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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성분만 쏙쏙… ‘초임계 유체’ 세상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학급친구들과 함께 소금을 물에 녹여 소금물을 만든 후 이를 다시 원래의 소금과 물로 분리하는 실험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두 성분은 물을 끓여 증발시킴으로서 분리된다.

그렇다면 소금물(NaCl)에서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Na)만을 분리해내거나 소금, 설탕, 커피를 우유에 섞은 후 설탕의 당분만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는 아마도 화학분야 전문가나 과학적 상식이 탁월한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정답을 설명하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인류에게는 아무리 많은 물질을 섞어놓은 혼합물이나 아무리 복잡한 구조로 된 화합물이라도 원하는 단 하나의 성분만을 아무런 손상 없이 정확히 추출 또는 제거해낼 수 있는 신통방통한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초임계 유체’(Supercritical Fluid, SCF)이다.

● 액체 같은 기체, 기체 같은 액체

초임계 유체란 간단히 ‘액체와 같은 기체’ ‘기체와 같은 액체’라고 표현할 수 있다.언뜻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액체의 물성을 지닌 기체, 기체의 물성을 지닌 액체인 것이다.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은 예외없이 실온상태에서 고체, 액체, 기체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증발(액체→기체), 승화(고체→기체), 동결(액체→고체) 등 온도나 압력의 변화에 의해 외형이 바뀌더라도 이 3가지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온도와 압력이 특정 수치를 넘어서게 되면 아무리 압력과 열(heat)을 가해도 더이상 물성이 변화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때의 압력과 온도를 각각 임계압력(critical pressure, Pc), 임계온도(critical temperature, Tc)라 하며 이처럼 Pc와 Tc가 만나는 임계점(critical point)에서 기체도, 액체도 아닌 SCF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되는 SCF는 기체처럼 형태는 없지만 액체와 동일한 비중을 지니고 있으며 밀도는 액체와 같지만 점도는 기체처럼 낮은 독특한 물성을 갖고 있다. 즉 액체와 기체의 장점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셈으로 액체처럼 다른 물질을 쉽게 용해시킬 수 있음은 물론 기체처럼 미세한 공간까지 완벽하게 용해력을 미친다.

특히 SCF는 압력이나 온도를 제어해 물성 조절이 가능하므로 하나의 SCF를 다양한 물질의 용매(특정물질을 녹이는 액체)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 어떠한 물질 내부에 함유되어 있는 단하나의 성분만을 정확히 추출해낼 수도 있다.

일례로 참기름의 경우 고압으로 압착하여 짜내지 않고도 SCF의 물성을 이용해 참깨의 기름성분만을 녹여 추출해낼 수 있다. SCF로 참깨내의 기름성분을 용해시킨후 온도를 임계점 이하로 떨어뜨리면 참기름과 섞인 SCF가 액체화되어 참깨 밖으로 유출되며 여기서 다시 압력을 낮추면 SCF는 기체가 되어 증발하고 순수한 참기름만 남게 되는 원리이다.

최근 CJ에서 출시한 백설 황금참기름이 이같은 방식으로 기름을 뽑아내는데 고압으로 압착하여 기름을 짜냈던 기존 제품에 비해 토코페롤, 리그난류 등 천연기능성 물질의 함량이 월등히 높고, 불순물이나 향 손실이 거의 없어 가격이 두배가량 비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 추출과 제거의 ‘皇帝’

