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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투기 추락’ 파문확산

시사기획 | F-15K 전투기 추락

지난해 7월 남해와 서해에서 훈련중이던 공군 전투기 2대가 연이어 추락하면서 던져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에는 공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전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공군은 지난달 7일 저녁 8시20분경 동해상에서 야간 비행 훈련 중 실종된 공군 F-15K 전투기가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2008년까지 40대 도입예정

공군은 해군, 해경과 합동으로 사고 직후 현장인근에서 기름띠와 항공기 잔해 등 50여점의 부유물을 발견했으며, 이에따라 항공기는 해상에 추락했으며, 조종사 두 명은 비상탈출하지 못하고 항공기와 순직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추락한 F-15K는 한국 공군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지난해 12월 시범 비행을 위해 배치된 4대중 하나이다.

세계 최장의 항속 거리를 보유한 美 공군의 다목적 전투기 F-15E를 발전시킨 기종인 F-15K는 주·야간, 어떤 날씨에도 관계없이 공대지 및 공대공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로 지난해부터 5조6천억원의 예산을 투입, 오는 2008년까지 40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F-15K는 최대 10.4톤의 무기를 탑재하고 마하2.3의 속도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APG-63(v)레이더, 3세대 전방 감시 적외선 장비(FLIR)등이 장착되어 있으며, 최신식 무기들을 지원하는 무기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F-15K는 조종석이 재래식이고, 다른 4세대 전투기에 비해 스텔스 기능이 약하며, 특히 공중 급유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는데다 1천억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글로된 매뉴얼조차 없어 정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동해상에서 추락한 F-15K 전투기의 블랙박스와 기체 잔해를 회수하기 위해 음파탐지기와 무인 해중작업장치 등을 동원한 탐색·인양 작업에 착수했으나 6월 23일 현재 특별한 진척상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블랙박스를 회수하는데 적어도 6개월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사고 원인의 확실한 규명과 유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고기의 블랙박스 수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블랙박스에는 비행 중 교신한 음성과 영상자료를 저장하는 DVR, 비행기 속도·고도·엔진상태·계기판 기록 등이 저장된 비행기록장치(ECSMU) 등이 들어 있어 추락 원인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계속 도입해야 하나 ‘논란’

현재 공군이 실시하고 있는 사고조사 결과가 기체 결함으로 판명이 나면 전투기 안전확보 문제나 도입 일정 및 추가 도입 등 문제에 논란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번 추락사고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엔진 등 기체결함과 조종사의 비행착시 등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전투기는 1만 사고 전투기는 고도 1만8,000피트(5.5㎞) 상공에서 요격훈련을 시작한 뒤 가상적기를 요격하기 위해 곧바로 1만1,000피트(3.35㎞)로 하강하면서 이어 훈련에 동참한 다른 2대의 F-15K를 향해 ‘임무중지’라는 교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무중지’라는 교신은 훈련에 나선 전투기 조종사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로 한 단계 임무가 종료되고 다음 단계 임무로 넘어갈 때 사용되는 것으로 조종사들의 교신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비추어 볼때 사고기 조종사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추락사실을 몰랐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정확한 추락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지만 공군관계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사고로 정확한 원인을 찾기 힘든 사고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군 관계자들은 사고 전투기의 조종사들은 조종기술이 매우 뛰어난 베테랑 조종사들인데다 F-15K는 최첨단 기종으로 추락방지 기능과 하강 방지기능, 첨단 야간 투시장비가 장착되어 있는 등 야간 및 악천후에서도 전천후 비행과 비행착각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주는 최첨단 항법장치 기능으로 설계된 기종이라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기체결함에 의한 사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엔진교체에 따른 폭발가능성 제기

한 군사전문가는 엔진이상 등 기체이상에 대한 교신이 없었고 조종사가 탈출하지 못한점 등을 지적하며 F-15K가 기존엔진이 아닌 GE사의 엔진을 교체장착하면서 연료공급장치와 엔진의 부조화로 공중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군은 “현 시점에서 기체결함이나 조종사 과실 등 어느 상황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거쳐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지난 7일 동해상 사고 해역의 가시거리가 8㎞였고 하늘에는 약간의 구름이 끼었을 뿐 기상상황이 양호해, 사고기 조종사가 야간비행 때 하늘과 바다를 착각하는 ‘비행착각’(Vertigo) 현상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관련분야 전문 저널리스트 이동훈씨는 ‘버티고 현상’에 의한 비행착각 사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그는 특히 “지상의 환경에 적응된 인간은 공중을 급속도로 비행하는 환경에서는 쉽게 균형감각, 방향감각을 잃으며 이러한 비행착각에 빠진 조종사는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잘못된 감각만을 믿고 계기를 불신하게 되어 비행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고처럼 지면 또는 해면과 하늘의 구분이 육안으로 쉽지 않은 해상비행, 그것도 야간의 경우라면 비행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많은 군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엔진문제로 인한 항공기의 기계 결함에 따른 사고 가능성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국내용만 유일하게 구성된 기체

F-15K는 미군용 오리지널 F-15 계열 항공기에 달려있는 프랫 앤 휘트니사의 F100 계열 엔진과는 다른, 제네럴일렉트릭 F110 계열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문제는 F-15 계열 항공기에 F110 엔진을 장착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것.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기체결함으로 결론 나면 공군의 차세대전투기 도입 계획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돼 사고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추락사고와 관련, F-15K 도입 사업의 타당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송영길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공군 전술체계에서 전술기 편중현상이 심각한 상황인데 이번에 추락사고까지 발생했다”며 “이런 수준이라면 F-15K 도입사업이 타당한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 의원은 “우리나라 공군 방위사업에서 전술기 대 지원기 비중이 85대 15로 전술기 비중이 압도적”이라며 “이는 북한과 비교해봐도 공군 전술체계가 지나치게 전술기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측에서도 이번 F-15K의 추락사고와 성명을 내고 전투기 도입 과정 및 계약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재검증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전투기 추가 도입 중단을 촉구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관련 “전투기에는 첨단 전자식 비행헬멧과 야간 항법장치가 장착돼 있어 조종사의 비행착각 여부보다는 전자장비의 고장 등 기체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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