해한 헬륨가스를 주입, 용해시킨 것으로서 이를 마시면 목소리가 변하기 때문에 파티나 모임, 생일 등의 행사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출원인의 설명이다.
출원인은 또 음료수에 첨가하는 헬륨가스의 양은 성인 또는 어린이 등 이용대상이나 효과의 강약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음료수에 헬륨가스를 용해시키는 방법이나 헬륨가스 주입량 등 상세한 설명이 없어 특허등록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이같은 제품이 출시된다면 어린이들 사이에서 한동안 인기제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 헬륨가스가 전량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는 매우 고가의 특수가스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특허등록 여부를 떠나 실용화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고 판단된다.
오로지 재미를 위해 1병에 수만원을 호가하는 음료수를 사서 마실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속옷 전용 기능성 향수
남녀를 불문하고 집에 향수 1~2병쯤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코를 가까이 들이대지 않으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속옷 전용 향수가 나온다면?
지난해 1월 ‘속옷용 향수’라는 명칭의 기능성 향수가 공식 특허 등록됐다.
이 향수는 라벤더오일, 제라늄오일, 로즈우드오일 등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오일(Natural essential oil)을 2종이상 합성하여 만들어지는데 알코올 대신 가용화제(可溶化劑)를 용매로 사용하여 피부자극성을 낮췄다.
특히 기존 향수들이 초반에 강한 향을 발산한후 1~2시간 이내에 발산력을 완전히 소실하는데 비해 이 제품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습윤제(wetting agent)로 사용함으로서 장시간 균일한 향을 발산한다는 것이 최대 특징이다.
이와관련 출원인은 향기 지속성에 대한 자체 실험결과 기존 제품이 90분만에 향기가 사라지는데 반해 이 제품은 300분까지 향기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출원인은 또 어떠한 오일을 원료로 합성하는가에 따라 박테리아·진균 등 미생물 항균효과를 비롯 살균, 배뇨촉진, 진통, 항우울 등의 부가효과를 얻을수 있으며 이중 로즈마리오일과 타임오일은 성욕강화효과, 로즈우드오일은 최음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상품화 여부나 성공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지만 마케팅측면에서 탈취나 항균이 아닌 성욕강화 및 최음효과를 집중 부각시킨다면 대박상품으로 불티나게 팔릴 개연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만능 전쟁 로봇
지난 84년 5월 특허청의 특허업무 담당자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만화같은 특허가 출원됐다. ‘전쟁을 무인(無人)화 하는 만능 로봇’이라는 명칭의 이 특허는 전자동 무인 로봇이 적(敵)의 출현을 포착하면 후방의 상황실에서 명령을 하달하여 각종 최첨단 과학무기를 통해 적을 섬멸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출원인은 이를위해 레이저광선총, 다탄두미사일, 기관포, 살인광선 등 만화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각종 무기들을 로봇에 장착했으며 태권브이가 그러하듯 평시에는 땅속에 숨어있다가 비상시에 지상으로 올라오는 시스템도 함께 제시했다.
내용만 보면 전세계 국방 전문가들의 눈이 번쩍 뜨일 기술이지만 로봇의 제조방법이나 작동원리, 무기의 제조 및 장착방법 등에 대한 설명이 단 한줄도 없어 전적으로 상상력에 기반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다시말해 출원인은 어릴적 TV에서 보던 태권브이나 마징가제트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 셈으로 로켓 주먹 발사, 공중비행, 변신, 합체 등으로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진다.
이 기상천외한 특허는 출원인이 출원을 취하하면서 일단락됐으며 이에 따라 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는 어린이 모두가 주인인 채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