최근 TV CF나 전단지의 광고를 보면 DHA 함유 우유, 아미노산 함유 드링크, 토코페롤(비타민 E) 함유 화장품, 스쿠알렌 제제 등 인체에 유용한 각종 생리활성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문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어쩌면 이를보고 등푸른 생선(DHA, EPA), 단백질(아미노산), 연어·포도씨 등(토코페롤), 갑각류의 껍데기(키토산), 심해상어의 간(스쿠알렌) 등에 들어있는 성분들을 도대체 어떻게 대량으로 추출해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SCF가 바로 이를 가능케 만든 주인공으로 가히 ‘추출의 황제’라 할 만하다.SCF는 또 추출과 동일한 매커니즘에 의해 인체유해물질의 제거에 활용되기도 한다. 저 니코틴 및 저 타르 담배, 디카페인 커피, 저지방 쌀, 쓴 맛을 내는 호프(hop) 향을 제거한 부드러운 맥주 등이 SCF의 작품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세정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혀 고집적 회로로 이루어진 웨이퍼의 불순물(감광액 등)을 친환경적으로 제거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대두유(擡頭乳)나 폐식용유가 친환경 바이오디젤로 변신하기 위한 지방산(fatty acid)의 제거, 폐수처리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중 폐수처리에 SCF 공정을 적용할 경우 가솔린, 벤젠, 오일 등은 물론 기존방식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했던 MTBE(Methyl Tertiary Butyl Ether)까지 완벽히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추출과 정반대의 공정을 구현, 알약 속에 치료물질을 주입하거나 천에 염료를 착색하는 등 특정 성분을 특정 물질 속에 남겨 놓고 나오는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추출의 황제 SCF를 아는 당신. 이제 TV를 보다 ‘○○함유 화장품’ ‘△△함유 드링크’ 등의 CF가 나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유식한 티(?)를 내보자.
‘넌 저 제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니? ’

● 초임계유체의 종류

초임계 유체의 종류는 탄산(CO2)을 비롯 물(H2O), 아산화질소(N2O), 에틸렌(C2H4), 암모니아(NH3), 벤젠(C6H6) 등 대략 20여종에 달한다. 각각의 물질마다 임계온도와 임계압력이 다르므로 초임계영역 또한 물질마다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초임계상태에서의 물성에도 다소 차이가 나타난다.

다양한 후보물질 중 최적의 초임계 유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용해물질의 극성(極性) 및 용해도, 기질(基質,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의 물성, 분석물의 농도, 시료의 수분함량, 반응속도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해야만 하는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 대부분의 초임계공정에서 탄산(CO2)이 초임계 유체로 활용된다.

이는 여타 물질과 비교해 CO2는 밀도가 높아 용매로서 활용도가 크며 불연성, 무극성, 무독성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인체 무해성(無害性)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CO2는 상온에서 기체상태로 존재해 폐용매(폐수)를 처리해야하는 환경적 문제가 전혀 없고 여타 용매들에 비해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단지 CO2는 고도의 극성을 지닌 화합물이나 이온(ion)적 화합물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변경유체(Modifier Fluid)라 불리는 미량의 공용매(Co-solvent)를 첨가하면 해결 가능하다. CO2의 임계온도는 31.1℃, 임계압력은 72.8기압, 임계값은 0.468 g/㎤이다.

● 초임계 유체의 종류

-용제 : 탄산 CO2

임계온도 (℃ : 31.1

임계압력 (atm) : 72.8

-용제 : 에탄C2H6

임계온도 (℃ : 32.3

임계압력 (atm) : 48.2

-용제 : 에틸렌 C2H4

임계온도 (℃ : 9.3

임계압력 (atm) : 49.7

-용제 : 프로판 CH3CH2CH3

임계온도 (℃ : 96.7

임계압력 (atm) : 41.9

-용제 : 프로필렌CH3CH=CH3

임계온도 (℃ : 91.9

임계압력 (atm) : 45.6

-용제 : 시클로핵산C6H12

임계온도 (℃ : 280.3

임계압력 (atm) : 40.2

-용제 : 2-프로판올(CH3)2CHOH

임계온도 (℃ : 235.2



임계압력 (atm) : 47.0

-용제 : 벤젠C6H6

임계온도 (℃ : 289.0

임계압력 (atm) : 48.3

-용제 : 톨루엔C7H8

임계온도 (℃ : 318.6

임계압력 (atm) : 40.6

-용제 : p-크실렌C6H4(CH3)2

임계온도 (℃ : 343.1

임계압력 (atm) : 34.7

-용제 : ChlorotrifluoromethaneR-13

임계온도 (℃ : 28.9

임계압력 (atm) : 38.7

-용제 : Trichlorofluoromethane R-11

임계온도 (℃ : 198.1

임계압력 (atm) : 43.5

-용제 : 암모니아 NH3

임계온도 (℃ : 132.5

임계압력 (atm) : 111.3

-용제 : 물H2O

임계온도 (℃ : 374.2

임계압력 (atm) : 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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